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8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87화(387/392)
< 누가 우물에 독을 풀었나 (3) >
대표부 영사실로 향하는 길.
“······.”
“······.”
김구는 현재 차 안에서 조용히 신문을 속독하는 중이었다.
『이재민 피해 규모, 일주일 전 예상치보다도 한참 더 많아. 삼백만 명이 아닌 사백만 명 이상으로 추산.』
『잇따른 여진으로 간토 지방 혼란 지속.』
『도쿄 증시, 일주일째 하락 중. 일부 전문가들, 외국 공매도 세력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당국의 신속한 규제 촉구!』
일본은 현재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대재난 때문에, 나라 전체가 신음하는 중이었다.
만약 일본 관료들이 미리미리 이를 대비하였다면?
혹은 사태 수습 과정에서 선진열강의 모습을 보여 줬다면?
그랬다면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아졌겠지만.
현재 일본의 우두머리들은 하나같이 목 없는 닭처럼 몸만 바둥대며 실제 수습은 뒷전이었기에, 일본 국민은 시간이 갈수록 절망감만 쌓여 가고 있었다.
‘그놈의 매뉴얼······.’
김구는 일본인이 아닌데도 괜히 마음 한편이 답답해져 갔다.
일본 고위층 특유의 ‘책임 미루기’ 행정 처리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그도 모르게 주먹이 부르르 떨리기 때문이었다.
매뉴얼은 위급 시에 일 처리를 더욱 빠르게 하기 위해 미리 작성된 문건.
하지만 일본에서는 책임 회피 수단으로만 사용되고 있었기에, 현재도 지도층들은 비효율적인 매뉴얼을 핑계 대며 현 사태를 아주 느리게 수습하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른다면······.’
일본 시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쌓일 것이다.
그리고 화산이 폭발하듯, 어느 특정 시점에 다다르면 그들의 분노가 한곳으로 발산될 것이고.
‘우리도 그랬었다.’
사십여 년 전이었던 임오년.
군인들의 봉급에 쌀이 아닌 모래가 다수 섞여 있다는 것이 계기가 되어 한바탕 크게 난리가 나지 않았던가?
처음에는 이를 주도한 민 씨 일족들에게만 그 화살이 돌아갔지만.
나중에는 개화파들과 일본 공사관으로도 그 분노가 번졌다.
‘잠깐만······.’
비상한 김구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의 조선에서 벌어진 임오군란 같은 사건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일본에 다가올 미래를 조심스레 예측했다.
‘일본 중심부에서 같은 일이 생겨난다면······ 어쩌면, 잃어버렸던 삼남을 되찾을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에서는 명분이란 것이 중요하다.
수천의 합중국 시민이 일본 땅에서 무고하게 학살당한다면?
이것이 일본 당국에 의해 감춰지지 않고, 국제사회에 그대로 노출된다면?
김구는 최근 몇 차례 발발했던 사건들을 떠올리며 이를 계산해 보았다.
‘아니야!’
김구는 고개를 거칠게 흔들었다.
그러곤 제 손으로 뺨을 강하게 치며 꿈에서 깨려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부, 부국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 별일 아닐세. 중요한 만남을 앞두고 그만 졸음이 와서······ 긴장이 풀어진 듯하여 뺨을 좀 두드린 것이네.”
“······괜찮으십니까?”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다네. 그보다······ 대표부 건물까지는 얼마나 더 남았지?”
“오 분 뒤면 도착합니다.”
까딱 잘못하면 억울한 시민들 삼천여 명이 희생될지도 모른다.
좋은 개전 명분을 얻어 봤자다.
애꿎게 죽은 이들의 목숨은 돌아오지 않는 법이니까.
‘그들은 우리 국민이야.’
정부 관료들은 자국의 국민을 지켜야 하는 법.
아무리 암살에 특화된 김구라고 해도, 여태껏 그가 죽인 이들은 모두 합중국의 적들이라 볼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과 우리 국민은 달라.’
김구는 삼남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도쿄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 더 먼저라고 생각했다.
“도착했습니다.”
“그래. 자네는 여기서 기다리게나.”
“예.”
김구는 아까 했던 다짐을 잊지 않으리라 마음먹으며 천천히 영사실로 향했다.
* * *
“어서 오십시오.”
대한합중국 도쿄 대표부의 영사인 임정수.
그는 능글능글한 표정을 지으며 김구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정보국에 관한 이야기는 미국에 있을 때부터 많이 들었는데 말입니다. 정보국 요원들은 마치 그림자와도 같아 실체를 볼 수 없다고 들었는데. 그런 정보국의 고위 관계자분과 이렇게 대면할 줄이야. 영광입니다.”
