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9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98화(98/392)
< 레짐 체인지(2) >
똑똑-
일본 도쿄 중심부에 자리한 총리 공관.
그곳에 청아한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총리 각하.”
“보고하게.”
“사이온지 긴모치 의원과 이토 히로부미 조선 통감이 막 총리 공관에 도착했습니다.”
“그래?”
사이온지 긴모치 뒤에 ‘총리’ 대신 ‘의원’이라는 직함이 붙었다.
가쓰라 다로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자신의 비서에게 큰 소리로 답했다.
“두 분 다 이리로 모시게.”
“예. 각하.”
이어, 사이온지와 이토가 총리 집무실에 입장했다.
13대 내각총리대신이 된 가쓰라 다로는 둘을 기쁘게 맞이하며 먼저 두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시오. 사이온지 의원.”
“축하드리오. 총리.”
“하하하, 고맙소.”
가쓰라 다로와 다르게 두 거물은 표정이 굉장히 어두웠다.
특히나 사이온지는 마치 장례식장에 온 하객 같았다.
그는 영혼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칭찬을 의례적인 인사로 건넸다.
“남들은 한 번 하기도 힘든 자리를 벌써 두 번이나 오르다니, 대단하오.”
사이온지의 말처럼, 가쓰라 다로는 사실 이전에도 한 번 같은 자리에서 일본을 통치했다.
1901년부터 1906년까지, 무려 5년 동안 일본의 최고 권력자 자리에 있었던 것.
“뭐, 여기 있는 이토 통감은 네 번이나 했는걸. 안 그렇소, 이토 통감?”
가쓰라 다로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감격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사이온지 의원도 나중에 한번 도전해 보시오. 그대가 다시 이 자리에 오르긴 힘들겠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나처럼 두 번째 총리를 꿰찰 수도 있지 않겠소?”
“총리의 조언을 마음속 깊이 새겨 놓고 나중에 참고하도록 하겠소.”
전 총리와 현 총리는 서로 뼈 있는 칭찬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본격적인 영수 회담에 앞서 기 싸움을 했다.
그 옆에서 조용히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토 히로부미는 뒤늦게 가쓰라 다로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청했다.
“축하드리오. 총리.”
“고맙소. 아! 이토 조선 통감. 조선은 좀 어떻소?”
“언제나 그렇지만 조선 놈들은 늘 말썽을 부리며 내 심기를 돋구고 있소.”
“하하. 조선 놈들이 다 그렇지.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불편하게 서 있지 말고 앉아서 남은 이야기를 마저 합시다.”
호탕하게 웃고 있는 가쓰라 다로.
그런 가쓰라 다로를 향해 사이온지가 경고했다.
“총리. 조선 일도 조선 일이지만 아국의 경제 상황이 아주 좋지 못하오.”
“아, 그렇소? 막 총리 업무를 인수하는 중이라 아직 정확한 수치까지는 모르는데 말이오.”
가쓰라 다로는 국내 경제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사이온지는 혀를 차며 가쓰라 다로를 노려보았다.
“진지하게 경고하겠소. 이를 가벼이 여기다간 다시금 총리 자리를 내게 내줘야 할 거요.”
오늘날 일본의 경제가 이리 파탄 난 이유가 뭔가?
모두 현재 총리 집무실에 앉아 있는 가쓰라 다로 때문이다.
강경파의 수장답게 그는 한반도를 집어삼키고자 러시아와 총구를 겨누게 되었는데, 이때 사용한 전비가 무려 20억 엔이었다.
이 시대 일본의 1년 치 세입은 5억 엔 정도.
4년 치 세입을 러일전쟁에 올인했기에 이 사달이 난 것인데.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제외하고도 무려 2년 치 세입을 전쟁에 쏟아부었기에, 그 부작용이 3년이나 지난 지금도 일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소? 참고하겠소.”
가쓰라 다로는 사이온지를 향해 되받아쳤다.
그가 재임할 동안 일 처리 좀 잘했다면 이런 걱정거리가 자신에게 넘어오지 않았을 거라며, 신세 한탄을 한 것이다.
‘이 새끼가! 누구 때문인데 아국의 경제가 그리됐는데······.’
러일 전쟁이 끝난 후.
사이온지는 가쓰라 다로가 싼 똥을 열심히 닦았다.
하지만 가쓰라 다로가 저지른 실수는 너무나도 커서 단번에 해결할 수 없었다.
이에 경기 침체는 계속되었다.
