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4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42화(42/392)
< 보헤미안 클럽 (3) >
포커를 치는 데 돈이 오가는 것 외에도 좋은 점을 찾아본다면, 함께 게임하는 일원들의 성향을 합법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거다.
“거참, 빨리빨리 돌리게. 패 돌리는 사람 어디 갔는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프란시스 J.헤니는 성격이 꽤 급해 보였다.
조금만 꿈지럭거려도 성을 버럭 내곤 했으니까.
“제길, 오늘 왜 이리 패가 안 붙지. 아니, 이 왕자님. 포커 처음 쳐 보시는 분 맞습니까? 어떻게 매번 이기십니까?”
게임당 15달러 정도가 판돈으로 오갔다.
저임금 노동자의 한 달 치 월급과 비슷한 금액.
하지만 여기 있는 이들의 재력을 고려해 보면, 판돈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이런 애들이 다루기 쉽지.’
저리 승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헤니는 승부욕이 꽤 강한 것 같았다.
적당히 맞춰 주다가 아슬아슬하게 져 주면 팔짝팔짝 뛰며 기뻐할 타입.
“나이스!”
역시, 예상대로군.
아슬아슬하게 져 주니까, 세상을 다 가진 듯 좋아한다.
프란시스는 나의 속마음도 모른 채, 오랜만에 이긴 자신의 승리를 자축했다.
‘검사라고 했던가?’
몇 번 이리 반복한 후에 비위 좀 살살 맞춰 가며 칭찬 좀 해 주면, 자신이 아는 정보를 술술 말할 것 같다.
요긴하게 정보원으로 써먹을 수 있겠네.
‘슬슬 법조계와도 면을 터야 할 때긴 하지.’
정계, 경제계 인물과 함께 고위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 법조계이지 않은가?
그들과도 인연을 만들어 놓긴 해야 했는데, 이자를 시작으로 거미줄처럼 관계를 뻗어 나가면 될 것 같았다.
“자자, 이제 시작입니다. 이번 판부터는 제가 다 이길 테니, 왕자님께서는 판돈을 넉넉히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현재까지 내가 가장 많이 이겼다.
그렇기에 헤니는 나만을 콕 찍었다.
그러면서 내 칩들을 훑어보기까지 했는데, 아기같이 단순한 그를 보고 있자니 기가 찼다.
“어휴······ 심장이 약해서 더는 못 해 먹겠습니다. 저는 잠시 빠지겠습니다.”
파제스는 담력이 시원치 않아 보였다.
아니면, 막 꽃을 피운 예술가답게 지갑 사정이 살짝 넉넉지 못하거나.
“다들 게임에만 집중하시는군요. 뭐, 재미난 이야기 같은 건 없습니까? 함께 공유 좀 합시다.”
허스트는 언론사 사장답게, 게임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다.
우리가 너무 게임에만 집중하는 탓에, 허스트는 따분하다는 듯 한쪽 턱을 괸 채로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다.
“맞습니다. 오늘 처음 오신 이 왕자님께서도 게임에 집중을 못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다들 이 왕자님을 위해서라도, 재미난 소문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나눕시다.”
그리고 우리 기름장어 앤서니는 허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특이한 점은 자신은 쏙 뒤로 빠진 채 나를 팔았다는 거다.
이 능구렁이 새끼.
나는 앤서니의 의도를 알아차렸기에, 그가 날 방패막으로 삼은 이유를 은근히 떠보았다.
“나는 재미있는데. 자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에이. 아까부터 이 왕자님께서 게임에 집중을 못 하시지 않습니까? 카드를 보기보단 저희 얼굴을 살피고 더불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계시는데······ 전형적으로 따분한 자들이 하는 행동입니다.”
너도.
게임에 집중하지 않고, 사람을 관찰하고 있었구나.
타깃은 바로 ‘나’고.
앤서니를 경계하며 카드 게임에 다시금 집중하는 척하려고 할 때.
화가였던 파제스가 내 쪽으로 조금 더 다가오며 슬쩍 한 가지를 물었다.