임정수는 김구를 격하게 환영하며, 영사실 중앙에 있는 소파로 그를 안내했다.
“현재 대표부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구는 살짝 급했다.
일본의 성난 민중이 언제 어떻게 대한합중국 대표부 건물로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그랬기에 김구는 잡담 없이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살짝 혼란스럽죠. 최대 수용 인원을 진즉 초과하여 받는 상황이니까요.”
이에 임정수는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후,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렸다.
그러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합중국 시민들의 임시 막사 건물을 한참 쳐다보다가 이내 김구에게로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마십시오. 비축한 식량 또한 상당량 존재하여, 한 달 정도는 외부의 보급 없이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비축 물자를 충분히 쟁여 놓았으니까요.”
“다행입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임정수는 쑥스러운지 제 머리를 긁적이다가 이내 손을 내리곤, 다시금 김구에게 말을 이었다.
“그보다, 다른 문제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더욱더 나빠지고 있다죠?”
“······.”
“혹,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들에게 완전 무장을 하라고 미리 일러둬야 할까요?”
임정수의 질문에 김구는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러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
“그럴 일은 없어야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는 해야 할 테니까요.”
“허허.”
임정수는 살짝 긴장했는지, 김구의 말이 끝나자마자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괜찮으십니까?”
“사실 본인은 이런 복잡한 외교 업무보다는 문화재 반환을 위해 이곳으로 파견되었는데 말입니다.”
임정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작금의 솔직한 심정을 김구에게 사실대로 고백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몰랐던 터라 이거, 참으로 난감합니다.”
임정수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까까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밝은 척 연기라도 한 것 같았는데.
시위대가 이곳으로 몰려올 수도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패닉에 빠진 듯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임정수는 대표부 영사다.
김구처럼 훈련받은 요원도 아니었으니,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을 거다.
더욱이 시위대가 이곳으로 몰려온다면, 가장 먼저 찾아서 심판대에 올릴 인간이 바로 임정수일 터.
과거 임오군란 당시 1순위 표적이 된 자 역시 일본공사였던 하나부사이지 않았던가?
“그래도 영사님 덕분에 수많은 우리 문화재들이 지난 1년 동안 합중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김구는 살짝 공황이 온 임정수를 살살 달래며, 그가 일본에서 한 일들을 치하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로 모조리 불탈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지금 우리 대표부 지하실에 무사히 안치된 유물들은 전부 영사님 덕분입니다.”
어린아이 달래듯 살살 달래니.
아무 말도 못 하고 덜덜 떨던 임정수 역시 제정신을 찾아갔다.
“······부국장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군요.”
“아닙니다. 본인은 사실만을 말했는걸요.”
임정수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듯 보여, 김구는 다시금 하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건 그렇고······ 일본의 수뇌부와는 접촉해 보셨습니까?”
“예? 아, 예! 앞으로 다섯 시간 뒤에 하라 총리와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약속까지 잡아 두었습니다.”
김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패닉이 온 얼굴을 보고 살짝 실망했는데.
그의 앞에 있는 임정수가 영 쓸모없는 인간은 아닌 듯했다.
“영사님께서 총리 공관으로 향하실 것입니까?”
“아닙니다. 본인은 협상 능력이 많이 모자라서, 지금 우리 합중국을 대표하기엔 많이 모자랍니다.”
영사가 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김구는 임정수에게서 여느 일본인과 같은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어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그렇다면······.”
“그래서 본국에 연락하여서 전문가 한 분을 초대하였습니다.”
“전문가요?”
“예. 슬슬 오실 때가 되었는데 말이죠.”
다행히도 임정수가 놀고만 있진 않았다.
관련 내용을 김구 역시도 보고받아야 했지만, 워낙 급하게 통신이 오간 일이라서 그에게 전해지지 못한 듯했다.
더욱이 대표부 건물은 정보국 요원들이 감청하고 있지 않았기에.
김구는 어느 누가 이곳에 협상하러 오나 궁금해하며 임정수의 얼굴만을 빤히 보았다.
“영사님.”
그때였다.
밖에 머물던 비서 하나가 급히 급히 영사실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둘은 무언가를 소곤거렸는데.
다행히도 좋은 소식 같았다.
영사의 표정이 동이 튼 것처럼 아주 환해지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 우리 해결사님께서, 방금 중앙역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해결사라?
김구는 임정수가 말하는 해결사가 누구일까 기대하며, 그에게 지금 오는 이의 약력을 간단하게 설명받았다.
이후에 영사실로 막 들어온 해결사와 악수를 했다.
