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6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66화(66/392)
< 빅세일 (2) >
보름 전에 공언했던 대로 지아니니는 공매도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 대신 이강이 건네준 은행 목록을 살펴보며 미 전역에 있는 은행들을 쇼핑 중이었다.
“B.O.I.의 은행장인 지아니니요.”
“베이커 은행의 소유자인 마크 베이커입니다.”
현재 그의 타깃은 보스턴 중심부에 있는 베이커 은행이었다.
다행히도 1대 주주는 뉴욕에 여행을 온 상태였기에, 보스턴까지 이동하지 않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가지고 계신 지분을 저에게 파시겠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마크 베이커와 면담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앞선 두 번의 만남에서 그는 지아니니를 서부에서 온 촌뜨기로 취급하며 인수 제안에 콧방귀만 뀌어 댔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시작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마크 베이커가 굉장히 공손한 태도로 협상에 임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호기심인데······.”
지아니니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마크가 왜 이리 급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시장에 내놓으려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아니니는 이를 모르는 척하며 일단 마크의 속마음을 한번 떠보았다.
“어떠한 이유로 마음을 바꿨습니까? FXXX. 속 시원하게 그 이유라도 한번 들어 봅시다.”
지아니니 입에서 상스러운 속어가 흘러나왔다.
영국 귀족 출신인 마크는 이에 당황하여 잠시 눈알을 굴렸다.
“업계 관계자시니, 현재 분위기가 어떤지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겁나게 어렵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저 또한 이를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마크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은행의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우리 베이커 은행 또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문제 될 일이 아닙니다. 매년 반복되지 않았습니까?”
“······.”
“매해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면 미국에 있는 은행들은 유동성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언제나 그래 온 탓에 이젠 어려움이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크 베이커는 베이커 은행의 현재 재정 상황을 끝끝내 털어놓지 않았다.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과대 포장해서 말하는 식이었다.
“하하······ 그렇습니까?”
마크의 뻔뻔한 변명에 지아니니가 피식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지아니니의 이런 무례한 행동에도 마크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급한 것은 마크 쪽이었으니까.
“제가 제시할 인수 금액은 이렇습니다.”
지아니니가 쪽지 하나를 건넸다.
쪽지에 적힌 금액을 확인한 마크 베이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 지난번보다 인수 금액이 상당히 적어졌습니다.”
“FXXX. 당연한 말을 또 하게 만드십니다.”
누가 호구인 줄 아나.
지아니니가 속으로 이리 생각하며 마크에게 되물었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저희로선 베이커 은행을 꼭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야, 베이커 은행 옆에 자리한 남보스턴 은행이 우리의 인수 제안에 흥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2주간.
은행들의 주식은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예금주들이 하나둘씩 금고에서 자신의 돈을 찾으며,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었으니까.
베이커 은행과 경쟁 구도에 있던 남보스턴 은행도, 그중 하나였다.
“형님.”
한참 협상을 하고 있는데 B.O.I.에서 네 번째 서열쯤 되는 마일즈가 지아니니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다.
“잠시 시간이 되십니까?”
베이커에게 양해를 구하고 둘은 협상장을 빠져나왔다.
지아니니는 팔짱을 낀 채로 마일즈가 무슨 말을 하나 경청했다.
“형님, 베이커 은행 인수 건 말입니다.”
“그래.”
“잠시 미루시지요.”
“씨벌······ 다 돼 가는데 초를 치는 군.”
그 물음에, 마일즈는 방금 인쇄된 뉴욕타임스 신문을 지아니니에게 건넸다.
“머컨타일 내셔널 은행? 이 은행은 처음 들어 보는 은행인데, 어디에 있는 은행이야?”
“여기 뉴욕에 있는 은행이랍니다.”
그래도 지아니니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기사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머컨타일 내셔널 은행이 파산했다라······.”
마일즈가 작은 목소리로 지아니니에게 속삭였다.
“애들을 풀어 월가에 떠도는 소문을 뒤져 보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 뭐라고 하던가?”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닐 것 같답니다.”
“FXXX. 다른 은행도 위험하다고?”
“예, 형님. 혹시 니커보커 신탁회사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지아니니는 당연한 질문을 왜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마일즈의 물음에 답했다.
