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7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72화(72/392)
< 워싱턴 (지도첨부) >
세상일은 놀라움의 연속이지만, 이번엔 그 스케일이 달랐다.
작은 도시국가도 아니고, 열강 중 하나인 미국이.
경제인 단 한 명에 의해 구원받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할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 어려운 걸, 지금 J.P.모건이 ‘떡’ 하고 해내고 있었다.
‘이러니······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 후대에 판을 치는 거지.’
J.P.모건이 전면에 나선 지 보름.
바닥을 찍었던 다우존스 지수는 그새 60포인트까지 회복되었다.
뭐, 덕분에.
내 주머니는 또다시 두둑해져 갔다.
구제 기금으로 천만 달러.
그리고 동부에 있는 신탁, 증권, 은행 등 금융기관 등을 사느라 천만 달러.
총 이천만 달러나 되는 거금이 이번 금융공황으로 내 손을 떠나 시장에 묶여 있지만.
이것이 내 재산의 전부는 아니었다.
이번에 사천만 달러로 불어났으니, 이천만 달러가 아직 남지 않았는가?
나는 이를 리버모어에게 다시 맡겼는데.
리버모어는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다시금 수익을 내는 중이었다.
‘리버모어는 천재다. 이번 투자로 확실해졌네.’
그는 닥터 둠처럼 매번 비관론만을 주창하지 않았다.
오히려 철저하게 추세 매매를 신봉했다.
당연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숏이 아닌 롱.
즉, 공매도보단 주식 매수에 집중했다.
리버모어는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내답게, 또다시 신용을 써 가며 과감하게 차입 투자를 했다.
그동안 하락 폭이 컸던 금융주와 광산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거다.
그의 예상대로 이번 반등에서 이 두 업종은 유독 폭등하며 내게 커다란 수익을 안겨 주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이제 미국은 전고점, 그러니까 다우 지수 100을 1년 안에 회복할 것이다.
미국 경기는 내년쯤 정상으로 돌아올 거니까.
‘아직 밖은 꽤 힘들지만, 주식시장은 벌써 축제 분위기네.’
그럴 수밖에.
주식시장은 선행지수다.
경기가 박살이 날 것이 분명했기에, 여태까진 계속 떨어졌던 거고.
모건이 대책을 내며 경기가 다시 빠르게 되살아날 것처럼 보이자, 뉴욕 증시는 빠르게 이 호재를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나는 호텔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며 창밖을 슬쩍 보았다.
‘자본주의의 나라답게 그 민낯이 아주 적나라하군.’
증시는 점차 살아나고 있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실업자가 넘쳐났다.
경기는 아직 침체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는 연일 만석이었다.
‘실직자가 넘쳐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들은 이번 금융공황으로 더욱더 부자가 되었지.’
물론 일부 부유층은 파산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긴 했다.
하지만 다수는 이번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산이 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일 것이고.
“이 왕자님. 이쪽입니다.”
뉴욕에 자주 올 것 같았기에, 나는 뉴욕의 부동산을 쇼핑하려 밖으로 나왔다.
매번 호텔에서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뉴욕에 들를 때 잠시 쉴 나만의 별채가 필요했다.
나는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맨해튼 곳곳을 쏘다니며 쓸 만한 부동산이 좀 있나 살펴보았다.
“어, 지아니니?”
“이 왕자님? 여기서 다시 보게 되는군요.”
좋은 매물에는 좋은 구매자가 달라붙기 마련이다.
지아니니 역시 뉴욕에 올 때 마냥 호텔에 거주할 수는 없기에, 자신이 머물 세컨드 하우스를 찾는 중이었다.
나는 그와 함께 돌아다니며 못 나누었던 이야기를 했다.
“이 왕자님.”
“말하게.”
“요새도 바쁘십니까?”
“그럼.”
지난 보름간, 나는 정말이지 바쁘게 살았다.
물론 모건의 집에 반강제로 합숙을 할 때도 사람 만나느라 잠도 못 잤지만, 그 집에서 나오고 나니 더 분주해졌다.
