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4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49화(49/392)
< 동부로 (3) >
윌리엄 듀랜트와 그렇게 헤어진 다음, 나는 빠르게 다음 약속을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오늘 이 왕자님의 안내를 맡은 비서실장 한스 웨이브입니다.”
뷰익 모터스 다음으로 접선을 시도한 곳은 포드 자동차였다.
21세기에도 GM과 함께 미국 자동차 산업의 양대 축으로 유명한 곳.
“많이 늦었군.”
다만, 포드사와 접촉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나의 계속되는 문의에도 그들은 한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사정이 좀 있어서······ 양해해 주십시오.”
한스라는 자는 나에게 빠른 사과를 한 후, 나를 본사 건물 내부로 안내했다.
그를 따라 이동하는 도중, 조금 특이한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저자들도 혹시 이곳에서 일하는가?”
포드 본사 내에는 흑인들이 꽤 많이 근무하고 있었다.
청소부 같은 잡부들은 아니고.
사무직 직원으로.
“예, 그렇습니다. 방금 지나간 스미스는 계산원이고, 그 옆에 서 있던 이는 존 말론으로 현재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내가 살짝 놀라자, 한스가 별일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 댔다.
“아, 사장님께서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인종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 고용하십니다.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여기 포드사에 취직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소수지만, 공장에서는 몇몇 장애인도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진짜로 일할 능력만 되면 죄다 뽑는 것 같았다.
의외로 임금도 인종차별 없이 똑같다고 한다.
이런.
그동안 연락을 안 줘서 포드도 인종 차별자인가 오해했는데.
‘동부에도 그나마 말이 통하는 놈이 있다는 말이로군.’
생각을 바꿔먹어야겠다.
“도착했습니다.”
제일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자, 헨리 포드의 커다란 집무실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한스는 포드가 있는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내게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로 무언가를 물었다.
“왕자님, 옆에 계신 분 말입니다. 혹시 어느 나라에서 오셨습니까? 출신을 물어봐도 될까요?”
이번 방문에는 BOI의 은행장인 지아니니도 함께했다.
내가 어떻게 포드를 구워삶는지 하도 보고 싶다고 해서 포드 본사까지 데려온 거다.
“흠흠, 내 부모님은 졸라 퓨어한 이탈리아 사람이고, 나는 그레이트한 미국에서 태어난 엔쵸비 혈통의 미국인일세.”
귀가 밝았던 지아니니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어 대며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듯한 눈빛을 쏘아 댔다.
이에 한스는 지아니니의 출신을 듣고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우리에게 팁을 주었다.
“다행이군요. 저희 사장님께서 사실 유대인들을 좀 경계하셔서 말입니다.”
유대인들을 돈독이 잔뜩 오른 놈들이라고 여기나 보네.
아······.
조금 전,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말은 취소.
유대인 차별도 인종차별주의의 한 종류니까.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날 경멸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이점을 마음속 깊이 담아 두며 헨리 포드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포드 모터스의 사장 헨리 포드입니다.”
집무실에 들어서자, 포드가 오른손을 쭉 내밀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말과 행동만을 한다.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지만.
본사의 모습도 그렇고, 작금의 행동거지도 그렇고.
극한의 효율충인 것 같았다.
“이강일세. 전에 소개했던 대로 저 멀리 대한제국에서 왔네.”
“아마데오 지아니니요. 저기, 서쪽 끝 구석진 곳에 세워진 뱅크 오브 이탈리아의 대빵이기도 합니다.”
헨리 포드가 나와 지아니니를 한번 쓱 쳐다보더니 편히 앉을 곳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제 연락을 많이 기다리셨지요?”
헨리 포드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만남이 지체된 이유를 빠르게 이어 설명했다.
“요즘 사기꾼이 워낙 많아져서, 진짜 왕자님이신지 의심부터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디트로이트는 돈이 넘쳐나는 도시니까. 꾼들이 이곳에 집결할 만하겠군.”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에도 사기꾼이 절 속이나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대뜸, 헨리 포드가 옆에 있던 한스를 치켜세워 주었다.
“제가 계속 왕자님과의 만남을 거절했는데, 여기 한스가 글쎄 이 왕자님이 진짜 왕자님이라는 증거를 제게 가지고 왔습니다.”
헨리 포드가 한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칭찬할 때는 확실하게 부하를 띄워 주는 모양이다.
나 역시 다시 한번 한스를 보며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한스가 고개를 숙이며 겸양을 떨었다.
“이 왕자님의 신분은 비교적 쉬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왕자님은 캘리포니아에서 이미 현 주지사만큼이나 유명하시니까요.”
“에이. 그리 띄워 주지 않아도 되네.”
“아닙니다. 진짜로 한 다리 건너서 연락해 보니 다들 이 왕자님을 알고 있더라고요.”
헨리 포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습니다. 다들 좋은 말만 해 주어서 이 왕자님이 어떤 분이신가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헨리 포드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늦게나마 사과드립니다. 조금 더 일찍 연락을 드려야 했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확실하게 사과까지 하다니.
