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153
“다들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싹싹하게 다가오는 하리. 루이제가 대답했다.
“네,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아, 그거 다행이네요. 괜찮으시다면 산책하시면서 이야기 나누시겠어요?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러지요.”
감찰단 직원들과 함께 일어나는 루이제. 루이제는 이토록 훌륭한 식사를 매 끼니마다 내놓는 만신전이라면 제보가 허위일 것이라 확신했다.
물론 아직 더 조사해야겠지만.
‘후우~ 정말 만족스러웠어. 돌아갈 때, 쌀 한 포대··· 끄응, 뇌물이 되겠어. 나중에 시장에 풀리면 사자.’
워낙 식사가 만족스러웠던 덕일까? 루이제는 보지 못했다.
세상 그 무엇보다 ‘맛있게’ 식사를 퍼먹고 있던 농노 중 몇몇이 식탁 위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졌단 걸.
-히익!
-또 피폭이야···!
그들의 쓰러진 모습은 견고한 철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 * * *
“수상합니다!”
데니스 조사관이 한 말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데니스.”
루이제가 의아한 눈을 하자 목소리를 높이는 데니스.
“그들의 시선과 표정을 보셨습니까? 누가 보아도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무언가 강요당하고 있는 표정이 분명했습니다!”
“······.”
루이제는 그때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확실히 수상쩍긴 했다.
다들 국어책 읽듯이 어색하게 행복을 말하고 정작 시선은 침울하기 그지없었으니까.
“하지만 주거환경도, 일자리도, 처우도 트집잡힐 만한 곳이 없는걸요. 물론 결론을 내릴 만한 시점은 아닙니다만.”
조사가 더 필요한 건 맞았다. 루이제도 벌써 돌아갈 생각은 없다.
“아직 시간은 남았으니까요. 각 조사관님들은 만신전을 중심으로 주변 탐방을 계속해주세요.”
루이제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데니스는 만신전이 제공한 기숙사에서 나와 차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멀어졌을까? 데니스의 차량이 암흑으로 가득 차더니 너머에서 사이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데니스──]“오오, 위대한 존재시여···!”
운전을 멈추자 인기척이 뒷자리에서 느껴진다. 백미러 뒤에는 ‘악성 그 자체’인 위대한 존재와 그와 계약한 존재가 실루엣으로 보였다.
일개 추종자에 불과한 자신과는 격이 다른 존재들. 데니스는 그 너머의 악성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명하신 대로 만신전에 대한 인권위 감찰단을 파견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잘했닷. 인간 놈들의 허술한 이상주의는 정말이지 나약해 빠졌군.]유엔에 제보한 건 다름 아닌 내부의 인물이었던 데니스였다.
악마 추종자들을 세계 곳곳에 있다. 민간뿐 아니라 정부의 요직에도, 세계연합의 틈새에도··· 어디에나 그들은 존재한다.
[인권이니 생존권이니 지껄이는 것들은 움직이기가 편햇.]“그렇습니다. 오크 확장 건만 해도 이렇게 잘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유엔 생존자 인권위를 움직여 세계적으로 오크 인권보장을 확장시킨 건 바로 이들의 계략이었다.
오크들은 강력한 전투력을 가졌지만, 그만큼 난폭하고 반사회적이다.
툭하면 폭력으로 해결하려 들고 자신보다 약한 상대의 명령 따윈 듣지 않는다. 이는 행정명령과 법 집행기관 또한 마찬가지란 소리다.
그런 오크들이 번식력도 좋아서 숫자를 마구잡이로 늘리고 그 지역의 주류 종족으로 확장해나간다.
데니스와 악마 추종자들은 이런 오크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게이트 클리어로 마정석 테라포밍을 가속하고 인권을 중시한다는 세계각국을 황폐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최종목적은 바로 이종족 투표권 행사나이 조정.
기본적으로 성인으로 치는 나이가 인간과 비슷한 오크들이었지만, 육체 나이는 다섯 살이면 완성된다는 점을 들어 투표연령을 확 낮출 계획이었다.
다민족주의를 내세워 민주주의니 오크 인권이니 하면서 눈물 좀 찍 싸주면 서방의 위선자들은 끝내 오크들의 투표권을 확장시켜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간단했다.
단순한 오크들을 선동해 표를 결집하고 정치인들은 또 오크들의 표들을 의식하며 오크주의를 확장시킨다.
오크가 과반수가 된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으므로 지구 멸망은 그만큼 가속화될 것이다.
“멍청한 인간들은 결국 위대한 불멸자들을 이겨내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정치적 야욕 때문에 위선을 떨 고위층과 자신이 대단한 정의를 수행하고 있다고 착각할 작자들의 지지 아래 악마들의 계획은 완성될 것이다.
“그런데 위대한 존재시여.”
[무슨 일이짓?]“위대한 존재의 계획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저희 감찰단이 만신전의 실태를 폭로한다고 한국 정부가 제재를 가할 것 같진 않습니다. 그만큼 만신전과 정부의 관계가 긴밀합니다.”
