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5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59화(59/392)
< 헤이그 (3) >
“······.”
“알겠냐고 물었는데 대답이 없군. 거절이라고 봐도 되겠는가?”
내가 재차 묻자, 사토시는 눈을 내리깔며 옆으로 한 발자국 이동했다.
입 밖으로 긍정하지는 않았지만, 본회의장으로 가는 길을 터며 암묵적으로 내 제안을 수락한 거다.
“잘 생각했네.”
사토시의 어깨를 천천히 두들겼다.
대놓고 아랫사람 처럼 취급한 것이었다.
“윽······.”
이에 사토시는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지렁이 같은 얼굴 근육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가벼웠던 입만큼은 여전히 꾹 다물고 있었다.
‘이토가 무섭긴 하나 봐.’
이참에 진짜로 사토시 때문에 막말하게 되었다고 편지라도 한 통 써서 보내 볼까?
자기들끼리 내분이라도 나게.
‘됐다. 지금은 회의나 집중하자.’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우리 일행은 그렇게 염원하던 만국평화회의 본회의장 문을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Corée】
초청국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막 자리를 마련해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나라 특사들 자리와 참 대비되는 것 같다.
그만큼 위치도 좋지 않았고.
의석수도 적었으며.
앉을 의자 역시 누가 보아도 알아챌 정도로 낡아 있었다.
대한제국의 국제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연이어 체감할 수 있었다.
“앉지.”
“예.”
하지만 딱히 사람을 불러 따로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다.
오늘의 목표는 대접받는 것이 아니고 회의장에서 발언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한두 시간 정도를 더 기다렸을 때.
“다음은 이번 회의의 초청국인 대한제국 특사의 연설이 있겠습니다. 대표이신 이강 왕자님께서는 앞으로 나와 주시지요.”
내 차례가 되었다.
‘시작이다.’
나의 국제무대 데뷔 무대가.
나는 머릿속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하군.’
발언에 앞서, 나는 참으로 이 자리가 아쉬웠다.
내게 준비할 시간이 십 년 정도만 더 있었다면······.
아니, 오 년만 더 있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을 텐데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다.
‘잡생각은 그만!’
후회한들 뭐하겠나?
바뀌는 것은 없는데.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며, 나는 통째로 외웠던 원고 내용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았다.
* * *
“존경하는 여러 귀빈 여러분. 본인은 대한제국의 황제이신 이형 폐하의 둘째 아들인 이강입니다. 본격적인 연설에 앞서 우선 아국의 상황부터 귀빈 여러분께 설명하고자 합니다.”
나는 영국 귀족들이 쓰는 Posh 억양을 사용하며 영국식 영어로 발표했다.
영어는 한국어와 더불어 나의 모국어였기에, 나의 의도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 국제통용어인 프랑스어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이위종이 내 옆에서 번역할 예정이었기에 부담 없이 영어로 연설할 수 있었다.
“우리 대한제국은 현재 바람 앞에 놓인 촛불과도 같은 신세입니다.”
최대한 호소력 있게, 낮고 정확한 발음으로 청중들 앞에서 머릿속에 있던 원고를 읽어 갔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비열하고 야비한 일본 제국이 아국의 황제 폐하를 반강제로 감금한 후, 외부와의 연락을 일절 끊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일단 고종의 현 상황부터 언급했다.
미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대다수가 왕국이었기에 동정표를 사기 위해서다.
“여기 있는 밀사들이 아니었으면, 황제 폐하의 진정한 의지를 받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치 죄수처럼 황궁에 유폐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슬쩍 사토시를 보았는데, 그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입을 떡하니 벌린 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사토시를 무시하고 나는 하던 말을 계속 이어 갔다.
“2년 전, 일본 정부는 폐하와 아국의 신료들을 겁박하고 회유했습니다. 외교권을 강탈하기 위해서겠지요. 국제법상 무력으로 겁박하여 체결된 조약들은 전부 무효라 알고 있는······.”
“거짓입니다!”
잠시.
나의 거친 발언에 넋 놓고 있던 사토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후, 고성을 내질렀다.
그는 약속과는 다르지 않냐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이, 이 왕자가 지금 거짓으로 여러분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의장님! 당장 이강 왕자의 발언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흠······.”