“그럼. 내가 저기 서쪽 끝 샌프란시스코에서 왔어도 그건 알고 있지. 여기 뉴욕에 있는 퍼킹 그레이트한 신탁회사가 아닌가? 듣자 하니 뉴욕에서 두 번째로 큰 신탁회사라던데?”
“맞습니다. 지금 그곳도 위험하단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뭐?
천하의 니커보커가?”
지아니니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일즈를 바라보았다.
“아침부터 거기에 맡긴 돈을 찾으려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답니다.”
“아니 왜······.”
지아니니는 이유를 물으려다가 뒷말을 얼버무렸다.
속으로 자문자답했기 때문이다.
마일즈는 그런 지아니니를 바라보며, 자세한 이야기를 알려 줬다.
“듣자 하니, 니커보커에서 머컨타일 내셔널 은행에 거액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아······.”
파산했다는 말은 곧 해당 은행의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었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더불어 그 은행에 빌려줬던 자금 또한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고.
“크게 물렸다는 소문에 다들 X 빠지게 신탁회사로 달려가고 있나 보군.”
“그렇지요.”
사람들이 앞다투어 예금을 빼는 현상을 ‘뱅크런’이라고 부른다.
이런 뱅크런이 일어나면, 아무리 재정이 건전한 은행이라도 버틸 수가 없다.
사람들의 예금으로 버티는 곳이 은행이다 보니, 태생적으로 뱅크런에 취약하니까.
보통 일반적인 은행들은 예금보다 대출 금액이 더 많다.
그런 상황에서 예금만 쏙 빠져나가게 된다면?
가지고 있는 자산은 금방 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즉, 은행은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되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두르지 마시고 기다리시지요. 서부의 은행들은 이번 사태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동부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맞다.
본래 기업 인수는 다 죽어 갈 때 손을 내미는 것이 최고다.
그래야 싸게 살 수 있으니까.
지아니니는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협상장으로 돌아왔다.
“아,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지아니니는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탁자에 놓여 있던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미안하네만, 이번 인수 협상은 없던 일로 해야겠네.”
“예?”
지아니니는 더 말하는 것도 답답하다는 듯 쌍욕을 내뱉으며 협상 종료를 알렸다.
“X 까라고. 뭐 어려운 단어를 사용했다고 알아듣지 못하는 척 눈을 그리 동그랗게 뜨는 건가?”
지아니니의 과격한 언행에 협상장 분위기가 험악해지려 하자, 마일즈는 서류를 챙기는 척 중간에 끼어들어 상황을 수습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저희도 현금을 좀 쟁여 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아, 안 됩니다. 은행장님이 이리 가시면 베이커 은행은······.”
파산하겠지.
지아니니는 명함 하나를 마크에게 넘기며 말했다.
“혹, 오늘 제시했던 금액보다 더 낮은 금액에 지분을 팔고자 한다면, 여기 이 호텔로 연락하게. 다만, 나 또한 시간이 많이 없으니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게나.”
* * *
지아니니는 협상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리버모어가 머무는 저택으로 달려갔다.
“리버모어! 리버모어!”
평소 리버모어는 증시가 폐장되면 제집에 박혀 있는 편이었다.
근데······.
리버모어가 안 보였다.
“윌슨? 찰스? 에믹스!”
리버모어를 감시하던 지아니니의 끄나풀들 또한 죄다 모습을 감춘 상태.
이에 지아니니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야? 다들 어디 있어?”
지아니니는 마일즈를 쓱 쳐다보았다.
그 역시도 리버모어의 행적을 몰랐기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무슨 일입니까?”
“리버모어 그자가 없네.”
“예?”
현 상황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더욱이 리버모어는 며칠 전에 이강의 조언도 무시하고 신용 거래까지 손을 대지 않았던가?
지아니니와 함께 온 마일즈가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
“호, 혹시 도망친 것입니까?”
“그럴 리가······.”
다행스럽게도 리버모어가 투자했던 종목들은 죄다 폭락하며 이강에게 큰 이득을 주고 있다.
그에게 배당될 수수료만 해도 얼마인데 도망간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지요?”
신탁기금은 함부로 빼낼 수가 없다.
더욱이 리버모어의 집에 들르기 직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증권사를 방문하며 신탁기금이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설마,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은 아니겠죠?”
