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9화(9/392)
< 하와이에서 >
일본 열도를 떠난 지, 어언 열흘이 지났다.
나는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백사십일······ 백사십이······.”
나는 일 중독자다.
그랬기에, 가만히 있는 것은 내게 너무나도 괴로운 행위였다.
“백사십오······ 백사십육······.”
나는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러던 도중 한 가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하나만 더.’
맨몸으로 스쿼트를 하며 하체단련에 힘을 쏟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밥을 먹어야지.
‘후······ 이 고통.’
한참 스쿼트를 하며 하체 운동에 온 힘을 쏟았는데, 덕분에 내 몸은 현재 내가 흘린 땀으로 뒤범벅되어 갔다.
나는 흠뻑 젖은 내 몸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전하.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때였다.
“뭐하고 계셨습니다? 소인, 너무나 따분하여 미치겠사옵니다.”
내 방으로 들어온 우현식이 하품을 늘어놓으며 기지개를 켰다.
우현식의 말대로 배 안에서의 일상은 지루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태평양 한가운데.
딱히 즐길 만한 것이 없으니 저런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그렇다면, 자네도, 나처럼 한번, 운동을 시작하지, 않겠나?”
나는 고개만 우현식에게로 돌린 채, 입을 뻐끔거렸다.
그 와중에도 스쿼트를 계속하며 우현식에게 운동의 좋은 점을 설명했다.
“한번, 해 보게나. 처음에는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입문하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좋네.”
헉헉······.
숨이 제법 많이 찼기에 단어들을 조금씩 끊어서 말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우현식이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질색한 것이다.
“소인은 괜찮습니다. 소인은 원체 몸이 약해서 전하처럼 그리 운동을 했다가는 픽픽 쓰러질 것입니다.”
“몸이 약하니, 그럴수록 운동을, 더 해야지. 이 양반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쯧쯧.”
쓰읍-
숫자를 까먹었네.
대충 백오십부터 다시 카운팅하면 되려나?
‘그때의 몸이 그립군. 이 몸은 언제 그때처럼 커지려나?’
잠시 지난 과거를 회상했다.
현대인 박병준으로 살 때, 나는 몸이 꽤 좋았다.
6.2피트에 250파운드.
표준 단위로 치환하면 190cm에 113kg 정도 되는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어이, 칭챙총.』
물론, 처음부터 울퉁불퉁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
정확히는 중학교 때, 또래 무리의 무시와 놀림을 받으며 숙제 셔틀 노릇을 했다.
그때는 몸이 굉장히 왜소했다.
『내가 시킨 수학 숙제는 다 했냐?』
『와······ 이 새끼 눈빛 보소? 아직 덜 처맞았나 보네.』
현대 미국은 공교육이 심하게 무너진 나라였다.
세계 1등의 미국 교육이 어찌 무너졌냐 반문하겠지만, 미국을 이끄는 동력은 소수의 엘리트 계층.
그들은 주로 사립 기숙학교에서 공부했다.
‘반면 공립학교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현대인일 때의 나는 이러한 공립학교를 나왔기에, 야생의 정글 같은 곳에서 홀로 생존해야만 했다.
『별것도 아닌 꼬맹이가······ 왜? 그리 억울하면 한판 붙던가!』
좌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죽기 살기로 버텼다.
공부하고.
운동하고.
먹고 자고.
덜 배워먹은 인종차별주의자 새싹들.
이들을 내 밑에 두겠다는 일념 하나로 4년이란 시간을 버텼다.
‘결국에는 해냈지.’
몸이 커진 상태에서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러자 더는 아무도 날 업신여기지 못했다.
더불어 먼저 나를 찾는 친구들 또한 많아졌고.
‘몸은······ 노력하면 좋아진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 몸을 키우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렇기에 빙의한 이 몸의 근육 역시 성장시킬 자신이 있었다.
‘뭐, 다행히도 이 몸뚱이는 바로 사회로 나갈 테니까. 내가 겪었던 유치한 놀림은 덜 받을 거다.’
하지만 비즈니스도 어찌 보면 학창 생활의 연장선이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하니까.
어린 학생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시간이 지나서 어찌 되는가?
다 어른이 된다.
