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Seat Hero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00)
말석 영웅이 회귀했다 101화(101/141)
제101화. 류 가문의 망나니 (2)
“이, 이 개자식들이 감히…!”
파직, 파지지직!
라이오스의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푸른 스파크가 그의 몸 주위로 튀어 올랐다.
‘이건….’
푸른 스파크에 담긴 사나운 마력을 느낀 나는 다급히 베럴드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당겼다.
쿠르르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베럴드가 있던 자리에 푸른 뇌전이 번뜩였다.
“크읏…!”
완벽하게 뇌전을 피하지 못했던 걸까.
베럴드가 고통 어린 신음을 삼키며 몸을 웅크렸다.
남들 허벅지만큼 굵은 그의 팔뚝에는 뇌전에 닿아 만들어진 상처가 새겨졌다.
“괜찮냐?”
“으… 괜찮소.”
베럴드가 뇌전에 그을린 피부를 손으로 압박하며 몸을 일으켰을 때.
“하아, 하아. 이 비천한 망나니 새끼가 감히 날…!”
으드득.
사납게 이를 갈며 손을 뻗는 라이오스.
그의 성흔이 빛을 뿜으며 어마어마한 양의 뇌전이 모여들었다.
“천둥의 창!”
짧은 시전어와 함께 푸른 뇌전으로 이뤄진 창이 베럴드를 노리고 쏘아졌다.
그리고.
‘베럴드 무투술.’
바다 가르기.
화르르르륵!
손날에 맺혀 타오르는 잿불이 사납게 쏘아지는 푸른 뇌전의 창을 반으로 쪼갰다.
반으로 쪼개진 뇌전의 창이 잿불에 휩싸여 사라졌다.
“뭐…?”
마치 ‘집어삼켜진 듯이’ 허공에서 소멸해 버린 뇌전의 창을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뜨는 라이오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너, 너 이 새끼… 무슨 짓을 한 거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라이오스를 향해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제가 할 소립니다 선배. 학교 내에서 폭력은 엄연히 교칙 위반 사항이라는 거 모르십니까?”
“하. 폭력이라면 저 새끼가 먼저 사용했을 텐데?”
턱짓으로 베럴드를 가리키는 라이오스.
나는 씨익 웃으며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폭력이라뇨? 제가 옆에서 봤을 때 베럴드는 어디까지나 ‘실수’로 선배님에게 피해를 줬을 뿐 공격할 의사는 전혀 없어 보였는데요?”
“…장난하냐 지금? 그딴 걸 어디 변명이라고…!”
“변명이 아닙니다, 선배님.”
팔짱을 낀 채 느긋이 말을 이었다.
“아니면 선배님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만한 증거라도 있습니까?”
“증거라면…!”
“아아. 뭐, 그 걸레짝이 된 얼굴이 폭력의 증거라고 하면 증거가 될 수 있긴 하겠지만.”
피식.
조소를 머금는다.
“2학년 후보생… 그것도 비천한 분가 출신의 ‘망나니’에게 두들겨 맞아 생긴 상처라… 푸흡! 뭐, 알겠습니다. 그렇게 원하시면 증거 하세요, 그거.”
“너 이…!”
까득.
라이오스는 사납게 이를 갈며 날 노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라이오스의 성흔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무리가 사라지며 사납게 튀어 오르던 푸른 스파크가 점차 흩어졌다.
“하, 그래. 실수? 좋아 그럼 실수라고 하자고.”
라이오스는 가늘게 뜬 눈으로 베럴드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실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라이오스.
“더 이상 분가에 지원금은 없다.”
“……!”
베럴드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이, 이 일이 지원금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오?!”
“글쎄,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어깨를 으쓱이며 비릿한 조소를 짓는 라이오스.
“어쨌든 앞으로는 분가 쪽으로는 골드 한 푼 가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자, 잠시만 기다리시오 형… 아니, 선배! 지원금이 끊어지면…!”
“왜? 치매 걸린 네 애비 간호해 줄 돈이 없어?”
“아버지는 ‘류’ 가문을 위해 싸우다가 다치신 거요! 지원금은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요!”
“누구 멋대로 권리래?”
라이오스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를 후볐다.
“류 가문 사람이 가문을 위해 싸우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아니면 뭐… 분가는 같은 ‘류’ 가문이 아니기라도 하나?”
“…선배!”
“아아, 시끄러워. 어쨌든 지원금 중단은 이번 가문 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제안할 테니 그렇게 알라고.”
“크읏…!”
주먹을 움켜쥔 채 파르르 떠는 베럴드.
나는 그런 베럴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걱정 마 인마. 돈이라면 형이 줄 테니까.”
“…형님?”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두 눈을 껌뻑이는 베럴드.
“형님이 무슨 돈이 있다고 돈을 주겠다는 거요…?”
내가 국가 지원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건 베럴드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
그의 말마따나,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은 많지 않았지만.
“친구 좋다는 게 뭐겠냐?”
든든한 돈줄… 아니, 친구가 있으니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뭐, 줄리엣이 안 되면 로잔나에게 뜯어내도 되고.’
헬리오스 가문이 그간 세가 많이 기울었다고는 해도 여태껏 제국 고위 귀족으로서 쌓아 온 막대한 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어쨌든,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
베럴드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고민을 이어가던 베럴드가 나지막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건 내 일이오. 형님의 손을 빌릴 순 없소.”
그렇게 말하며 라이오스의 앞으로 다가가는 베럴드.
쿵.
베럴드가 라이오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선배의 심기를 거슬렀다면 죄송하오. 나도 모르게 욱해서 주먹이 먼저 나가 버렸소.”
