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7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75화(75/392)
< 이강과 미·일 신사협정 >
남산 인근에 있는 조선 통감부.
“각하! 반역도들의 기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만 해도 의주와 평양 인근에서 신규 역당 모의 시도가 적발되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조선 의병에 관한 상세 정보를 보고받고 있었다.
그는 집무실 중앙에 배치된 조선 전도로 다가간 후, 빨간 깃발을 두 개 들어 의주와 평양에 꽂았다.
“흠······.”
이토 히로부미는 뒤로 한발 물러서며 다시금 조선 전도를 살폈다.
곳곳에 깃발들이 가득했다.
그 말은 즉, 전국에서 의병들이 들고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토 히로부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2년 전 을사년처럼,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이토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한 인물의 얼굴을 회상했다.
“모두 그놈 때문이겠군.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말도 안 되는 연설을 지껄여, 우매한 조선 민중들을 선동해 버렸어······.”
이토 히로부미는 자신의 책상을 쾅 하고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평소 속으로 감정을 삭이곤 했다.
이리 겉으로 드러날 만큼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몹시 화가 났다는 상태라는 거다.
통감부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다들 이토의 눈치만을 살피며, 최근 정보를 하나씩 그에게 보고했다.
“지난번 회의 때 조선의 군대를 강제로 해산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아무것도 모르는 본국의 머저리들 때문에······ 성급히 조선군을 해산했지.”
“그들 때문에 반란군의 세가 점점 거세지는 것이 아닐까요?”
“한곳에 모아 놓고 강제로 무장 해제라도 시켜야 했는데 말입니다.”
옛 조선 군인들은 통감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속속 의병 집단에 합류하고 있었다.
이토는 이를 두고 후회했다.
강경파 때문에 너무 성급하게 군대를 해산시켜서 작금의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똥물은 죄다 이토가 뒤집어쓰게 생겼다.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이토 히로부미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의 부하인 후지와라에게 물었다.
후지와라는 보고서를 쓱 한번 훑어보고는 구체적인 숫자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전국에 모인 반란군의 수를 총합하면, 약 팔만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속속 그 규모가 늘어나고 있으니······ 한 십만여 명 정도까지 증가하지 않겠습니까?”
옛 조선군 병졸들이 합류한 덕분에 각지의 의병들이 착용한 무장은 점차 좋아지고 있었다.
어중이떠중이만 모인 농민병에서 민병대 정도로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중인 것이다.
물론, 일본군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었다.
정규군과 민병대가 어찌 동급이던가?
“피해 상황은?”
“아직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전투 교환비는 말도 안 되게 일본이 유리했다.
조선 의병이 100명 사망할 때, 일본 측 군사들은 1명이 죽을까 말까 한 수준이었다.
이는 조선 의병의 무장이 원체 빈약한 탓이 컸다.
조금 개선되었다곤 하나, 죽창에서 화승총으로 바뀐 정도니까.
‘시간이 길어지면 안 돼.’
다만.
의병들은 조선 전역에서 게릴라전을 하며, 육상 물류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조선에 장사하러 온 일본인들을 쏙쏙 골라 죽이고 있어, 일본 정부로서는 그들의 이익이 상당 부분 침해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토는 이들을 빠르게 제압할 생각이다.
“통감 각하.”
“말하게.”
군사학교 출신으로 이토 히로부미와는 정반대 성향을 지니고 있었던 모리 이사토.
그가 이토에게 진언했다.
“저들을 속전속결 처리해야 합니다. 이것들을 보십시오.”
『일제의 만행에 분노한 조선인들이여. 당당히 맞서 싸우라.』
“전국에 이런 전단이 퍼지고 있다 합니다. 더욱이······ 의병에 합류한 옛 조선 군인들 말입니다.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이런 전단 또한 나눠 주는 중이라고 합니다.”
『미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세요. 의왕 전하가 당신의 가족을 후원합니다.』
이토가 눈을 가늘게 뜨며 두 전단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연해주에 있는 이강의 사람들 말입니다. 북으로 올라오는 의병의 가족들을 전부 지원하고 있다 합니다. 미주로 가는 뱃삯을 거의 안 받다시피 하며 이들의 이주를 격려하고 있다던데 말입니다.”
“허······.”
의병의 가족은 이강이 돌볼 테니, 한반도에 있는 그들은 마음껏 싸우라는 뜻일까?
이토 히로부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에 모리 이사토가 다음 말을 덧붙였다.
“최근, 이전 간도관리사인 이범윤이 연해주를 떠나 미주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모두 다 이강을 만나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그가 제 머릿속에 있던 끔찍한 가정을 이토 히로부미에게 속삭였다.
“이강이 제 개인재산을 털어 의병들의 무장을 지원한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사람은 적당히 모였다.