러시아 수석대표이자 평화회의 의장이었던 넬리도프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토시의 청을 기각했다.
“거짓인지 참인지는 각국의 특사들이 판단할 것입니다. 일단은, 들어 봅시다.”
이야.
뇌물 먹인 효과가 여기서 나타난단 말이야?
이에 나는 같이 삿대질을 실현하며 사토시를 몰아붙였다.
“본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니요? 항상 느끼지만, 일본 정부는 참으로 낯짝이 두꺼운 것 같습니다.”
“뭐, 뭐요?”
“낭인들을 보내 제 어머니를 시해한 것이 십 년 전 일인데 말입니다. 혹시 이 사실도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개인적으로 중전 민씨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현대인 박병준으로서는 아무 감정도 없었지만, 원 몸뚱이인 이강이 그녀를 끔찍이도 저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무도함을 설파하기에는 이만한 주제도 없었기에, 나는 중전 민씨 시해 사건을 언급하며 그들을 몰아붙였다.
“체포한 용의자들을 일본으로 송환 후 재판했다고 하던데, 일본의 사법부는 그들에게 어떤 처분을 내렸습니까? 제가 듣기로 전원 무죄 처리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이 또한 선동입니다. 더욱이 우리 일본 정부는 대한제국 황후의 죽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이 왕자, 어찌 이 많은 귀빈 앞에서 거짓을 날조하려는 것입니까? 그리 거짓을 말하고도 부끄럽지 않습니까? 한 나라의 특사라 불릴 자격이 있냐는 말입니다.”
응, 할 수 있어.
내가 특사니까 지금 이리 발언하잖니.
“이렇게 뻔뻔할 수가······ 다들 돌아가 방금 본인이 말한 정보를 한번 찾아보십시오. 그리한다면 일본 제국의 진정한 실체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다시금 시선을 서구 열강 특사들에게로 향한 후, 그들에게 경고했다.
“여러분, 악의 제국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300년 전부터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말도 안 되는 프로파간다 구호를 외치며 상대국 영토 침탈의 야욕을 꾸준히 보여 왔습니다.”
레이건은 구소련을 비판하며 그들을 악의 제국이라 칭했다.
기독교를 믿는 서구 열강들을 향해 일종의 낙인효과를 노린 거다.
선과 악으로 이분화한 후, 한쪽을 악으로 정의하면 반대편은 선이 되니까.
나 역시 이를 한번 사용해 볼 생각이었다.
레이건보다 먼저.
“아, 악의 제국이라니! 이강 왕자님. 감히, 우리 일본을 느, 능욕하고도 무사할 듯싶습니까!”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라고 하지 않던가?
나는 사토시보다 더 큰 목소리로 청중들을 향해 연설을 이어 나갔다.
“보십시오. 지금 사토시 특사는 날 겁박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절대 악의 본모습입니다.”
청나라 특사를 향해 시선을 교환하며 그들의 영토를 거론했다.
“일본 제국은 결코 조선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주를 탐낼 것이며 나아가 요동반도 전체를 먹어 삼킬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산동과 강남까지 마수를 뻗으려고 하겠지요.”
고개를 돌려 다음 타켓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끝난다면 서구 열강 여러분들과 아무 상관이 없겠다만,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미크로네시아.
필리핀.
인도차이나반도.
말레이시아.
그리고 네덜란드령 동인도회사까지.
독일, 미국,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순으로 특사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나는 미래를 예견했다.
“그밖에 태평양 군소 섬들까지 죄다 먹어 치운 후에야 그들은 만족할 것입니다.”
나는 주먹을 꽉 쥐며 연설을 계속 이어 나갔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자리에서 일본 제국의 야욕을 저지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크게 후회하실 것입니다. 부디, 침묵하는 다수가 되지 마십시오. 작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대한제국을 위해 부디 나서 주시란 말입니다. 계속 방관하고만 있으면 언젠가 악의 제국이 마수를 뻗었을 때, 아무도 당신들을 위해 나서 주지 않을 것입니다.”
“의장! 의장!”
사토시가 발광하며 넬리도프 의장에게 거칠게 화를 냈다.
넬리도프는 이 정도면 많이 봐줬다는 눈빛으로 나와 시계를 번갈아 바라본 후, 나에게 권유했다.
