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9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92화(392/392)
< 파리 올림픽 (3) >
똑똑-
내가 머무는 호텔 객실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는 인기척을 냈다.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곧 문밖에 서 있던 남자가 천천히 문고리를 돌린 후, 방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혹, 이 황태제님이십니까?”
“그렇소만.”
“인사드립니다. 이탈리아 왕국의 신임 총리인 무솔리니입니다. 이 황태제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내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굉장히 멀끔했고, 무엇보다 패션 감각이 엄청나게 뛰어났다.
‘역시 이탈리아 사람인가 보네.’
나는 오른손을 쭉 뻗으며 무솔리니의 손을 꼭 잡았다.
“본인 또한 기쁘오. 참으로 대단하고 유명한 인물과 방금 악수를 나눈 셈이니까.”
“예?”
“나와 비슷한 연배인데, 한 나라의 수장인 총리 자리를 꿰차다니. 그것도 30대에 말이오. 참으로 존경스럽소.”
“······.”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본인 앞에 있는 총리의 정치적 능력이 참으로 뛰어난가 보오.”
현대 TV쇼에서 이런 말을 했다간 단 하루도 안 되어서 사회적으로 매장당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다행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직 무솔리니가 폭주하여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도 않았고, 전 세계로부터 전범으로 지목된 상황도 아니니까.
이탈리아를 제외한 서구 열강과 대중들에겐 그저 과격한 신인 정치인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무솔리니 앞에서 달콤한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금 이 자리에는 나와 무솔리니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다.’
그 말은 즉, 지금 내가 무슨 개소리를 하더라도 괜찮다는 말.
무솔리니가 언론에 오늘 있던 일을 흘리더라도, 그가 꾸며 낸 이야기라며 나중에 오리발을 내밀 수 있었기에.
나는 달콤한 말을 연신 쏟아 내며 무솔리니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이신 이 황태제님께 이런 칭찬을 듣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본인은 그저 진실을 나열했을 뿐이외다.”
“이 황태제 전하. 처음 만난 자리인데 이거, 저를 너무 띄워 주시는 것 아니십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호텔 방 한가운데에 있는 소파로 무솔리니를 안내했다.
이후엔 자리에 앉으라 권한 후, 서랍장 안에 준비했던 술을 꺼내며 본론에 앞서 그가 왜 이곳에 들렸는지를 물었다.
“비서실을 통해 살짝 이야기를 듣긴 했소만······ 본인과의 독대를 강력하게 요청했다고요?”
“예.”
“무슨 이유로 이 자리를 마련하길 원했는지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소이까? 살짝 실례되는 말이지만, 사실 우리 둘 사이에는 무언가를 공유할 비밀이 아직은 없는 것 같아서······ 처음 이 제안을 들었을 때는 고개를 갸웃했소이다.”
살짝 무례할 수도 있지만.
나는 대화 초반, 오늘 그가 왜 이 자리를 원했는지를 아주 대놓고 질문했다.
‘진짜로 이탈리아와 대한합중국 사이는 썩 좋은 관계가 아니니까.’
오히려 기존의 이탈리아는 일본 쪽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파리강화회의에서 일본과 함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국가가 바로 이탈리아였으니까.
“이 황태제님께 한 가지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도움?”
“예. 그렇습니다.”
무솔리니는 다행스럽게도 불쾌한 내색 없이 내 질문에 답을 했다.
‘무솔리니는 유럽의 3대 독재자다. 그런데도 내 앞에서는 비교적 온순하군.’
무솔리니가 내게 화를 내지 않은 이유엔 여러 가지 요인이 더해졌을 것이다.
‘일단 현 이탈리아는 왕정국가다.’
멀쩡히 왕이 살아 있는 사회.
그리고 나는 이탈리아인이 아니지만 왕족이다.
‘무려 황태제지. 차기 황위 계승자란 말이다.’
그렇기에 무솔리니는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대화 초반에 무솔리니에게 호감을 보이며 살짝 열려 있는 자세를 취하자, 그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졌는데.
그랬기에 살짝은 무례한 질문도 가볍게 넘어가며 대화가 이어지는 것 같았다.
‘좀 더 파 볼까?’
본디 외교는 외줄타기 같은 긴장감 넘치는 교섭 행위다.
나는 선을 넘지 않은 선에서 내게 유리할 수도 있는 정보를 모으기 위해, 힐긋힐긋 무솔리니의 표정을 살피며 다음 말을 했다.
