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233
어이가 없어하며 합류하자 불타는 검 기사들이 구대성을 보곤 곧장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감축! 또 감축드리오! 새로운 데메라의 성배기사시여!”
그들은 구대성이 성배기사가 되었음을 단박에 알아보았다.
“이, 이러지 마십시오!”
구대성이 기겁하며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평소에도 경외와 존경으로 바라보던 성배 기사단이었다.
아무리 성배기사가 된 자신이라지만, 라이온하트의 오리지널 기사인 그들이 갖추는 예는 부담스러웠다.
“상황이 급박하니 축하는 다음으로 미루지. 서둘러 폐하와 성배기사들을 지원해야 하오.”
“하지만 저 안개와 닿으면 신성과 차단됩니다. 경들은 지금 어떻습니까?”
안개를 헤쳐나온 그들은 다시금 불꽃을 일으켜보았지만, 여전히 그들 손에서 불꽃은 나오지 않았다.
“흠, 아무래도 한동안은 이 상태가 지속될 것 같군.”
“그렇다면··· 어떻게 세계수에 닿죠?”
“세계수에?”
라이하르가 구대성의 말에 반응했다.
“예, 데메라 여신께서 세계수가 이 난국을 해쳐나갈 열쇠라고 하셨습니다.”
“흠··· 세계수에 닿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야 물론··· 안개에도 닿지 않아야겠지요.”
세계수에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안개에 닿아선 안 된다. 난조건이었다. 불카누스라면 모를까 안개에 닿지 않고 어찌 저곳에 닿는단 말인가?
-끼끼룩!
그때였다. 큼직한 집게발을 들어 올리며 나선 것은 끼끼룩족 전사였다. 본래라면 야피의 번역장치로 통역되었겠지만, 라크샤르의 포효와 함께 모든 전자기기가 망가졌다.
그 탓에 크라샤트리아 특유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들은 현명한 고대종족. 구대성과 기사들의 이야기 그리고 손짓과 눈짓을 통해 그 목적을 알아차렸다.
-끼루욱! 끼기룩? 끼룩끼룩!
그 자신도 살짝 귀여울 정도로 필사적인 제스처와 함께 ‘어떤 물건’을 끌고 온다.
“아.”
“오.”
“되, 되나?”
그들이 끌고 온 물건은 척 보기에도 의도가 명확했다.
* * * *
크라샤트리아 족은 해양생물로서 자연스럽게 대부분이 바다와 파도의 신 포마를 섬기게 되었다.
그들은 바다에서 더할나위 없는 축복을 받은 존재였고, 인간이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바다에서 해낼 수 있었지만, 그들이 꼭 포마 신만 섬기는 건 아니다.
그들을 관리, 지휘하는 건 철과 대장장이의 성배기사 야크트 스피너.
21세기 지구와 만신전의 교리에 적응시키기 위해 야피는 자신이 전담해 크라샤트리아 족 전체를 계몽시켰다.
자잘한 경제활동에서부터 안락한 보금자리 확보 그 외에도 그들만이 익힐 수 있는 야금기술 즉 철과 대장장이 신 헤토를 신앙하는 대장장이들을 양성한 것이다.
그런 그들과 함께 제작한 것이 도미네이터급을 비롯한 숱한 결전병기들이다.
핵심 기술은 야피가 모두 가지고 있고 그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구조였지만, 그래도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불카누스 경이 날아다니는 걸 볼때··· 솔직히 좀···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식해 보인다고 말하셔도 괜찮아요.”
하리의 말에 구대성은 말없이 동의했다. 하지만──
“근데 이게 더 무식한 것 같아요.”
“······.”
하리는 말없이 구대성을 꾹꾹 ‘포구’에 밀어 넣었다. 갑옷이 낑겨서 잘 안 들어간다.
“구대성 아저씨, 화이팅!”
“······.”
재혁과 수호의 응원에 구대성은 말없이 자신이 들어가는 포구를 보았다.
끼끼룩족이 노획한, 악마들의 마포. 거기에 사람을 집어넣어 쏜다는 발상은 자신이 생명의 성배기사라서 가능한 걸까?
‘그냥 이 이계인들은 죄 상식이 어딘가······.’
이런 계획을 입안한 끼끼룩족이나 좋다고 또 받아들인 불타는 검 기사단이나.