실행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네.
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헨리가 한스에게 손짓을 했다.
한스는 재빠르게 커피와 기술 협력 관련 서류를 책상에 세팅했다.
헨리 포드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 뭉치를 손가락을 톡톡 치며, 내게 물었다.
“아, 본격적으로 협상에 임하기 전에 이 왕자님께 한 가지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말하게.”
“왕자님께서는 저희와 기술 협약을 맺고 싶다고 하셨지요?”
“그래.”
“그럼, 우리 회사가 왜 왕자님과 기술 협력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일단 저부터 이 자리에서 설득시켜 주시지요.”
* * *
변화구 없이 몸쪽으로 꽉 찬 직구가 헨리 포드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협상을 주도하고 싶은 생각인지, 계속하여 날 압박했다.
“저희에게 기술 협력을 요청했으니, 이 왕자님께서도 자동차를 만들려고 시도 중이시겠군요.”
그렇지.
“그에 반해, 우리 회사는 나름대로 업계에 잘 안착했습니다.”
그 말도 맞네.
“그러니 다시 한번 묻지요. 저희는 왜 이 왕자님과 협력해야 합니까?”
나는 앞에 있는 커피잔을 오른손으로 집은 후, 따라져 있던 커피의 향을 맡았다.
좋네, 좋아.
‘조금만, 천천히 속도를 늦추자.’
저리 초반부터 열을 내는 것을 보면, 작정하고 이 자리를 준비한 모양인데.
나는 커피를 홀짝인 후, 다시금 커피잔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헨리는 계속해서 나만을 바라보며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뭐하냐.
내 물음에 왜 답하지 않느냐 하는 표정이었다.
“빙빙 돌려 말하면, 시간만 낭비될 테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답하지.”
효율충을 상대로는 이 방법이 최고지.
“뭐, 딱히 이유가 있겠나? 돈 때문이지.”
“하하하, 허심탄회해서 좋습니다. 보통 높으신 분들은 직설적으로 말씀하시지 않고 여인네처럼 빙빙 돌려 말씀하시곤 하는데 말입니다.”
나는 손깍지를 끼며 허리를 좀 구부정하게 숙였다.
내 자리에서 최대한 헨리와 밀착한 거다.
“자네는 지금 자금이 필요하지 않나? 나는 기술이 필요하고. 서로 이것을 채워준다면 둘 다 윈윈(Win-Win)일 테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네만.”
헨리 포드도 처음에는 닷지 형제와 동업하지 않았던가?
기술력이 모자랐기에, 엔진은 닷지 형제들에게서 받고.
그 대가로 포드 주식 일부를 그들에게 주고.
“날 불러주지 않는 동안 자네 회사를 좀 조사했지. 타 업체 대비 생산 공장의 규모가 작더군.”
나 역시도 서류 가방에 있던 종이 뭉치를 탁자 위에 꺼냈다.
포드사의 정보가 담겨 있던 외부 보고서였다.
“거기까지 알아내셨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갔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네. 자칫 생산이 늦어지면 초반 점유율 싸움에서 확 밀려 버릴 것이네. 그랬다가는······.”
뒷말을 길게 끌며 손가락을 튕겼다.
“곧 듀랜트한테 잡아먹히겠지.”
헨리 포드가 움찔 몸을 떨며, 듀랜트라는 이름에 반응했다.
“이런, 듀랜트 대표와도 이미 접촉하셨군요.”
“나는 뷰익 사의 주주였으니까.”
“뷰익 사의 지분을 가지고 계셨다고요? 그건 어떻게 구하셨습니까? 듀랜트가 눈에 불을 켜고 시중에 나와 있는 주식을 회수 중인데 말입니다.”
“뭐, 사정이 있었네. 자네에게 이것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어쨌든 자네와 같은 이유로 그자를 지난번에 만났네. 그 자리에서 듀랜트가 내게 제안하더군.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자신에게 팔라고 말이야.”
“허허.”
내 말을 들은 헨리 포드가 등을 소파로 젖히며 웃어 댔다.
듀랜트 그놈이 또 ‘돈 지랄을 했구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더군. 한번 잡은 물고기는 놓지 않겠다는 심보였네.”
“하긴, 그자가 좀 욕심꾸러기이긴 하죠.”
나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슬쩍 헨리 포드를 떠보았다.
“나한테도 이러는 것을 보면, 자네한테도 같은 제안을 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시장에 이미 떠돌고 있는 소문이었기에, 헨리 포드는 내게 이 사실을 감추고자 하지 않았다.
“예, 저희한테도 인수 제의를 했습니다.”
나는 이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표정이 꽤 흥미로웠으니까.
“이런, 고민이 되나 보군. 상당히 높은 금액을 제안받았나 보이.”
헨리 포드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에 나는 빠르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제안에 응할 텐가?”
“······.”
헨리 포드는 입을 꾹 다문 채,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고민하고 있군. 적들은 날이 갈수록 몸짓이 커지는데 자네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으니 말이야.”