애초에 만신전부터가 한국 헌터협회 오강혁이 작정하고 지원한 곳이다.
대통령조차 초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그를 지원하고 있었고.
듣기로는 정치만 참여 안 해주시면 뭐든지 해드리겠다며 딜을 걸었다는 모양인데, 오피셜은 아니다.
[상관없닷. 여론을 움직이고 발을 묶을 수만 있다면 충분햇.]“그게 그리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이게 나만 좋으라고 하는 줄 아느냣? 너희들의 운명도 걸린 일이닷! 봐랏!]암흑 속에서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러자 한 영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까앙! 까앙!
그곳에서는 거대한 별철을 채굴하는 농노들이 보였다. 데니스와 마찬가지로 악마 추종자인 그들은 악마의 영지에서 끌려온 포로들이다.
“여기까진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때였다. 곡괭이질로 흔들리던 별철이 쪼개지더니 그대로 낙석이 되어 농노들을 덮친 것이다.
“으아아악!”
쿵!
아찔한 소리와 함께 불어터진 죽처럼 터져나간 농노들. 그런 농노들에게 끼끼룩족 감독관이 다가왔다.
-끼룩!
뭘 멈춰서 있냐. 일해라, 노예야.
통역되지 않는 그 말들은 의미만큼은 명확해 데니스의 주먹을 꽉 쥐게 만들었다.
“천벌 받을 놈들······.”
다음 장면은 공장 내부의 영상이었다. 별철의 신성력에 피폭당하며 가죽이 타들어가는 농노들은 침울해 보였다.
그러다 픽! 쓰러져도 끼끼룩족 감독관들이 채찍질을 하며 강제로 일으켰다.
“독한 놈들······.”
다음은 웬 게이트였다.
농노 중 한 명의 시야를 공유하는 것인지 그 시야에는 끔찍한 장면 실시간으로 틀어지고 있었다.
[농노 발리스타 장전하라!]농노 발리스타? 그게 당췌······.
“아, 아아······.”
끔찍하다. 이것이··· 이것이 사람의 짓이란 말이냐!
공유되는 시야가 울먹거리며 눈물로 가득 찬다. 그는 울먹거리면서 동료 농노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겼고.
[기억해줘···!] [[기억할게···!]]그것이 마지막 영상이었다.
[보았느냣? 이것이 사자심왕이 지배하는 미래닷! 너희들은 저 싸이코패스 미치광이에게 소모품처럼 써 먹히다 죽을 것이얏!]일종의 모티베이션을 세워주려는 계략이었고, 그 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더, 더러운 광신도 놈들··· 혁명! 혁명이 필요합니다!”
아주 커다란 죽창이 필요했다.
“하지만 위대한 존재시여··· 제대로 공작을 하려면 놈에게 들키지 않겠습니까?”
[괜찮닷! 너희들에게 나눠준 아티팩트라면 감찰기간 동안은 괜찮을 것이닷!]“그렇군요! 안심했습니다!”
데니스는 안도하며 사명감을 불태웠다. 이 사악한 계급주의자에게 천벌을 내리리라!
그리하여 악마들의 신세계를 열 것이다!
······
···
“죽이랑께!”
“마귀들을 매달랑께!”
“저 시방것들을 태워죽여야 한당께요!”
왜······.
-끼룩! 재판을 시작한다.
이렇게 된 거지?
집단지성
나주 토박이 농사꾼이자 만신전 소속 생명과 풍요의 사제 최 영감은 레온이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부터 그의 신자였다.
마소에 오염되어 불모지가 되어버린 땅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던 것이 몇 년인가.
나주 땅에서 땅을 잃고, 마탑의 비싼 정화제를 계속 들이붓고 빚에 허덕이던 이들이 수십이다.
어디 나주뿐일까. 한국 여기저기가 마소에 오염되었었고, 그것이 비단 농부들뿐 아니라 살 곳을 잃어 타향살이를 하던 이들도 한둘이 아니었더랬다.
그들의 희망은 언젠가 오염된 땅을 정화할 강력한 정화제가 나와 구제받는 것.
하지만 나랏님도 마소로 오염된 땅을 어찌하지 못했고, 기약 없는 공허한 약속만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짐이야말로 사자심왕. 만신을 대리하는 자이며 영광의 기사들을 대표하는 기사왕이다.」
하지만 그때, 그분께서 나타나셨다.
마탑의 마법사들도 해내지 못한 땅을 정화하셨고, 이 땅에 생명과 풍요의 여신님을 강림시키셨다.
축복받은 작물을 처음 섭취했을 때의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만년 허리통증은 물론이오, 간 경화나 틀니로 대체했던 이빨도 새로 돋았다. 옆동네 김 영감은 치매도 나았다던가.
농촌 지역의 인구는 대부분 노인들이다. 요즘 같은 스마트 시대에 젊은이들이 부족한 것은 세계공통이다.
노인들은 금방 아프고 쉽게 다친다. 인생의 전성기를 떠나보내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그들에게 레온의 존재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다.