성격 급한 일본 국민들은 결국 사이온지를 원망하며 다시금 가쓰라 다로를 선택하는 아이러니한 결정을 했고.
사이온지는 가쓰라 다로를 노려보다가 이내 지난 선거 결과를 회상했다.
‘한 끗 차이었는데, 너무도 안타깝군.’
뭐, 어찌 되었든.
일본 국민의 최종 선택은 사이온지가 아닌 가쓰라 다로다.
서구식 의원내각제 도입을 누구보다 원했던 사이온지로서는 차마 인정하기 싫었지만, 의회민주주의라는 제도 자체를 존중했다.
그래서 사이온지는 최대한 인내하며 가쓰라 다로를 총리로 대접해 주었다.
“총리께서는 경제 회복과 외채 감소를 제1 국정 목표로 잡고 움직이시오. 세입을 늘리고 세출을 줄여야 하오.”
단기간에 세입을 늘리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사이온지는 지대한 군비 축소를 주문했다.
“예. 예. 전 총리의 조언은 잘 알아들었소이다.”
대표적인 강경파였던 가쓰라 다로는 이를 듣는 듯 마는 둥 하며 시선을 이토에게로 돌렸다.
“이토 통감.”
“말씀하시지요. 가쓰라 총리.”
“아까 살짝 언급했던 조선 상황 말이오. 어떻게 되어 가고 있소, 구체적으로?”
“한양 이남에서 활동하는 조선의 의병들은 거의 진압된 상태이외다. 북쪽은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합니다.”
원 역사 때처럼 남한 지역에서 대참사가 일어나진 않았다.
서울 진공 작전이 실패한 후, 의병들 대다수가 북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남쪽에서 총력을 다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그렇소?”
“예. 그렇소이다.”
이는 이강이 북쪽에 자리한 의병들을 상대로 지원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서다.
그래서 일본군의 의병 학살은 원 역사보다 규모가 작아졌다.
“잡았던 포로들 말이오. 멀쩡한 놈들은 죽이지 않고, 태평양 건너에 있는 파나마로 보낸다던데······ 그 소문이 사실이오.”
“그렇소.”
“어찌하여 그 버러지 같은 놈들을 살려 둔 것이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소. 미국의 대부호 모건이 조선 인부들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오.”
이토 히로부미가 빠르게 부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빌려준 외채의 상당수는 모건이 갖고 있는데, 그자가 파나마 운하의 조기 완공을 이유로 대며 조선 인부들을 원하고 있소.”
“허허······.”
가쓰라 다로도 이를 트집 잡지는 않았다.
일본 경제가 미국과 영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그 역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여기 이 보고서에 적힌 이 내용을, 통감께서 직접 내게 설명해 주실 수 있소?”
“조선의 둘째 왕자, 이강에 관한 보고서를 말씀하시는 것이오?”
“그렇소.”
이토 히로부미는 인수 보고서를 흘겨보며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사항을 아낌없이 가쓰라 다로에게 전했다.
“지난 만국평화회의 이후, 본인은 이강을 일본의 크나큰 우환으로 생각하고 감시해 왔소이다. 이강의 재산은 얼마이며, 그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누구인지 위주로 조사하였소.”
“그래서 결과는? 짧게 요약해서 말해 주시오.”
“시간이 지날수록 그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세를 키우고 있지.”
“그래 보이는군. 마치 돈 버는 귀신 같구려.”
가쓰라는 이강에 관한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좀 보시오. 수익성 있는 조선의 광산들은 작지만, 이강의 신탁이 발을 걸치고 있소.”
“맞소이다.”
가쓰라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사이온지와 이토를 번갈아 보았다.
“이거 강제로 회수할 수는 없겠소?”
“예?”
“채굴권을 이놈에게서 빼앗아올 수 없냐는 뜻이오?”
“어찌 그런 막말을 하오? 이미 양놈들에게 합법적으로 넘어갔소. 이를 강제로 빼앗는다면 큰 부작용이 따를 것이오.”
이토가 다급한 목소리로 재차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겨우 1할 가진 소액주주를 잡자고 회사를 몰수했다간 미국의 다른 자본가들이 들고일어날 것이외다. 총리, 신중해야 하오.”
가쓰라 다로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보고서 내용을 계속해서 읽어 갔다.
“거슬려. 참으로 거슬린단 말이야. 남만주 철도에도 투자하고, 만주에 있는 철광산도 탐색하고 있고. 이거 이강 이놈이 우리가 먹을 것을 미리 선점하고 있구려.”
