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7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76화(76/392)
< 이강과 미·일 신사협정 (2) >
“안녕하십니까? 엘리후 루트 국무장관님.”
이토 히로부미가 한참 머리를 싸매며 돌파구를 찾고 있을 때, 본토에 있던 외무성 직원들은 태평양 건너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다.
미국 연방정부 외교관들과 함께 미·일 신사협정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다카하라 외무대신님, 반갑습니다.”
루트 국무장관은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한 일본 외교단의 면면을 일일이 살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어째, 그들의 구성이 많이 바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일 때문인가?’
루트는 지금의 구성이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때, 이강이 명연설을 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왜냐하면, 그때 특사로 파견되었던 일본의 엘리트 외교통들은 하나 같이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국제여론이 꽤 나빠지긴 했지만, 회담을 앞두고 수장까지 죄다 교체해야 했을까?’
일본의 내각은 특사였던 혼조 사토시를 비롯해 외무대신이었던 하야시 다다스까지.
외교 라인을 전원 교체했다.
루트는 이점을 상기하며 일본의 외교관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다카하라 외무대신, 취임하고 이곳에 바로 오셨다지요?”
“예, 그렇습니다.”
“힘드셨겠습니다. 이렇게 강행군을 하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입니다.”
“별거 아닙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습니다.”
“에이, 별거 아니긴요? 대서양 건너는 것도 곤욕인데, 그보다 더 넓은 태평양 횡단은 더 힘들지요.”
“······.”
“자자, 일단은 자리에 앉을까요? 멀리서 오셨으니 많이 피곤하시겠군요.”
엘리후 루트는 일본에 굉장히 우호적이었다.
이 시대 미국인들이 그랬듯, 그 역시 와패니즈 인사였던 거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루트는 일본 측 외교관들을 상당히 배려해 줬다.
“국무장관님.”
“예. 말씀하십시오.”
“공식적인 회의에 앞서 비공식 대담부터 간단하게 나눴으면 하는데 말입니다.”
“아······ 새로 추가된 몇몇 조항 때문에 그러시군요. 뭐, 그리합시다. 실무진들을 잠시 물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카하라는 영어를 꽤 잘했다.
그랬기에 그는 통역관 없이도 루트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
덜컥-
회의장 문이 닫히고.
안에는 이제 다카하라와 루트, 둘만이 남게 되었다.
“장관님. 소문에 미국 의회에서······ 새로운 이민법이 통과되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다카하라는 루트에게 좀 더 다가가며 작게 속삭였다.
루트가 다카하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지요. 새로운 이민법이 하원에서 막 통과되었습니다.”
“상원은 어찌 될 것 같습니까?”
미국은 양원제다.
그랬기에 다카하라는 상원의 의중을 루트에게 물었다.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조금 아슬아슬하지만, 상원에서도 역시 가결될 듯합니다.”
다카하라 외무대신이 조심스럽게 말끝을 흐리며 본론을 꺼냈다.
“동양인 이민자들의 신규 시민권 취득에 관한 법령이라지요? 이번 이민법의 주된 골자는 말입니다.”
“예. 법이 통과되면 동양인 이주희망자들의 미국 시민권 취득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군요.”
루트는 청나라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을 살짝 드러내며, 이번 이민법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번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청인들이 그때 어떠한 범법행위를 했습니까? 새로 생긴 법은 앞선 만행을 사전에 막고자 새로 생겼습니다. 아······ 다카하라 외무대신.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이번 이민법 개정은 일본인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인은 다르다는 것을 루트가 재차 강조했다.
그는 와패니즈였으니까.
동양인 중 오직 일본인만이 문명화되었다고 생각했기에, 중국인과 일본인은 구별되어야 한다고 여겼다.
“루트 국무장관님. 제가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무슨 이야기입니까?”
“일본 말고 조선인 또한 예외조항에 껴 있다고 합니다.”
“아······.”
루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습니다. 조금 탐탁지는 않지만 그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즘 조선인들의 이미지가 하도 좋아져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대통령님께 반대의견을 피력했지만, 잘 먹히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광범위하게 로비를 하고 있었다.