그들은 젊어졌고, 건강해졌으며, 전성기에도 내지 못한 힘을 얻었다.
여신께서 축복하신 작물을 섭취하고, 신들의 고매한 강령을 따르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갖가지 축복들이 함께했다.
“최 영감!”
“어, 박씨.”
최 영감은 마을의 농기구나 트랙터를 수리하는 박씨의 공방에 다가갔다.
철물점을 운영하며 고장 난 트랙터 수리나 하던 그는 만신전의 수혜를 크게 받았는데, 철과 대장장이의 신 헤토 님을 신앙하며 그 품질이 크게 올랐던 것이다.
“뭐 하고 있는감?”
“이번에 야피 경이 개량한 트랙터 좀 손보고 있었지.”
야피는 주마다 홀로그램 드론을 이용해 만신전 신도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박 씨는 그중에서 철과 대장장이 신관으로서 속성교육을 받는 중이었고.
“이번에 집안에 텃밭 마련하는 양반들 있지 않나. 거기에 쓸 낫하고 호미 좀 만들었는데 어때? 몇 개 사갈 텐가?”
“흠······.”
최 영감은 고민에 빠졌다. 교리상 땅의 소산을 십구조가 적용되지만, 12평 남짓의 소규모 텃밭에서는 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왜 그런고 하고 폐하께 물으니 개인 텃밭은 본토 농지의 연장선으로 보지 않고 개인 취미로 본다는 모양이다.
이제는 나주평야 데메라 교단 최고신관이라 할 수 있게 된 그는 생각보다 만신전의 교리가 그리 빡빡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규제와 규율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양심과 선의에 의존한단 말이지.’
악용하려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다소 허점이 많은 체제다. 하지만 최 영감은 오히려 그것이 맹점이라 봤다.
부정한 놈들은 뒈진 다음에 영혼이 갈갈죽 될 테니 말이다.
“저, 안녕하십니까?”
그때였다. 한국의 시골농촌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코쟁이 백인이 찾아온 것은.
“으잉? 뉘시오?”
“아, 저는 유엔 조사관인 데니스라고 합니다.”
“유우엔?”
“왜, 이번에 감찰단인가 뭔가하는 거 온다고 하지 않았수?”
그러고 보니 만신전의 하리 신녀님으로부터 유엔에서 감찰단인가 뭔가가 온다고 들었더랬다.
만신전이 ‘인권 탄압’을 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혐의를 가지고.
최 영감과 박 씨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다름이 아니라──”
데니스는 최대한 지역주민에게 친화적인 태도로 질문을 이어나갔다.
무려 십구조를 강제하는 만신전 소속의 신도들이다. 분명 불만이 없을 수가 없다!
“어따~ 유럽 양반이 울 마을에 관심이 많은가벼~”
“허긴 우덜 마을이 요즘 잘나가긴 하지~”
목소리는 친근했으나 두 영감의 시선은 매처럼 날카로웠다. 그러다 데니스가 조심스럽게 화제를 유도했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 보아하니 이국적인 분들이 많은데, 다들 외국인 노동자신 겁니까?”
데니스는 그들의 정체를 알았다. 그야 그렇다. 그들은 반인반마. 이를테면 악마추종자인 자신의 선배들이니까.
그들이 이런 냄새나는 시골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있는 꼴을 보자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녀. 폐하께서 우덜 같은 늙은이들 일 좀 편하게 하라고 하사하신 것이여~”
“하사··· 요?”
옳커니! 데니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분들은 만신전의 신도님이십니까?”
“······.”
최 영감은 홀홀 웃는 낯으로 침묵했다. 데니스는 게슴츠레한 노인의 시선에 흠칫하면서도 좀 더 질문의 수위를 올려갔다.
“월급은 어떻게 되는지, 노동환경에 대해 조금만 질문을──”
“허~ 이 양반 말하는 싹퉁머리 보랑께? 어찌 그리 폐하하고 우덜 사정에 관심이 많으실까?”
발끈한 박 씨의 목소리에 당황하는 데니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여! 저짝의 춘식이들을 우덜이 착취라도 하고 있다는 거여!!”
박 씨가 대뜸 낫을 들고 들이대자 데니스는 식겁하며 물러섰다. 미친 영감탱이, 성력이 깃든 무기로 뭣 하는 짓인가!
“제때 밥 처먹여주고 재워주면 해줄 것 다 해준 거시지! 에잇 싯펄! 촌바닥이라고 조까치 보는 거시여 뭐여!”
“그만허이.”
“최 영감···!”
“어허, 그리 승질머리를 주체하지 못해서야 폐하께 부끄럽지 않은가.”
“끄응······.”
최 영감은 못마땅한 듯 도끼눈으로 데니스를 노려봤다.
“유우엔 양반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합시다. 나가 애들헌티 마을 구경 좀 시켜줄랑께.”
“아, 예··· 예에······.”
데니스는 워낙 극성인 박 씨 탓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을 응시하며 최 영감이 말했다.
“박 씨.”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