“······.”
“······.”
가쓰라 다로는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이토 히로부미에게 물었다.
“이토 통감. 경은 이강의 실제 얼굴을 본 적이 있소이까?”
“없소이다.”
“그렇소? 본인은 한번 그놈을 만난 적이 있소이다. 일본에 있을 때 말이오.”
가쓰라 다로는 빙의 전 이강의 모습을 상상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성질 고약한 풋내기 같아 보였는데······ 이놈이 고새 커 버려서 호랑이가 되었구려. 후- 그때만 생각하면 안타깝군. 그놈이 고양이가 아니고 새끼 호랑이인 걸 진즉 알았다면 내 가만두지 않았을 텐데.”
뒷말은 끝내 삼켰지만, 두 사람은 가쓰라가 무슨 의도로 마지막 말을 꺼냈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둘은 다급한 목소리로 이강에 관한 다른 소식을 꺼냈다.
“총리. 신중하시오.”
“맞소.”
“이강은 최근에 스탠다드 오일의 록펠러 가문과 결혼하며 미국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소.”
“허허. 딸도 아니고 겨우 조카 녀석과 결혼하는 데 그리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소이까?”
“예비 장인 되는 윌리엄 록펠러 또한 거부요. 1할이나 가지고 있소.”
윌리엄 록펠러는 스탠다드 오일의 3대 주주다.
존 록펠러가 25%.
그의 아들인 록펠러 2세의 13%.
그 뒤를 윌리엄이 잇고 있다.
이토는 이자 역시 무시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 딸에게 일부 지분이 분명 상속될 것이오.”
“영사관에서 보고하기로, 스탠다드 오일이 분할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소이다. 여기서 이강 그놈이 있는 서부 쪽, 캘리포니아 지역에 있는 회사가 그자에게 넘어간다고 생각해 보시오.”
“현재 우리 일본은 전체 석유 수입량의 7할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소이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석유 중 9할 이상이 캘리포니아에서 나오는 석유요.”
“걱정도 팔자구려. 일어나지 않는 일도 걱정하고.”
미국은 자본주의 사회기에 대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침해할 수는 없다.
배임죄에 걸리니까.
가쓰라 총리가 호탕하게 웃으며 사이온지를 노려보았다.
“늙으면 겁이 많아진다던데······ 사이온지 의원께서는 못 본 사이에 세월의 풍파를 많이 맞으신 듯하외다.”
“겁이 많은 것이 아니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서 그런 것이오.”
사이온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일본의 앞날이 걱정되는구려.”
“어째서 그런 소리를 내 앞에서 하는 게요?”
가쓰라가 어깨를 들썩이며 사이온지의 경고에 반문했다.
“전에 제국의회에서 이강 그놈을 제거하면 어떠니 하며 했던 농담 때문이오? 아직도 그 말을 마음에 담고 계시오?”
사이온지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서지 않는 자세를 보였다.
“부디, 농담이길 바라오.”
이토는 일본 사회에서 금기시하던 을미사변의 일까지 거론했다.
“맞소. 총리. 그 옛날, 여우를 사냥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변했소. 총리. 이강을 먼저 공격하면 우리가 명분을 제공하는 꼴이외다.”
“무슨 놈의 명분 말이오?”
“안 그래도 조선의 치안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는데 이강을 암살하기라도 한다면 어찌 되겠소이까?”
“어찌 되긴. 조선 독립 세력의 중심축 하나가 무너지는 셈이지.”
“아닙니다. 강경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만 될 것이외다.”
“맞소. 조선과 만주, 그리고 연해주 등지에서 아국의 고위 관료들과 아국을 돕는 조선의 부역배들이 표적이 될 것이오.”
일본 주요 인사의 암살을 꿈꾸는 조선인 007 꿈나무들에게 살인 면허를 내주는 셈이다.
시작은 어찌 되었건.
일본이 먼저 공격을 시작한 셈이었으니까.
공식 사과가 있기 전까지는 보복이라는 명분 아래에 피의 보복이 계속해서 이어질 텐데.
이는 조선에서 활동하는 이토 히로부미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다.
본국보다는 보안이 취약한 통감부가 제1의 암살 표적이 될 테니까.
“알겠소. 알겠소. 내 그대의 염려는 잘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
“······.”
두 사람이 모두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이에 가쓰라 다로는 둘을 재차 바라보며 약조했다.