“도움이라······ 살짝 미안하지만, 본인은 총리께 도움받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나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척 행동하다가 다시금 입을 뗐다.
“LA 올림픽 유치 문제가 살짝 본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긴 했지만, 그 문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본인에게 더 이득인 것 같은데.”
“······.”
“총리. 빙빙 돌리지 마시고 아주 시원하게, 그 이유를 단번에 말씀해 주실 수 있소이까?”
나의 부탁에, 무솔리니는 마시던 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다음 말을 했다.
“바티칸과 관련된 일입니다.”
“바티칸?”
“예. 그렇습니다. 과거 십여 년 전부터, 이 황태제 전하께서는 줄곧 바티칸에 한 가지를 요청해 오지 않으셨습니까?”
요청이라.
아!
무언가가 떠올랐다.
‘제사 문제.’
이로 인해 벌어질.
미래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로마 교황청에 먼저 친필로 편지를 보냈었지.
그래.
‘종파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기독교는 제사 행위를 조상에 대한 우상숭배라 생각하지.’
아까도 언급했지만 일부는 제사를 허용한다.
로마 가톨릭이 그 예다.
1930년대 비오 12세부터 유교 문화권이 오랜 기간 공유한 조상 제사를 사회적 풍습이라고 규정 지으며 이를 조건부로 수용한 것.
‘물론 나는 거의 무교에 가까운 기독교인이기에, 이에 관해 별생각이 없다만······.’
어떤 이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일 것이다.
“살짝은 민감한 종교 문제를, 우리 무솔리니 총리께서 조율해 주실 생각이시구려.”
나는 일국의 황태제다.
만약 내가 귀국하였는데, 종교적인 신념을 내세우며 종묘에서 행해지는 선조들의 제사를 거부한다고 생각해 보자.
사회적으로 어떠한 혼란이 오겠는가?
‘그렇다고 기존 종교를 헌신짝처럼 버리면, 서구 열강의 지도자들이 나를 괴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어.’
여러모로 복잡한 일.
더욱이 기존의 종교나 관습을 버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내가 아무리 개국 군주급의 위상을 지녔어도, 이 문제만큼은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
그랬기에.
이를 위해 몇 가지 보험을 들어 놓고 있었다.
‘대한 정교회가 파생된 것도 이 때문이지.’
영국의 국교회처럼.
다른 교리는 전부 기존의 개신교처럼 똑같지만, 딱 제사 문제만을 따로 떼어내 신흥 종파 하나를 만들어 두었다.
만약을 위해서다.
진짜로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쟁거리가 된다면, 종파를 바꿀 생각도 있었으니까.
‘무솔리니가 도와준다면······ 가톨릭 또한 기존보다 더 빠르게 조상 숭배 행위를 수용해 줄 수도 있다.’
내게는.
더불어 대한합중국에는 이득이 되는 행위.
그렇기에 나는 활짝 웃으며 무솔리니에게 인사부터 했다.
“일단 감사의 말부터 하고 싶소이다.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선한 의도로 조금 전에 언급했던 제안을 본인에게 말씀하셨을 테니.”
“이른 시일 안에 한번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무솔리니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전까지 꽤 유능한 수완을 보였다.
그렇기에 이리 맞춤형 제안을 지금 내게 한 것이겠지.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공짜로 조율하실 리는 없을 테고.’
무솔리니는 머리가 영민하며 동시에 탐욕 또한 많은 자다.
그가 무료로 온정을 베풀 리는 만무했기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무솔리니를 바라보았다.
“총리.”
“예. 이 황태제님.”
“방금 제안의 대가는 무엇입니까? 무언가 본인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니 이런 선의를 먼저 베푼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
“만약 방금 하신 제안이 성사된다면, 본인은 총리에게 무슨 선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내게 솔직한 속마음을 알려 주시오.”
무솔리니는 나를 한번 보곤 피식 웃었다.
이후, 그의 앞에 가득 따라져 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내게 말했다.
“제 수를 읽으셨으니, 당연하게도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
“저는 황태제 전하의 돈을 원합니다. 정확히는 이탈리아에 케미컬투자은행이 진출했으면 합니다.”
“흠.”
나는 일단 손사래부터 치며 총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안타깝게도 본인은 유동 자금이 부족하다오. 기존 투자처에 돈이 꽁꽁 묶여 있고, 최근에는 일본에 잘못 발을 들였다가 낭패를 보고 있으니까.”
“그렇습니까? 이상하군요. 제가 입수한 소문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말이 전하의 입에서 나오다니요······.”
