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5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53화(53/392)
< 그레이트 베어 – 여기부터 유료입니다. >
다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건물 안에 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 사내의 투자설명회를 듣기 위해서, 다들 없는 시간을 쪼개 가며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시, 신사 숙녀 여러분.”
전단에 적힌 대로 오후 1시가 되자, 오늘의 주인공이 강연장에 나타났다.
제시 리버모어는 의자에 앉아 있는 청중들에게 자신이 가져온 자료들을 배포하며,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바, 반갑습니다. 귀하신 분들이 누, 누추한 이곳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마, 많으십니다.”
제시 리버모어는 잔뜩 긴장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여태껏 여러 번 투자설명회를 진행해 왔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까.
‘내가 말만 안 더듬었다면, 투자자를 이미 유치했을 텐데······.’
이놈의 새가슴이 문제다.
제시 리버모어는 주식에 투자할 때, 야수의 심장을 가진 짐승처럼 투자해 왔다.
하지만 대중 앞에 서기만 하면, 이상하게도 손과 발 그리고 입이 벌벌 떨렸다.
이는 그의 사회생활에 심각한 불이익을 주었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다들 제시 리버모어의 그런 모습을 보고 그를 불신했기 때문이다.
“다, 다들 여기 오신 이유가 무엇이죠? 예, 맞습니다. 부, 부자가 되기 위해서죠.”
그는 주먹을 꽉 쥐며 긴장감을 최대한 떨쳐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입은 계속 떨려서, 계속 말을 더듬게 되었다.
“앞에 계신 하, 할머님부터 저기 브루클린에서 과일 장사를 하시는 브래드 사장님까지, 전부 이곳에 오신 이유는 가, 같습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맞아, 맞아.”
“리버모어! 서론 길게 빼지 말고 본론부터 빨리 넘어가자고. 네 더듬는 말이나 들으려고 여기까지 오진 않았으니까.”
재촉하는 한 청중의 주장에 제시 리버모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예예. 그, 그렇지요. 여러분의 시간은 곧 그, 금이기도 하니까요.”
제시 리버모어는 연단 가운데에 올려 둔 탁자로 향했다.
그는 그 자리에 선 후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곧 자신이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
“보, 본론에 앞서 제가 하, 한 가지 예언해 볼까 합니다. 아, 이 예언은 아, 앞으로 설명할 이야기와 깊은 관련이 있으니, 집중해서 들으셔야 합니다.”
그러곤 힘껏 숨을 들이켠 후, 천천히 단어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 저는, 하, 한 달 안에, 우, 우리 미국 주식시장이, 폭삭- 주저앉을 거로, 생각합니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했다.
최소 33%에서 최대 75%까지.
평균적으로 반 토막이 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웅성웅성-
설명회장에 모인 청중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리버모어의 예언을 비웃었다.
“왜 그런 주장을 하지? 요새 주식시장이 횡보하고 있어서인가?”
“마, 맞습니다. 그, 그것도 하나의 고점 신호이긴 하죠.”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10%가 빠졌다.
이후, 석 달째 주식이 횡보하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또다시 대폭락이라니.
사람들은 제시 리버모어를 불신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구시렁댔다.
리버모어는 재빨리 입을 열어 제 주장에 힘을 실었다.
“여, 여러분은 주가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신호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 그것이 큰 무, 문제지요.”
리버모어는 시끌벅적해진 청중들을 달래며, 자신이 조사한 미국 증시의 과거 이력들을 그 예로 들었다.
“가, 가까운 예로 4년 전, 1903년도 뉴, 뉴욕증시를 어, 언급할 수 있습니다.”
리버모어는 칠판으로 다가가 1903이라는 네 개의 숫자를 쪼르륵 썼다.
그러곤 나누어 준 자료 중 4페이지를 보라고 청중에게 말했다.
