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9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93화(93/392)
< 거물과 거물의 만남 >
“들어오게나, 우남.”
7인회 회동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나는 즉시 이승만을 뉴욕에 있는 내 별채로 불렀다.
모건이 우드로 윌슨을 차차기 대통령 후보로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확실해진 상황.
하루빨리 그에 대비하여 방책을 마련해야 했기에 소환한 것이었다.
“의왕 전하, 그동안 잘 지내셨나이까? 소인의 인사부터 받으시옵소서.”
이승만은 집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조선식으로 큰절을 하려고 했다.
지난 장학금 수여식 당시, 서재필의 연설과는 다르게 조선인의 기개를 잊지 말라고 충고했었는데.
이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나 보다.
“다음부터는 간단히 악수나 하세. 미국에 막 건너온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언제부터인지······.
이승만은 자신을 지칭할 때마다 ‘소인’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이리 큰절도 꾸벅 하고.
‘이승만과 나의 격차가 극복할 수 없을 만큼 벌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나?’
나는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했다.
“그래. 석사 학위 과정은 잘 마무리하고 있는가?”
“예, 그렇습니다.”
“영어가 모국어도 아닌데······ 수고가 참 많구먼.”
이승만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서부와 하와이에 있는 교민들을 언급했다.
“고단한 노동환경 속에서 교민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학문을 탐구하는 일이 힘들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뒤이어 나에 대한 칭찬도 늘어놓았다.
현재 장학금의 대다수는 내가 출연한 자금이었으니까.
이를 한 번 더 언급하며, 내 마음을 어떻게든 사로잡으려는 것 같았다.
‘공부하라고 대학교로 보냈더니만······ 아부만 늘었네, 아주.’
역시 미래의 정치 꿈나무 같다.
달콤한 말을 내뱉는데도 아무런 거침이 없으니까.
‘뭐, 그것도 재주지.’
아부를 떨면 몸이 큰 병이라도 생기는 듯 힘들어하는 이도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로비스트로 활동할 때, 그리고 이강의 몸에 빙의하며 그런 강직한 성격을 가진 이들을 몇몇 보았다.
나는 이를 회상하다가 이승만에게 재차 물었다.
“풍문으로는 조만간 우남 그대가 박사 학위에 도전한다던데 말이야.”
“예. 그렇습니다.”
“그래, 합성장학재단에 등록금 지원은 신청했는가?”
“송구하지만 전하와 교민들의 손을 다시 한번 빌리게 되었습니다.”
“뭐, 그러라고 합성장학재단을 만든 것이 아닌가? 그나저나 조만간 한인 최초로 박사 학위를 가진 자가 나오겠군.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말이야.”
이승만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런 이승만을 바라보며 현재 그의 위상을 되새겨 보았다.
‘이승만은 현재······ 고학력자인 것을 빼곤 아무것도 없지.’
그의 경쟁자라고 볼 수 있는 자들은 다들 이승만보다 한 발짝 앞서 있었다.
최초의 유학 선배인 유길준만 해도 그렇다.
현재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지내며, 정치 경력을 쌓고 있지 않던가?
‘유길준은 내 오른팔로 활동하며, 내 다음으로 차기 합성협회 대표직에 도전할 만큼 성장했지.’
같은 또래를 놓고 비교하면, 안창호와 김규식이 압도적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
김규식은 나의 복심으로 세간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도산은 교민사회와 나, 미주와 조선 본토를 연결하는 교량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 소식은 이승만의 귀에도 들어갈 정도로 모두가 아는 사실.
그랬기에, 내 앞에 있는 이승만은 굉장히 초조해 보였다.
‘그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하와이가 박살 났다. 그에게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지.’
초기 하와이 이민자들은 사탕수수 농장과 3년 계약을 하고 미주로 건너온 자들이다.
1902년에 시작되어 1905년에 종료된 하와이 이민.
다수의 교민은 계약이 만료된 후, 서부 캘리포니아로 건너와서 지내고 있다.
그랬기에 그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볼 수 있는 하와이의 교민사회는 굉장히 축소된 상태였다.
“아! 지난번에 내게 건넸던 서신은 참으로 고맙네.”
나는 이승만의 현 상황을 분석하며, 지난달 그가 내게 보낸 서신의 내용을 언급했다.
“필립 제이슨이 조선에서 건너온 부호들과 만났다고 했는가?”
“예, 그렇습니다. 전하. 제가 통역으로 갔기에 믿으셔도 됩니다.”