“내 외모가 이리 생기긴 했지만, 의외로 가슴이 따뜻한 남자요. 내 절대 이강은 건드리지 않으외다.”
“진짜요?”
“약속했소이다. 부디 대일본제국을 위해 오늘 했던 말 꼭 기억해 주시오.”
“알겠소이다.”
* * *
이토 히로부미와 사이온지, 두 거물이 떠났다.
가쓰라 다로는 홀로 남은 집무실에서 잠시 눈을 감아 보았다.
오늘 나누었던 대화를 복기하기 위해서였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두 놈 다 마음에 안 드는군. 다들 제 잘난 맛에 살기 바쁘단 말이야.”
가쓰라 다로는 눈을 뜬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후 창가로 발걸음을 옮긴 뒤, 사이온지와 이토가 제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관찰하며 작게 읊조렸다.
“저희만 애국자고, 자기들만 바른 정치인 줄 알지. 아직도 자기들 정권인 줄 착각하며 제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가쓰라 다로는 창가에서 눈길을 뗀 후, 일본 열도와 한반도가 그려진 지도 쪽으로 이동했다.
지도 바로 옆에는 작은 거울이 하나 있었는데, 그 속에 비친 가쓰라 다로의 표정은 굉장히 불편해 보였다.
두 거물과 대화 동안 감춰 왔던 본색이 아낌없이 그의 얼굴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어디 놓았더라······.”
가쓰라 다로는 지도 옆에 있던 술을 재빨리 손으로 쥐어 잡았다.
역겹게 생긴 평생의 맞수들과 대화를 좀 나누었더니 속이 울렁거렸기 때문이다.
콸콸-
그는 들고 온 양주 하나를 바로 깐 후, 이를 술잔에 채우기 시작했다.
“뒈져도 다른 놈들이 뒈지지, 내가 뒈지나? 웃기는 놈들일세.”
보통 총리는 일본 본토에 붙어 있다.
협상하러 국외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외무대신 정도.
그는 두 거물의 경고는 깨끗하게 잊어버린 채, 그의 비서를 호출했다.
“구로다.”
“예, 각하.”
“가서 미우라 마츠지로를 불러오게.”
“예.”
가쓰라의 명령이 떨어지고, 오 분도 안 되어 미우라가 총리 집무실로 발을 내디뎠다.
두 거물이 방문하기 전.
총리 공관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가쓰라의 부름을 받고 이리 일찍 도착한 것이다.
“각하. 저를 찾으셨습니까?”
“그래.”
가쓰라는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고 미우라 바라보았다.
“자네를 보고 있으면, 젊었던 시절 자네 아버지를 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가쓰라는 미우라 마츠지로를 바라보며 그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미우라 전 조선공사는 참으로 일 하나는 잘했었는데······ 자네 역시 일머리가 있겠지?”
가쓰라는 비웠던 술을 채우곤 총리 집무실 가운데에 있는 상석으로 이동했다.
자리에 앉은 후, 자리를 꼬며 가쓰라는 미우라에게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했다.
“내가 말이야. 호랑이를 하나 사냥하고 싶은데······.”
가쓰라 다로는 원 역사에도 러일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며, 한일 강제 병합을 추진한 인물이다.
무리수를 연속으로 잘 두는 인물답게 변해 가는 역사에서도 그는 다시 한번 강수를 두고자 했다.
“그 호랑이 녀석이 원체 거물이라 그런지, 주변에서 다들 나를 만류하고 있네.”
미우라 마츠지로는 굉장히 똑똑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가쓰라가 말하는 호랑이가 누구인지는 그의 머릿속에 한 인물의 이름이 떠올랐다.
“자네 부친께서 조선의 구미호를 사냥한 전적이 있는데 말이야. 자넨 부친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충분한 경비와 사람 그리고 시간만 주어진다면, 저 또한 제 아버지처럼 요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
가쓰라가 흡족한 표정을 지어 대다가 이내 미우라에게 경고했다.
“이번 사냥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네. 지난번과 다르게 무대가 미국이니까. 그러니 하는 말인데······ 실패하더라도, 알지?”
“예. 물론입니다. 저는 총리 각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자입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거사를 감행하는 것이 아닙니까?”
가쓰라 다로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미우라의 어깨를 토닥였다.
“내 자네만 믿겠네. 될 수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호랑이의 목숨줄을 내게 바치게나. 그렇게만 해 준다면 내 평생 자네와 자네 식구들의 뒤를 봐 주겠네.”
< 레짐 체인지(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