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9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97화(97/392)
< 레짐 체인지 >
이강이 미국 고위층과 인맥을 쌓으며 고군분투할 동안, 대한제국은 서서히 일본 자본에 의해 잠식되어갔다.
한양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일본식 고급 요정이 그 증거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혜연아.”
혜연이란 인물은 올해 막 세워진 이화정이란 요정에서 허드렛일하는 여인이었다.
혜연의 가족은 닷 냥이라는 적은 돈에 그녀를 팔아넘겼다.
노비제는 십 년 전에 진즉 폐지되었지만 암암리에 아직도 거래가 이루어졌기에, 그녀는 3년째 계속 이곳에서 무일푼으로 일하는 중이다.
“혜연아.”
“네?”
혜연은 초반에 굉장히 슬퍼했다.
하지만 이내 시간이 지날수록 무덤덤해져만 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과거와는 다르게 배를 주리고 살지 않아서였다.
“너도 이리로 좀 와서 메밀국수 한 그릇 좀 먹으렴.”
“예. 가, 가요.”
이화정에는 상주하는 직원들이 꽤 많았다.
옷 수선을 담당하는 기술자부터.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가.
시중을 들고 때론 몸까지 파는 기생.
그리고 각종 허드렛일을 하는 머슴과 몸종까지.
다양한 계층의 군상들이 모여 살았다.
“여기야. 이리로 와.”
수많은 직원 중.
혜연을 특별히 챙겨주는 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자의 이름은 바로 개똥이라는 사내였다.
개똥이는 열여섯밖에 안 된 동갑 또래지만, 이 시대에는 드물게 몸이 8척이나 되어 힘이 셌다.
“진짜 맛있어. 다른 사람이 뺏기 전에 얼른 먹어.”
“고마워.”
“에이, 뭘······.”
개똥이는 혜연을 위해 따로 덜어준 국수를 재빨리 그녀에게 넘겼다.
혜연은 조심스레 젓가락질했는데, 개똥이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운지 한참 싱글벙글 웃다가 이내 자신의 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후루룩-
후루룩-
개똥이가 찰지게 면치기를 한다.
이에.
개똥이가 면치기 하고 있던 모습을 보고 있던 악사 하나가 숟가락을 쥐어 잡고 개똥이 머리에 내려쳤다.
“아! 왜 때려요.”
“이놈. 어찌 국수를 그리 추잡스럽게 먹느냐!”
“지는 그저 맛깔나게 국수 한 그릇 비우고 있는데유. 왜 그리 성을 내시는 것이에유?”
악사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너, 밖에서도 그런 식으로 먹으면 밥상머리 예절 누구한테 배웠냐고 한 소리 들어. 이놈아, 다 네놈을 위해서 이런 조언을 해주는데. 감사하다고 고개 숙이지는 못할망정 눈을 똑바로 떠?”
“쳇.”
개똥이는 구시렁대며 악사의 말을 무시했다.
그는 머리를 처박고 이내 남은 메밀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개똥아.”
“응?”
혜연은 그녀의 어머니가 해줬던 이야기를 회상하며 개똥이에게 조심스레 조언했다.
“우리 어무이께서도 말씀해주셨는데, 자고로 면은 조용히 삼켜 먹어야 해.”
“그, 그래?”
“응. 개똥이 너처럼 소리 내며 국물까지 튀겨가며 먹으면, 사람들이 뒤에서 욕한다더라.”
개똥이는 억울한 표정을 잔뜩 지으며, 지난번에 보았던 풍경을 혜연이에게 털어놓았다.
“저기 남산에서 오신 통감부 직원들도 다들 나처럼 먹던디?”
옆에서 남은 국물을 마시고 있던 악사가 둘의 대화에 껴들었다.
“그놈들은 천박한 왜놈들이지 않으냐? 네놈은 조선인이고. 조선인은 조선인답게 밥상머리 예절을 지키며 먹어야지. 어디 근본도 없는 것들을 따라 처먹으려고 해!”
개똥이는 입을 쭉 내밀며 속으로 불만을 삭였다.
이 집의 주인인 마님 역시 똑같이 소리를 내며 면치기를 하던데.
그는 밖으로 이 말을 내뱉진 않았지만, 조용히 홀로 그 생각을 하며 남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앗!”
“마, 마님.”
“오, 오셨습니까?”
이화정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때에 따라 복장이 바뀌었다.