“혹시, 왕자님. 아까부터 저 여인을 계속 보고 계시는데 말입니다. 혹시 저 여가수에게 관심이 있으십니까?”
파제스의 속삭임에, 허스트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막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목소리가 아름답긴 해서 몇 번 쳐다보았네.”
여인이 계속 나를 힐긋힐긋 쳐다보고 있기도 했고.
하지만 뒤에 말은 굳이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이건 순전히 나만의 ‘추측’이었으니까.
“저 여가수, 셀레나 아궤로입니다. 여기 샌프란시스코에서 알아주는 가수이지요.”
셀레나는 이 클럽에 자주 초빙된다고 한다.
그만큼 인기있었으니까.
‘이리저리 주워듣는 것도 많겠군.’
이 클럽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아주 잘 알고 있겠네.
그녀에 관해 속으로 잠시 생각을 좀 해보았다.
“마드리드에서 왔다고 합니다. 소문으로는 스페인에서 몰락 귀족의 여식이었다는데 말입니다.”
“오호······ 더더더 말해 보게나.”
나는 가만히 있는데, 허스트가 옆에서 파제스를 부추겼다.
이에 파제스가 힐끔힐끔 셀레나를 보며 아는 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 앞에서 노래하는 직업이다 보니, 수많은 남성이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한 명도 그녀와 밤을 보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어째서?”
“자신이 원하는 상대하고만 밤을 보내고 싶다 들었습니다. 거절했을 때 멘트가 항상 그렇답니다.”
“도도한 여인을 정복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지요. 왕자님, 한번 도전해 보시지요. 혹, 왕자님께서 싫다면 제가 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허스트의 호기에 앤서니가 콧방귀를 뀌었다.
“허스트 사장님. 여기 파제스가 왜 이 테이블에서 방금 그런 말을 했겠습니까? 괜히 헛물켜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왜 이래? 나 허스트야.”
그렇게 말하곤, 허스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선 여가수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뭐라 말하는 것 같은데.
이내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포커 게임 테이블로 다시 돌아왔다.
“어찌 되었습니까?”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헤니가 허스트에게 곧장 물었다.
그러자 허스트가 살짝 주눅이 든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신은 매춘부가 아니라고 하는군. 내 집사람에게나 잘해 주라고 저 여인이 면박을 주었네.”
“쯧쯧. 제가 뭐랬습니다.”
그때.
헤니가 주먹을 꽉 쥐었다.
“나이스! 이번 판도 제가 또 이겼군요. 왕자님의 초심자 운도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헤니의 얼굴이 활짝 폈다.
자식.
일부러 계속 져 주고 있는데.
‘슬슬 시작해 볼까?’
헤니에게 궁금한 게 있었는데.
지금처럼 흥분했을 때가 딱 적기다.
“아······ 이런 걸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말씀하십시오. 이 왕자님.”
“그 아베 루에프 있잖은가?”
“예.”
“소문에는 감옥에 몇 년 안 살고 출소할 것이라던데 말이야. 사실인가?”
헤니 검사가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한 2년 정도 감옥살이를 하겠지요.”
“2년?”
“예. 죄질에 비해 생각보다 형이 짧지요?”
“그렇군.”
“형량 거래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 왕자님. 혹시 형량 거래에 관해 잘 아십니까?”
‘형량 거래’는 사법부에 협조하면 그만큼 감옥살이 기간을 줄여 준다는 제도다.
하지만 내가 모른다는 식으로 고개를 젓자, 헤니가 이를 짧게 설명하며 나를 다독였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지 살겠다고 친분 있는 여러 거물을 팔아넘겼습니다. 나와도 쉬이 재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기 있는 자들은 나와 루에프의 관계를 잘 알고 있다.
상당수가 재건위원회 특별위원이었기 때문이다.
맨 처음 회의에서 루에프가 내게 어떤 모욕을 주었는지 다들 잘 알고 있었기에, 내가 왜 루에프의 형량에 관심이 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눈치였다.
