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8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83화(383/392)
< 간토 대지진 (1) >
지진으로 인한 먼지 탓일까?
아니면, 화재로 발생한 분진 때문일까?
하라 다카시는 오늘따라 유난히 콧속이 건조했다.
“킁!”
그 정도가 너무나도 심해, 제법 아프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는 손수건에 물을 살짝 묻힌 후 연신 코를 풀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으······.”
그럴 때마다 회색빛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그의 코에서 나왔다.
하라는 이를 보곤 잔뜩 인상을 쓰며 그의 비서에게 풀었던 손수건을 내밀었다.
막내 비서인 유우키는 하라의 제스처를 빠르게 알아차리곤, 다른 깨끗한 손수건을 건넸다.
이에 하라는 건네받은 새 손수건으로 코를 가렸다.
매캐한 공기를 여과하기 위함이었다.
“총리 각하.”
“그래. 왔는가?”
때마침, 찾고 있던 인물이 하라에게 접근했다.
치안국장인 아리타였다.
“폐하와 셋쇼노미야(섭정) 전하께서는?”
하라는 아리타의 손을 꼭 잡으며, 가장 궁금했던 질문부터 했다.
“어떠신가? 무사하신가?”
“······.”
하라의 물음에 아리타는 별 대답 없이 그저 밝게 웃기만 했다.
이에 하라는 오른손을 가슴으로 가져가며, 안도했다.
둘 중 하나가 잘못되었다면, 치안국장이 저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다행히도 두 분 다 다친 곳이 없으신 모양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각하.”
“하늘이 도우셨구먼. 휴, 간 떨어질 뻔했다네.”
하라는 황궁이 있는 오른편으로 고개를 잠시 돌렸다.
그 후 그는 치안국장 쪽으로 다시금 시선을 옮긴 후,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사건이 발생한 후, 하라는 총리 공관 인근을 계속 배회했다.
추가적인 여진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가장 안전한 공관 인근 공터에 머물며 사태 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하라는 건물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인근 공터에 마련된 임시 천막 안 의자에 앉으며 치안국장에게 상황이 어떤지를 물었다.
“많이 심각한가?”
대답을 듣기 전, 하라는 한 가지를 소망했다.
비록 지금 그의 눈에 비친, 총리 공관 인근 풍경은 엉망이었지만.
부디 다른 곳은 지금 그가 있는 곳보다 사정이 나았으면 하고 바란 것이다.
“동경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
“이곳과 비슷했으면 비슷하지, 더 낫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리타의 입에서 나온 보고는 하라를 더욱더 절망의 수렁으로 빠트렸다.
더하면 더했지.
다른 곳도 이곳과 비슷하다는 보고에 하라는 살짝 절망한 표정을 지었다.
“수도, 전기, 통신 등 주요 인프라가 죄다 끊긴 상황이라,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뭐라고?”
땅 밑에 묻은 통신선마저도 끊기다니.
하라는 영혼이 빠져나간 눈빛으로 천막 한 곳을 바라보았다.
무의식적으로 공관 근처에 있던 우체국 쪽을 쳐다보았기에 그리 행동한 것인데, 하라는 침을 한번 삼키곤 치안국장에게 되물었다.
“통신이 끊겼다며? 다른 곳은 상황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겠나?”
“······.”
“혹, 자네가 잘못 안 것은 아닌가?”
치안국장 역시도 목이 탔는지 침을 한번 크게 삼킨 후에 하려던 말을 이어 갔다.
“죄송합니다. 각하.”
“······.”
“제 생각에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피해 규모가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어째서?”
“각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으로 인한 피해보다 2차 피해로 더 큰 손실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렇지.
해안가에서는 쓰나미가 일어나며.
건물이 밀집한 곳에 화재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최소 이틀에서 최대 일주일 정도 이어질 대화재가 발생할 거다.
인력도 부족하기에 이를 예방할 수도 없을 터.
“그렇다면 정확한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겠나?”
“그것은······.”
아리타의 입에서 계속하여 비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리타는 피해 규모를 숫자로 보고하지 않고 계속 두루뭉술하게, 애매한 표현으로 총리에게 알렸다.
“자네, 혓바닥이 참으로 길구먼.”
“······.”
그때였다.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사이온지가 반 발짝 앞으로 나서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피해 예상이나 얼른 추산해 보게. 여기 계신 총리 각하께서는 내각의 책임자로서 모든 것을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네.”
“······.”
“내 말이 들리지 않나? 자네는 지금, 나와 총리 각하를 계속 기다리게 만들 셈인가? 딱 부러지게 숫자로 표현하라는 뜻이네.”
사이온지는 호통까지 치며 치안국장을 나무랐다.
그가 계속하여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었기에, 하라가 원하는 질문의 답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다.