어떤 날에는 양반집 규수처럼 옷을 빼입기도 했으며, 어떤 날에는 서양 양놈들의 부인처럼 옷을 입기도 했다.
때론 일본인처럼 옷을 입기도 했는데, 오늘이 딱 그날이었다.
“뭣들 해? 다들 빠릿빠릿하게 일하지 않고. 오늘 통감 각하께서 이곳에 들리시는 것, 잊었어?”
“아, 예. 마님.”
여인의 불호령에 이화정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다들 밥그릇을 내려다 놓고, 부리나케 제자리로 돌아갔다.
혜연과 개똥이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밥그릇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얘, 개똥아.”
“네, 마님.”
“너는 마저 먹고 가렴.”
여인은 개똥이만을 붙잡으며 그에게 남은 점심을 마저 먹으라 명했다.
“네가 가봤자 뭔 도움이 되겠니? 네가 요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화정의 주인은 개똥이에게 좀 더 다가갔다.
그녀는 개똥이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보기 시작했다.
“어휴. 이제 다 커서 튼실하네······ 젊어서 그런지 주름도 하나 없고.”
꿀꺽-
나이가 좀 들긴 했지만, 그녀 역시 여자였다.
야릇한 분위기에 개똥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머, 겉모습만 그런 줄 알았는데 속도 아주 튼실하네?”
“마, 마님.”
이곳은 조선이다.
바깥에서 남사스러운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는 곳.
여인은 입맛을 다시며 몸을 다시 일으켰다.
“어서 먹으렴. 면 불겠다.”
개똥이는 앞에 있는 마님과 제자리로 돌아가는 혜연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다가 이내 남은 국수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이에 여인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먹는 것도 어쩜 이리 먹음직스럽게 먹을꼬.”
“마, 마님.”
“응?”
“사람들은 절 보고 예의 없고 게걸스럽게 먹는다는데… 마님께서는 제 먹는 모습이 복스러워 보이십니까유?”
“그럼.”
여인은 개똥이의 모습을 보며 한 남자를 떠올렸다.
“우리 통감 각하께서도 맛있는 면을 드실 때는 이리 드신단다. 소리 내 맛있게 먹는 것이야말로 요리사를 향한 최고의 칭찬이지. 대일본제국 신민들은 다들 그리 행동하니 너 또한 계속 이대로 먹으렴.”
“······예.”
여인은 제 손으로 턱을 괴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널 보고 있으니 딱 우리 통감 각하의 젊은 시절 모습이 상상되는구나. 우리 통감 각하께서도 소싯적에는 훨씬 더 멋있으셨을 텐데······.”
여인은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복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그 안에는 아주 귀한 게 들어있었다.
“개똥아. 혹시, 사탕 좋아하니?”
“사탕이유?”
“어머, 사탕을 아직 모르니? 그럼, 한번 먹어볼래?”
“와······.”
사탕을 먹은 개똥이는 황홀한 표정을 지어댔다.
“더 먹고 싶니?”
“예.”
“그럼 앞으로도 여기 직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내게 귀띔해주렴.”
“예?”
“별 의미는 없고, 뭘 필요로 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란다.”
정말 별 의미가 없을까?
개똥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맛있는 사탕이 너무나도 탐이 나서 그것 두 개 쥐며 여인에게 답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래. 기대하마.”
개똥은 사탕 두 개를 얼른 손에 쥐고 혜연에게로 향했다.
‘역시 아랫것들은, 먹을 것에 환장하는구나.’
한참.
개똥이에 관해 생각하던 여인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제 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 * *
“통감 각하. 오셨나이까?”
이화정의 주인.
배정자가 이토 히로부미를 맞이했다.
이토 히로부미의 양녀이기도 한 그녀는 조선에서 내로라하는 친일 부역자였다.
고종과 엄비를 따로 만나 그들을 겁박하기도 하고, 궁내에 소문을 취합해 이토에게 이를 간추려 보고하기도 했는데.
요새는 통감부 근처에 고급 요정을 내고 이곳에서 일하는 일본 직원들을 위로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너는 세월이 지나가는데도 너는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구나.”
“통감 각하께도 참······.”
이토는 자신의 외투를 배정자에게 건넸다.
배정자는 이를 신줏단지 모시듯 고이 접은 후, 옷걸이에 걸었다.
“통감 각하. 오늘을 위해 소첩 따로 준비한 선물이 있습니다.”
“선물?”
“예.”