“플린트 상원의원께서 5일 뒤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실 겁니다.”
유용한 정보가 터지기 시작하자, 앤서니 역시 빠르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연임 도전을 포기할 것입니다.”
“나이도 아직 팔팔한데······ 무슨 연유로 상원의원을 그만둔다는 것입니까?”
허스트 사장의 물음에 앤서니가 답했다.
“본인 건강도 별로였는데, 최근에 막내아들 역시 위태위태하지 않습니까? 그 때문에 여사님께서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 빈자리는 누가 먹게 되는가?”
“우리 당에서는 제임스 질럿이 이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뭐, 주지사님도 그렇고요.”
제임스 질럿은 루에프가 차기 주지사로 밀던 인물이다.
주지사로선 정적인 인물.
이런 고급 정보를 앤서니는 내게 계속 던져 댔다.
“민주당에서는 조셉 R 놀랜드가 나올 거란 이야기가 돌고 있더군요.”
“그자 무당파 검사가 아닌가?”
“모르지요. 이번에 민주당에 입당할지.”
“그 말은 공화당 후보로도 나올 수 있다는 소리군.”
앤서니가 노란 금발을 뒤로 넘기며 내게 물었다.
“이 왕자님. 이 왕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가 플린트의 뒤를 이을 거로 예상하십니까?
앤서니의 말은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나의 동류일 가능성이 큰 자.
지금 이 말은 즉, 누굴 마음속에 품고 있냐는 뜻이겠지.
“4년 후에 일인데······ 지금부터 추측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네. 더군다나 나는 외국인일세. 뭐 경제나 외교 정도는 좀 알아도 미국 국내의 정치는 갓난아기 수준이네.”
앤서니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보였다.
내 말대로 아직 4년이나 더 지나야 하니까.
4년이라는 시간은 꽤 긴 시간이었기에, 그는 나를 계속해서 좀 더 지켜볼 생각인 것 같다.
“왕자님께서도 저희에게 재미날 만한 이야기 좀 하나 해 주십시오.”
허스트 언론 그룹의 총수 허스트가 나를 바라봤다.
이렇게 고급 정보들을 하나씩 뱉고 있는데 난 뭐 할 말 없냐는 표정이다.
“다들 한마디씩 재미난 이야기를 해 줬으니······ 나 또한 이야기보따리를 하나 풀어 볼까 하네.”
“무슨 이야기를 말입니까?”
“뭐 재미난 투자처라도 알고 계시는 것입니까?”
다들 귀를 쫑긋한다.
그도 그럴 게, 세간에선 나를 두고 이르길 투자 천재라 칭했으니까.
미국인치고 돈 싫어하는 인간은 없기에, 그들은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혹시 영국 채권을 가지고 있는 자가 있는가? 나라면 영국이 발행한 채권을 당장이라도 팔아 버리겠네.”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이게 다 여기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대지진 때문일세. 이곳에 금이 대거 풀리지 않았던가? 영국은 그 때문에 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네.”
당장 로이드사만 해도 5천만 달러나 되는 금을 샌프란시스코에 보험금으로 쏟아부었다.
지진 특약이 있던 보험까지 보상해 주고 있어, 피해보상액은 최대 9천만 달러까지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
수많은 영국계 보험회사들이 금화로 이재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으로 빨려 들어간 금을 보충해야 하기에 반드시 다음 행동을 취할 거다.
“영란은행은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일세.”
“영란은행이요?”
“그래.”
“하하하. 하하하하.”
허스트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쪽에 제가 아는 지인이 있습니다만, 그런 소리를 일절 듣지 못했습니다.”
“자네보다 인맥이 두텁진 않지만, 나는 확신하네.”
“어째서 그리 말씀하십니까?”
“금이 부족하니까. 이를 회수할 방법은 하나뿐이네. 금리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지.”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이 내려간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올라가고.
기초적인 금융 지식.
여기 있는 이들은 이런 정보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이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언제쯤 영란은행이 움직이리라 예상하십니까?”
