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5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56화(56/392)
< 피할 수 있다면 피하자 (2) >
주가는 4월 초까지 계속 횡보를 거듭했다.
조금 올랐다 싶으면 내려가고.
많이 하락했다가 싶으면 다시 올랐다.
“US 스틸 주식이 오늘 3%나 올랐다고 합니다. 주당 가격이 조만간 5달러를 돌파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뽀스! 저 새끼, 저 종목에 꽤 많이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삼 형제는 성격이 급했다.
그랬기에 하루하루의 주가 움직임에 민감해하며, 현 상황을 실시간으로 내게 보고했다.
나는 이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들이 딱히 제시 리버모어를 향해 손가락질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
처음엔 제시 리버모어 역시 삼 형제의 행동을 무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역시 조금씩 초조해지자, 작은 행동에도 민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릴 것입니다. 반드시 내린다고요.”
“안 내리잖아.”
“아, 곧 내린다고!”
그러다가 결국 아일랜드 삼 형제와 리버모어가 싸웠다.
나는 즉시 삼 형제를 불러들인 후, 입을 다물게 했다.
제시의 숏 투자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기에 막아야만 했다.
“왕자님, 이전부터 말했지만 시간을 가지고 진득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안다. 안다고.
조급해하는 것은 리버모어 자네야.
“으······.”
하지만 다음날이 되고.
US 스틸의 주가는 또 올랐다.
다른 주식도 마찬가지다.
이에 리버모어는 충격을 받았는지,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머리를 쥐어짜며 괴로워했다.
“분석은 완벽한데, 어째서 주가는 내려가질 않는 거지?”
나는 리버모어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믿음을 가지게. 자네의 분석은 내가 보아도 완벽하네.”
나의 대답에 리버모어는 무언가 해결책을 찾은 것인지, 벌떡 일어나서 골방으로 향했다.
“그래, 믿음! 믿음이 부족해서 이런 것입니다. 이 왕자님, 감사합니다. 저 당분간 이 방에서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저 방해하지 마십시오.”
리버모어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골방으로 쏙 들어갔다.
그러곤 물 한 잔 마시지 않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상상치도 못했던 괴상한 행동에 내 일행이 술렁거렸다.
“주식거래를 하다 말고 기도라니. 그것도 맨몸에······ 와, 저 새끼 완전히 꼭지가 돌아간 것 같습니다.”
카플란이 옆에서 맥스의 말에 거들었다.
“미친 새끼다. 미친 새끼.”
아론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보스, 진짜 괜찮겠습니까? 저자, 진짜로 믿어도 됩니까?”
괜찮아.
이 시대에 리버모어보다 트레이딩 잘하는 놈이 어디 있다고.
행동거지가 좀 이상해 보이긴 해도, 닥터 둠의 할아버지 격이라고.
나는 그보다 더 미친놈들을 많이 봐 왔기에, 리버모어의 갑작스러운 기행에도 별다른 감흥을 못 느꼈다.
‘뉴욕에 얼마나 미친놈들이 많은데······.’
1초 만에 수천억이 오가는 뉴욕 증시에서 제정신을 가지고 트레이드하는 놈은 별로 없다.
제정신을 가지고 뉴욕에 입성했다 치더라도 금방 미쳐 버리고.
‘트레이딩하며 만화나 애니를 보는 놈도 있고, 제집에 가서 애인이랑 한판 농밀하게 거사를 치르고 오는 놈도 있지.’
몰래 대마나 코카인을 빠는 놈들도 있다고.
네 마녀의 날이라 부르는 중요한 옵션 만기일에 여자 속옷을 입는 녀석도 있으며, 점심시간에 권투도장에 가서 흠씬 처맞고 오는 인간도 있다.
아무튼.
내 기억 속 뉴욕은 별의별 미친놈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100년 전이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겠지.
사람 사는 세상은 똑같으니까.
갑자기 기도메타를 외치는 저놈은 그나마 얌전한 축에 속하는 편이었기에, 나도 크게 상관치 않았다.
“이 왕자님. US 스틸이 5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뽀스, 아무래도 저희 X 된 것 같은데요. 저 새끼가 투자한 종목,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4달러에 샀는데 현재 5달러가 됐으니, 좀 손해를 보긴 했네.
‘리버모어 신탁에 100만 달러를 투자했으니까. 현재 얼마를 손해 본 거야······.’