미국의 국무장관인 루트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허허······.”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인 듯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의회 의원들과 대통령님의 뜻이 그렇다는데요.”
일본과 다르게 미국은 민주주의가 아주 잘 정착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삼권분립이 아주 철저했기에 루트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일본인이었던 다카하라는 이런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큰일이군요. 루스벨트 대통령께서는 질 낮은 조선인들이 물밀 듯 밀려오면 어찌하려고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
“내 말이 그 말입니다.”
루트는 루스벨트처럼 일본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이를 제외하곤 그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걷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그는 월가와 친했으며 굉장히 보수적이었고, 엘리트주의를 맹신했다.
그랬던 루트였기에, 최근 루스벨트 대통령의 행보는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연방정부의 법에 구속력이 있다곤 해도 우리 미국은 여러 주가 자치권을 행사하는 연방국가입니다.”
루트가 다음 예를 들며 다카하라를 설득했다.
“뭐, 하와이만 하더라도 지난 2년간 조선인들의 신규 이민을 막고 있지 않습니까? 다카하라 외무장관님의 주장대로 조선인들이 골칫거리들이라면 각주의 주지사들이 알아서 그들의 이민을 막을 것입니다.”
그래.
문제는 캘리포니아다.
다카하라는 그리 생각하며 연방정부의 이민법에 관한 생각을 접었다.
“개인적으로 궁금하신 점은 더 없으십니까?”
“예.”
“그렇다면 슬슬, 이번에 체결할 신사협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겠습니까?”
다카하라가 동의하자, 루트가 실무진들을 다시금 회의장 안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미국과 일본 측은 서로 얼굴을 맞대며 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 * *
일본은 미국으로 가는 일본인들을 자발적으로 규제한다.
그 대신 미국은 차관을 지급한다.
이 두 문장이, 이번 미일 신사협정의 주된 내용이다.
다만.
이전에 의논했던 다른 한 가지 세부 사항이 추가된 게 논쟁거리였다.
“루트 국무장관님. 간도에 관한 내용이 지난번과 언급했던 내용과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예. 그리되었습니다.”
루트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에······ 워싱턴의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귀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단 말이죠.”
루트는 한숨까지 쉬며 워싱턴의 분위기가 별로 탐탁지 않다는 티를 냈다.
“제가 나서 그들을 달래고 있지만, 이거 쉽지가 않습니다.”
“어째서 그런 것이지요? 독일과 러시아 때문입니까?”
“맞습니다. 더욱이 지난번 귀국이 간도에 군대를 파병하지 않았습니까? 두 국가가 이것을 거론하며 우리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다카하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쏘아붙였다.
“그래서, 아국의 군대를 간도에서 철수하라고 권고하는 것입니까?”
“예. 그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차관 제공은 아마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카하라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조선 땅으로 인정하지만, 아국의 군대는 주둔할 수 없다? 이건 뭐, 속 알맹이는 하나도 없이 빈 껍데기만 가지고만 있으라는 뜻이 아닙니까?”
“다카하라 외무대신님.”
루트가 가쓰라-태프트 협약 내용이 적힌 협정서를 서류 가방에서 꺼낸 후, 그들 사이에 배치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2년 전 필리핀과 조선을 두고 밀약을 맺을 때,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그리고는 다카하라에게로 이것을 밀었다.
“분명 그때 귀국이 주장했던 조선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입니다. 우리 측이 한반도의 어원을 살펴보았습니다. 보통 그 경계를 압록과 두만으로 정하더군요.”
간도가 포함된 토문이다.
두만이다.
이것을 루트가 강조했다.
“뭐 조선 땅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알아보지 않은 우리 측도 잘못입니다만, 귀국 역시도 실수하지 않았습니까?”
루트가 한숨을 쉬며 다카하라를 설득했다.
“조그마한 땅 하나를 두고 같은 편끼리 주먹다짐하지 맙시다. 귀국은 아직도 러일전쟁의 후유증을 앓고 있지 않습니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아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텐데요?”
일명 달러외교.