이승만은 지난 일을 회상하며 서재필의 움직임을 상세히 내게 알렸다.
“서재필 선생이 최근 출판 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출판?”
“예. 정확히는 제2의 한인 신문을 세울 요량인가 봅니다.”
“한인 신문이라······.”
“전하.”
“말하게, 우남.”
“서 선생이 신문사를 창설하도록 가만 놔두실 생각이십니까?”
서재필은 미국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이름 있는 독립운동가들이 그렇듯, 그 역시 머리가 비상했는데.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는 이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인이 새로운 언론 회사를 하나 만든다던데······ 내 어찌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수 있겠나?”
뭐 말은 그렇다는 거고.
그에 따른 대비는 해야 할 거다.
언론의 힘은 의외로 대단하니까.
‘이회영 일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제안했다지?’
몇몇 해결책이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이회영 일가에게 차명으로 내 돈을 건네준 후, 서재필이 언론사를 세울 때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준다면?’
서재필이 만약 내게 해가 되는 기사를 익명으로 작성한다면, 내가 채권을 빠르게 회수하며 그의 회사를 흔들어 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재필의 성향상 백 퍼센트 안심할 수는 없었다.
마침 나의 주머니 속에는 돈이 아주 많기에, 이런 불상사를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하긴, 생각해 보니 한인 신문이 하나만 있기엔 너무 아쉽지. 교민들의 목소리를 여러 관점으로 대변할 필요성도 있으니까. 교민의 수가 십만에 이르지 않은가?”
나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이승만에게 말했다.
내 본심을 그대로 이승만에게 보일 만큼 우리 둘 사이는 친근하지 않으니까.
“도산도 제2, 제3의 언론사 이야기를 하던데 말이야. 내 언제 한번 도산과 따로 이야기해 보겠네.”
나에게 우호적인 언론사가 많아진다면, 서재필이 세운 언론사의 영향력은 더더욱 떨어질 거다.
한인 신문 두 곳 중 하나의 목소리와 열 곳 중 하나의 목소리는 그 영향력이 다르니까.
“잡생각이 많아 보이는군.”
“아, 아닙니다.”
이승만은 제2, 제3의 언론사를 세우겠다는 나의 계획에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는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는데, 아마도 이승만 역시 언론사를 운영하고 싶은 듯했다.
‘서재필과 함께 독립신문을 창설했다고 했던가? 하긴, 원 역사에선 대통령직까지 오른 자이니, 언론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겠지.’
나는 이승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음 말을 했다.
“지금은 박사 학위를 따는 데 집중하게.”
“······.”
“학위만 따게 된다면, 언젠가는 자네 능력을 교민사회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일세.”
“예.”
아까도 말했듯, 현재 교민사회에 있어서 이승만의 포지션은 모호했다.
그나마 박사 학위를 따고 서재필을 제칠 수 있다면, 교민들에게 한마디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서재필의 현황을 꾸준히 내게 알리며 그를 견제하는 것이겠지. 내게 호감도 사고 말이야.’
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그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며, 이승만에게 다가갔다.
“내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네.”
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목소리를 잔뜩 낮게 깔며 속삭였다.
그러자 이승만의 눈빛이 번쩍거렸다.
나의 표정만 봐도 중요한 이야기라는 건 눈치챌 수 있었을 테니.
놓치지 않고자, 대화에 집중한 거다.
“말씀만 하십시오. 전하.”
“자네,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프린스턴으로 간다지?”
“맞습니다.”
“그곳의 총장은 현재 우드로 윌슨이라는 자네.”
“예.”
“조만간 내 한번 그자를 만날지도 모르네.”
“윌슨 총장님과 말입니까?”
“그래. 그자가 뭘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자네가 한번 알아봐 줬으면 하네.”
이승만은 눈알을 뱅글뱅글 돌려댔다.
나의 마지막 부탁이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 한참 해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하, 믿고 맡겨 주십시오.”
“그래.”
익문사 요원을 통해 우드로 윌슨의 약점을 찾기도 하겠지만.
이승만도 뭐, 쓸 만한 정보를 하나쯤은 물어오지 않을까?
이리 기대하며 그가 집무실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전하.”
“그래.”
“영애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하게.”
이승만이 떠났다.
그리고 앞으로 평생을 함께할 한 여인이 내 임시 집무실로 들어왔다.
* * *
“에델.”
“이 왕자님.”
7인회 회동에서 에델과의 교제 사실을 밝혔다.