조금 불안하긴 하나, 나는 끝까지 제시 리버모어를 믿을 생각이다.
대세 하락은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니까.
‘설마 나 때문에 역사가 바뀐 것일까?’
글쎄.
오히려 나 때문에 영국계 보험사들이 금을 더 많이 지출해 영란은행이 금리를 더 급격하게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믿음을 가지자. 지금 이때 내가 흔들리면 안 돼.’
나 회귀자야.
미래 지식을 알고 있다고.
내가 불안해해서 쓰겠어?
“왕자님. 저, 저희가 투자한 주식이 드디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을 때.
하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US 스틸. 오늘 종가로 3.98입니다.”
지아니니의 수족들이 실시간으로 주가 현황을 전했다.
“오늘만 총 20% 이상이 떨어졌습니다.”
“보스, 이유가 뭘까요? 왜 갑자기 이리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죠?”
쾅-
그때였다.
제시 리버모어가 기도실에서 나왔다.
그는 희열에 가득 찬 눈빛으로 지아니니의 수족들이 가지고 온 정보를 확인했다.
“떨어질 상황이니까 떨어졌지요. 앞으로 계속 더 떨어질 것입니다. 여기 좀 보십시오. US 스틸 말고도 다우지수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오늘 하락으로, 지금까지의 손해를 전부 다 메꾸지 않았는가?
리버모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아일랜드 삼 형제를 노려보며 다음 투자 계획을 우리에게 알렸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본 신탁기금과 레버리지를 총동원하여 투자에 나서겠습니다.”
* * *
와, 주가가 내려가기 시작하니 무섭게 떨어진다.
연초까지 95포인트였던 다우지수는 딱 사흘 만에 80포인가 되었다.
일부 종목은 지수 평균보다 훨씬 더 심하게 떨어지기도 했다.
“와······. 오늘만 45%가 떨어졌습니다.”
리버모어가 투자했던 다섯 종목 중 한 가지가 벌써 반 토막 났다.
‘오늘만 십만 달러를 벌었네.’
진짜로 약세장에 진입한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그때였다.
쿵-
갑자기 밖에서 밀가루 포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일행은 기이함을 느껴 창문을 열어 바깥 상황을 확인하고자 했다.
“지쟈스······.”
“이런, 왕자님. 보지 마십시오.”
“무슨 일인데 그런가? 아니······.”
못 볼 것을 보았다.
호텔에 거주하던 한 손님이 제 손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은 거다.
경찰이 나타나고 그들을 통해 투신자살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주식이 크게 떨어지자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명복을 빌며, 동시에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 사태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았으니까.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야.’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1907년 금융 공황은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만큼이나 오래가지는 않지만, 그 임팩트 하나만큼은 대공황 못지않았으니까.
다우지수가 50은 찍어야 저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80이지 않은가?
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제시 리버모어를 바라보았다.
‘로마의 망나니 황제, 네로의 손에 기름 한 통을 쥐여 준 셈인데.’
그에게 백만 달러를 쥐여 줬다.
원 역사에서 십만 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시작해 백만 달러 이득을 본 것이 바로 제시 리버모어다.
모건이 경악하며 리버모어를 가두고 반쯤 협박했던 것은, 그만큼 그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주었다는 말이겠지.
“아니, 오늘 왜 임시 휴장이야.”
“내 돈 돌려줘 개새끼들아. 은행이 문을 이리 닫고 있으면 어떡해!”
아직 은행들은 멀쩡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에서 이상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예고 없이 휴업한다든가.
하루에 얼마만큼 출금할 수 있다고 공지가 붙어 있든가.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해진 것 같은데.’
이대로 뉴욕에서 불구경하고 있어도 되려나?
자칫, 불구경하다가 같이 불타 장렬하게 산화할 것 같은데.
성난 민중을 달래려고 뉴욕의 지도층들이 내게 무슨 죄를 뒤집어씌울지도 모른다.
‘느낌이 온다, 느낌이 와,’
여기 있으면 제명에 못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아주 싸하게 온다.
여러 안전장치를 준비해 두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나의 동물적 본능이 위험신호를 알리고 있었기에, 나는 재빨리 다음 대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단 뉴욕은 떠나야 해. 내가 이 도시에 없는 것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갈 테다.’
물론 그냥 떠나서는 안 되었다.
야반도주하듯 이 도시를 빠져나가면 다들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것이니까.