“······.”
진짜 무슨 사고라도 일어났나?
리버모어가 대량으로 공매도를 치고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져, 누군가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인 것인가?
온갖 안 좋은 상상이 지아니니의 머릿속에 가득 펼쳐졌다.
그때였다.
“지아니니 은행장이십니까?”
“······그대는 누구인가?”
낯선 동양인 하나가 지아니니에게로 다가왔다.
“저는 의왕 전하······ 그러니까, 이 왕자님의 사람입니다.”
“아······.”
그 얼굴을 본 마일즈가 그를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
“저자, 신문에 나왔던 자입니다.”
“신문?”
“예. 이 왕자님과 함께 헤이그에서 활약한 자입니다.”
그 말에 낯선 동양인, 이위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했다.
“맞습니다. 왕자님과 함께 헤이그로 갔던 세 명의 특사 중 하나입니다.”
“그래. 자네가 이 왕자님의 사람이라 치자고. 그런데 말이야. 이곳까지 나를 왜 찾아왔는가?”
“리버모어가 어디 있는지를 알고 있으니까요. 멀리서 그를 감시하며 지켜보았습니다.”
“뭐?”
그 말에, 지아니니가 이위종에게 다가가 물었다.
“정말인가? 리버모어는? 지금 그자는 어디 있지?”
이위종은 지아니니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다른 답을 내놓았다.
“일단 살아는 있습니다.”
“살아는 있다고?”
“예. 다만, 지금 당장은 만날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지?”
“은행장님도 건들기 어려운 거물이 현재 리버모어를 반강제로 연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아니니가 버럭 화를 내며 주먹을 쥐었다.
“그자의 이름이 뭔가? 내 당장······.”
하지만 이위종의 입에서 한 인물의 이름이 언급되자, 지아니니는 곧 온몸이 굳어 버렸다.
“J.P. 모건?”
“예.”
“어, 어째서······.”
이위종은 이번에도 지아니니의 물음에 답하지 않으며 다른 대답을 꺼냈다.
“전하께서 대서양을 건너고 계십니다. 출발한 날짜로 추정컨대 아마도 이르면 내일, 늦어도 나흘 뒤에는 도착하실 것입니다.”
“그건 나 또한 알고 있네.”
지아니니 역시 이강과 전보를 하며 이강의 동선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이위종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 기다리시지요. 지아니니 은행장님.”
“······.”
“지금 은행장님께서는 아무것도 하실 수가 없습니다.”
지아니니는 주먹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이내 수긍했다.
“알겠네. 내 자네 말을 따르도록 하지.”
자신의 식구들을 끔찍이 아끼는 지아니니지만, J.P. 모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아니니는 다시 한번 패배감을 느끼며 이강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 * *
뉴욕에 돌아왔다.
고종의 밀지를 받고 헤이그로 떠난 지 넉 달만이었다.
‘이거, 분위기가······.’
같은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뉴욕의 풍경은 사뭇 달려져 있었다.
“보스. 뉴욕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형님 말대로 왠지 모르게 음침하고 기분 나쁩니다, 뽀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더 그럴 수도 있겠다만.
전체적인 도시 분위기가 좀 그랬다.
“1센트만 주시지요.”
“사흘 동안 빵 한 조각 먹은 것이 다입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일단 거리에 노숙자와 구걸하는 거지들이 많아졌다.
상상 이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는데.
미국의 노동자들은 개미만도 못한 목숨줄을 가지고 있어, 회사 사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해고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이들이 넘쳐난다는 건, 지금 미국의 상황은 매우 안 좋다는 의미였다.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도록 하지.”
이 시대에 배운 사람들은 죄다 모자를 쓰고 다녔다.
그중 남자들은 중절모를 머리에 얹고 다녔는데, 나는 이를 깊게 눌러 최대한 얼굴을 최대한 가렸다.
‘얼른 빠져나가야 한다.’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 덩달아 인심 또한 야박해진다.
그동안 관용을 베풀며 하하 호호 웃고 다녔던 이들도 작은 갈등에 쌍심지를 켰고, 죽자 살자 달려들기도 했다.
그 와중에 나는 외국인이다.
그것도 흑인보다 못한 취급을 받기도 하는 동양인.
