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Adventurer RAW novel - Chapter (299)
299
77장. 혼테일 (6)
15.
모험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했다.
“모험가들은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지.”
이야기.
그도 그럴 것이 모험가들은 매일매일을 모험하는 게 아니었다.
24시간이 있으면 막상 모험을 하는 시간은 의외로 서너 시간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모험이란 마라톤과 같아서, 빨리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또한 상황상 움직일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눈앞에 결코 잡을 수 없는 몬스터가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몬스터를 잡으러 움직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숨죽이고 기다릴 줄 아는 것, 그게 오히려 모험가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모험가들이 하는 것은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험가들은 온갖 종류의 이야기를 했다.
그중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이야기 주제가 하나 있었다.
“어떤 능력이 가장 사기라고 생각해?”
과연 모험가에게 가장 좋은 능력은 무엇일까?
그에 대해서 모험가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건넸다.
“죽지 않은 능력?”
“그보단 마력이 무한한 게 대단하지 않을까? 죽지 않아도 약하면 의미 없잖아? 고통스럽기만 하지.”
“투명해지는 능력은 어때? 안 걸리잖아?”
“몬스터들 중에 후각하고 청각이 시각보다 좋은 몬스터가 훨씬 더 많을걸?”
하지만 베테랑 모험가들은 달랐다.
그 질문을 받는 모험가들은 대부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 그러니까 10초 후를 볼 수만 있어도 못 잡을 몬스터는 없지.”
그 정도였다.
몬스터를 상대할 때 몇 초 후의 미래만 아는 것으로도 대부분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았다.
“마스터 모험가 정도 되는 이라면.”
특히 베테랑,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경지, 마스터 모험가쯤 되면 무엇이든 잡을 수 있었다.
“자쿰이든, 마왕 발록이든, 벨룸이든. 혹은 혼테일이든. 무엇이든 잡을 수 있지.”
그야말로 몬스터 사냥이 가소로워진다고.
지금 엘 팜 파티가 그랬다.
물론 그들은 미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보스가 예상한 그대로다.’
엘 팜, 그가 말한 그대로 모든 상황이 펼쳐졌으니까.
심지어 엘 팜이 말한 것은 대략적인 개념 따위가 아니었다.
‘숨소리조차.’
엘 팜은 놈이 어떻게, 얼마나 움직일지, 심지어 어느 순간 멈출지조차 예측했다.
그건 사실상 예지와 다를 게 없었다.
그 덕분이었다.
크어어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혼테일의 공격 속에서 키리는 단 한 번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그리고 키리가 그렇게 혼테일을 마주하는 사이, 엘 팜 파티는 혼테일에게 거듭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물론 이 역시 노림수였다.
엘 팜, 그는 기다렸다.
타앙!
미네르와 디보, 그 둘의 거듭된 공격 속에서 혼테일이 틈을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그 틈을 보이는 순간 엘 팜은 꺼내 들었다.
“아폴론의 불화살.”
혼테일을 마주하고 처음으로 그 마법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등장한 아폴론의 불화살은 푸른빛을 뿜으며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날아갔다.
혼테일의 오른손을 향해서.
푸홧!
이윽고 아폴론의 불화살이 혼테일의 오른손의 손가락을 관통했다.
크르르!
크어어!
크아아!
그 사실에 이제까지 공격에 이렇다 할 반응조차 안 하던 혼테일이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혼테일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이미 혼테일의 거대한 오른손 안으로 들어간 아폴론의 불화살은 기생충처럼 그 안을 헤집으며 혼테일의 오른손을 사실상 쓸 수 없는 물건으로 만들었다.
‘계획대로다.’
엘 팜, 그가 노리던 게 바로 혼테일의 오른손이었다.
당연했다.
‘이제 놈은 유혹도, 봉인도 쓸 수 없다.’
혼테일의 오른손이 쓰는 마법은 일정 시간 동안 대상의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마법 저항력이 매우 강하고, 그 마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스킬과 아이템을 가진 키리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외 나머지 멤버들은 그 마법에 걸리는 순간 죽은 목숨과 다를 바 없었다.
특히 엘 팜은 알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엘 팜이 강력한 마법을 쓰려는 순간 혼테일은 영악하게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표적을 바꾸리란 것을.