진짜 누가 보아도 저자는 할 일이 있어서 뉴욕을 떠난다고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 차후에 뒤탈이 나지 않겠지.
‘최고로 좋은 방도는 나랏일로 내가 이 도시를 떠나는 것인데.’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조선의 왕자다.
이 시대에서 왕자는 살아 있는 하나의 외교관.
내가 내 일 하러 뉴욕을 뜬다는데, 어느 누가 날 비난하겠는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맥스가 갑자기 내 방에 들어왔다.
“뽀스, 미스터 안이 여기 뉴욕에 왔습니다. 뽀스를 급히 찾고 있는데 어떡할까요?”
미스터 안?
도산 안창호가 날 찾아왔다고?
아니, 그자가 왜?
나는 급히 안창호를 내 숙소로 불러들였다.
“도산.”
“의왕 전하.”
진짜 안창호가 뉴욕에 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야 할 자네가 왜 이곳까지 왔는가?”
슬쩍 주변을 살폈다.
그의 곁에는 낯선 동양인 하나가 서 있었는데, 굉장히 앳돼 보이는 청년이었다.
흠.
옷도 고급스럽게 잘 입은 것 같고, 내 앞인데도 당당함을 유지하는 것을 보아서는 좀 있는 집에서 배운 사내로군.
한창 낯선 이를 스캔하고 있는데 도산이 입을 열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이곳 뉴욕까지 한달음에 달려오게 되었습니다. 흠흠.”
안창호는 그 말을 끝으로 옆에 있는 자에게 시선을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나 역시 그의 시선을 따라 낯선 손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하, 이쪽은 이위종이라는 사내입니다. 외국어를 아주 능수능란하게 잘하는 청년이지요.”
주러시아 대한제국 공사인 이범진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외국에 있어서 그런지, 이 어린 나이에 7개 국어를 통달했다고 한다.
“의왕 전하, 전하께 이것을 전하기 위해 한양에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좋은 인재가 여기 미주에 이민 왔다고 이곳까지 데리고 온 것은 아닐 테고.
역시나······.
“폐하의 밀지이옵니다. 받으시옵소서.”
내 예상대로다.
‘아니, 이 양반! 지난번 멕시코 교민 구출 때, 나를 한번 제대로 써먹더니······ 맛이라도 들였나?’
평소에는 이리 속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아주 딴딴한 동아줄 같았다.
콩닥콩닥-
가슴이 뛴다.
뉴욕을 탈출할 수 있는 비기가 그 안에 들어 있을 것 같았으니까.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해서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려라?’
밀지를 읽고 있는 나를 보며, 나를 호위하는 아일랜드 삼 형제가 제법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는 멕시코로 떠났는데,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가야 하냐는 눈빛이다.
나는 고종의 밀지를 다 읽은 후, 아무 말 없이 그것을 이위종에게 다시 건넸다.
그러자 이위종이 제 호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낸 후, 고종의 밀지를 불태우며 그 증거를 없앴다.
“다들 짐 싸게.”
“예?”
“짐 싸란 말일세.”
아일랜드 삼 형제가 급히 내 방을 빠르게 나갔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지아니니는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내게로 다가왔다.
“어디 급히 가십니까?”
“사정이 좀 생겼네. 급히 대서양을 건너야 하네.”
“유, 유럽이요?”
지아니니는 아쉬워하며 그 역시도 자신이 묶던 방으로 향하려고 했다.
“아, 자네는 남게. 이곳에서 리버모어와 함께 선진금융기법을 연마하도록.”
“하지만······.”
“자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일세. 앞으로 닥칠 일련의 사건은 쉬이 일어나지 않는 일이 되겠지. 귀한 경험이 될 테니 이 뉴욕에 남아 있게.”
지아니니가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래서 행선지만이라도 알려 주십시오. 어디로 향하실 것입니까? 유럽은 넓습니다.”
“아마도 네덜란드로 향할 것 같네.”
“네덜란드요?”
네덜란드는 국토 1/3이 간척으로 인해 지표가 바닷물보다 낮은 곳이었다.
그래서 국호 역시 네덜란드이지 않은가?
“내 급히 참석해야 할 회의가 생겼네. 그곳에 들렀다가 다시 돌아올 테니 그동안 뉴욕을 지키고 있게나.”
< 피할 수 있다면 피하자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