“이르면 내달, 늦어도 올해 연말 전에는 무언가 행동을 취할 걸세.”
다들 제법 진지해졌다.
그야 돈에 관한 이야기니까.
‘조금씩은 다들 영국 채권을 가지고 있나 보군.’
그야 현재 영국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니까 그렇겠지.
더욱이 아직 중앙은행도 없는 미국보다야 금융 시스템도 훨씬 선진적이고.
“슬슬 가 볼 때가 되었군. 이번 판을 마지막으로 일어나지.”
나는 핵심은 쏙 빼먹었다.
미국의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는 예언은 하지 않았던 것.
‘이건 말할 이유가 없지. 내가 쏙 빼먹을 거니까.’
혹시나.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란 정보로 이를 추측한다고 해도 크게 변할 것은 없다.
내년에 닥칠 금융위기는 외부적인 변수 때문이 아니다.
낙후한 미국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이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크게 터져 버림으로써 일어난 일이다.
현 시스템으로는 절대 극복할 수 없다.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돈다발을 뿌리지 않는 한, 이 경직된 시스템 속에서 죽어 나가는 이들이 많을 거다.
“자, 다들 패나 한번 까 보게. 나는 풀하우스네.”
“이런.”
“왕자님이 이기셨습니다.”
“제길, 막판에 이겨야 기분 좋게 돌아갈 텐데 말입니다.”
나는 헤니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듣자 하니 골프도 꽤 즐겨 친다던데. 언제 내기 골프나 하지.”
“좋습니다. 이래 봬도 골프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요.”
나 역시도 그래.
질리도록 친 게 바로 골프공이거든.
“그러도록 하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집으로 가 봐야 할 시간이 다가와서다.
* * *
“왕자님.”
“무슨 일인가?”
집에 가기 전 화장실을 들르려고 했는데, 포커방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던 음악가 내게 접근했다.
“셀레나가 이것을 왕자님께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셀레나가?”
셀레나는 한 시간 전까지 노래를 불렀던 여가수다.
‘센트럴호텔 207호?’
트럼펫을 연주하던 이가 건넨 것은 호텔 열쇠였다.
내게 이것을 전해 달라는 말은······ 모두가 생각하는 그 이유 때문일 텐데.
“보스, 그게 뭡니까?”
“셀레나가 내게 건네준 것이네.”
“셀레나가요?”
아론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 계집애, 도도하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호텔 키라니요.”
“이런, 왕자님 또 여자를 홀리셨군요.”
그럴 리가.
진짜 눈 몇 번 마주한 것밖에 없는데.
‘아까 목마를까 물 한잔 건네며 힘들지 않냐고 눈웃음 쳤던 게 전부야.’
아론과 맥스가 내 눈치를 보며 목적지를 물었다.
“보스. 집으로 돌아가실 것입니까?”
“글쎄. 집으로 가기 전에 센트럴 호텔에 잠시 들렀다 가지. 무슨 이유로 내게 이것을 줬는지는 알아봐야 하지 않겠나?”
나는 달리는 마차 안에서 계속 열쇠를 쥐었다 폈다 했다.
* * *
호텔에 도착한 후 나는 곧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207호면, 여기군.”
받았던 열쇠를 열쇠 구멍에 넣으니 딱 맞는다.
문을 따고 들어가니 향수 냄새가 호텔 방 안에 진동했다.
“이 왕자님?”
관능적인 자세를 취하며 셀레나가 욕조 안에서 와인을 홀짝였다.
“어서 오세요.”
“반갑군.”
“소문에 동양인은 가슴과 겨드랑이 그리고 사타구니에 털이 하나도 없다는데 진짜인가요?”
와.
몸쪽에 꽉 찬 돌직구가 바로 들어오네.
“어찌 생각하나? 정말 그 소문을 믿는가?”
셀레나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모르겠으니 직접 한번 확인해 볼까 하는데 말이에요. 이쪽으로 들어와서 함께 씻으실래요?”
< 보헤미안 클럽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