‘매력적인 신체는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니, 운동에 더욱 매진해야 해.’
그렇기에 나는 빙의한 직후부터 운동을 시작하며 근육 성장에 열의를 불태웠다.
미국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면의 개선도 필요하니까.
“전하, 오늘도 운동하십니까?”
“그래. 자네 이리로 와 보게나.”
또 다른 조선인 관료였던 최현우 역시 내 상태를 물으며 객실로 들어왔다.
나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에게 운동을 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현우는 우현식과 다르게 상당히 눈치가 빠른 자였다.
“소, 소인이 배에서 일하는 선원에게서 한 가지를 알아냈습니다.”
주제를 급해 바꾸는 최현우.
나는 그런 최현우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무엇을 말인가?”
“하와이까지 가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이를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답변은?”
“열흘 정도 더 가면 도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온 만큼은 더 가야 한다?
후······.
이 따분한 생활을 한동안 지속해야 한다는 소리구먼.
하지만 이후, 최현우의 입에서 더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최종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까지는 무려 한 달이나 더 배를 타고 가야 한단다.
‘아······ 비행기 마렵다.’
현대였다면, 밥 두 번 먹고 영화 두 편 봤으면 끝인데.
이 짓을 한 달이나 더 해야 한다니.
“더하여······.”
“더하여?”
“날이 심상치 않다고. 이에 대비하라고 선원들이 경고했습니다.”
번쩍번쩍-
최연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살짝 어두컴컴했던 창밖 풍경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번개가 연속해서 치며, 바다 날씨가 실시간으로 심상치 않게 변해 갔다.
‘하······ X같은······.’
따분하다는 말, 취소한다.
우르르- 쾅쾅-
몸에 긴장감이 빡 들어가기 시작했다.
폭풍우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전하······ 속이 너무 울렁거립니다.”
“나도 별로일세. 조금만 참게나.”
여객선 속 사람들의 표정이 빠른 속도로 변해 갔다.
스릴 넘치는 바이킹 놀이기구에 탄 아이들처럼, 얼굴색 역시 다들 하얗게 변해 갔다.
‘속이 울렁거려.’
현대인으로 살 때의 나는, 참으로 바이킹을 즐겼다.
놀이공원만 가면 늘 바이킹부터 찾을 정도로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괴롭다.
이놈의 배가 세 시간째 출렁거리며 내 속을 뒤집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 아래-
위위- 아래-
‘이 큰 배가 이리 들썩이다니······.’
대양을 건너는 배는 근해에서 보는 작은 어선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컸다.
타이타닉급은 아니지만, 내가 탄 배는 일본에서 출항하는 선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문제는 급작스러운 폭풍 앞에선 너무나도 작아졌다는 거다.
‘어느 누가 크루즈선은 뱃멀미를 안 한다고 이야기했는가?’
고요한 지중해나 그렇겠지.
험난한 태평양에서는 예외다.
우-욱-
욱!
객실은 아비규환이 되어 갔다.
승객들이 토를 하며 난리를 떨기 시작한 것이다.
“저, 전하······ 우-욱-”
하······.
우현식이 내 옷에 한가득 토를 쏟아냈다.
“우-욱-”
그 옆에 있던 최현우도.
대환장의 파티다.
‘내 기필코······.’
돈을 벌게 된다면 항공기를 만들리라.
나는 신께 맹세하며, 내 개인실에 마련된 화장실로 이동했다.
나 또한 속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 * *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친 후, 사흘이란 시간이 더 흘렀다.
어느 정도 혼란이 진정되자, 배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가 찾아왔다.
“이번엔 제가 이겼군요. A 투페어입니다.”
“미안하게 됐네. 난 풀하우스네.”
운동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포커를 시작했다.
도박이라고,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에선 남자들끼리 모였을 때, 포커를 치며 친목을 다지는 게 일상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시험 삼아 카드를 치며 내 실력이 녹슬었나 확인해 보았다.
“어휴······ 또 지다니.”
“어떻게 매번 뽀스가 이긴단 말입니까?”
아일랜드 삼 형제.
그중 막내였던 맥스는 계속 잃는 게 억울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혹시 속임수를 쓴 것은 아니겠지요?”