일본의 군사교리를 일부 익힌 이들 또한 의병무리에 합류한 상황.
거기에 이강이 약간의 지원을 통해 신식 무기를 공급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시간이 없군.”
이토 히로부미는 다시금 자신의 집무실 한 가운데 마련된 지도로 향했다.
그리고는 수많은 깃발 가운데, 한반도 남쪽에 자리한 깃발들을 노려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수전(논)이 집중된 남쪽만큼은 확실히 정리해야겠군.”
“맞습니다. 본국에 필요한 것은 바로 조선의 쌀이니까요.”
“그렇지. 아······ 역당들을 토벌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한데 말이야.”
이토 히로부미는 소파에 앉은 후,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맸다.
조선의 의병들 토벌할 자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놈의 돈 때문에 뭘 좀 진행하려고 해도······ 꼼짝달싹 아무것도 할 수가 없군.”
이토 히로부미는 그의 옆에 멀뚱히 서 있는 부하의 이름을 불렀다.
“후지와라.”
“예. 통감 각하.”
“본토에서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던가?”
후지와라는 다소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반걸음 물러섰다.
이토 히로부미가 히스테리를 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그리 행동한 거다.
“현재 본국 역시 경제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통감부에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끙.”
아니, 돈이 있어야 뭘 하지.
이토 히로부미는 작게 혼잣말을 하다가 이내 과거에 진행했던 한 사건을 떠올리며 후지와라에게 다시금 물었다.
“지난번 대장성(현 재무성)에서 진행했던 차관 사업 말이야. 미국 은행가 놈들에게서 추가로 돈을 빌리려 협상 중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그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그게······ 일이 좀 틀어진 것 같습니다.”
“어째서지? 지난번까지는 협상 분위기가 훈훈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국의 부채가 너무나도 많다고 그들이 트집을 잡고 있답니다. 구체적인 상환 계획을 통보하지 않는다면, 신규로 차관을 사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요즘 따라 영미권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졌다.
‘빌어먹을 양키놈들······.’
그전에.
러일전쟁을 치를 때는 일본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떡하니 퍼 주더니 말이다.
이제는 안색을 확 바꾸어, 더는 대출을 해 줄 수 없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이강, 이강! 모두 다 그놈 때문이군······.”
이토는 이 문제가 모두 다 이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영향력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이강은 이미 이토의 눈 밖에 난 인사다.
그렇기에, 일본에 나쁜 일이 생기면 뭐든 이강 때문이라고 탓하게 되었다.
이는 비단 이토뿐만이 아니었다.
일본의 많은 정치인이 점점 이강이란 인물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후지와라.”
“말씀하십시오. 통감 각하.”
이토 히로부미는 이강을 생각하다가 최근 들었던 정보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듣자 하니 이강의 쌈짓돈 규모가 상당하다고 하는데 말이야.”
“맞습니다. 소문에는 미국에서 한 손 안에 드는 거부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말이야. 그자의 쌈짓돈을 어떻게 회수할 방법은 없을까?”
“······.”
후지와라는 이토의 제안에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후지와라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도저히 그 방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현실적으로는 불가합니다.”
“어째서 불가능하지?”
“부인이나 자식이 조선반도에 있다면 몰라도······ 현재 이강 그놈의 아내나 자식은 조선과 일본에 없습니다. 그 말은 즉, 그를 협박할 만한 패가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놈의 아비가 우리 손에 있지 않은가?”
후지와라는 고개를 좌우로 휘휘 저으며 이토의 주장을 부정했다.
“이강은 미국으로 떠난 후, 조선의 상왕과 개인적으로 단 한 번도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그의 아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공무적으로는 연락하고 있긴 합니다.”
후지와라의 보고에 이토 히로부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생각해 보면······ 멕시코 교민 송환 사건부터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특사 사칭 사건까지, 어찌 보면 전부 공무적인 일이었지. 자네의 주장처럼 말이야.”
“맞습니다. 그 두 사건을 제외하면 마치 남처럼 대하고 있습니다.”
후지와라가 뒤에 주장을 이어 가며 자신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아마도 지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하여 두 부자간의 사이가 급속도로 멀어졌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일련의 사건이라면······ 유길준을 이용해 이강을 반역의 수괴로 보이게 했던 5년 전의 일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후지와라는 그동안 자신이 모아 둔 자료를 이토 히로부미에게 추가로 보고했다.
“미주에 있는 세작의 보고로는, 이강이 미주 교민들과 만남에서 단 한 번도 제 부왕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흠······.”
일본은 그간 고종과 이강, 이 둘 사이를 벌려 놓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두 부자 관계였다.
한마디로 일본 그들이 자초하여, 이강을 흔들 패가 사라졌다는 말.
‘빌어먹을, 조선은 효가 제일이라고 늘 떠들더니. 이강 이놈은 불효를 타고난 놈이로군.’