“네놈이 준 자료를 보았어. 1903년에 우리 주식이 평균적으로 15%가 빠졌다고 적혀 있던데 말이야.”
“마, 맞습니다.”
왼쪽 끝에서 이를 듣고 있던 데이비드가 부정적인 표정으로 제시 리버모어의 설명에 항의했다.
“그때는 15%가 빠졌는데, 어째서 지금은 반 토막이 나지? 작금의 하락을 너무 과장해서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과, 과장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때가 전초전이었다고 생각하면 더 쉬,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시 리버모어는 자신이 수집한 증거들을 하나씩 그들에게 알리며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설명회 강연장은 여전히 분위기가 냉랭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여기 있는 다수가 각자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다르지만, 조금씩은 주식을 가지고 있어서다.
더욱이 미국 경제는 1890년도부터 계속 성장했고, 제시 리버모어가 말한 1903년을 빼고는 죄다 상승장으로 끝났다.
“투자 설명서를 보니 우리 미국의 후진 금융 시스템이 가장 큰 요인이라 말하는 것 같은데, 어째서 이런 소리를 하는 거죠? 우리가 유럽의 후예들이긴 하지만, 나름 비약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 않나요?”
더욱이 제시 리버모어는 신뢰감 없게 말을 더듬고 있었다.
입고 있는 복장도 그렇고, 투자설명회를 하는 강연장도 허름하여, 예비투자자들의 불신을 더욱더 증폭시켰다.
한 청년의 물음에 제시 리버모어가 칠판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서, 설명하겠습니다.”
G.O.L.D.
황금이라는 글자를 중앙에 크게 쓴 후, 그는 분필을 탁탁 D 아래에 찍으며 금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 우리 미국은 금본위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 금이 있는 만큼 달러를 찍어 낼 수 있지요.”
“알고 있어요.”
“혀, 현재 우리 미국에 금이 얼마나 있다고 새, 생각합니까?”
“많이 있지. 그것도 엄청 많이.”
노년의 신사가 마치 제시 리버모어를 비웃기라도 한 듯 냉소적인 답변을 했다.
제시는 살짝 당황했지만, 지난번 설명회 때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기에 초연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랬기에 노년의 신사에게 적정 금이 현재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고 되물을 수 있었다.
“잘 유통되고 있으니까, 경제가 이리 좋지 않겠는가?”
제시 리버모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대지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란은행이 금리를 인상했고, 그 영향으로 미국에 금이 말라 가고 있다 주장한 것이다.
이에 손을 든 한 여성이 큰 소리로 제시 리버모어의 주장에 반박했다.
“영국계 은행이 얼마나 많은 금을 샌프란시스코 이재민들에게 지급했는지 아세요? 무려 1억 달러나 되는 금을 서부에 뿌렸어요. 그런데 금이 부족하다니, 뭔 놈의 헛소리예요.”
투자자들은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자자, 그만 갑시다.”
“저 말더듬이에게 우리의 재산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꾼인 것 같아요.”
제시 리버모어는 급해졌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풍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제,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시죠.”
영국의 금리가 인상되어서 미국에 있는 금이 말라 가고 있다고, 제시 리버모어는 제 주장을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설명했다.
하지만 화가 난 청중들의 귀에는 그 말이 도저히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때문에 우리 증시가 반 토막이 난다고? 그깟 영란은행 때문에?”
한 여성이 제시 리버모어를 쏘아보며 최후의 질문을 던졌다.
“근데 왜 하필 한 달 뒤예요? 오늘도, 내일도 아니고, 왜 한 달 뒤냔 말이에요.”
“그건······.”
사실 이 부분 만큼은 제시 역시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미국의 시스템이 많이 허약해졌고, 그랬기에 대충 최소 한 달 뒤부터 최대 반년까지.
그사이에 무너질 것이라 어림잡아 예측한 것일 뿐.
만약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 자신이 트리거가 되어 현 뉴욕증시의 허약함을 증명하겠다 호언장담했다.