배정자의 손짓에 여인들이 들어온다.
남산정에 막 발을 들인 기생들이다.
“처음 보는 아이들이로구나.”
“예. 아직 머리를 올리지 않은 계집들이지요. 게 중에는 양반집 여식도 있답니다.”
이 시대 어느 남자들이나 그렇지만, 일본의 최고위층들은 여인들을 너무나도 좋아했고 밝혔다.
이토는 그중 TOP of TOP이었다.
조선 통감부 초대 통감으로 취임한 후, 조선의 여인을 다 취하겠다는 포루로 매일 밤 여인을 품었는데.
그 수가 세 자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조선인들은 이토의 문란함에 혀를 차며 속으로 흉봤다.
하지만 이토는 자신을 향한 뒷말을 보고받고도 아무 대처도 하지 않았다.
이 시대 일본인에게 여인을 많이 품는 것은 흠이 아닌 자랑이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의 아비가 이곳에 오게 가만두던가? 명색이 양반집 여식인데 말이다.”
이토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조선의 최고의 여성들을 취하는 거다.
배정자가 앞에 있는 여인의 속사정을 이토에게 귀띔했다.
“일주일 전에 충주에서 잡혀 온 반역 종자들이 대거 처형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중 하나가 요 아이의 아비랍니다.”
“오, 그래?”
이토가 갑작스럽게 손을 잡자, 곱게 분칠한 여성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이토는 그녀를 아기 보듯 달랬다.
“괜찮아, 괜찮다. 처음이 무섭지 시간이 지나면 다 잊게 된단다.”
“헉.”
어찌나 겁을 먹었는지, 여인이 바닥에 오줌을 지렸다.
“아이고.”
이토는 이에 놀라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이미 몇 번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좀 씻겨야 하겠구나. 이 상태로 거사를 치를 수는 없으니까.”
“예. 통감 각하.”
배정자의 손짓에 사람들이 여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살려달라는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지만, 배정자는 그녀의 얼굴을 외면한 채 이토의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아버님.”
“그래.”
배정자는 이토의 양녀다.
사람들 앞에서는 통감 각하라는 호칭을 쓰지만, 둘만 있을 때는 일본어를 하며 이토와 대화를 했다.
“요새 힘드시지요?”
배정자가 이토의 어깨를 주무르며 걱정했다.
“괜찮으십니까? 요새 들어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십니다.”
“내 너 앞에서는 숨길 수가 없구나. 이리 내 마음을 귀신같이 읽어대다니······.”
이토는 피로가 풀리는지 고개를 360도 돌려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근심이 가득했다.
“너니까 네 이리 속을 터놓으마. 사실, 나는 괜찮지가 않다. 내우외환이 계속되고 있으니까.”
이토는 배정자에게 현재 일본 현지의 분위기를 알려줬다.
“내달, 본토에서 선거가 있다. 안타깝게도······ 나에게 그리고 우리 일본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 같구나.”
“얼마나 말입니까?”
“아주 많이. 잘못하면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
“이런······.”
배정자가 하던 안마를 멈추고 실의에 빠진 표정으로 이토 앞에 앉았다.
이토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럼 아버님께서는······.”
“잠시 이 조선 땅을 떠날지도 모른다.”
“아니 됩니다.”
“······.”
“이 미련하고 천한 조선인들을 통치할 사람은 오직 아버님뿐입니다. 물론 아버님의 다른 동료분들을 무시하는 말은 아니지만······.”
“네 마음, 아주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그리 생각하느니라.”
오만한 이토는 자신과 자신의 파벌만이 조선을 아주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친일 부역자였던 배정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진심으로 걱정되는구나. 가쓰라 다로 그 녀석이 진짜로 정권을 다시 잡는다면······ 으, 생각하기도 싫구나. 분명 이리저리 똥을 싸댈 텐데.”
이토는 술을 한잔 홀짝이며 한탄했다.
“조선의 식민 통치는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멧돼지 같은 그놈은 모르지. 국제정세도 시원치 않은 놈이 성격만 급하단다. 그놈 때문에 요새 잠을 통 못 잘 정도야.”
그 골통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까 이토는 조마조마했다.
이토는 가쓰라 다로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래도 근심거리 하나는 해결되지 않았습니까? 요즘 들어 점점 안정되고 있지 않습니까? 아버님 덕분에 말입니다.”
배정자가 이토의 지난 정책을 거론했다.