어느 미친놈이 다짜고짜 시비를 걸면 사태가 복잡해질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 왕자님.”
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몰랐는데, 지아니니가 항구 인근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와서 마차를 잡기도 힘든 상황이었는데 잘 되었네.
나는 얼굴을 가린 채로 지아니니에게 접근했다.
“반갑군. 그대가 날 마중하러 나왔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말이야.”
“도착 예정일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사람을 보내서 이 왕자님이 언제 오시나 X 빠지게 살폈습니다.”
“아, 그랬구먼.”
“예.”
“따로 보고받아야 하는 사항은 없는가? 내 대서양에 머물며 한동안 소식이 끊겨서 말이야.”
지아니니가 타고 온 마차 문을 열며 내게 권했다.
“마차 안에서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지.”
마차 안에서 지아니니는 심각한 이야기를 꺼냈다.
“리버모어가 사라졌다고?”
“예. 존나 다행스럽게도 아직 그의 신탁은 온전히 살아 있습니다.”
예상했던 일이다.
원 역사에서도 리버모어는 J.P.모건에 끌려가서 공매도를 그만두라고 협박받았으니까.
다만······.
이번에는 내가 조언을 해 줬기에 그리 무리하지는 않았으리라 믿었는데.
역시.
사람이라는 변수는 내 맘대로 조종할 수가 없는 종류의 것 같았다.
“지난번 헤이그에서 왕자님과 함께했던 세 명의 특사들 말입니다.”
“그래.”
“그 사람들, 전부 뉴욕에서 활동 중입니까?”
“그렇네.”
비밀리에 감시 업무를 맡겼기에, 지아니니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지아니니는 살짝 섭섭한 티를 내긴 했지만,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그자 중 한 명이 말하길, 리버모어는 현재 J.P.모건의 저택에 있다고 합니다.”
예상대로네.
“냉큼 찾아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자가 극구 만류했습니다.”
“이 일은 내가 나서서야 한다고 조언했나 보군.”
“예. 그렇습니다.”
뭐, 이것도 내가 주문한 거다.
지아니니가 나서 봤자 해결할 수도 없을 테고, 오히려 일만 더 복잡해지니까.
“사건은 정확히 언제 터졌는가?”
정보가 없다.
나는 좀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 지아니니에게 물었다.
“한 사흘 정도 되었습니다.”
사람을 반강제로 연금할 정도면.
사흘 전부터 사태가 심상치 않게 나빠졌다는 뜻이겠군.
“다른 정보는?”
“뉴욕에 있는 은행들이 전부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 도시에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덕분에 다들 맡겨 두었던 예금들을 찾으려고 난리입니다.”
“이건 언제부터인가?”
“나흘 전부터입니다.”
J.P. 모건으로서는 똥줄이 탈 것이다.
뉴욕은 어찌 보면 J.P. 모건의 영지와도 같은 곳.
그런 뉴욕이 현재 무너지고 있다.
더욱이 금융 시스템 전체가 신뢰를 잃고 있었기에, 이곳에 모든 자산이 쏠려 있는 모건으로서는 제일 답답하겠지.
“다우지수가 60을 뚫고 50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씨벌. 문제는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나도 급격합니다.”
주가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중이다.
지지선이 생겨나지 않을 정도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보스, 도착했습니다.”
“그래. 일단 짐부터 정리하고 그다음을 생각해 보세나.”
“예.”
지아니니는 내게 미리 받아 두었던 키를 건넸다.
“미리 왕자님의 방을 잡아 놓았습니다. 왕자님께서 7을 좋아하셔서 7층, 707호로 잡아 두었습니다.”
“고맙네.”
7층까지 걸어갈 수는 없다.
1903년부터 유압식 승강기가 발명되고 보급되었기에, 우리는 이를 잡고 7층으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어어······ 잠시만.”
딱-
우리 일행이 승강기를 타고 오르려던 중, 사내가 지팡이를 들이밀며 승강기가 올라가려는 걸 막았다.
“어휴- 까딱하면 놓칠 뻔했네.”
“홀리 쉣! 다, 당신은?”
지아니니가 떨리는 표정으로 우리 앞을 막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도 눈을 가늘게 뜨며 희미하게 웃음 짓고 있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 빅세일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