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9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94화(94/392)
< 거물과 거물의 만남 (2) >
헉헉-
헉헉-
거친 숨을 내쉬며 센트럴 파크 산책로를 달렸다.
곧 다가올 에델 록펠러와의 약혼식으로 머리가 살짝 복잡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는 데는 달리기만 한 게 없었다.
‘예쁘네.’
원 역사에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호수라고 불렸던, 센트럴 파크 저수지가 내 눈앞에 있다.
나는 아름다운 호숫가 풍경을 잠시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
“전하.”
“응?”
내 옆에서 나를 보좌하던 최현우가 말을 걸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자 분위기를 환기한 거다.
“이곳 뉴욕은 올 때마다 매번 느끼지만, 샌프란시스코와는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한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땅덩어리가 크니 그럴 수밖에 없지. 북경과 상해도 기후나 식생이 확연히 다르지 않던가?”
“아! 그러고 보니 딱 그렇네요.”
“그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천천히 별체로 이동했다.
센트럴 파크에서 내 집까지는 불과 5분 거리.
나는 속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난날 내가 했던 투자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집을 참 잘 산 것 같단 말이지. 보안도 좋고, 경치도 나쁘지 않은 게, 내 취향에 딱 맞는 것 같군.”
위치가 너무나도 좋기에, 나중에 비싼 값에 되팔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속으로 흐뭇해하며 별채로 들어간 후, 집무실에 발을 내디뎠다.
“전하.”
“자네 그 손에 들고 있는 서류들은 뭔가?”
“오늘 사인하셔야 할 서류들이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허······.”
뭐 이리 할 일이 많은 것인가?
금융위기 이후.
서부에 돌아오면서부터 끝없이 일이 밀려드는 것 같다.
얼른 합성협회 총회를 열어서 협회 총칙을 확정하고, 다음 협회장에게 내 업무를 떠넘겨야겠다.
‘약혼은 6월에 뉴욕에서, 결혼은 9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도록 하자.’
결혼이라는 중대사가 이번 해에 치러진다.
덕분에 두 번째 유럽 순방은 내년이나 내후년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두 번 이상은 다녀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올해 밀린 일이 너무 많기에 당장 유럽으로 떠나긴 어려웠다.
“리버모어 대표는 내가 지시한 대로 석유회사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나 보군.”
“예.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저점 매수를 하고 있다 합니다.”
내 재정을 담당하는 우현식이 살짝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전하의 자산 중 석유회사 주식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대로 계속 매집하라고 일러 둬야 합니까?”
그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현식의 물음에 답했다.
“석유 산업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일세. 우리 몸속에 피가 흐르는 것처럼, 모든 산업에 석유가 사용될 테니까.”
“그렇지만, 벌써 500만 달러나 사들였습니다. 올해에만 말입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계속하여 스탠다드 오일 주식을 사야지.’
록펠러와 곧 한 식구가 된다.
그렇기에 더는 눈치 보지 않고 투자해도 되었다.
500만 달러로는 그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조차 없었으니까.
‘뭐, 이미 절반 이상을 록펠러 일가가 가지고 있는데, 내 투자가 위협으로 느껴지겠어?’
스탠다드 오일은 연방정부에 반독점 빔을 맞고 산산이 쪼개지게 될 것이다.
그 여파로, 원 역사에서는 한 해에만 주식이 4배나 올랐다.
쪼개진 개별 기업들이 서로의 이익을 챙기기 시작하며, 독점기업으로 활동할 때보다 수익성이 말도 안 되게 좋아졌으니까.
‘미리 사 두어도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주식이 바로 스탠다드 오일이지.’
아! 이참에······.
한 가족이 될 이에게 하나 더 선물해야겠다.
독점기업을 해체하는 것이 꼭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신문 사설을 하나 써 줘야겠네.
‘이는 사실이기도 하니까. 독점기업의 폐해를 주장하던 이들은 스탠다드 오일이 해체되면 석유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흘러갔으니.’
외척이 될 이에게 점수도 따고.
성공하는 투자자로서 미리 예언도 좀 하고.
일거양득을 취할 좋은 기회일세.
‘이참에 텍사코와 걸프 등, 비 스탠다드 오일 회사의 지분 역시도 사들여야지.’
록펠러는 반독점법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지만, 나는 다르잖아?
“그나저나······ 화이트 부인이 약속을 취소했다고?”
“예. 소식을 듣고 온 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바쁜 사람이다.
만나고자 하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했기에, 일정을 미리미리 짜 놔야 했다.