헨리 포드가 살짝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혹, 동양 왕실에서는 독심술을 가르치기라도 합니까? 마치, 제 마음속을 단번에 꿰뚫어 보시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단호한 목소리로 헨리 포드에게 조언했다.
“거절하게.”
“예?”
“그 제안 거절하라고.”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자넨, 더 높이 날 수 있네. 그런 자가 어찌 여우 밑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나중에 후회하고 다시금 제 회사를 차릴 것이 분명하니 조금만 더 버티게나.”
포드는 실제로 미국인 중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대부호가 될 사람이었다.
이대로.
듀랜트 밑으로 들어갈 리가 없지.
나는 그의 숨은 욕망을 살살 부추기며 내 앞에 있던 커피잔을 살짝 만졌다.
이에 헨리 포드가 살짝 나를 떠보듯 물었다.
“그리 조언해 주시는 것을 보니, 왕자님께서는 제 생각보다 더 많이 부자이신가 봅니다. 혹, 제 회사에 투자할 의향이라도 있으십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나는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황금을 쥐고 있네. 당장 오만 달러 정도를 자네 회사에 투자할 수도 있지. 앞으로 십 년간 함께 엔진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세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제안 또한 이어 갔다.
“자네 회사에 투자 또한 하고 싶네. 반년에서 일 년 내로 오십만 달러 정도를 동원할 수 있네.”
헨리 포드의 표정이 제법 진지해졌다.
구체적인 숫자가 오가기 시작하자, 방금 내가 한 말이 농이 아닌 진심이라 여긴 것이다.
“단순히 기술 협력만을 원하셨던 것은 아니시군요.”
“그래. 좋은 회사의 지분은 값쌀 때, 최대한 사 모으는 것이 내 투자 지론이니까.”
포드사가 성장한다면 나는 막대한 수입을 얻게 된다.
조건이 다르기에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지만, 원 역사에서 포드사의 초기 투자자는 15년 동안 2,500배의 수익률을 얻고 헨리 포드에게 주식을 재매각했다.
“어떤가?”
현재 포드사의 자본력은 빈약했다.
초기 창업 자금이 3만 달러.
이후, 1차 투자로 15만 달러를 추가로 받고 증자한 상황.
1908년도에 막 모델 T를 양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공장 증설은 필수적이다.
‘헨리 포드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지.’
더욱이 나와 손잡는다면, 듀랜트에게 지분을 넘기지 않고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지 않나?
“기술 협력은 일단 OK입니다. 하지만 다른 투자 건은 시간이 좀 필요하군요.”
“알겠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헨리 포드지만, 언제나 그렇듯 큰돈이 오가는 협상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더욱이 자신의 지분이 줄어들 수도 있는 일이기에 당장 이 자리에서 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
‘어차피 시간은 내 편이니까.’
지난달, 그리고 이번 달.
영란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며 미국의 금을 자국으로 싹쓸이하고 있었다.
미국 은행계에 자금이 말라 가고 있다는 말.
더욱이 불황이 터지면 금융계는 더욱더 대출을 옥죌 것이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헨리 포드는 나를 찾을 수밖에 없을 거다.
“알겠네. 내 뉴욕에 가 있을 테니 언제든 연락하게나.”
* * *
지아니니와 함께 포드 본사에서 나왔다.
그는 계속 고개를 갸웃하며 나와 포드 본사 꼭대기 층을 번갈아 봤다.
“자네, 아까부터 기이한 행동을 계속하고 있군.”
“그게······.”
지아니니가 뒷말을 끌다가 제 속에 있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상하게도 제 X 같은 과거의 모습이 저놈에게서도 보여서 그렇습니다.”
“자네 과거 모습이? 어떻게?”
“아까 하셨던 제안 말입니다. 저놈이 좀 생각해 본다고 하면서 결정을 미루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 자리에서 이 왕자님 손을 덥석 잡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마치 저처럼 말이죠”
오.
그런 게, 느껴졌단 말이야?
“그리 저자가 정 걱정되면, 그 자리에서 한마디 하지 그랬나.”
지아니니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정색했다.
“아니, 제가 왜요. 저만 당할 수는 없지요. 본래 사람은 제 잘못을 후회하면서 성장하는 법입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건가?
아니면, 집무실 들어가기 전에 지아니니의 출신을 물어봐서 그런 것일까?
‘둘 중 뭐가 되었든, 그 자리에서 조용히 있었으니까. 다행이야.’
포드가 눈치채고 바로 그 자리에서 내 투자 제안을 덥석 물었으면 나 또한 난감해진다.
나는 BOI 우선주 발행 때처럼 시간 지날수록, 투자 조건을 아주 가혹하게 후려칠 생각이었으니까.
“슬슬 돌아가도록 하지.”
“예.”
나는 피식 웃으며 지아니니와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
이후, 디트로이트를 떠날 준비를 했다.
뉴욕에 방문할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 동부로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