“이강 왕자님. 발언 시간이 초과되었습니다. 그만 내려오십시오.”
더 할 말도 없다.
이 정도면 되겠지.
나는 차후 ‘이강의 헤이그 예언’이라고 불릴 명연설을 마친 후, 연단에서 내려왔다.
* * *
회의장을 나오며 일본 대표로 참여했던 사토시의 얼굴을 쓱 한 번 쳐다보았다.
‘꼴 좋네.’
부들부들, 사시나무 떨듯 사토시는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의 반응을 보니 아주 제대로 연설했나 보네.
“분명 약조하시지 않았습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사토시의 물음에 답했다.
“이게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네만?”
“뭐라고요? 하! 됐습니다. 조선인을 믿은 제가 빠가야로지요.”
뭐래.
입만 열면 거짓말을 내뱉는 것들이 누구인데.
‘솔직히 내가 틀린 말 했나?’
진짜 나는 굉장히 완곡하게 표현해서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서구 열강 세력들에게 욕을 한 바가지씩 하고 싶었으니까.
왕자였기에 최대한 참은 거다, 진짜.
“다음번에는 이리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가자!”
사토시는 씩씩거리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나 역시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서 나왔다.
“전하.”
“말하게.”
“잘 말씀하셨습니다. 소인들은 전하의 연설을 듣고 참으로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다만, 외신들이 이를 어떻게 보도할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그러게.
나 역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되네.
“일단 우리가 머무는 호텔로 돌아가도록 하지.”
* * *
하루 뒤.
특사 삼인방은 내가 머무는 호텔로 찾아왔다.
그들의 손에는 유럽 각국에서 발행하는 신문들이 들려 있었는데 다행히도 대다수가 우리에게 호의적인 기사를 작성했다.
『동양에서 온 작은 거인, 폭력과 무력 중심의 세계 질서 비판.』
『정의란 무엇인가? 이강 왕자, 세계 평화를 촉구하다.』
『악의 제국의 탄생을 예고하다. 대한제국에서 온 이강 왕자, 일본 제국의 무분별한 확장 행태 경고.』
그들은 신이 났는지 들고 있던 신문을 펄럭이며 아이같이 좋아했다.
“각국 신문사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입니다.”
“이걸 본 많은 서구 열강들이 우리들의 손을 들어 줄 것 같습니다.”
허허. 이 사람들.
희망은 때론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안 들리게 한다던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이들이 딱 그런 듯싶네.
‘안타깝지만 딱 여기까지인데.’
첫날에는 각국 신문에 보도할 거다.
우리들의 주장을 들어주는 척하며 말이다.
하지만 그게 끝일 거다.
일본 정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주장을 피는 언론사들을 매수할 것이고, 동조하는 국가들의 원수들과 연락하며 그들을 단속할 것이니까.
‘각국과 이미 밀약을 맺은 상태겠지.’
미국과는 가쓰라 태프트 조약을 통해 필리핀-조선 이권을 서로 나눠 가졌고.
한때 전쟁까지 했던 러시아와는 외몽골-조선 이권을 분할하며 다시금 손을 잡았다.
영국은 일본과 동맹 관계이며, 프랑스는 인도차이나반도 지키기에 바쁘다.
청나라는 자기 몸 지키기도 벅찰 테니, 우릴 위해 싸워 줄 리가.
‘짧으면 하루, 길면 일주일 반짝하고 말겠지. 저 먼 동양에서 일어날 일이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은 점점 사그라들겠지.’
그렇게.
한바탕 헤이그에서 일어난 소동으로 끝날 테다.
국제외교란 그런 거니까.
철저하게 자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이니까.
‘사실을 말할 수가 없군.’
저리 즐거워하는데 어찌 말하는가.
일단은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특사들과 함께 있어야겠다.
‘다만 헛짓거리를 한 것은 아니지. 적어도 나는.’
이 일을 주도한 인물이자, 원 역사에서 이 몸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고종은 이번 사건을 통해 엄청난 손해를 볼 거다.
감시는 더 강화되고.
나아가 황제 자리를 내 형인 황태자 이척에게 넘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아니다.
내가 손해 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이득일 테다.
오늘의 연설로 많은 것을 바꿔 놓았으니까.
