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5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55화(55/392)
< 피할 수 있다면 피하자 >
“잘 부탁하네. 부디 내게 상상 이상의 큰 수익을 안겨 주게나.”
계약이 체결되고, 나는 그 자리에서 오만 달러의 계약금을 리버모어 신탁에 예치했다.
이에 제시 리버모어의 입은 귀까지 쭉- 찢어졌다.
“보스, 보스께서 좀 말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금이 벌써 고갈되었다고 하던데······.”
제시 리버모어는 하루도 안 되어 그 큰돈을 전부 공매도에 투자했다.
앞으로 입금할 추가 자금 역시 이미 투자 계획을 전부 세워 놓았다고 한다.
리버모어가 얼마나 간절하게 투자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의 빠른 투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뽀스, 형님 말이 맞습니다. 아까 앞에 있는 증권사에 갔다 왔는데, 저 녀석 한 큐에 오만 달러를 전부 소진하더군요. 제가 주식은 잘 모르지만, 좀 나누어서 매수해야 하지 않습니까?”
아론 옆에 있던 주알못 맥스 역시 제 형과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불안한지 연신 손톱을 물어뜯으며, 리버모어의 행동을 비판했다.
“저 눈 좀 보십시오. 회까닥 돌아간 눈입니다. 마치 한량들이 지아니니 은행장에게 엔쵸비라 놀렸을 때, 딱 그때의 눈빛입니다.”
“뭐? 이 X 같은 아일랜드 꼬마 놈이······ 다시 말해 봐, 뭐? 엔쵸비?”
“으악, 뽀스! 도와주십시오!”
눈치 없는 맥스는 괜히 옆에 가만히 있던 지아니니를 건드렸다.
지아니니가 버럭 성을 내며 천천히 다가가자, 맥스가 꼬랑지를 내리며 내게 살려 달라는 눈빛을 마구 보냈다.
나는 맥스의 구원 요청을 가뿐히 무시하고, 흥분해 있는 제시 리버모어에게로 다가갔다.
“일을 잘 진행되고 있는가?”
리버모어는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자신의 투자 노트를 보여 주며, 현재 상황이 어떤지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추세를 보아하니, 아직 약세장에 진입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 그래?”
“예. 그렇기에 횡보장이 끝날 때까지는 레버리지를 쓰지 않고, 본 신탁기금으로만 투자를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레버리지까지 한껏 끌어 쓸 생각을 했다고?
하긴, 리버모어가 평범한 투자자였다면 ‘야수의 심장’이란 별명도 붙지 않았을 것이다.
큰돈을 벌 수 있는데 이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리가 없지.
‘리버모어가 레버리지까지 손댄다면, 내 심장도 함께 쫄깃해지겠군.’
레버리지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가지고 있는 돈보다 주식을 더 많이 사는 투자 기법이다.
쉽게 ‘미수거래’ 혹은 ‘신용거래’로 비유할 수 있겠네.
당연하게도 남의 돈까지 손을 대는 것이기에, 투자 위험도 역시 이전보다 더 커졌다.
물론 기대할 수 있는 수익 역시도 비례하여 커지고.
“US 스틸, 4.05달러입니다.”
지금은 20세기 초반이다.
20세기 말처럼 증권시장에 전광판이 크게 붙어 있지 않다.
21세기처럼 인터넷으로 주가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는 더더욱 아니었고.
각 증권사가 마련한 시세판을 일일이 확인하며, 주가가 어떻게 내려가고 올라가는지 체크해야 했다.
지금 지아니니의 부하들이 그 일을 전담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초봄인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우리가 있는 호텔까지 계속 왔다 갔다 했다.
“US 스틸, 4.15달러입니다. 좀 전보다 0.1달러 올랐습니다.”
일반 주식에 투자했다면, 그 소식을 듣고 좋아했을 거다.
하지만 제시 리버모어는 현재 숏(공매도)에 전부 넣은 상황이다.
가격이 내려가야 내가 웃을 수 있다는 말.
호텔에 있는 일행들의 얼굴이 살짝 굳으니, 리버모어가 나를 급히 바라보며 당부의 말을 해 댔다.
“왕자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예, 쓰앵님.
암요.
추세매매의 대가이신데, 어련히 잘하시겠지요.