내 나이가 31이고, 에델 역시 26이다.
둘 다 적지 않은 나이.
그렇기에 한번 방향이 정해진 이상 빠르게 그다음 절차를 밟을 것 같다.
“몸은 좀 괜찮소? 뉴저지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많이 피곤할 것 같소만?”
“신경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왕자님.”
에델은 무릎을 살짝 굽히며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금 나를 바라봤다.
이후, 집무실 한편에 마련된 소파에 살짝 걸터앉은 후 내 사람들이 내온 차를 마시며 내게 말했다.
“덕분에 아주 건강하답니다. 저희 집안 식구들이 결혼 발표 이후 어찌나 저를 챙기던지······ 피곤할 겨를이 없네요.”
에델은 찻잔을 탁자에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가족들의 반응을 내게 전했다.
“아버님과 큰아버님께서는 오늘도 함박웃음을 짓고 계신답니다.”
“그렇소?”
“예. 두 분 뜻대로 일이 술술 풀렸으니까요.”
뜻대로라.
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에델의 말을 해석하려고 하자, 에델이 먼저 그 의미를 내게 풀어 설명했다.
“두 분은 아주 간절하셨거든요. 제가 이 왕자님과 결혼하길 바라셨어요.”
에델은 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넘기며 내게 물었다.
“이 왕자님, 죄송하지만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될까요?”
“그럼! 궁금한 것은 뭐든 물어보시오. 내 답변해 주리라.”
“저를······ 왕자님의 반려로 선택하신 이유가 뭔가요?”
선택한 이유라······.
그의 백부 되는 이가 미국에서 제일가는 부자고.
부친 되는 이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부라는 게 첫 번째 이유겠네?
‘다른 신붓감들보다 미모가 매력적이기도 하고.’
그것도 엄청.
하지만 이것을 적나라하게 그녀에게 알려 준다면, 자칫 상처 입지 않을까?
나는 적당히 돌려 말할 생각이다.
잠시 그럴싸한 이유를 찾다가, 우리들의 만남은 운명이었다는 매우 상투적인 말을 내뱉었다.
“마음이 가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소. 그래서 택했을 뿐이오.”
“피- 거짓말을 아주 잘하시네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이리 말씀하시는 걸 보니, 앞으로 제가 고생 좀 하겠어요.”
오호?
나는 팔짱을 끼며, 에델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그대는 왜 날 선택했소? 듣자 하니, 그대의 아버지가 그대를 내게 소개하기 전에 의견을 물어보았다고 하던데.”
“왕자님도 잘 아시겠지만, 상류층 여성들은 제 뜻대로 연애 한 번 못 해 본답니다. 가풍이 엄한 집안은 더더욱 그렇죠.”
에델은 따분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눈빛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아버님이 정해 준 혼처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제 신랑감으로 오가는 중에 왕자님이 짠하고 제 앞에 나타났어요. 어찌 거절할 수 있겠어요?”
이 시대에선.
왕자, 공주에 대한 로망이 엄청나긴 하지.
더욱이 근본도 없는 미국의 상류층 사이에서는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에델에게 한 가지 사실을 말했다.
“에델. 나와 결혼하게 된다면 그대는 의왕비가 될 것이요. 적어도 1년 전이었으면 말이지.”
“······.”
“하지만 나는 공식적으로 지난해 작위를 박탈당했소. 내 형님께서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여 거뒀기 때문이오.”
“알고 있어요.”
에델 록펠러는 대단히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작위를 뺏긴 건 나인데.
어째 그녀가 더 허탈해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찾겠죠. 더 나아가서, 이전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도 있고요.”
“그리 생각하오?”
에델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이전에.
자선사업 말고, 예술품 이야기를 하던 때와 비슷했다.
“왕자님께선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무엇을 말이오.”
“저희 집안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공통점?”
“예. 누구보다도 욕심이 아주 많은 이들이 바로 우리 록펠러의 일가의 일원들이랍니다. 뭐든 최고가 되어야 하고요.”
그렇기에 록펠러 가문은 미국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다고, 에델이 덧붙여 설명했다.
“아버님과 큰아버님은 왕자님께 모건과 로스차일드 남작의 욕심을 들먹이며 이를 흉보지만······ 세간에서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우리 가문을 좋게 보지 않는답니다.”
알고 있다.
록펠러가 어떻게 미국 제일의 부자가 되었겠는가?
경쟁 업체를 가차 없이 죽였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을 겁박하고 또 상대 회사를 인수하며, 그들은 미국의 석유 시장을 독점했다.