무솔리니는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세간에서는 이번 간토 대지진을 통해 전하께서 많은 이익을 보았다고 합니다만.”
이 말은 진실이다.
더욱이 이를 아는 자 또한 꽤 많았기에, 통째로 이를 부정하진 않았다.
“손해는 보진 않았소이다. 다만, 아직 투자 자금을 전부 회수하진 못했고 상당량의 이익이 전부 합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 문제이외다.”
“······하긴, 현재의 합중국은 깨진 항아리와도 같긴 합니다. 끝없이 자금을 밀어 넣어도 개발 자금이 부족할 테니까요. 이해는 갑니다.”
이해는 간다지만.
무솔리니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돈이 없다고 계속 오리발을 내미니, 인내심에 한계가 온 모양이다.
“흠. 총리께서 선의를 먼저 베풀었으니······ 본인 또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고. 아! 그렇지. 조금이지만 비상 자금이 존재하긴 하외다.”
“비상 자금이요?”
“그렇소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비상 자금이기에 ‘대놓고’ 이탈리아에 투자할 수는 없소이다.”
특정 단어.
그러니까 ‘대놓고’라는 단어를 아주 힘껏 강조하며 손깍지를 꼈다.
이에 무솔리니가 나의 의도를 알아차리곤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말은······ 해당 자금을 살짝 우회하여 이탈리아에 투자하시겠다는 뜻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확히는 투자라기보단······ 매매 행위라고 볼 수 있겠는데 말이오.”
“매매요?”
“그렇소.”
무솔리니는 또 한 번 실망했다는 표정을 팍팍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저는 이탈리아의 총리이지만, 아국의 국민에게 무언가를 팔라고 강요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닙니다.”
“알고 있소이다. 그래서 이것들을 구매하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품 안에 있던 목록을 건넸다.
무솔리니는 내가 건넨 제안서를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앞으로 버려지는 쓰레기를, 본인이 아주 비싼 가격에 매입하려는데······ 총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게 궁금하외다.”
* * *
“전하.”
최현우가 살짝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무솔리니 총리에게 건넨 제안서 말입니다.”
“듣고 있네. 계속 말해보게.”
“전하께서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제안이라 생각하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그리 생각한다네. 이탈리아 로마에 현존하는 문화재는 앞으로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
“오늘 우리가 이전할 건물들은, 미래에 아국의 소중한 미래 자원이 될 것일세.”
무솔리니는 파시즘 지도자다.
민족주의를 아주 맹신하는 자로서, 그만큼 과거 로마의 영광을 다시금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거액의 돈을 들여, 로마 시대 유적을 재건하는 이유도 그 이유 때문이겠지.’
현대의 로마는 무솔리니가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독재자답게, 복원 과정이 참으로 비민주적이었다는 것이 문제겠다.
‘이때 로마에 있던 상당수의 중세시대 건물들이 사라졌지.’
중세시대 건물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무솔리니의 도시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로마 시대의 유적들 또한 자잘하게 없어졌다.
나는 이것들을 통째로 사들여, 대한합중국의 도시로 옮기려고 했다.
‘미래의 관광 자원이 될 거다.’
현대 대한민국의 프띠 프랑스, 프띠 이탈리아 말고.
진짜 로마의 중세 모습을 그대로 옮기려는 거다.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은 여행을 참 좋아했지.’
세계 어딜 가나 한국인이 있었다.
이러한 여행 수요를 조금이나마 국내로 흡수하기 위해, 나는 이를 조금 앞서 투자하려 했다.
‘더하여, 이를 핑계로 잉커우 구시가지를 정비한다면······.’
로마 시대 유적은 잉커우로 대거 옮겨 갈 거다.
지금은 꽤 비싼 돈을 들여가며 폐자재들을 사들인 것으로 생각될 테지만, 나중에는 신의 한 수로 여길 수도 있지.
기존 조차지에 살던 원주민들을 쫓아낸 후, 거리를 재구성한 후 한인들을 이주시킨다면.
잉커우 지방의 대한합중국 시민들 비율을 높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되면 장기적으로 우리가 잉커우를 흡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위안커원은 단기적으로 이를 조차한 후, 다시금 되돌려받을 생각이겠지만.
한국인의 비율이 높아진다면, 쉽지 않아질 것이기에 나는 이것까지 머릿속에 계산하며 무솔리니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아! 혹 내게 또 질문할 거리가 남았나? 궁금한 게 있으면 말하게. 언제든 답변해 주겠네.”
< 파리 올림픽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