다들 날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자 초대장을 마구 뿌려 댔기 때문이다.
“요새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제게 무엇을 묻는지 아십니까? 전부 왕자님 안부부터 묻습니다.”
“하하······ 그런가?”
“예. 특히나 왕자님의 이상형은 어떤 여성인지, 그것부터 자꾸 캐더라고요. 씨벌······ 깜냥도 안 되는 것들이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요새 들어 미래 배우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난 7인 회동 때 만났던, 독일에서 이민을 왔다는 폴 와버그만 해도 그렇다.
자신의 여동생을 소개해 주겠다고 내게 세 번이나 제의했지.
또 다른 구성원 중 하나였던 제임스 힐도 제 손녀와 한번 만나 보지 않겠냐고, 내게 은근슬쩍 손녀의 사진을 내밀었었고.
‘로스차일드도 내 주변에 내 여자관계나 건강 상태를 묻고 다닌다지?’
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네.
나는 이 세상에 몇 없는 왕자이고, 미국에서 한 손안에 드는 재벌이기도 하다.
피부색만 제외하면 신랑, 사윗감으로는 제일이지.
‘시간이 지날수록 내 가치는 더 커지겠지.’
남녀는 평등하지만, 신체적 차이가 존재한다.
여성은 가임기라는 것이 따로 있다.
하지만 남성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고위층들로 올라갈수록 결혼은 사랑이 아닌 사업이다.’
특히 유럽의 왕족들은 더더욱 그렇다.
왕위계승권 또한 하나의 혼수처럼 들고 가니까.
막연한 환상 때문에 서양인들은 다를 것 같지만.
오히려 결혼할 때는 한국보다 출신 성분을 더 심하게 따지는 게 이곳 사람들이었다.
‘나는 가진 게 많다.’
한 번 결혼은 했지만, 아직 자식이 없다.
혹시라도 내가 죽게 되면 내 마누라가 내 재산을 전부 상속받는다는 말.
누구나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이 왕자님. 전에도 한 번 언급했는데 말입니다. 제 마누라의 막냇동생이······.”
이렇게.
지아니니 역시도 틈만 나면 제 처제를 홍보하고 있었다.
“비올라 말인가?”
“예. 한번 만나 보심이 어떠십니까?”
아······.
그 이쁘다는 처제?
막상 봤을 땐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생각해 보겠네.”
이럴 때는 고민하는 척하며 대답을 회피하는 게 제일이지.
나는 또다시 지아니니의 처제 소개를 회피하며 뉴욕의 부동산을 탐색했다.
* * *
호텔로 돌아오니 내 앞으로 서신 두 장이 와 있었다.
하나는 독일.
하나는 러시아 왕실에서 보낸 편지였다.
나는 두 서신 중 독일에서 온 전보를 먼저 열어 보았다.
아무래도 빌헬름 2세와 안면을 텄기 때문에, 그가 더 편했으니까.
흠······
예상대로, 편지의 상단에는 잘 지내고 있냐는 형식적인 안부가 적혀 있었다.
그다음은 카이저 특유의 망상이 가득 쓰여 있었다.
‘이 양반은 지겹지도 않나······.’
그놈의 빌어먹을 황화론.
카이저는 일본제국의 음모론을 내게 설파하며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현재 내가 있는 미국을 거론하며 독일과 함께 일본을 견제할 수 있도록 내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설득되었으면 진즉 했지.’
나는 그 누구보다도 일본을 경계하는 쪽에 속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카이저의 망상 같은 황화론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근거 없는 경계심은 오히려 미국이 일본과 가까워지도록 유도하거든.
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카이저의 행동을 보며, 나 역시 코웃음을 치다가 이내 한 단어에 집중하게 되었다.
‘응? 간도?’
말도 안 되는 망상 따위에 시간을 낸 내가 병신이지, 하고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편지에 적힌 내용이, 지난번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그때는 파나마를 언급하면서 일본의 확장 야욕을 설파했는데······.’
이번에는 간도라는 지역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카이저는 일본이 중국.