“좋아, 슬슬 출발하지! 준비되었소, 구대성 경!”
끼끼룩족이 즉석에 대장장이 성법으로 개조한 대포를 끌고 있는 건 바퀴나 수레가 아니라 ‘기사들’이었다.
발탄 불타는 검 기사단. 그들은 구대성을 포탄처럼 밀어 넣은 대포를 어깨에 짊어지고 준비를 마쳤다.
-끼룩! 끼끼루욱!
구대성의 목소리를 기다리지 않고 끼끼룩족 전사들이 무언가 외쳤다. 깃발까지 든 그들의 의도는 너무나 명확했다.
-끼!
-끼!
-룩!
-루욱!
-끼룩!
깃발이 내려지며 깃발이 내려간다. 그것이 신호였다.
“발탄 불타는 검 기사단! 돌겨어어어억!!”
“······!?”
갑작스레 밀려드는 바람. 그것이 자리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한 여파임을 깨달은 구대성이 망치를 품에 안으며 이를 악물었다.
‘빠, 빠르다!’
성배 기사단원들. 비록 성력을 사용하지 못한다곤 하나 인간 육체의 정점에 도달한 초인들이다.
그들은 대포를 멘 채 전속력으로 지상을 주파했고 어느 기정에 도달했을 때였다.
“뛰어어어!”
라이하르 경의 호령과 함께 부유감이 몸에 닥쳐온다. 흔들리는 포구. 대포 안에서도 들리는 바람소리.
“던져어어!!”
불타는 검 기사단원들은 있는 힘껏 대포를 던졌다. 뻥!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괴력으로 던져진 대포.
대체 얼마나 높이 뛰었을까? 암흑의 안개가 자욱한 정면에서 살짝 높이. 류경 호텔이 보인 그 순간──
-쏠게요!
하리의 목소리와 함께 화염이 포구 안으로 들어왔다. 다음 순간, 쾅! 하는 소리가 엉덩이 쪽에서 들려왔다.
“아뜨뜨뜨!!”
포탄과 함께 쏘아지는 구대성. 그는 맨몸의 인간이 하늘을 난다는 진귀한 경험 속에서도 정신이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정신 똑바로 차리렴, 아가!]데메라 여신의 옥음에 구대성은 똑바로 하늘을 비행하는 자신을 목도한다. 암흑의 안개 아슬아슬하게 빗겨지나가 류경 호텔을 향하는 비행 하지만······.
“떠, 떨어진다?!”
추력이 부족했던 걸까? 구대성은 자신의 몸이 곧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신님, 용서하십시오!”
구대성은 곧장 쥐고 있던 대지의 방패를 발밑에 두었다. 찰나의 부유감. 그는 방패를 밟고 다시 한번 도약한다.
초인적인 공중도약은 아주 약간이지만, 도약의 비거리를 늘렸고──
“데메라시여어어어어!!”
구대성은 게오브릭의 망치에 생명의 성력을 풀파워로 담았다.
그가 성력을 담은 망치로 내리친 것은──
-쿠웅!!
군라르의 모종으로 자라난 세계수였다.
[이제 네 차례야.]여신의 목소리가 나무에 잠든 존재에게 향한다. 그녀는 트리맨과 엘프들의 수호자. 데메라와 함께 생명의 탄생을 자아내는 자.
숲과 나무의 신.
[이르민.]* * * *
[세계수가?!]세계수의 변화에는 라크샤르마저도 당황했다.
사자심왕은 부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고, 불카누스와 카리나 그리고 베아트리체까지.
성력을 잃은 그들의 저항도 이제 끝에 다다랐다.
모든 게 끝나고 이제 파멸의 나뭇가지를 재현해 세계를 혼돈의 파멸로 이끌면 끝날 것인데······.
[다 된 밥에 초를 치다니···!]라크샤르는 서둘러 세계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성배기사들을 마무리하는 것보다 당장 세계수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어딜 가느냐.”
섬찟한 목소리. 라크샤르에 비해 너무나 작을 터인 그 존재는 그 어떤 악들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네놈······.]분명 치명상이었을 텐데, 갑옷도 완전히 파괴되어──
[어떻게······.]라크샤르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암흑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극광. 그리고 마치 이 암흑 속에서 적응한 것처럼 검게 빛나는 ‘갑주’.