이강이 빙의된 현대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토는 이렇게 분석하며 잠시 작게 신음했다.
그러다가 이내 이강의 재산에 관한 미련을 버렸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로군.”
본국에서 예산이 조달되지 않는다면 어쩌겠나?
현지에서 조달해야지.
“조선 전역에서 시행할 토지 조사 계획을 하루빨리 완성하게나.”
“예. 통감 각하.”
이토는 기존 계획보다 좀 더 빠르게 토지 조사를 실행할 생각이었다.
신고되지 않은 황무지를 통감부 산하로 흡수하게 되면, 그곳에서 나는 농작물에 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니까.
더욱이 조선은 아직 전 국민 교육이 시행되지 않았다.
까막눈이 제법 존재할 터.
시기를 짧게 공지하면, 주인이 있는 땅 또한 제때 신고하지 못하여 쉬이 통감부 아래로 예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먹어야지.’
“통감 각하.”
“들어오게.”
일본은 이미지메이킹에 진심인 나라였다.
열강의 언론 동향을 감시하며 자신들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기사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반박 자료를 보도했다.
“오늘 자로 발행된 영미권 신문 요약입니다.”
본토에는 본토 관련 소식이 보고된다.
통감부에는 조선에 관한 소식이 전달되고.
일본은 전 세계 언론에 돈을 펑펑 써 가며, 조선인들이 스스로 나라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는 걸 거의 세뇌하다시피 홍보하고 있었다.
『내가 보았던 조선. 그곳은 참으로 아름다우며 외국인에게 관대했던 나라였다······.』
그렇기에 보통은 열강들의 신문에 조선 관련 이야기가 실리면 대부분은 부정적인 이야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강이 헤이그에서 악의 제국 탄생 이야기와 핍박받는 조선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발표하며.
아주 조금씩 여론이 달라지고 있었다.
이번에 이토의 손에 들린 기사 역시도 마찬가지다.
한 미국 여인이 조선 여행기를 쓴 것 같은데 그 내용이 미묘하게 거슬렸다.
‘그들은 천성이 착하고 부지런하며 외국인들에게 관대하고 친절하다?’
관리들의 부패가 문제지만, 이것만 고칠 수 있다면 그들은 충분히 제 나라를 운영할 수 있을 역량을 지녔다고 서술했다.
끄트머리에 미국 서부에 사는 교민들을 본다면, 조선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까지 적혀 있다.
이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사설을 쓴 저자를 찾다가 그녀의 성을 보고 눈이 커졌다.
“엘리스 루스벨트?”
빌어먹을.
현 루스벨트 대통령의 첫째 딸이 아니던가?
그녀가 왜?
“이 빌어먹을 계집. 몇 년이나 지난 일을 왜 지금에 와서 기사화한 것이지?”
이토 히로부미는 성을 내며, 후지와라에게 명령했다.
“당장! 워싱턴에 연락하게. 이따위 기사가 왜 신문에 기고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란 말이야.”
잠시 후.
후지와라가 긴장한 얼굴로 이토 히로부미에게 돌아왔다.
“알아 왔는가?”
“그게······.”
쾅-
이토 히로부미가 후지와라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억.”
“멀뚱멀뚱 서 있지 말고 보고하게.”
후지와라는 제 종아리를 문지르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 하나를 이토 히로부미에게 건넸다.
이에 이토 히로부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강과 엘리스가 최근에 워싱턴에서 만났다고?”
“예.”
“빌어먹을 이강 이놈의 자식은······ 도대체 왜 이리 미주 전역을 싸돌아다니는 게야?”
이토가 못마땅한 듯, 제 허리춤에 손을 댄 채 씩씩거렸다.
“이강의 움직임을 더욱더 감시하라고 하겠습니다. 마침 우리 사람들이 미국에 가 있지 않습니까?”
후지와라는 막 미국에서 진행 중인 미일 신사협정을 거론했다.
“아! 맞아. 신사협정 때문에 열강의 언론인들을 우리 제국으로 불러들였지. 후지와라. 지금 그자들을 한번 만나 봐야겠네. 당장 연락할 수 있는 자들이 몇이나 있는가?”
“자세한 것은 조사해야 알 수 있지만, 현재 다섯 정도가 총리 각하의 초대 때문에 본국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흠······.”
이토 히로부미가 도쿄에 있는 외신들 명단을 훑었다.
그는 그중 한 명을 꼭 집었다.
“스티븐슨이라······ 미국인이기도 하고, 우리에게 협조적이니 이자가 적합하겠군.”
이토는 비릿한 표정을 지으며 후지와라에게 명령했다.
“이자에게 연락하게. 내 급히 전할 말이 있네.”
< 이강과 미·일 신사협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