시어도어부터 시작된 미국의 외교 형태로 태프트 때 꽃을 피우게 되지만.
이강 때문에 변한 역사에서는 그보다 더 빠르게 달러외교가 개화하고 있었다.
이강이 일본의 약점을 조목조목 미국에 알려 줬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한다.
아무리 ‘친일파’라고 해도, 조선과는 다르게 ‘미국이 먼저’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루스벨트는 이강이 알려 준 정보를 마냥 썩히고 있지는 않았다.
“잠시 시간을 주시오.”
“알겠습니다.”
다카하라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분석해 보려 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기에 휴정을 요청한 후 데리고 온 자신의 참모들과 관련 내용을 주제로 토론했다.
“어찌 생각하는가?”
“분하지만, 저희는 저들의 차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본국의 경제 사정도 그렇고.
의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조선 통감부의 사정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자칫, 간도가 조선인들의 소굴이 될 수도 있다.
일본 군대의 간도 출입이 어려워지는 셈이니까.
밤에는 함경도로 넘어와 일본군을 공격하고, 낮에는 다시금 간도로 돌아간다면 어찌 되겠는가?
이미 연해주 일대에서 자주 행해지고 있는 일이다.
그 전선이 확장되는 것이기에, 일본군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미래였다.
“내일이 문제입니까? 당장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그 점은 나 또한 알고 있네.”
“각하. 이번 협정은 신사협정입니다. 이 점을 눈여겨보셔야 할 것입니다.”
신사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기업 간 거래로 따지면 MOU나 다름없는 협정.
물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협정을 체결한 상대편과 그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질 거다.
“일단은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다카하라의 명줄은 그리 단단하지 않았다.
이전 외무대신은 이강 때문에 잘린 상황.
아직 전임이 싼 똥을 치우지도 못했기에, 그 역시 언제 어떻게 해임될지 모른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이번 협정은 잘 마무리해야 했다.
‘총리대신께서 지켜 주시겠지.’
강경파는 분명 반발할 거다.
군대를 물리는 일이니까.
하지만 현재의 총리는 온건파인 사이온지다.
가쓰라-태프트 조약을 체결한, 가쓰라 다로가 아무리 반발하더라도 현 총리인 사이온지가 다카하라를 두둔하면 땡이란 말이다.
“협상장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다카하라는 주먹을 꽉 쥐며 협상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미국이 원하는 바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 * *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미국과 일본이 한참 신사협정 논의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워싱턴에서 정치인들과 기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윌버 대표님께서도 오셨군요. 아, 다른 형제분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동생은 현재 연구 중입니다. 그래서 저만 따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연구소에 계신 동생분과 여기 이 왕자님까지, 세 분이 공동으로 라이트&리 회사를 운영하고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워싱턴에 온 김에 나는 라이트 형제를 불렀다.
라이트&리 사가 현재 미군에 비행기를 인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부 라이트 형제에 관한 거짓된 소문 때문이었으니까.
나는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꼬인 실타래를 풀고자 했다.
“라이트 대표님.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대표님에 관한 괴담을 우리 독자님들에게 해명해 주십시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가야 할지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윌버는 내 얼굴을 쓱 본 후, 다시금 기자와 시선을 교환했다.
‘외운 대로······ 가르쳐 준 대로만 해라.’
나는 옆에서 조용히 윌버를 응원했다.
“그러니까······ 스미스소니언 협회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전부 거짓이란 말이지요?”
“정확히는 전 임원이었던 새뮤얼 랭글리가 협회에 거짓을 보고했습니다. 제 기술이 자신의 기술이라고요.”
나는 윌버에 주문했다.
협회와 싸우지 말고 랭글리가 라이트 형제, 개인 간 문제로 좁히라고.
“그 거짓말쟁이 때문에 스미스소니언 협회와의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기자님은 모르실 것입니다. 그자가 헛소문을 퍼트려 라이트&리 사는 망할 뻔했습니다. 시범 비행이 성공리에 끝났지만 추가 수주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은 것은 전부 그자의 선동 때문이었습니다.”
협회를 적으로 돌리지 말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스미스소니언은 꽤 역사가 깊은 단체니까.