“헌병보조원 제도 덕분에 조선의 치안이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반역도들의 반란 모의가 속속 발각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 점은 다행이라고 볼 수 있겠구나.”
이토는 굉장히 영민한 사내였다.
일본인이 직접 조선인을 통치하는 것보다는 친일 조선인들이 조선인들을 통치하도록 놔둔 것.
영국이 어떻게 자신보다 큰 인도를 통치했던 것을 참고하여 조선 통감부에도 적용한 것인데.
이게 의외로 한방에 먹혀들어 갔다.
돈과 한 줌의 권력을 노린 밀정들이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조선은 곧 안정화되겠지. 다만······.”
“다만?”
“한 가지가 계속 내 마음에 걸리는구나.”
“뭐가 말입니까?”
“이강 그놈이 결혼한다고 하는구나.”
“이왕(李王)의 둘째 아들놈이 말입니까?”
“그래.”
배정자는 한 사내의 얼굴을 떠올렸다.
얼굴이 좀 곱상할 뿐이지, 성격은 급해 이토에게 별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자.
그런데 이토는 배정자를 만날 때마다 이강을 언급하고 있다.
그 빈도는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강을 향한 경계 또한 점점 더 심해졌다.
“상대가 미국 최고의 거부인 록펠러의 조카라고 한다.”
“대통령의 딸과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한낱 장사치의 조카와 결혼하는데 어찌 그리 걱정하십니까?”
이토는 한숨을 쉬며 배정자를 바라보았다.
“너 또한 다른 동료 의원들과 같은 말을 하는구나. 내 알기 쉽게 설명하마. 미국은······ 장사치들의 영향력이 강한 나라이다.”
“그렇습니까?”
“그래. 우리 일본이 각 지방 다이묘들과 군인에게 영향을 받는 것처럼 그들 역시 자본가들에게 영향을 받지.”
“아!”
배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토의 말을 단박에 알아들었다.
“혹시 아버님······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아버님께서 원하시면 미주로 가서 첩자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됐다.”
이토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이미 첩자들은 미주로 많이 보냈기 때문이다.
중요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지금도 일부 정보가 일본 외교부와 통감부에 전해지고 있지 않은가?
“너는 여기 대한제국에 남아 있는 것이 내게 도움을 주는 일이다. 내가 이 땅에 없더라도 네가 남아 나를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
“아, 아버님. 그런 말씀은······.”
흑흑.
배정자가 꾹 참았던 눈물을 이내 흘렸다.
“눈물을 그치거라.”
이토는 배정자를 다독했다.
그러다가 이내 그녀의 목덜미 쪽으로 코를 갖다 댔다.
“오늘따라 좋은 향기가 나는구나. 사향 냄새 같기도 하고.”
배정자는 이토의 법적 양녀다.
하지만.
이토는 가끔 그녀를 탐했는데, 이는 일본의 비틀린 전통이기도 했기에 이상할 것도 없었다.
배정자 역시 이토를 사랑했기에, 이런 관계에 별 거리낌이 없었다.
“아까 내보냈던 아이와 함께 오늘 아버님을 모실까 하는데 말입니다.”
“오, 좋은 생각이다. 간만에 너와 사랑을 나누어야겠구나.”
이강을 향한 걱정에 요새 통 잠이 안 오지만, 여인을 품을 때만큼은 이를 잊곤 한다.
이토는 기대감 가득한 표정을 잔뜩 지으며 방문을 바라보았다.
오늘 품을 새로운 여인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 * *
일본의 수도 도쿄.
개표를 주관하는 이들에게서 개표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 결과가 속속 정치인들의 귀에도 흘러갔다.
“각하! 인사드립니다.”
개표가 완전히 끝나야 알 수 있지만, 이번 선거는 가쓰라 다로가 이끄는 강경파가 이기리라 대부분 예상했다.
사이온지가 이끄는 온건파는 그동안 내각을 장악하며 국정을 운영했지만, 러일전쟁에 따른 막대한 부채 때문에 신음하고 있는 일본의 경제를 살려내지는 못했으니까.
이에 실망한 일본 국민은 사이온지와 각을 세우고 있는 가쓰라 다로에게로 다시금 몰리고 있었다.
“각하. 규슈와 시코쿠의 개표 결과도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쓰라 다로를 향해 강경파 인물들이 다들 큰절을 하며, 그를 향해 충성맹세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금 제 자리를 찾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내각총리대신 각하!”
< 레짐 체인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