열 판을 치면 다섯 판은 내가 이긴다.
문제는 큰 판돈이 걸렸을 때만 내가 이긴다는 것.
“속임수라니. 그런 것 없네.”
“그럼 무슨 비결이라도 알려 주십시오. 어찌 이리 연속으로 이기신 것입니까?”
“그게······.”
승리의 비결은 별거 없다.
표정과 행동을 읽으면 되니까.
맥스는 자신의 패가 좋으면 오른손 검지로 탁자 바닥을 톡톡 두들긴다.
맏형이었던 아론은 거짓말을 할 때, 아랫입술을 물어뜯는 경향이 있었고.
내가 이를 언급하자,
“맙소사······.”
가장 첫째인 아론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그나저나 뽀스!”
“말하게.”
살짝 삐져 있던 맥스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뜬다.
그러더니 나를 힐긋 보며 제 입을 다시 떼기 시작했다.
“뽀스께서 무언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변했다?”
“예. 예전의 뽀스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부터 꾸준히 운동해서일까?
아직 사 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의 몸은 분명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나도 이를 아는데, 저놈들도 눈치챘겠지.
나는 속으로 뿌듯해하며 맥스에게 물었다.
“내가? 무엇이? 아······ 자네가 보기에도 내 몸이 커진 것 같은가?”
“예?”
맥스는 무슨 말을 하냐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러곤 고개를 갸웃했다.
“흠······ 글쎄요. 뽀스의 몸은 딱히 변한 게 없어 보이는데요.”
나는 평소 무표정함을 기본으로 삼았다.
내 감정을 남에게 들키기 싫어서다.
‘이놈이······.’
하지만 지금 내 표정은 심하게 어그러져 있었다.
내 몸이 변했다는 것을 이놈이 알아차리지 못해서다.
“그럼 뭐가 달라졌다는 거지?”
살짝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나는 맥스를 바라보았다.
눈치 없는 맥스는 그런 나의 상태 변화 역시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 할 말만 계속 이어 갔다.
“억양, 억양이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옆에 있던 아론이 제 막냇동생의 의견에 손을 거들며 동의했다.
“맞습니다. 눈만 감고 들으면 착각할 정도로 발음과 억양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모르는 이가 보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줄 오해할 것입니다.”
원했던 칭찬은 아니지만, 발음과 억양이 끝내준다니.
살짝, 기분이 풀렸다.
“그렇단 말이지. 자네들이 그리 말해 주니 기쁘군. 내 그동안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현지인처럼 발음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네.”
이강은 진짜 그랬다.
내 기억 속에 이강은 끊임없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억양과 발음이라는 게 은근 개선하기 힘든 거니까.’
발음보다는 어휘 구사가 더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발음은 상대방에게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뢰도 주고.’
‘싸장님, 나빠요.’ 같은 억양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것보단 자연스러운 표준어를 쓰는 게 믿음직할 테니까.
‘뭐, 난 사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당연하게 발음이 좋을 수밖에 없지만.’
내 앞에 있는 삼 형제는 이를 모르기에, 내가 엄청나게 노력한 것이라 넘겨짚겠지.
“언어 능력이 탁월하신 것 같습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다.
“뭐, 재능이라면 재능이겠지. 나는 한 번만 들으면 그 지역의 발음과 억양을 따라 할 수 있네.”
“정말요?”
맥스가 눈을 크게 뜨며 내게 물었다.
“그래. 전에 만났던 프랑스 귀족 놈, 그놈의 영어 말투도 따라 할 수 있네. 더불어 그 느끼했던 애스턴 백작의 아들놈. 그놈이 썼던 말투 또한 이렇게 흉내 낼 수 있고.”
나는 영국 최상위 고위층이 쓰는 ‘posh’ 억양을 쓰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자 삼 형제는 경악하는 표정을 보이더니, 이내 질색하기 시작했다.
‘로비스트로 일할 때, 배워 두었던 억양인데······.’
얼마나 먹히려나?
나는 저들이 어찌 반응하나 궁금해서, 평소보다도 더 유심히 삼 형제의 얼굴을 살폈다.
“와······ 소름. 지금 영국 귀족 흉내를 내신 것입니까?”