‘협회 대신 한 인물을 특정해 공격하게 되면······ 나중에 협회와의 관계 회복을 쉬이 도모할 수 있다.’
여론이 라이트 형제를 동정하게 되면, 협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을 내밀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랭글리의 잘못이니까.
‘그리고 랭글리는 고인이다.’
죽은 간부의 영향력이 언제까지 협회에 미치겠는가?
슬슬 언플을 시작하면 스미스소니언도 우리에게 손을 내밀 거다.
‘지금이야. 울어.’
선즙필승.
윌버 라이트가 눈물을 흘렸다.
물론 과잉된 행동을 보이진 않았다.
그저 눈물을 훔치는 정도.
나는 이 정도가 딱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아, 죄송합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군요.”
이 시대 남자는 강인해야 한다.
남들 앞에서 함부로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되는 법.
때문에, 협상에선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었다.
“흠흠······ 분위기가 어색해지는군요. 전 그럼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속히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기자와 단둘이 인터뷰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제임스 기자님. 잘 부탁드립니다.”
“아, 이 왕자님. 이 왕자님과는 다음번에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예. 사람을 보내 수일 내에 다시 약속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봅시다.”
밖으로 나가려고 일어섰는데, 윌버는 계속 감정이 벅차오르는지 눈물을 훔쳤다.
나는 슬쩍 그를 한번 돌아보고는 이내 밖으로 빠져나왔다.
* * *
“잘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이민법 통과를 위해, 중립을 지키고 있던 몇몇 상원의원들과 만났다.
“더 하실 말씀은 없습니까?”
“글쎄.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뉴욕에 있는 내 소유 금융회사에 조카를 입사시키는 취업 알선부터.
동부에 지을 비행기 공장의 터를 해당 지역구에 배정하는 거래까지.
다양한 조건이 협상 테이블에서 오갔다.
‘있는 것들이 더해.’
몇몇 이기적인 의원들은 꼭 이렇게 시간을 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야만 법안을 통과해 주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보스. 이민법이 통과되었답니다.”
이례적으로 남부 민주당 의원들은 죄다 반대표를 던졌다.
일본인까지, 동양인 전체의 이민을 막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윌슨이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돼.’
다시 한번.
이 시대 민주당 의원들은 상종할 것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의회를 나오며 기지개를 켰다.
‘엘리스도······ 조선에 관한 좋은 사설을 열심히 쓰고 있는 것 같고.’
백악관을 떠나기 전, 엘리스는 내게 다가와 사과 인사를 건넸다.
나는 이에 사과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대는 내 어머니를 능멸했소. 능묘앞 석묘에 올라타는 만행을 벌였지.』
조선에서 했던 엘리스의 행패를 나는 조목조목 거론했다.
특히나 중전 민씨의 묘인 홍릉에서 있던 일을 강조했다.
친 어머니를 어릴 때 여의었던 엘리스의 과거 이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언덕처럼 생긴 것이, 어머님의 무덤인지는 몰랐어요. 다시 한번 죄송해요.』
이에, 엘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재차 내게 용서를 구했다.
이에 나는 말만 미안하다고 뻥긋거리지 말고, 행동으로 보이라고 권했다.
그 결과가 내 손에 쥐어진 신문 사설이다.
엘리스는 내 예상대로 내가 원했던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나 보네.’
대충 언플도 끝나고.
필요한 회사도 다 샀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낸 탓일까?
1907년 또한 막 지나가고 있었다.
“보스. 샌프란시스코는 언제 돌아갑니까?”
“슬슬 돌아가면 안 됩니까? 여긴 너무 춥습니다.”
그러게.
동부의 겨울은 너무나도 매섭다.
온난화가 진행되지 않은 1900년대라서 그런지 더 춥네.
“알겠네. 내 안 그래도 서부로 돌아가려고 했네.”
“진심이십니까? 와!”
그럼.
안 그래도 서부로 가서, 새로운 식구들과 면담을 하려고 했단 말이야.
“자자. 서두르게나.”
“예. 보스!”
< 이강과 미·일 신사협정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