막연한 예상이 아니었다.
혼테일은 키리를 쫓는 와중에도 그 머리 중 하나는 쉴 새 없이 엘 팜을 비롯해 다른 동료들을 감시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오른손이 무너진 이상, 이제 혼테일이 당장 엘 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러니 이제 왼쪽 머리를 부순다.’
그렇기에 엘 팜은 이제야 비로소 꺼내 들었다.
“메테오.”
16.
콰콰콰콰!
혼테일의 머리 위로 거대한 운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제아무리 혼테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맞는 순간 결코 그냥 상처를 입은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만큼.
크아아아!
그래서였다.
펄럭펄럭!
혼테일, 놈이 처음으로 날개를 폈다.
이윽고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알았으니까.
지금 자신은 오른손을 다쳐 이 마법을 쓴 모험가를 당장 제지할 수 없음을.
이 운석을 맞고 버틸 수가 없음을.
그리고 날갯짓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운석을 피하는 데에는 결코 문제가 없음을.
그 모습에 엘 팜 파티는 놀랐다.
“역시.”
물론 혼테일의 행동 때문이 아니었다.
“보스 예상대로네!”
이것 역시 엘 팜이 의도한 것이라는 것.
크어어?
“그래, 나야.”
그렇게 날아오른 혼테일, 그런 혼테일의 왼쪽 머리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디보가 있었다.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지?”
그리고 혼테일의 머리에 올라탄 디보는 폴암을 전력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매시 스윙!”
아란의 스킬을 담아서.
콰직!
그런 디보의 공격은 강인하기 그지없는 혼테일의 가죽을 가뿐하게 뚫어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디보, 그 역시 듣고 있었으니까.
헤라클레스!
그 신의 목소리를.
물론 엘 팜만큼은 아니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헤라클레스의 아이템을 가진 것만으로도 디보가 보여줄 수 있는 파괴력은 지금 8서클에 이른 아란, 그 이상이었다.
혼테일의 몸뚱이를 부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공격에 혼테일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여기서 디보를 공격한다는 것은 제 머리를 공격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짓이었으니까.
그게 혼테일의 약점 중 하나였다.
‘오른손으로 유혹도, 봉인도 할 수 없으니까.’
오른손 없이는 제 몸에 올라탄 벌레 한 마리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이런 상황에서 혼테일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크어어어!
하나는 포효를, 드래곤 피어를 내지르는 것이었다.
어지간한 모험가들은 듣는 순간 사지가 마비될 만큼 강력하기 그지없는 공포를!
그러나 그 공포가 디보에게는 닿지 않았다.
수없이 많이 경험해 본바.
물론 심장이 두근거리긴 했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새끼, 더 질러봐!”
콰직!
그것으로 디보를 흔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펄럭펄럭!
드높은 하늘로 치솟아 제 몸에 달라붙는 벌레를 떨어뜨려 버리는 것뿐.
“새끼, 그래 날아 봐. 같이 떨어져 죽어 보자고.”
그러나 아쉽게도 그 방법은 이제 더 이상 디보에게 감흥조차 주지 못했다.
무수히 많은 경험이 있었으니까.
도리어 혼테일은 디보가 경험했던 레비아탄에 비해서 더 거대했고, 좀 더 느렸다.
혼테일의 비행은 그 목에 올라탄 디보 입장에서는 비공정을 타는 것 같은 느낌일 따름이었다.
“스매시 스윙!”
그렇게 혼테일의 목덜미 위에서 디보가 쉴 새 없이 폴암을 휘둘렀다.
거대한 아름드리나무를 자르듯, 착실하게, 꾸준하게, 그러면서도 매우 위력적으로.
기어코 디보는 해냈다.
콰직!
혼테일, 놈의 두개골을 부수었다.
머리 하나를 박살 냈다.
그 순간 혼테일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것을 본 엘 팜의 눈빛도 달라졌다.
‘이제 시작이다.’
혼테일에게 이제까지의 싸움은 싸움이라기보다는 그냥 일방적인 사냥이었다.
맹수가 초식 동물을 상대로 하는 사냥.