다만,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해 선약이 취소되기도 했는데.
이때를 이용해 휴식을 취할 수도 있기도 하고, 현장에서 대기 중인 다른 손님과 깜짝 만남을 진행할 수도 있었다.
“이게 다 오늘 우리 집에 방문한 자들이란 말인가?”
“예. 사전에 약속하지 않은 자들이라서 방문 목적만 따로 모아 적어 두었습니다. 일부는 손님 접견실에서 전하를 기다리고 있고요.”
나는 방문자 목록을 바라보다가 한 인물을 콕 찍었다.
“이자 말이야.”
“앨버트 테일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이자, 진짜로 조선에서 온 자인가?”
“예. 가지고 온 서류들이 그의 진술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습니다. 대를 이어 광산에서 기술자로 일하고 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평소라면 그냥 쉬었거나 다른 이를 만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흘 전 에델과 했던 말이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기에, 나는 앨버트와 만나고 싶었다.
“이자와 대화를 좀 나누어 보고 싶군. 내 집무실로 데려오게나.”
“예. 그리하겠습니다.”
* * *
“아,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제 이름은 앨버트 테일러입니다. 이렇게 왕자님과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쪽으로 앉게.”
“예. 감사합니다. 워낙 바쁘신 분이라서 만나 뵙지 못하리라 예상했는데 말입니다. 아침에 면도하고 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사내는 굉장히 공손한 자세로 내게 인사말을 건넸다.
나는 꼬았던 다리를 풀며, 몸을 살짝 앨버트 테일러 쪽으로 숙였다.
대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그에게 보인 거다.
“제가 사실 조선에서 몇 년 살았었는데 말입니다.”
테일러는 과거의 일을 털어놓으며 나와 조금 친분을 쌓으려고 했다.
“그 이야기는 들었네. 동양의 엘도라도에서 금맥을 찾고 다녔다지?”
“예. 그렇습니다.”
“흠, 단순히 조선에서 살다 온 이야기를 내게 말하고자 함은 아닐 테고. 자네 속마음을 한번 속 시원하게 털어놔 보게나.”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두괄식으로.
본론부터 말하자고.
“투, 투자를 받고 싶습니다.”
“투자?”
“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조선 전역을 떠돌아다녔는데, 대한제국 남부 지방에 기가 막힌 금광이 하나 더 존재한다는 것을 전해 듣고 이를 탐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흥미를 보이며 앨버트에게 물었다.
“그래, 그 광산. 이름이 뭔가?”
“직산 금광입니다.”
앨버트가 투자를 권유한 곳은 충청도에 있는 금광이었다.
“일본인들은 저희보다 탐사 실력이 형편없습니다. 그 때문에, 그 좋은 채굴권을 손에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치들은 손해만 잔뜩 보았던 것 같습니다.”
운산 금광에서 금이 쏟아짐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한제국 금광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금맥을 탐사했는데, 일본의 자본가들 역시 헐레벌떡 서구 열강의 뒤를 이어 조선 전역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이 채굴권을 급히 시장에 내놓았다?”
“예. 자국 내 경제 사정이 안 좋아 추가 투자금을 받기가 어려웠나 봅니다.”
일본의 경기는 러일전쟁의 여파로 아직 힘든 상황.
자국 투자가들이 지갑을 닫자, 직산 광산 채굴권을 매입했던 초기 투자가들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이를 싼값에 내놓은 듯했다.
“직산 금광 채굴권을 인수하고 싶지만, 가지고 있는 돈이 살짝 부족합니다. 왕자님께서 투자해 주십시오. 놓치기 아까운 물건입니다.”
앨버트 테일러는 모국이었던 미국의 자본을 끌어들여 이를 인수하고 싶어 했다.
그는 직산 금광이 운산, 대유동을 제외하면 몇 안 되는 조선의 거대 금광이라는 것을 내게 강조했다.
“금광 투자라······.”
금광 투자는 돈이 되는 산업이다.
다만 생각보다는 돈이 많이 안 된다.
같은 돈이면 자동차나 화학, 정유 등 미래에 유망한 차.화.정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내게 훨씬 이득일 거다.
‘에델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단박에 거절했을 텐데······.’
록펠러 가문은 자신의 것이었던 것을 절대로 빼앗기지 않는다고 에델이 말했지.
비슷하게.
직산 광산 역시 조선의 금광이다.
남의 손에 넘기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조선에서 생산된 금괴를 차곡차곡 내 금고에 쌓아 놓는다면?