“사, 사망자는 최소 일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며······.”
이에 자신에게 피해가 될까 싶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치안국장이 그동안 숨기고 있던 사실들을 하나둘 실토하기 시작했다.
“이, 이재민의 규모는 그보다 큰 약 삼백만 명 정도로 예상합니다.”
“삼, 삼백만?”
치안국장의 보고에.
사이온지는 물론이고 옆에서 이를 조용히 경청하고 있던 하라까지 움찔거렸다.
하라의 눈동자는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커졌는데, 아리타는 그 모습을 보곤 더욱더 주눅이 들었는지 목소리를 확 줄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까지······ 피해 규모가 커진다고?”
“예. 우리 일본의 건물들은 근대에 지어진 주요 건물을 제외하곤 대다수가 목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내구성도 내구성이지만, 화재에도 취약하기에······.”
하라는 손사래를 치며 그만 말하라는 무언의 동작을 취했다.
아리타가 끝까지 보고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발생했을지는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이강을 조사하며 19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대지진 정보를 함께 조사했기에.
하라는 가까운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도 대충 예상했다.
‘젠장.’
그래서 그는 골이 지끈지끈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였다.
“속히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을 총동원하여 화재부터 진압하게나.”
“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를 테니 자네는 이곳에 계속 머무르도록 하고.”
“예.”
치안국장 아리타가 임시 천막을 떠나자마자, 한 남자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각하! 무사하셨습니까!”
“대장 대신!”
하라 내각에서 재무장관 역을 수행하고 있던 다카하시였다.
“무사하셨구려.”
“예. 아, 사이온지 의원님께서도 이곳에 계셨군요.”
다카하시는 사이온지에게도 아는 척을 했다.
일개 일본중앙은행 관료였던 그를 내각의 일원으로 발탁한 자가 사이온지였기에.
다카하시는 비교적 호의적인 눈빛으로 사이온지와 시선을 교환한 후, 하라에게 지금 이곳에 막 방문한 이유를 말했다.
“각하. 큰일 났습니다.”
“왜? 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는가?”
“거래소에 있다가 급히 이곳으로 달려왔는데 말입니다.”
다카하시가 침을 한번 삼키더니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증권거래소 또한 이번 대지진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
“다행히도 본관 건물은 무사하여, 월요일에 주식시장을 개장하는 것에는 별 지장이 없을 듯 보이지만······ 별관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저런······.”
“······.”
“피해가 어느 정도이기에?”
토요일이고, 장 마감 시간인 11시 30분이 지난 상황이다.
평소처럼 사람들로 엄청나게 북적이진 않았지만.
아직 일을 정리하지 못하여 퇴근하지 못한 직원들이 한가득 존재했기에,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었다.
“생각보단 적군.”
“예. 다만, 증권거래소의 별관 건물이 반파되었기에 이를 서둘러서 복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하루라도 거래소가 돌아가지 않으면 일본 경제가 완전히 멈추는 셈이니까.”
“예.”
사실, 하라와 다카하시는 월요일에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기를 원했다.
이유야 뻔하다.
대지진이 동경을 흔들었고, 그 피해가 막심한 상황.
당장 월요일 날 주식이 떨어질 것이 눈에 보인다.
“······.”
“······.”
하지만 마냥 늦춘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거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주식시장 개장을 미룬다면, 외국자본이 일본 경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기에.
어떻게든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시켜야 했다.
“밖에 아리타 치안국장 있는가?”
“예.”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게.”
치안국장인 아리타가 재빨리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하라는 현 상황을 설명하며 치안국 인력 중 일부를 도쿄 증권거래소 복구에 투입하라고 명했다.
“각하! 인력이 많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
“증권거래소 건물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화재 방지와 시민들 구출 업무에 투입된 인력을 일부 빼야 하는데······.”
“······.”
“각하께서는 정녕, 전자의 문제를 시민들을 구출하는 것보다 우선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각하! 말씀해 주십시오.”
하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리타의 의견이 옳았으니까.
“우리 국민 한 명 한 명의 목숨도 중요하지만······ 각하께서는 일본의 총리시네.”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노련한 사이온지가 하라를 대신하여 아리타에게 말했다.
“그래도······.”
“월요일까지 주식시장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더한 혼란이 닥칠 수도 있네. 당장은 주식이 안 떨어질 수 있어도 주식시장을 계속 닫아 둔다면 우리 일본의 행정력에 의구심을 품을 테니까.”
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이온지의 주장에 동의했다.
“일단은 주요 인프라 시설들의 복구를 제일 우선순위로 놓게.”
“······.”
“이후에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지겠네. 그러니 자네는 내 명령에만 따르면 된다네.”
좀처럼 나서지 않는 하라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아리타에게 무언가를 명령했다.
이에 아리타는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지점장님.”