특히, 남만주 일대에 영향력을 넓히려 간도에 군대를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내게 전했다.
“누구 없는가?”
“찾으셨습니까? 전하.”
서부에 있다가 막 뉴욕으로 건너온 최현우가 내 부름에 답했다.
“지도 좀 가지고 오게나. 세계지도 말고, 사흘 전에 자네가 가져온 국내 전도를 좀 내어오게.”
“예.”
최현우는 그 즉시 올해 발행된 따끈따끈한 지도를 내게 건넸다.
이 전도는 안창호가 조선에서 돌아오며 들고 온 것이라고 했다.
“간도······ 간도······.”
나는 전도를 살피며 간도라는 말을 연신 되새겼다.
그러자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최현우가 지도의 오른쪽 위 끝을 가리키며 나를 도왔다.
“전하. 간도라면······ 여기 적혀 있는 북간도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요?”
“흠······ 자네 말이 맞겠군.”
함경도 위에 작게 표시된 행정구역.
최현우가 건넨 또 다른 지도에는 색칠까지 되어 있네.
명백히 간도가 대한제국의 영토임을 표시해 둔 것 같았다.
‘조선은 팔도라 들었는데······.’
재미교포 2세 출신이기에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기초적인 것은 안다.
행정구역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간도’라는 명칭은 처음 들어 보았다.
고개를 갸웃했는데, 이 궁금증을 최현우가 채워 주었다.
“간도라는 땅은 청나라와 영토 분쟁 중인 북방 영토입니다. 청은 청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제 땅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
“예. 아국은 1902년에 간도 관리사를 임명해 이 땅의 영유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청과 조선의 영토는 강으로 나뉜다.
서쪽은 압록.
동쪽은 토문.
압록은 그 수원지가 명확하다.
하지만 토문은 수원지가 여러 개였고, ‘토문’이란 명칭을 두고도 청과 조선이 각각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분쟁 중이다.
그 탓인지, 다른 전도와 비교해 보니 영토 경계가 제각각이었다.
최현우가 잠시 눈알을 굴리다가 서부에 있던 한 인물의 이름을 꺼냈다.
“아······ 샌프란시스코에 간도 관리사인 이범윤이 머물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말입니다.”
“이범윤이?”
“예. 을사와 정미에 행한 늑약에 극구 반발하며 의용군을 꾸리지 않았습니까? 최근에 연해주로 잠시 피신했다가, 전하를 만나 뵙기 위해 미국까지 왔다고 합니다.”
날 만나러 온 것은, 의병 운영 자금을 부탁하기 위함이겠네.
그래.
서부에 가면 이자와도 한번 만나 봐야겠다.
나는 지도를 반으로 접은 후, 이를 최현우에게 건넸다.
“일단은 카이저에게 답장부터 하도록 하지. 그대가 수고를 좀 해야 할 듯하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여기 뉴욕에 이위종이라는 사내가 기거하고 있네. 언어를 7개나 할 줄 아는 신동일세. 그와 함께 이번 일을 진행하게.”
나는 간략하게.
답신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정리하여 최현우에게 건네주었다.
“간도는 대한제국의 땅이네. 여기 지도와 함께 관련 자료를 첨부하게나. 분하지만 일본이 간도에까지 일본군을 보낸 것은 모두 아국의 영토이기에, 일본이 그리 행동하고 있다고 카이저에게 전하게.”
“예.”
“이를 항의하고 싶다면 강제로 체결된 을사늑약과 정미늑약부터 걸고넘어지라고 조언해 두게. 두 조약의 불법성은 헤이그에서 내가 했던 연설문을 참조하도록 하고.”
최현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의왕 전하. 카이저가 전하의 답신에 과연 호응하겠습니까?”
“호응하든 말든 그것은 중요치 않네.”
어차피 그 땅은 조선이 현재 관리할 수 없으니까.
청이나 일본, 러시아.
셋 중 하나가 관리하게 될 테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를 주장했다는 것이네. 간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리해야, 앞으로 조선이 독립하게 될 때 그 땅을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계속하여 가이드를 제시했다.