귀찮고, 힘들고, 다칠 수는 있지만 죽음이란 단어는 조금도 끼어들 수 없는 사냥.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혼테일은 이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당연히 이 순간부터 혼테일이 보여줄 저항과 폭력도 차원이 다른 수준이 될 터.
물론 이 역시 엘 팜의 예상 범주 내였다.
봤으니까.
머리를 잃은 혼테일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대응책도 완벽하게 준비한 상태.
‘예상을 벗어난 건 없다.’
때문에 혼테일이 무슨 모습을 보여 줘도 엘 팜 입장에서는 예상 내의 일이었다.
‘나만 빼고.’
예상 밖의 일은 엘 팜, 그에게서 일어났다.
혼테일이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 그 눈빛이 엘 팜에 닿는 순간, 그 순간 엘 팜은 느꼈다.
‘이거구나.’
자신에게 깃든 이세계의 신이 혼테일에 반응하는 것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엘 팜의 몸에 깃든 이세계의 신 입장에서는 엘 팜은 자신의 본체와 다를 바 없었다.
어떻게든 살려야 하는 존재.
그런 존재가 혼테일이라는 가공하고, 아득한 존재를 마주한 상태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까?
살리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터.
지금 엘 팜의 몸에서 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신이 깃드는 수준을 넘어 엘 팜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 엘 팜 입장에서 걷잡을 수 없는 일이었다.
멈출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었다.
그제야 비로소 엘 팜은 알았다.
‘혼테일이 제물이었구나.’
검은 마법사와 그 추종자들이 세운 계획이 무엇인지를.
그들에게는 혼테일이 제물이었다.
이세계의 신을 놀라게 하고, 경악하게 만들기 위한 제물.
그럼으로써 이세계의 신이 깃든 모험가, 그 모험가를 강제로 각성시키기 위한 제물.
그리고 그 제물은 가치를 발휘했다.
엘 팜, 그는 제 손목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였다.
‘8서클.’
자신의 손목에 생긴 8개의 고리를.
그것만이 아니었다.
엘 팜은 자신의 몸속에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한한 힘을.
그렇게 잠시 눈을 감는 엘 팜.
‘이제 끝이다.’
그런 그가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 애로우.”
그리고 그 주문과 함께 등장했다.
1만 발의 불화살이.
17.
그것은 아득한 광경이었다.
1만 발의 푸른빛의 불화살들이 혼테일을 향해 쏘아지는 광경은.
심지어 불화살들은 그냥 날아가는 게 아니었다.
모두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날개 달린 매처럼 수려한 궤적을 그리며 혼테일의 몸을 꿰뚫었다.
크어어어!
크아아아!
그 압도적인 공격 속에서 혼테일의 남은 두 머리는 제대로 된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크아아아!
크어어어!
전력을 다해 두 머리가 각자 라이트닝 브레스와 화염 브레스를 내뱉고, 꼬리에서는 쉴 새 없이 포이즌 미스트가 뿜어졌지만, 몰아치는 불화살 세례는 멈추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건 엘 팜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엘 팜이 만들어낸 광경을, 그 압도적인 광경 앞에서 그들 역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윽고 모두는 바라봤다.
도망치기 위해 하늘로 날아오른 혼테일, 놈의 몸뚱이가 대지에 떨어지는 광경을.
오래전 메이플 월드를 악몽으로 몰아넣었고 이제 다시 메이플 월드를 절망으로 몰아넣을 존재가 추락하는 광경을.
쿠구구구궁!
그리고 몰아치는 거대한 굉음과 지진 그리고 폭풍.
‘저건.’
그것을 마주하는 순간 디보를 비롯해 모두는 깨달았다.
‘보스가 아니다.’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엘 팜은 이제 더 이상 엘 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이 메이플 월드를 위협할 또 다른 존재라는 것을.
‘그래서.’
그게 여섯 영웅이 엘 팜을 죽여 달라고 부탁한 이유임을.
그때였다.
포털이 등장했다.
이 세상 밖으로, 메이플 월드로 이어진 포탈을.
그것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엘 팜의 동료들이 포탈 앞에 섰다.
엘 팜을 막아섰다.
그리고는 디보가 말했다.
“아란이 말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디보가 이를 꽉 물며 폴암을 들었다.
“보스를 죽여 달라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