“응?”
대지진으로 동경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나고야 증권을 다니던 스우는 오늘도 출근했다.
당장 내일 열리는 주식시장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해야 했으니까.
“아키모토상께서 지점장님을 급히 찾으십니다.”
비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인물이 어지러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치로! 무사해서 다행이구먼.”
아키모토라는 인물은 얼굴에 약간의 타박상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다른 곳은 꽤 멀쩡해 보였는데.
아키모토는 스우가 별다른 인사를 하지 않는데도 혼자 좋아라 하며 그를 꼭 안았다.
“자네가 크게 다친 줄 알고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데.”
“······.”
“자넨 모를 것이네. 아무튼 살아 있어서 고맙네.”
아키모토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계속하며 스우를 살짝 난감하게 만들었다.
“아! 맞다. 그래. 내 주식들 말이야.”
“······.”
“토요일에 전부 팔았는가?”
스우의 눈이 작아졌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인물이 무슨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키모토 상!”
“말하게.”
“지난주에 저를 찾아오셔선 통신과 해운, 면직 산업 쪽 주식으로 대규모 매수를 요청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에 아키모토는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언제?”
“······.”
“나는 그런 적이 없다네. 날 뭐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가?”
이에 스우가 자신의 책상에서 계약서 한 장을 꺼내 들이밀었다.
“이 거래 확인서에 도장까지 찍으셨습니다.”
“······.”
아키모토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놈의 거래 확인서.
지진으로 확 불타 버렸으면 좋겠다는 표정을 일순간 지었지만 이내 다시금 모르쇠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난 그런 적이 없다네. 자네가 들고 있는 거래 확인서는 나도 처음 보는 문서일세.”
“예?”
“아무튼 월요일에 당장 현금으로 내 자산들을 전부 내어주게. 아! 가능하다면 그 공매도인가 뭔가 하는 투자 포지션에 내 자산을 넣어 줘도 되고.”
방금 그가 언급한 공매도는 현재 아키모토의 주식들을 나락으로 가게끔 부추길, 악마의 도구였다.
제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지도 모르는데.
태연하게 이것을 언급하며 투자할 수 있으면 투자하라니.
스우는 기가 막혔다.
“아키모토 상.”
아무것도 듣지 않으려는 아키모토.
그런 아키모토를 바라보며 스우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 번 체결된 거래는 물릴 수 없습니다. 옛말에 낙장불입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나는 모르는 일이네.”
하지만 아키모토는 계속해서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아무튼, 나는 내 의사를 오늘 이 자리에서 다 말했네. 이만 가 볼 테니 뒷수습이나 잘하게나.”
“아키모토 상! 아키모토 상!”
스우는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
“하! 저놈의 나리킨(成金) 새끼들.”
나리킨은 벼락부자를 뜻하는 일본의 은어다.
근본 없는 자들이 세계대전을 통해 많은 부를 거머쥔 후 일본 증시에 들어온 신흥부호들이었는데.
그는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그를 바라보며 치를 떨었다.
“월요일은 아주 개판이 되겠군.”
스우의 머릿속에 내일의 모습이 그려진다.
묻지 마 투자를 했던 나리킨들.
거기에 한동안 전후 불황 때문에 웅크렸다가 막 기지개를 켠 기관 투자가들.
더하여 요즘에 부쩍 늘어난 외국인들까지.
다수의 쩐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제 막 복구한 증권거래소 매매를 외치지 않겠나?
“주식이 떨어지는 것은 확정인데······ 얼마까지 떨어지려나.”
스우는 태우던 담배를 마저 피우다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렸다.
최근 동경 증권가에 돌던 찌라시.
분명 그중, 이강의 자금이 일본 증시에 대거 투입되었다던 소문이 있었다.
‘진짜로 공매도에 대거 투자했으려나?’
진짜였다면 투자 천재라 불렸던 이강은 손해를 입었을 거다.
소문이 돌기 시작했던 시기는 한동안 주식이 반등하던 시기였으니까.
하지만 이번 대지진으로 모든 것을 만회하고도 남았을 것.
이 풍문이 진짜인지 아리송했기에, 스우는 그저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 채운 채 이강의 지난날 업적을 되돌아보았다.
‘시기가 참으로 절묘하네.’
스우는 이강이 혹시 이번 대지진을 예측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 가정을 머릿속에서 싹 지웠다.
아무리 이강의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지진까지 맞출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진짜로 지진을 예측했다면······.’
그는 정말 카미(신)일 테다.
그의 능력은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으니까.
스우는 살짝 서늘함을 느꼈고, 이내 전신에 닭살이 올라왔다.
‘설마.’
일단 그는 내일 있는 전쟁을 준비하며 사무실에서 뜬 밤을 지새웠다.
< 간토 대지진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