그러다 다시금 국내로 돌아갈 때, 이를 가지고 돌아간다면 어찌 될까?
“전하.”
내 금고지기인 우현식이 옆에서 나를 보고 있다가 슬며시 내게 다가와 조언했다.
“잭 마일로가 현재 뉴욕에 기거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오랜만에 그 이름을 듣네.
잭 마일로는 미 서부에서 아주 유명한 자다.
왕년에 미 서부 금광을 혼자서 1/5이나 가지고 있던 자로, 현재까지 골드킹이라고 불렸으니.
최현우는 잭 마일로의 이름을 언급하며 내게 속삭였다.
“그자에게 한번 조언을 구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긴.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지.
수익이 진짜 날지 안 날지, 잭 마일로가 한번 쓱 보고서를 훑는다면 견적을 내게 내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대의 말만을 듣고 투자할 수는 없네. 내 동료가 현재 뉴욕에 있는데, 그자에게 한번 자문하고자 하네. 시간을 좀 줄 수 있겠나?”
앨버트 테일러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금융위기를 막 벗어났다고 하나, 시중의 유동성은 여전히 마른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받아 내기란 영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끈기를 가지고 내 투자금을 받아 낼 심산인 것 같다.
* * *
닷새 후.
뉴욕에서 가장 맛있다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앨버트 테일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물론 그 자리에는 골드킹인 잭 마일로도 참석했다.
“흠······.”
잭 마일로는 앨버트 테일러가 작성한 투자 제안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자가 가져온 보고서만 본다면 꽤 괜찮은 투자가 될 것 같긴 합니다.”
“그래?”
한참 제안서를 읽던 잭 마일로가 이내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몇몇 중요 포인트를 꼽으며 제안서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예. 꽤 수익성이 높은 광산인 것 같습니다. 다만······.”
“다만?”
“이 보고서에 적힌 사실이 전부 다 사실이라는 가정이 있어야만 그리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왕자님께서도 알다시피, 이 종이 쪼가리에 적힌 수치는 작성자가 마음만 먹으면 조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앨버트 테일러는 잭 마일로의 경고에 억울한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후 목에 핏대를 세웠다.
“보고서에 적힌 내용은 모두 사, 사실입니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앨버트 테일러가 뭐라 항변하든.
잭 마일로는 나만을 바라보며 내게 재차 충고했다.
“저라면 사람을 따로 보내 이를 한 번 더 확인할 것입니다. 그 후, 이 안에 적힌 정보가 사실임이 밝혀진다면, 그 즉시 계약을 맺겠습니다.”
결론은 전문가를 조선으로 파견해야 한다는 말이잖아.
내가 슬쩍 앨버트 테일러를 보았다가 다시금 잭 마일로를 보았다.
그러자 그가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이 왕자님. 저는 싫습니다. 예전에도 이 왕자님께 한번 말씀드렸지만, 저는 죽기 전까지 절대로 배를 타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께 맹세코 말입니다.”
안다.
잭 마일로가 만날 때마다 매번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폭풍우에 배가 좌초되어 물에 대한 크나큰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이다.
“그런 의도로 본 건 아니라네. 혹, 내게 추천해 줄 만한 사람은 없는가? 이쪽으론 영 아는 인물이 없어서 말이야.”
잭 마일로는 눈알을 굴리며 자신의 인맥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제가 아는 이들은 다들 잘 나가는 놈들밖에 없어서 그런지, 이미 1년 치 선약이 다들 잡혀 있습니다.”
머릿속 기억만으로 추천인을 찾긴 어려운지, 잭 마일로가 품 안에 있던 명함첩을 꺼내 이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
그러다 이내 가지고 있던 명함 하나를 내게 건넸다.
“최근에 의뢰인이 파산해서 잠시 붕 뜬 탐사기술자가 하나 있긴 하네요. 좀 어리긴 한데, 실력 하나만은 이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자입니다.”
“그래?”
“예. 더욱이 우리 보헤미안 클럽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믿고 맡길 인물이니 한번 만나 보십시오.”
나는 명함에 적힌 인물의 이름을 소리 내 읽었다.
“허버트 후버?”
“예. 어린놈이 광맥을 아주 기가 막히게 찾습니다. 저 또한 언젠가 의뢰를 맡길까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설마.
원 역사에서 미국의 제31대 대통령인 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자의 소재지를 물었다.
“후버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펑크 난 일정을 메꾸기 위해 여기 뉴욕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던데 말입니다. 가까운 곳에 사는데, 저와 함께 가 보시겠습니까?”
< 거물과 거물의 만남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