“이런 작은 변화에 웃고 울지 마시지요.”
알겠다고요.
“아, 그것보단 한 가지 부탁을 좀 하고 싶군.”
제시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첫날에 투자금을 빼겠다는 건 아니겠지’라고 눈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여기, 지아니니 은행장 말이야.”
나는 옆에 있던 지아니니의 어깨를 잡았다.
그는 현재 아까부터 자신을 놀렸던 맥스를 괴롭히고 있었다.
나의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에 지아니니는 깜짝 놀라 맥스를 놓아주었다.
맥스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도망쳤다.
지아니니는 그런 맥스를 노려보다가 이내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BOI 은행장에게 추세매매법을 가르쳐 주게.”
나는 지아니니와 리버모어를 번갈아 바라보며 리버모어에게 부탁했다.
“이자에게 주식을 배우란 말입니까?”
“그래. 자네가 뉴욕에 온 이유가 이것 아니었나.”
선진금융기법을 배우고 싶다며.
여기, 추세매매의 일타강사가 있다.
“이대로 샌프란시스코에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난번 만남 때, 모건에게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해 줄 금융인을 BOI 이사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사흘 전, 그들과 접촉한 지아니니는 어두운 안색을 한 채 돌아왔다.
‘지아니니를 또 무시했나 보군. 모건 아래 있던 놈들이니까,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겠지.’
그랬기에 나는 리버모어에게 당부했다.
서민금융밖에 모르는 지아니니에게 주식 투자를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버모어는 언제까지 내 밑에 있을지 모르니까. 지아니니가 주식의 대가가 되면 나 역시 덕을 볼 수 있겠지.’
더욱이 리버모어는 원 역사에서 두 번이나 파산한 전례가 있었다.
너무 위험하게 투자를 한다는 거다.
지아니니는 성격이 화끈해도 업무상으로만 보면 굉장히 냉철했기에, 리버모어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왕자님. 어디 가십니까?”
그렇게 말하고 외투를 입자, 리버모어와 지아니니가 나의 다음 행선지를 물었다.
“선약이 있네. 내 금방 갔다 올 테니 둘이 열심히 트레이닝을 하고 있게나.”
* * *
“안녕하십니까?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인 크리스천입니다.”
“반갑네.”
“저희 워싱턴 포스트에 광고를 싣고 싶으시다고요?”
“그렇네.”
나의 다음 만남 상대는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인 크리스천이었다.
뉴욕에 출장을 오긴 했지만 워싱턴으로 곧 돌아가야 했기에, 급히 이자와 약속을 잡아야 했다.
“어휴,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이번 달에 광고 매출이 하락해서 걱정했는데 잘 되었네요. 흠, 이건······.”
“라이트&리 사의 플라이어 4에 관한 정보일세. 새로 출시한 버전이지.”
리버모어와 계약을 맺은 후, 나는 호텔에만 처박혀 있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25시간처럼 사용하며 바쁘게 살고 있었는데, 매일같이 주요 언론 사주들과 만나며 그들과 친목을 다지고 있었다.
“1면에 이를 실었으면 하네만, 어렵다면 2면이나 3면에 함께 넣어 주게.”
신문사 편집장과 얼굴도 트고, 동시에 연방 정부 어르신들에게 내가 소유한 회사를 어필하고자 했다.
크리스천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예. 잘 알겠습니다.”
“아, 라이트 형제에 관한 사설도 함께 작성해 줄 수 있는가?”
“그 이야기 말입니까? 아, 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스미스소니언 협회 깡패들이 두 형제를 이용하려고 했다가 역으로 당하지 않았습니까?”
“맞네.”
“아직도 안 좋은 소문을 뿌리는 것 같던데, 저도 그 두 형제만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협회 놈들, 자기들 세력만 믿고 두 형제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가고 있으니까요. 선을 넘은 행동입니다.”
“다들 자네처럼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군.”
국방부 녀석들이 군수 계약을 이행할 때까지, 계속해서 워싱턴 포스트에 무한히 광고 계약을 실을 거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단순 정보 기사만 넣겠지만, 나중에는 사설을 통해 국방부를 압박할 예정이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언제 워싱턴에 방문하면 꼭 한번 저희 신문사에 방문해 주시지요.”
“알겠네.”
다음날에도 나는 또 언론사 사주와 만났다.
