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8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86화(386/392)
< 누가 우물에 독을 풀었나 (2) >
강명수와 조익현은 요코하마 항구 인근에서 일하던 조선인 노동자들이었다.
둘 다 동래 출신이었으나, 3년 전에 일본으로 건너온 후론 조선소에서 허드렛일 일을 하고 있었다.
“이보게, 명수.”
“응?”
“자네, 요즘 따라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던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은데?”
오랜 기간 타향 생활을 한 탓에, 둘은 형제처럼 찰싹 붙어 다니며 서로에게 의지하곤 했다.
일을 하러 나온 조익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강명수에게 현지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속삭였다.
“······이상한 기분?”
“그래.”
강명수는 조익현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조익현의 집안은 대대로 점을 보던 무속인 집안이다.
그래서일까?
일본에 건너왔을 때만 해도, 조익현은 열도에 귀신들이 득실거린다고 말하며 겁이 많은 강명수를 한참 놀리기도 했다.
이러한 장난을 하도 많이 당하여 요새는 조익현이 밤에 겁을 줘도 강명수는 잘 놀라질 않았다.
하도 많이 당해서, 이젠 무덤덤해져서다.
“흠. 글쎄. 모르겠는데?”
이번에도 그런 것이겠지.
강명수는 조익현의 이런 행동을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강명수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조익현의 주장에 반박했다.
“장난치려고 밑밥을 깔고 있는 것이라면 그만두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네.”
“아니. 장난이 아닐세. 진심이네.”
“진심?”
“그래. 아휴. 답답하군.”
조익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의 입에서 조선어가 흘러나올수록 주변을 산책하던 현지 일본인들이 그들을 힐끔거리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 등골이 서늘해진다거나······ 아니면 뒤통수가 따갑거나, 멀쩡했던 귀가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간지러워진다는, 그런 일을 요즘 들어 자주 겪는 것 같아서네.”
“누가 자네를 두고 뒷말을 하고 있나 보지. 아니면 원한이라도 품고 있거나.”
강명수는 장난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조익현의 말을 맞받아쳤다.
이에 조익현은 강명수에게 살짝 성을 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내, 대한해협을 건너온 지 근 3년이 다 되었네. 하지만 요즘처럼 밤잠을 설치게 된 건 처음이라네.”
“······.”
“조상님께서 매일같이 꿈에 나오셔서 경고를 하시니, 잠도 못 자고 죽을 맛일세.”
조익현은 자신의 어깨를 스스로 쓰다듬으며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강명수는 ‘저놈, 또 저 지랄이네’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몸이 많이 허해졌나 보이. 아니면 향수병에라도 걸렸거나.”
“그것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네!”
조익현은 그렇게 말하며 강명수의 옆구리를 툭툭 찌르곤 한 곳을 가리켰다.
아까부터 둘을 노려보고 있던 한 일본인을 조심스레 가리킨 것이다.
“저길 보게나. 너무 대놓고 보진 말고.”
“······.”
“대지진 이후로 현지인들의 눈빛이 자못 바뀌었네. 예전에도 우리 조선 출신 인부들을 차별하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냉대한 적이 있었던가?”
그제야 비로소 강명수 역시 조익현의 말을 경청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눈치가 없는 강명수라고 해도, 적의 가득한 현지인들의 눈빛은 느낄 수 있었으니까.
“얼마 전 대지진 때문에 일본인들이 많이 예민해진 것이겠지.”
“······.”
“제집을 잃은 이재민만 해도 삼백만 명이나 된다고 하지 않던가? 그 말은 즉, 한 다리만 건너도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이가 존재한다는 뜻이네. 적어도 이 간토 지방에서는 말이지.”
하지만 강명수는 다시금 별일 아니라고 조익현의 경고를 무시했다.
조익현의 경고로 그 또한 달라진 분위기를 알아차리긴 했지만,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쉬이 인정하기 싫었던 거다.
그래서 강명수는 현지 분위기가 왜 바뀌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이러한 상황이 곧 다시금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우리 같은 이방인들을 포용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다들 자신의 삶들이 매우 팍팍해져 있다네. 그러니 다들 평소에는 누그리고 있던 경계심을 아주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겠지. 우리는 저놈들보다 임금을 더 적게 받고 있지 않던가?”
“······.”
“자신들의 일자리를 우리가 빼앗았다고 여길 테니, 우리가 곱게 보일 리가 없을 것이네. 하지만 우리를 고용한 이들 역시 일본의 자본가들이네. 그치들은 우리가 꼭 필요하니, 작금의 상황을 그저 방관하지는 않을 것일세.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그때였다.