‘더는 조선의 둘째 왕자 이강으로만 남게 되지 않을 거다.’
조선이 이대로 망한다면 모든 책임은 고종에게 돌아간다.
을사오적이 나라를 팔아먹었네, 일본의 잘못이네 하고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겠지만.
다 떠나서 이 나라의 수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고종이지 않은가?
원래 모든 책임은 우두머리가 져야 한다.
‘연좌를 물을 수는 없겠지만, 나는 명실공히 고종의 아들이지.’
내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지.
물론 그대로 가만히 있다면.
‘하지만 이번 일로 달라질 거야.’
좌초하는 정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비스트로 뻔질나게 워싱턴을 들락날락하며 배운 것은 하나다.
기존 기득권과 각을 세우며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오늘 이 회의장에서 나는 국제사회에 호소했지.’
서구 열강을 향해 연설한 것 같지만 사실 나의 진짜 목표는 조선, 그리고 미국 내 교민들이다.
대한제국은 독립국이라고.
그 희망을 잃지 말고.
나를 중심으로 뭉치라고 호소한 것이 본 목적이었다.
‘그동안 아버지의 혈통의 그늘에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나만의 정치가 시작되는 것이지.’
온실 속 화초 같은 왕자가 아니라 독립투사이자 진정한 한인들의 리더로 인생의 2막을 사는 거다.
물론 내가 왕자인 것은 여전할 것이다.
고귀한 혈통은 어디 가지 않으니까.
‘슬슬 반응을 보일 때가 되었는데 말이다.’
이상하게 일본의 움직임이 잠잠하네.
뭐, 언제까지 조용하진 않겠지.
나 때문에 지금쯤 열도가 발칵 뒤집혔을 테니까.
‘과연, 내 예상대로 일본 놈들은 나를 도와주려나?’
* * *
도쿄 제국의회.
일본의 고위 관료들은 현재 본 회의실에 집결한 상태다.
헤이그에서 일어난 외교 대참사에 다들 머리끝까지 화가 났기 때문이다.
“하야시 외무대신!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면목이 없습니다.”
“조선의 특사가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게 놔두다니, 제정신입니까?”
“······.”
“사퇴하세요! 책임지고 사퇴하란 말입니다.”
본회의장에 모인 일부 의원들은 현 외무대신인 하야시 다다스를 향해 삿대질까지 하며 그를 비난했다.
그가 외무부의 수장이기도 했지만, 고성을 지르는 다른 의원들과 다르게 정치적으로 파벌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각 총리 입장하십니다.”
“내무대신 입장하십니다.”
“조선 통감 입장하십니다.”
현재 내각을 이끌고 있던 사이온지 긴모치 내각 총리는 난장판인 제국의회의 모습을 드러내며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러일전쟁 이후 막대한 외채로 일본 자체 경기가 위축된 상황인데, 외치까지 흔들리고 있으니까.
그의 리더십이 다시금 시험대에 오른 거다.
“총리. 이번에 조센징들이 아주 작정하고 이번 참사를 기획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를 사전에 아셨습니까?”
비난의 대상은 하야시에서 사이온지로 교체되었다.
그야, 사이온지가 현 내각의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조선왕이 둘째 왕자에게 밀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비밀리에 여러 경로를 통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서류들을 넘겼고요.”
“총리, 이 사실을 사전에 아셨습니까? 아니면, 모르셨습니까?”
“알았으면 직무유기고, 몰랐으면 총리께서 무능한 것입니다.”
“······.”
현재 회의장 내에서 고성을 내지르고 있는 자들은 전부 현 집권당 세력과 정 반대 세력들이다.
더욱이 그들은 대(對)조선 정책의 강경파이기도 했기에, 목소리를 더더욱 크게 내었다.
“말씀 좀 해 보세요. 어떻게 우리 몰래 이런 일을 조선왕이 저지를 수 있냐는 말입니다.”
“이참에 조선왕을 끌어내립시다.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사이온지 긴모치는 눈을 잠시 감았다가 이내 이토 히로부미 조선 통감을 슬쩍 바라보며 시선을 교환했다.
그 후, 강경파 의원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동료 의원님들의 의견을 내 적극적으로 수용하겠소. 이번에 반드시 이형 그자를 왕좌에서 끌어내겠단 말이오.”
< 헤이그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