어제 만났던 회사가 워싱턴 포스트였다면, 이번에 만난 신문사는 뉴욕타임스였다.
“이 왕자님 반갑습니다. 아, 이제 회사 주주가 되셨으니, 주주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제럴드 경이 소유하고 있던 뉴욕타임스 지분 2%를 인수하셨다는데, 제가 입수한 정보가 맞습니까?”
이리 언론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전부 내가 살아갈 구멍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칫, 금융위기 때 영향력 있는 언론사들이 나를 열심히 때려 댈 수도 있으니까.
황색언론은 몰라도, 유력 일간지들까지 합세하면 곤란해진다.
이리 친분을 쌓거나 주주가 되면, 날 비난하더라고 그 강도가 대폭 약해지게 된다.
더불어 가짜뉴스에 관한 반론 기사를 즉각 쓸 수도 있고.
‘미국도 사람 사는 동네니까.’
현대 한국처럼 미국 역시 인맥으로 여기저기 얽혀 있었다.
겉으로 보았을 때, 미국은 대단히 공정해 보인다.
공정해 보일 테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의외로 대한민국보다 더 더럽고, 네 편 내 편으로 극단적인 편 가르기를 하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미국 정·재계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언론사부터 내 편으로 포섭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들였다.
“아이고, 이 왕자님. 또 뵙게 되었군요. 이쪽입니다.”
뉴욕타임스 사주를 만난 후, 나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허스트와 저녁을 먹게 되었다.
허스트 그룹은 조지프 퓰리처가 세운 뉴욕 월드를 꺾고 뉴욕에서 최고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언론사였으니까.
그랬기에, 조금 친했던 허스트 역시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했다.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주요 언론사를 자주 만나고 다니시는 것 같은데······.”
역시.
관음증 환자답게 내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꿰고 있네.
‘뭐, 변명할 거리는 많이 만들어 두었으니까. 받아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품 안에 있던 서류 하나를 허스트에게 건넸다.
허스트가 그것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것은······.”
“아국의 고대 유물에 관한 정보이네. 일본의 고위 대신 하나가 아국의 문화재를 지지난달에 훔쳐 갔지.”
허스트는 내가 건넨 서류를 받은 후,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찬찬히 읽어 갔다.
“개쓰레기들이군요. 그러니까 우리로 따지면, 교회에 걸려 있던 장식을 이자들이 떼갔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것도 사기를 쳐서 말입니다.”
“그래.”
허스트가 빙그레 웃으며 내가 건넨 정보를 가져갔다.
“대대적으로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요즘 편집장이 앓는 소리를 내더라고요. 기사로 실을 것이 없어서 힘들다고 말입니다. 이거 조그만 각색해서 자극적으로 기사를 써 내려가면, 돈이 좀 될 것 같습니다.”
돈이 좀 된다?
일반인이라면 해당 기사를 실은 신문이 잘 팔려서 허스트가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언론계의 돌아가는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항복할 때까지 이를 계속 보도해 주겠다는 말이겠지.’
일본 정부가 허스트의 언론 그룹에 거액의 광고를 의뢰할 때까지, 반쯤 협박하며 안 좋은 기사를 싣겠다는 말이 아니겠나?
예나 지금이나 일본 정부는 이미지 메이킹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더불어 칼만 안 들었지, 언론들의 반 강도 같은 유구한 전통은 계속되고 있고.
‘뭐 그 과정에서 우리 문화재를 되찾을 수 있다면 나야 좋다만.’
나는 피식 웃으며 허스트에게 물었다.
“아, 이 정도로 지난번 내 정보 값을 퉁칠 생각은 아니겠지?”
“이 왕자님도 참, 저를 어찌 보시고.”
허스트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답했다.
“이 정도로는 이 왕자님의 은혜를 전부 다 갚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제가 본 이익이 얼마인데요.”
그는 손가락을 세 개 펴며 내게 답했다.
“왕자님께 세 번의 호의를 베풀도록 하겠습니다. 아, 이번 건으로 하나 사용한 셈이니 두 번 남았군요.”
“그래.”
나는 피식 웃으며 허스트에게 물었다.
“생각보다 큰 재미를 본 모양이군. 나에게 세 번씩이나 기회를 주려 하다니 말이야.”