저 멀리서, 서구식 양복을 위아래로 깔끔하게 입고 온 한 사내가 둘의 시야에 들어왔다.
“윤 선생님.”
“오셨습니까?”
강명수와 조익현은 바로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저임금 노동자였던 그들과 달리, 그들 앞에 나타난 윤항로는 미국 유학파 출신 엘리트로 미국에 본사를 둔 소칼에서 일하는 수재였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몸은 좀 어떠십니까?”
강명수와 조익현은 윤항로가 자신들과 급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거물들도 이상하게 윤항로 앞에서는 작아졌으니까.
평소 그들을 업신여기는 일본인들이 이상하게 소칼의 일본 지부장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를 여러 번 보았기에.
그들은 윤항로를 어려워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를 우러러보았다.
“자네들 뭐 하는가?”
“예?”
“왜 떠날 채비를 진즉 다 마치지 못했는지를 묻고 있지 않은가?”
“······.”
“······.”
“눈만 끔뻑대지 말고, 말 좀 해 보게나.”
그런 윤항로가 둘을 채근한다.
둘은 고개를 갸웃하며 윤항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냐는 표정을 지었다.
“떠나다니요? 저희 집은 저쪽에 있습니다.”
“맞습니다. 기숙사 건물이 대지진에도 무너지지 않고 저리 멀쩡한데······ 어딜 떠난단 말입니까?”
윤항로는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한숨을 바깥으로 내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자네들, 수도에 사는 김 영감의 경고를 듣지 못했나?”
“······.”
“······.”
“아이고. 이 화상들. 같이 화투 칠 때는 그리 빠릿빠릿하더니, 일상에서는 영 굼벵이로구먼.”
윤항로는 답답한지 제 가슴을 두들기다가 이내 두 조선인에게 경고했다.
“최근에 이곳 간토 지방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네.”
“이상한 소문이라면······.”
“우리 같은 조선인들이 각 마을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헛소문이 사방팔방으로 퍼지고 있단 말일세.”
강명수와 조익현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함께 마시는 식수에 어느 미친놈이 독을 탄단 말인가?
그것도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예? 독이요?”
“어느 정신 나간 종자가 그런 짓을 하고 다녔답니까? 그보다, 범인은 붙잡혔답니까?”
윤항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도 답답하여 이리저리 수소문하고 다녔으나, 용의자는커녕 증거 하나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 그러고 보니 공장에 같이 다니는 효고 씨가 지난주에 배앓이를 하긴 했습니다.”
강명수의 증언에 윤항로의 눈이 커졌다.
그는 강명수에게 계속 이야기해 보라는 무언의 제스처를 취했다.
“대지진이 터진 후, 요코하마 인근에서 전염병이 돌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가만히 살펴보니 우물물을 길어다가 그냥 마시더군요. 지진으로 밖에 있던 이물질이 많이 들어갔을 텐데 말입니다.”
“아!”
윤항로는 이제야 간토 인근에 왜 전염병이 돌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요즘 조선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물 끓여 먹는 습관이, 일본 서민층에는 아직 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예전에, 기억은 안 나지만 어떤 분께 조언을 들었습니다. 물은 끓여 마셔야 한다고요.”
“아마도 내가 언급했던 것일 거야.”
“아, 맞다! 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죠?”
“그래. 황태제 전하께서 위생에 철저해야 한다고 지난 담화 때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내 그때 담화 이야기를 자네들에게 하면서 알려 줬던 기억이 있네.”
물은 꼭 끓여 먹고.
외출 후 손은 비누로 닦아야 한다.
이강의 담화 중에 그런 내용이 존재했다.
이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합중국에서만 매년 수만 명 이상이 배앓이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담화만으로 해당 전염병이 단번에 퇴치되진 않았지만.
좋은 기회를 빌려서 합중국 국민에게 예방법을 배포한 것인데.
꽤 효과가 좋아서, 합중국에서는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긴 했다.
“그때 이후로 저희는 꼭 물을 끓여 먹고 있습니다.”
“효고 상이 너희는 왜 배앓이를 하지 않느냐고 해서, 우린 물을 끓여 먹기에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는데 말입니다.”
윤항로는 잠시 눈을 꼭 감으며 해당 소문이 어떻게 퍼지게 되었는가를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곧 눈을 뜨며 두 사람에게 경고했다.