“야크트 스피너 경에게 영광 있으라.”
레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와 함께 검을 들었다.
사자심왕(1)
-깡!
시커먼 암흑 속 맑고 청아한 소리가 울린다.
-깡!
망치질. 그것은 망치질이 자아내는 소리였다.
이곳에는 공방이 없다.
미래세계의 기술을 이용한 최첨단 시설도, 신성의 축복을 받고 별의 에너지를 담은 철도 없다.
이곳에 있는 건 그저 다 망가져 가는 대장장이와 형태만 겨우 흉내낸 조잡한 망치뿐.
-깡!
그런데 어째서일까?
어째서 망가진 대장장이가 내리치는 조잡한 망치가.
-깡!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연산 로직 의문 제기. 비효율적 에너지 낭비 경고.
-최후확률연산 성공률 0.03% 이하.
비관적이지만, 거짓을 말하지 않는 숫자. 누구보다도 냉철한 대장장이는 그 경고가 올바름을 알았다.
-연산 로직 기능 오프. 보조 시스템 오프.
그러나 그 연산을 거부한다.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계인 대장장이에게 있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언제나 가장 높은 확률을 선택하는 것이다.
극소량의 남은 에너지를 가지고 0.06%의 성공확률을 가진 행동을 할지라도 지금보다는 낫다.
지금 하는 무의미한 망치질보단 확률이 높다.
그것을 숫자로 이해하고 있다. 기계인 야크트 스피너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야피, 넌 도시의 영웅이다.]세계의 종말 속 도시를 지키던 최후의 로봇.
[야피, 난 여기까지다. 마지막 명령이야.]최후까지 미래를 걱정한 지휘관의 라스트 오더.
[봉인을 지켜라, 누구도 접근하게 두지 마라.]이미 멸망해버린 세상에서 무의미한 명령을 수행하며 대장장이는 천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노후화된 부품을 고치고, 부족한 무장을 채우기 위해 초석을 생산하고 화약을 제조했다.
그렇게 천년의 세월 도시를 지켜왔던 것은 분명 무의미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충도(忠道), 충의(忠意)의 기사로다. 귀공의 봉사에 차원을 넘어 모든 생명 있는 자들이 빚을 졌음이다.]그 남자는 자신을 저보다 대단한 이라고 치켜세웠다.
존경하며 귀히 여기고 훌륭하다고 몇 번이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안다.
천년의 세월 도시를 지켜온 자신보다도 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음을.
지혜의 군주 카라카엘과 천만 악종들. 끝없는 악의 군세 앞에서 저항한다는 행위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
그러나 그 남자는 말했다.
굴하지 않고 싸울 것임을.
그 절망적인 싸움에,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라이온하트의 기사와 병사들은 외쳤다.
[로드 라이온하트! 로드 라이온하트!]아무도 남지 않은 곳에서 끝내 홀로 승리를 쟁취했더라도.
사자심왕의 승리는 분명 확률론에 근거하지 않은, ‘해야만 하는 것을 해낸 것’에 불과하다.
해야 하니까 한다.
거기에 확률은 중요치 않다는 걸 대장장이는 ‘깨달음’으로 저장했다.
그러니까 한다.
0.03%라도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다.
확률은 의외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끼룩.
생각해보면 자신도 언제나 그래왔던 것이다.
도시를 지켜야 하기에, 악성의 봉인을 세상밖으로 유출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무의미한 수리와 재생을 반복하며 해내왔다.
[철에 신념을 담아라. 망치질로 자아낼 미래를 상상해라. 내가 만든 검이 왕국의 적을 베어 가르고, 네가 만든 갑옷이 전우들을 지킬 것이다.]상상력.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 이 기계 대장장이는 잘 모른다.
그는 계산으로 결과를 연산해온 존재이지 막연한 무언가를 상상하며 창조하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그러니 그저 가정법을 들여 결과물을 도출한다.
-깡!
완전무결한 사자심왕이 끝내 승리하는 결과를.
* * * *
레온은 제 품에 안긴 야피를 내려다보았다.
“······.”
자신을 움직이는 모든 동력을 망치질에 쏟아부은 야피는 레온이 눈을 떴을 땐 이미 기능이 정지되어 있었다.
레온은 그것을 잠든 아이처럼 평온하다 느꼈다.
“귀공은 참으로, 짐을 자랑스럽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