온순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록펠러의 일원은 한 번 가진 것들을 절대로 남에게 빼앗기지 않아요. 값어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에델은 자신의 피에도 록펠러의 피가 섞여 있다고 강조했다.
“왕자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 또한 록펠러 가문의 일원이랍니다.”
“알고 있지.”
에델은 조심스레 자신의 속마음을 내게 털어놓았다.
“저는 왕자비가 되고 싶어요. 만인에게 사랑받는 왕자비요.”
“왕자비라······.”
“예. 왕자님과 결혼하게 된 이상, 왕자비 자리는 제 것이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지.”
“누구도 제 것을 빼앗아 가게 놔두진 않을 거예요.”
나는 허리를 살짝 뒤로 젖혔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그녀의 언행을 보며, 한편으로는 감탄했지만 또 한편으론 놀랍기도 했다.
“그대는 내게 숨김이 없구려.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 주는군.”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랍니다. 부부가 되어 앞으로 오십 년 이상은 더 볼 사이인데, 숨겨서야 되겠나요.”
그래.
뒤로 꿍꿍이를 벌이는 것보다는 이리 대놓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하는 것이 훨씬 낫지.
“혹시 내게 부탁하고 싶은 사항은 없소?”
“무례할 수도 있지만, 제 요구 사항이 몇 개 있어요. 그걸 문서로 만들어 오기도 했고요.”
혼전계약서라도 작성할 작정인가?
나는 그녀가 가지고 온 서류를 건네받은 후, 맨 위부터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에델 제럴딘 록펠러 리?”
“제 새 이름이 되겠죠. 이 왕자님과 결혼하게 된다면 말이죠.”
서양 여성은 결혼하는 동시에 자신의 성을 아버지의 성에서 결혼한 남성의 성으로 바꾼다.
뭐, 이는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세부 사항으로 시선을 돌렸다.
“첫 딸의 이름에는 에델, 둘째 딸은 제럴딘을 붙여 달라?”
“예.”
서양인들은 자신의 자식에게 꼭 제 이름을 붙여 준단 말이야.
“중간 이름은 꼭 록펠러를 넣어 주시고요.”
그 대신.
아들들의 이름들은 모두 내게 맡긴다고 했다.
다만 영어식 이름을 만들게 된다면, 미들네임에 꼭 록펠러를 넣어 달라고 재차 부탁했다.
‘자신의 가문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난걸?’
뭐.
나쁘진 않다.
록펠러라는 브랜드는 이 시대 미국에서 아주 잘 먹혔으니까.
나 역시 자식을 낳으면 중간 이름으로 록펠러를 넣어 줄 생각은 있었기에, 이를 두고 싸울 생각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면 집안 실내장식부터 싹 바꾸겠다?”
“네. 미래의 안주인 될 사람으로서 당연한 요구 아닌가요? 분명하게 하고 싶어서 이를 넣어 봤어요.”
파디 주지사가 살았던 관사도 그의 아내 취향에 따라 꾸며지긴 했지.
이 시대에는 본래 여성이 저택 실내장식을 꾸민다.
단, 내 집무실만 예외적이고.
‘별장은 조선식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나 원.
엄청난 J형 인재네.
앞으로 할 일들을 이리 쭉 적어 놓은 것을 보면 말이다.
‘결혼식은 내가 원하는 대로······ 서양식으로 하든, 동양식으로 하든 상관없다는 건가? 작게 하든, 크게 하든. 규모 또한 내게 위임하고?’
다만, 내가 왕 작위를 다시금 돌려받거나 황제 위에 오르게 되면.
그땐 세상에서 가장 크고 성대하게 결혼식을 다시 열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야······ 욕망 덩어리네. 진짜.’
하는 언행만 보면, 록펠러의 피를 이은 게 확실했다.
“이 긴 목록을 그대 혼자 작성하였소?”
“예. 그동안 이런 거나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답니다. 아시다시피 집 안에 있는 여인들은 따로 할 취미 거리가 없거든요. 아, 마지막은 최근에 넣어 봤어요.”
바람피우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귀에 들어가진 않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직 제 아이만이 왕자님의 아이였으면 해요. 사생아는 안 돼요. 그것만 지켜 준다면, 다른 건 못 본 척 넘어가겠어요.”
무언가.
어마어마한 여자와 결혼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한동안 에델 록펠러를 계속 말없이 쳐다보았다.
< 거물과 거물의 만남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