“아······ 라이트형제와 연락해 현재 전투기 개발 상황도 알아보게. 간도 영유권과 함께 이를 카이저에게 보고하면 그 역시 모른 체할 수는 없을 것일세.”
카이저는 비행기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실제 이번에 보낸 전보 끝부분에선, 지난 유럽 순방 때 소개했던 비행기의 개발 현황을 묻고 있었다.
‘약을 팔길 잘했네.’
독일에 방문했을 때, 나는 빌헬름에게 강조했다.
우리가 개발하는 전투기는 정찰은 물론 상대국의 전함까지 차후에 조질 수 있다고.
경쟁국인 영국군과 비교해 독일 해군의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
그렇기에, 카이저는 비행기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전투기를 만들어 수출하게 된다면, 제1호 수출국은 독일이 될 거다.’
유럽에 있는 어느 나라보다 지금 우리가 개발하는 전투기에 관심을 보이니까.
해군력을 단시일 내에 어떻게 증강하나?
독일은 공군력 증강으로 이를 커버해야 했다.
‘눈치가 있다면 내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겠지. 그나저나 가장 밑에······ 나의 나이는 왜 묻는 것이지?’
손이 곱다고 또 이상한 칭찬을 늘어놓으며 내 기분을 잡치게 만들 줄 알았는데······.
왜 전보의 맨 끝에선 내 생년월일을 묻는 것일까?
나는 살짝 희한함을 느끼며 카이저의 전보를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
그 뒤, 러시아에서 온 서신 겉면에 봉인되어 있던 실을 뜯어 보았다.
* * *
러시아에서 온 서신은 독일에서 온 전보보다도 더 별거 없었다.
처음 시작은 당연하게도 안부였고.
그 뒤는 섭섭함이 가득했다.
유럽에 내가 방문했을 때, 왜 러시아에 들르지 않았냐며 니콜라이가 항의한 내용이 전부였다.
‘이른 시일 내에 러시아 제국에 한번 방문해 주시길 바란다?’
상세한 이유는 이 서신을 건넨 러시아 외교관의 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내가 부동산을 보러 호텔을 비웠을 때, 그들은 이곳에 찾아왔는데.
내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최현우를 집요하게 붙잡고 현재 나의 투자 현황을 물어봤다고 한다.
‘아마도 재산 관리 때문에 날 급히 찾는 것이겠군.’
모건은 투자의 귀재로 유럽에 알려지며 바티칸과 이탈리아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게 되었다.
모건도 했는데, 나 역시 할 수 있겠지.
내 명성이 저 멀리 유럽까지 퍼졌으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이른 시일 내에 러시아에 들러야겠군.’
서유럽과 비교하면, 러시아의 경제는 낙후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라 자체는 가난할지 몰라도 러시아 황실만큼은 다른 나라보다도 그 재산 규모가 더 컸다.
이를 관리한다면 돈 좀 만질 수 있을 거다.
‘당장이라도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내 영지나 다름없는 서부를 너무 많이 비워 두었으니까.
서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직접 살펴야 하며, 더불어 커지고 있는 교민사회 또한 관리해야 했다.
‘요새 이민자들이 급증했다고 하던데······.’
돈 좀 있는 조선의 거부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고 한다.
그들은 날 만나고 싶어 했다.
교민사회의 주춧돌이자 이민 선배로서, 여러 조언을 구하고 싶겠지.
“왕자님.”
“무슨 일인가?”
“호텔 1층에 사람이 와 있습니다.”
“호텔 1층에? 누가 왔는가?”
내려가 확인하니, 익숙한 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코텔류 재무장관.
그가 내가 악수를 청했다.
“저와 함께 워싱턴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째서지?”
“대통령님께서 왕자님과 대담을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뭐라고?
루스벨트가 날?
“어찌하시겠습니까? 여기, 뉴욕에 남아 계시겠습니까? 아니면 저와 함께 워싱턴으로 가시겠습니까?”
< 워싱턴 (지도첨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