“뽀스. 제 팔 좀 보십시오. 닭살 돋은 거 보이십니까?”
그간 조용히 카드놀이를 지켜보고 있던 카플란도 입을 열었다.
“보스. 밥맛. 재수.”
“응?”
“토 나온다. 보스. 토. 토.”
종종 내 운동메이트를 역할을 했던 둘째 카플란.
그는 짧은 단어를 반복하며 나를 흉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첫째 아론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다.
“이놈이······ 얼른 보스께 사과드리지 않고! 보스, 저놈을 대신해 못난 이 형이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론이 펄펄 날뛰며 자신보다 두 배는 더 몸이 큰 카플란을 힐난했다.
내가 화를 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서 화를 누그러뜨리게 하려는 듯했다.
“우리의 보스시다. 그리 함부로 말해서는 안 돼.”
“하지만. 토. 나온다. 영국놈들. 왕재수. 보스 방금. 영국놈 같았다.”
“이놈이 진짜!”
계속되는 카플란의 발언.
그의 행동을 지켜보며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전부터 느꼈지만, 카플란은 지능이 살짝 떨어진다.
돌고래와 사람의 경계선 정도.
‘몸은 멀쩡한데······.’
아론과 카플란을 반반 섞어 두면 딱 좋을 텐데.
아론은 몸이 불편하고, 카플란은 머리가 모자라니까.
나는 아쉬움을 느끼며 붉은 머리 삼 형제의 얼굴을 한 명씩 보았다.
‘저들은 아일랜드인.’
카플란의 무례한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 간다.
아일랜드인과 영국인은 철천지원수.
조선과 일본보다 더 사이가 안 좋은 국가였다.
‘더욱이 아일랜드는 현재 영국의 식민지고.’
영국의 수탈, 그리고 자연재해로 인해 아일랜드 대기근이 생겨났다.
그때 죽은 이들만 200만 명.
1900년대 조선으로 비유하면······ 약 500만 정도 되는 사람들이 아사한 셈이었다.
그런 저들 앞에서 영국 귀족들이 쓰는 posh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쓰며 자랑했으니, 아니꼽겠지.
‘특히나 카플란은 제 머릿속에 있는 것을 곧이곧대로 말한다.’
필터를 안 거치고 말하는 아이니.
저리 말할 수밖에.
‘그래도······ 저들이 저리 반응을 보일 정도면.’
그만큼 내 posh 억양이 괜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향후 사업차 영국에 방문했을 때, 나의 posh 억양은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 그자는 잘 지내고 있던가? 그자도 제법 뱃멀미하는 것 같은데······.”
화제를 바꿔 보았다.
방구석에서 안 나오고 있는 이들을 내가 언급한 것이다.
동경을 떠나기 전, 막 합류한 나의 새로운 부하들.
아론은 머리를 긁적이며 내 물음에 답했다.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한동안 약만 먹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맥스는 살짝 분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은근히 힐난했다.
“뽀스에게 저지른 죄가 있는데······ 힘들어도 잘 지내는 척해야지 않겠습니까?”
아론이 맥스의 어깨를 만지며 말렸다.
하지만 눈치 없는 막내는 이번에도 역시 제 할 말을 열심히 해 댔다.
“아, 왜? 그 새끼들 알고 보니 어마어마한 쌍놈이었다며?”
맞다.
왕년에 쌍놈이긴 했지.
“내 그자를 만나고 싶군. 하고 싶은 말이 있네.”
막 합류한, 내 새로운 부하를 한번 만나야 할 것 같다.
나는 서둘러 짐을 챙긴 후, 그자들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 * *
동경을 떠나기 닷새 전에, 나는 사카모토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일본에 연금되어 있는 조선인 죄수 몇몇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사카모토에게 내 의견을 전달받았던 일본 정부는 이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그들 역시 조선인 죄수들을 계속 일본에 머물게 하는 것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나와 일본 정부.
양측의 이해가 오랜만에 딱 맞아떨어진 상황.
그 결과, 지금 내 앞에 세 명의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몸은 좀 어떤가? 많이 힘들어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그래, 뱃멀미는 제법 나아졌나?”
가장 중앙에 있는 자의 이름은 바로 유길준.
나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에 관한 정보를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 하와이에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