보헤미안 클럽에서 포커를 치며, 영국 채권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내 말에, 허드슨도 마주 웃으며 대답했다.
“예. 덕분에 큰 손해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본래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한다.
채권은 일반 예금과 다르게 구매 초기에만 할인을 받으니까.
만기 때 이자를 받는 예금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금리가 높아지면 할인율이 점점 높아지는 셈이니까.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기존 채권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게 되지.’
그저 이 간단한 원리를 이들에게 알려 줬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나는 상당히 큰 호혜를 베푼 은사였다.
이 시대에 미국 고위층들은 상당수가 영국 채권에 투자하고 있었으니까.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 주식이나 미국 채권 펀드에 투자하는 것처럼, 지금은 영국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미국에 널리 퍼져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짜로 허스트를 걱정하는 척했다.
“그때 내 말을 흘려듣듯이 들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구먼.”
“투자 천재이신 왕자님의 조언인데 누가 그 말을 무시한단 말입니까? 듣자 하니 헤니 검사는 제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사돈의 팔촌까지 연락을 돌렸다고 합니다. 영국 국채들을 죄다 팔게 만들기 위해서요.”
보헤미안 클럽에서 나는 고위층들과 포커 게임을 몇 판 했다.
그중 한 명은 아베 루에프를 잡아넣은 프란시스 J.헤니 검사였다.
‘샌프란시스코에 돌아가면 그자를 꼭 한 번 봐야겠군.’
법조계 인물과 인연을 맺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네.
헤니 검사 역시도 내게 감사해할 테니까.
“석탑 사건 말고,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제게 말씀하시지요. 이리 큰 은혜를 입었는데, 저도 얼른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겠네. 도움이 필요할 때 자네를 찾아가도록 하겠네.”
“아, 이 왕자님. 그나저나 말입니다. 혹시······ 요즘 금융계 인사들과 자주 만나십니까?”
“그건 왜 묻는가?”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은행들의 움직임이 예전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를 묻기 위해 은행장들을 만나려고 하는데, 지난 기부 행사 이후부터 저를 도통 만나 주지 않더군요.”
눈치는 빨라 가지고.
나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허스트의 질문을 회피했다.
그러자, 허스트가 또 한 번 신세 진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저는 몰라도 왕자님과는 제법 많이 교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제게 넌지시 알려 주시지요. 저도 좀 살고 싶습니다.”
애처로운 그의 표정에, 나는 졌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슬그머니 정보 하나를 흘려 주었다.
“확실하진 않네. 다만, 나라면 손에 현금을 쥐고 있을 것일세.”
“현금이요?”
“황소(Bull)의 시대가 가고 곰(Bear)의 시대가 오고 있으니까. 다들 알게 모르게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을 것일세.”
뉴욕에 있는 은행장들은 다들 난다긴다하는 미국의 초엘리트 인재들이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다들 느끼고 있겠지.
곧 곰(Bear Market – 약세장)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을.
다만, 언제 그게 시작될지.
공황(Panic)이라 불릴 만큼 많이 폭락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여기며 잠시 이를 피하려고 생각했겠지.’
안 좋은 이야기도 좋게 해석하려 하는 버릇이 있지 않나?
먼 미래의 이득까지 이야기까지 선반영했던 예도 있고.
지금도 비슷했다.
“아, 알겠습니다. 이 왕자님 말씀을 들어 손해 보는 일은 없었으니까요.”
“비밀이네. 괜히 이상한 기사 하나 써서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예예. 알겠습니다.”
이런 고급정보를 허스트에게 말해 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리버모어가 공매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약조했지만, 허스트는 아랫사람을 불러 내가 건넨 소스를 기사화할 거다.
이것이 뉴욕 전역에 보도되면, 유동성 현금이 더더욱 마르게 되겠지.
기관은 물론 개인들까지 조금씩 현금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테니까.
안 그래도 말라 버린 시중 유동 자금이 더욱더 텅 비게 될 것이다.
그럼 공황은 더욱더 빨리 이 땅에 강림할 거고.
‘나는 그 가운데서 팝콘이나 먹고 있으면 되겠지.’
허허실실 웃으며 허스트와 대화를 했다.
그는 하루빨리 돌아가서 기사를 쓰고 싶은지, 나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 피할 수 있다면 피하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