“오! 그대는 김 부국장이 아니오?”
“신임 외무대신께서 일본에 방문하실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시지 않으십니까?”
전에 몇 번 봤던 인물이다.
더욱이 능력 또한 검증된 자라서 그런지, 김구는 긴장의 끈을 살짝 놓으며 막 영사실 안으로 들어온 합중국 정부 인사를 환영했다.
* * *
“안녕하십니까. 총리 각하.”
“어서 오십시오. 이 외무장관.”
이승만과 하라 다카시는 서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이후 어색한 미소를 교환한 후,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임정수 영사를 통해 본인을 급히 찾았다지요?”
“예.”
“본인 또한 대한합중국과의 수교 체결 문제로 이 신임 외무장관과 나눌 말이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습니다.”
하라는 비서들이 내온 차를 권하며 이승만을 살짝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일단 이 외무장관의 이야기부터 경청할까 합니다만. 그래요. 본인과 긴급히 나눌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이승만은 조금 여유로운 표정으로 손깍지를 끼며 등을 소파에 기댔고.
이후 살짝 진중한 표정으로 제 이야기를 꺼냈다.
“현재 일본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갈림길요?”
“예.”
이승만은 속으로 생각했다.
전쟁과 평화.
이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라는 무엇을 선택할까 궁금해하며 자신의 빈 두 손을 하라에게 보였다.
“열도 내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총리께서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듣자 하니 제가 이곳으로 오는 동안에도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시신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지요?”
“······.”
“더 나아가, 우리 국민 스물일곱이 습격받았다는 보고 역시 받았습니다. 치안 상황이 점점 나빠지며 일부 국민이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 같더군요.”
하라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이승만을 바라보며, 그래서 어쩔 거냐는 표정을 지었다.
“혹, 피해자 보상 문제 때문에 일국의 장관께서 친히 대한해협까지 건너온 것입니까?”
이승만은 피식 웃으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 그 문제는 이따가 따로 거론할 예정이지만······ 지금은 일단 나중으로 미루지요. 더 중요한 문제들이 우리 둘 앞에 산적해 있으니까요.”
“더 급한 문제라면?”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불온한 시위대 중 일부가 우리 대표부의 건물을 급습할 계획을 꾸미고 있다더군요.”
“······!”
하라의 동공이 급속히 커졌다.
혹시나 했지만, 해당 정보는 그 역시 처음 듣는 모양.
이승만은 한층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관련 내용을 줄줄이 설명했다.
“현재 동경에 자리한 우리 대표부에는 약 삼천여 명의 합중국 신민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만약 이곳에서 학살극이 펼쳐지기라도 한다면 어찌 될까요?”
“······.”
“진짜로 그런 일이 도쿄 한복판에서 터진다면, 우리 합중국이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까요?”
하라는 몸을 뒤로 당겼다.
이후 그는 팔짱을 끼며 이승만에게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거론하며, 지금 나를 겁박하는 것입니까?”
하라는 방금 이승만이 꺼낸 이야기에 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일단은 부정부터 하며 시간을 벌고자 했다.
이승만은 그의 전략을 존중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하라와 싸우려고 온 것은 아니었기에, 하라의 주장에 부정부터 했다.
“겁박이라니요. 그저, 노파심에 경고하는 것입니다.”
이승만은 목에 힘을 꽉 주며.
만약 상황이 바뀌었다면 하라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이냐고,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우리 한양에서 일본 신민 삼천여 명이 참살되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
“과연 귀국은 이를 가만히 두고 보겠습니까?”
하라가 침묵한다.
이승만의 제안대로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본다면, 그 역시도 할 말이 없어지니까.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라는 차원에서, 한 가지 고급 정보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승만은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현재 우리 대표부 건물에는 미국인 일곱 명이 머무르고 있답니다.”
“······!”
“파란 눈에 노란 머리를 한 서양인이 아니고, 우리와 그리고 일본인과 생김새가 아주 비슷한 동북 아시아인들이지요.”
이승만은 마치 당장이라도 시위대가 대표부 건물을 급습할 것만 같은 표정을 지으며 한 가지를 가정했다.
“성난 시위대가 대표부 건물을 급습하기라도 한다면, 그곳에 있는 미국인들은 어찌 될까요?”
“······.”
“우리와 싸울 각오는 되어 있다 치더라도······.”
이승만은 끼우고 있던 손깍지를 풀며 하라에게 물었다.
“미국과 싸울 준비는 끝났습니까? 이것 또한 노파심에서 물어보는 이야기입니다. 총리.”
< 누가 우물에 독을 풀었나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