그러자.
투자자들이 무슨 개소리를 왈왈하냐는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멀끔하게 생긴 이가 당당한 말투로 마지막 말을 했다면 그 말에 신빙성이 있겠으나, 종일 말을 더듬던 사내가 그런 말을 하니 신뢰감이 바닥을 뚫어 지하까지 떨어진 거다.
“퉤. 시간만 낭비했네.”
“당신 같은 사람을 보고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유? 음모런자라고 해유. 알긋어유?”
막 시골에서 올라온 것만 같은, 생김새가 순박했던 청년까지 화를 내며 투자설명회 장소를 박차고 나갔다.
제시 리버모어는 그런 예비투자자들의 등을 보며, 그들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 * *
“오늘도 허탕이군.”
사람들이 가득 찼던 행사장 바닥에는 제시 리버모어가 뿌렸던 전단이 가득 쌓여 있었다.
모두 다 오늘 온 예비투자자들이 버린 것들이다.
다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에서 돌아갔기에, 이렇게 쓰레기들을 바닥에 버리고 간 것이었다.
제시 리버모어는 이를 주우며 아까 순박해 보였던 청년의 모습을 회상했다.
“남부 촌뜨기 새끼. 이놈에게서는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음모런자가 아니고 음모론자겠지.
제시 리버모어는 남부 촌뜨기의 발음을 비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진짜 기회인데. 왜 다들 내 말을 못 믿는 거지. 그보다 지금은 왜 말이 제대로 나오고 있냐고!”
이번 기회를 살린다면 자신은 물론 그들 역시도 부자가 될 수 있을 텐데.
제시 리버모어는 안타까웠다.
그를 믿고 투자해 줄 착한 투자자가 없나 생각하며, 그는 오늘 강연을 마치려고 했다.
그때였다.
“형님. 아까는 가득 차 있었는데 말입니다.”
“XX. 왕자님과 함께 먹을 것 사러 간 사이에, 죄다 어디로 토낀 모양이군.”
이탈리아 억양이 강한 남정네들이 텅 빈 강연장으로 들어온다.
고개를 들어 그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헉!
죄다 인상이 험악하다.
마치 마피아 일당이 그를 잡으러 출동한 것만 같았다.
“도, 동양인?”
여자들 사이에 남자가 하나 있는 청일점같이, 십여 명의 백인들 사이에 웬 동양인 한 명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눈에 띄는데, 무리의 모습 또한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마치, 십여 명의 마피아들이 동양인 한 명을 호위하는 것 같았으니까.
“서, 선생님. 호, 혹시 제 투자강연회에 관심이 있으셔서 이곳에 오셨습니까?”
그때 동양인 옆에서 있던 마피아처럼 험상궂게 생긴 백인이 팔짱을 끼며 제시 리버모어의 말을 정정했다.
“선생님이 아니고 왕자님.”
“예?”
“퍼킹, 귓구멍이 비계로 덮여 있나? 이 새끼, 말을 겁나 못 알아듣네. 이분은 선생님 아니고 왕자님이라고.”
제시 리버모어는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
험상궂게 생긴 덩치 하나가 옆에 있던 동양인을 두고 왕자라 칭하며 잔뜩 겁을 줬기 때문이다.
“또, 또. 자네가 그리 거칠게 말하면 여기 리버모어 선생이 겁을 먹지 않겠나? 자네의 험상궂은 인상도 좀 생각해야지.”
“죄송합니다. 왕자님.”
동양인 사내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있는 제시 리버모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곤 그를 일으켜 세우며 제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반갑네. 나는 이강이라고 하네. 잘 부탁하네.”
* * *
로비스트로 일할 당시, 우리 회사 본사 건물 접견실에서는 항상 TV가 켜져 있었다.
주로 CNN이나 CNBC, FOX NEWS 같은 뉴스 전문 채널을 틀어 놓곤 했었다.