“아무튼, 그때 일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네.”
“그래서 우리를 죽일 듯이 노려본 것이로군요.”
“그래. 그러니까 자네들도 서두르게나. 이곳에 있다간 무슨 변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윤항로는 지금도 그들을 째려보는 일본 현지인들을 힐끗 바라보며, 두 사람에게 대피할 장소가 적힌 종이를 건넸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대표부 건물에 머무르며 한동안 추이를 지켜보게나.”
“하지만 저희는······.”
이에 강명수와 조익현은 살짝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둘은 합중국 여권이 없다.
삼남 출신이기도 하고.
대한제국 북부가 합중국으로 넘어가기 전에 일본으로 일하러 왔기에, 총독부에서 발행한 출입국 서류만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래도 일단 대표부로 오게. 합중국 헌법에 따르면 자네들도 우리의 국민이니까.”
“······.”
“······.”
두 사람은 힐끗힐끗 한 곳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조선인들을 째려보고 있는 일부 일본인들을 바라본 것은 아니다.
둘은 그들의 오른편에 존재하는.
조선소 본사 건물을 바라보았는데, 윤항로는 이 둘이 무슨 이유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일을 쉴 수가 없어서로군.”
“······예.”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출퇴근부터 생각하다니. 자네들은 참, 근면하구먼.”
장맛비가 내려도.
파업으로 지하철이 끊겨도 끝끝내 정시에 출근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시민들이다.
그들의 조상이 바로 조익현과 강명수였기에, 둘은 현재의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제 안위보다는 출퇴근을 걱정하고 있었다.
“더하여.”
“더하여?”
야마토 총독부는 이들에게 일본행을 권유하며 한 가지를 약조했다.
언젠가는 삼남의 주민들 역시도 본국에 있는 일본인들처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그랬기에 둘은 설마하니 일본 현지인들이 그들을 위협할까 싶었다.
총독부가 그리 외쳐 대던 ‘내선일체’라는 구호에 따르면, 그들 또한 같은 국민이니까.
설마 그런 그들을 죽이겠어 하는 의구심이 피어오른 것.
“······.”
“······.”
물론 완전한 대한합중국 국민인 윤항로가 그들 앞에 서 있었기에, 생각하고 있던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이에 윤항로는 무언가 말하지 못할 속사정이 있다고만 생각하며, 그들에게 교통비를 건넸다.
“먹고살 길이 달렸기에, 내 자네들에게 무리하며 강요까진 하진 않겠네. 다만······ 잠은 편히 자야 하지 않겠나?”
“······.”
“······.”
“부디, 대표부 건물로 오게나. 그곳에서 편히 쉬게.”
윤항로의 권유에 강명수와 조익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도 서둘러 떠날 채비를 챙기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네.”
강명수와 조익현은 이내 제 짐을 찾으러 기숙사로 떠났다.
“대표부로 집결한다······.”
셋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고 있던 일본인 나카무라.
그는 경성에서 살다가 대한제국이 합중국으로 반환된 후에 쫓겨난 일본인이었다.
덕분에 그는 조선어를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냥 보낼 수는 없지.”
나카무라는 씩씩대는 표정을 지으며 그가 자주 가던 주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어릴 적부터 친우였던 이들을 만났는데.
나카무라는 자신이 길에서 습득한 정보들을 이들에게 말하며, 조선인들이 대표부 건물로 집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 * *
“부국장님.”
대한 정보국에서 이위종, 안중근 다음으로 서열이 높았던 김구.
“부국장님.”
“응?”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
이강의 명령에 일본으로 향했던 그에게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근거 없는 풍문이 간토 지역에 퍼지는 것도 모자라 폭행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예.”
일부 교민이 대표부 건물로 피신하는 와중에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빌어먹을 자식들 같으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간토에 대지진이 발생하며 이재민만 삼백만 명 가까이 생겨났다.
게다가 이상기후로 인해, 9월 중순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일본은 덥기만 했다.
사람들의 짜증이 극에 달한 상황.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 이러한 짜증을 풀곤 한다.
현재 일본에서 약자라고 볼 수 있는 부류는 부라쿠민을 비롯하여 해외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일 터.
거기에는 조선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에, 자칫하면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서 이들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
“내, 영사 영감을 한번 만나고 오겠네.”
김구는 손에 힘을 꽉 쥐며, 대표부 최고 책임자가 있는 영사실로 향했다.
< 누가 우물에 독을 풀었나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