『X발, 저 염병할 새끼 또 나왔네.』
『몇 번째 둠스데이야. 지겹지도 않나? 대공황 타령.』
『곱게 늙을 것이지. 퇴근길에 확 뒈져 버려라, 개 버러지 같은 놈.』
내 동료들은 TV 속의 한 놈을 증오했다.
인종과 성별, 나이를 초월해 그놈만 나타났다 하면 쌍욕을 내뱉어 댔던 것.
『버러지 같은 닥터 둠 새끼.』
『제깟 게 교수면 다야?』
닥터 둠이라 불리는 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이자는 TV 프로그램에 나오기만 하면 대폭락을 외쳐 댔다.
미국은 한국처럼 부동산에도 투자하긴 하지만, 대다수 자산을 주식에 쏟는다.
동료 대다수가 비슷한 상황에서 이놈이 TV에만 나왔다 하면 꼭 주가가 폭락하곤 했다.
그랬기에 우리는 루비니를 정말이지 미워했다.
‘닥터 둠의 원조 격인 자가 바로 요기 있네.’
제시 리버모어는 1907년, 1920년, 1929년 공황에서 남들과 다르게 숏에 크게 베팅을 하여 거액을 따간 투자자였다.
대공황 때는 백만 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일억 달러를 벌기도 했던 진정한 야수.
‘이번 금융 공황으로 다들 파산할 때, 일약 스타가 될 사내지.’
원 역사에서 JP모건이 1907년 금융 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자를 초대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자신의 맨해튼 사무실로 초대한 후, 반쯤 감금한 채로 숏을 그만 치라 협박했다지?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 시대의 닥터 둠인 제시 리버모어에게 다가갔다.
“투자설명회, 지금도 가능한가?”
“예?”
“나만을 위해 강의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네. 나는 자네 생각보다 큰돈을 주물럭거리는 부자이네.”
“아아······.”
제시 리버모어가 모였던 청중들에게 건넸던 자료를 내게 다시 준다.
“이, 일단 여기 보고서부터 받으시지요. 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지······ 아아, 혹시 기초적인 경제 지식은 아십니까?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는데 말입니다······.”
나는 제시가 준 자료를 펄럭이게 흔들며 말을 끊었다.
“아,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네. 대지진은 지겹게 겪었지. 그런 거랑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 문제는 되었고. 그래, 이런 자료는 어디서 분석했지? 이것부터 묻고 싶군.”
제시에게 다가가며 그의 눈을 빤히 보았다.
그의 시야에서 다른 일행들을 교묘하게 가리자, 제시 리버모어는 신기하게도 말을 좀 덜 더듬게 되었다.
“제 머릿속으로 분석했지요. 컬럼비아 대학교 도서실에서 주식 관련 책을 빌려보며 공황이 언제 오는지 예상해 보았습니다.”
제시 리버모어는 자신의 보고서 중 한 페이지를 내게 가리키며 다음을 강조했다.
“아, 혹시나 오해하실까 봐 한마디 하겠습니다. 저는 숏만을 외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추세매매를 하는 트레이더입니다.”
그래, 루비니처럼 무조건 숏만을 외치는 숏무새가 아니란 말이지.
다만, 숏으로 유명해져서 사람들을 그를 두고 큰곰(Great Bear)이라 부른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여태껏, 투자설명회를 하며 사람들을 모으고자 했나 보군. 그래, 몇 사람이나 자네에게 투자하겠다고 하던가?”
제시 리버모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푹 풀이 죽어갔다.
“아직 한 사람도 없습니다.”
“단 한 사람도?”
“예.”
하긴, 이리 말을 더듬는데 누가 이자에게 거액의 자금을 맡기겠나?
나는 반짝이는 눈으로 제시 리버모어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자네, 나와 함께 역사를 한번 써 보지 않겠나?”
< 그레이트 베어 – 여기부터 유료입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