베럴드는 무릎을 꿇은 채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깊게 머리를 숙였다.
“폭력에 대한 처벌이라면 뭐든 달게 받겠소. 부디 노여움을 풀어 주시오.”
“…하.”
머릴 숙인 베럴드를 내려다보며 헛웃음을 삼키는 라이오스.
“아까 그 기세등등한 모습은 어디갔어?”
“미안하오.”
“뭐? 어웨이큰? X발 마력탄 하나 못 만드는 머저리가 무슨 마법을 쓴다고?”
“미안하오.”
“하아. 그냥 얌전히 빵이나 쳐 사 오면 되는 걸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냐… 응?”
“미안하오.”
베럴드는 머리를 숙인 채 망가진 기계처럼 사죄를 반복했다.
마음 같아서는 류 가문이고 나발이고 라이오스를 피떡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아니, 이건 내 일이오.
“…….”
지금 나서면 영영 베럴드와의 관계가 틀어질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뭐, 그러면 이렇게 하자.”
라이오스는 팔짱을 낀 채 머리 숙인 베럴드를 내려다봤다.
“나랑 대련해서 이기면 지원금 얘기는 철회해 줄게.”
“…대련 말이오?”
베럴드가 숙였던 고개를 들어 라이오스를 올려다봤다.
라이오스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신, ‘마법’만 사용해서.”
“그건….”
당황한 표정을 짓는 베럴드.
“우리 가문이 무슨 가문인지 잊지는 않았겠지? 응?”
공화국 최고의 마법 명가 류 가문.
그 위명을 모르는 이는 아마 제국과 성국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다.
‘이 새끼 머리 쓰는 거 봐라?’
나는 눈을 찌푸리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라이오스를 노려봤다.
베럴드가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제안을 한다는 했다는 건, 대련을 빌미로 베럴드에게 합법적인 폭력을 가하겠다는 의도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알겠소.”
베럴드의 대답에 라이오스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지어졌다.
“좋아. 그럼, 뭐 마법 수련할 시간은 3일 정도면 충분하지?”
“…….”
평생을 노력해도 마력탄 하나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마법을 어떻게 고작 3일 만에 쓸 수 있게 되겠는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란 건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만.
“알겠소.”
베럴드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오스는 환히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럼 3일 후에 보자고… ‘동생’.”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멀어지는 라이오스.
“후우.”
베럴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베럴드.”
“음? 하하하! 왜 그런 무서운 표정을 짓고 계신 거요 형님?”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환하게 웃는 베럴드.
“어차피 뭐, 그래 봐야 대련 아니겠소? 좀 다쳐도 우리 아이리스 누님이 있다면 끄떡없지!”
베럴드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가슴을 두들겼다.
마치 자신의 패배는 이미 확정됐다는 듯 단정 지은 모습.
“…….”
나는 그런 베럴드를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아니야.’
내가 알던 베럴드는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놈이 아니었다.
“헛소리하지 마.”
베럴드의 멱살을 쥔다.
문뜩 전생의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내가 그에게 ‘베럴드 무투술’을 배울 당시의 기억이.
-하아, 하아! 이, 이제 안 돼. 더 못 해!
-벌써 포기하는 거요 형님?
-뭘 벌써 포기해? 지금 대체 며칠째 쉬지 않고 수련하고 있는지 알아? 아니, 며칠이 아니라 몇 주야 이 미친놈아!
-알고 있소.
-이젠 더 못해. 한계야. 내가 얼마나 무투술에 재능이 없는지는 이제까지 가르쳐 봐서 알고 있잖아? 아무리 노력해도 난 안 돼.
-…….
-뭐? 또 설교하려고?
-아니오.
베럴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지쳐 쓰러진 내 옆에 앉았다.
-나도 형님이랑 똑같았소.
-…뭐가?
-한계라고. 노력해 봤자 의미 없다고. 이것저것 포기만 하며 살아왔었지.
-네가?
포기라니.
베럴드와 가장 어울리지 않은 단어였다.
-형님도 알고 있듯이 나는 마법에 재능이 없었소. 아무리 노력해도 마력탄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지.
-…….
-그래서, 포기했소.
-하지만 지금은….
-내가 마법 쓰는 거 본 적 있소?
-…아니.
-흐흐. 지금도 마법은 못 쓴다오.
하지만.
그가 만들어 낸 ‘베럴드 무투술’은 역설적으로 마법을 익히지 않고서는 완성할 수 없는 무술이었다.
-후회하고 있소.
-…뭐를?
-내가 그때 마법을 포기하지 않고 익혔다면… 하다못해 마력탄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면.
베럴드는 붕대를 감은 주먹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내 모든 걸 쏟아 만든 무투술의 끝에… 정작 나 자신이 영원히 도달하지 못한다는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짙은 후회에 가득 찬 목소리.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마법을 익히면 되는 거 아니야? 요즘 소피아 선배한테 마법을 배우는 중인데 너도 같이….
-아니, 소용없소.
베럴드는 나지막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껏 나만의 무투술을 완성하기 위해 익혔던 이런저런 무투술 중에서 마법의 발현 자체를 막는 후유증이 있던 무투술이 있었소. 그걸 익히는 순간, 마법을 사용하는 건 영영 불가해졌소.
그러고 보니 베럴드는 마력을 외계(外界)에 방출만 할 수 있을 뿐, 그를 통해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비유하자면 연료는 있어도 불을 붙일 도구 자체가 망가졌다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베럴드는 그의 일생을 바쳐 완성한 무투술의 ‘극의’에 도달할 수 없었다.
최후를 맞이했던 그 순간까지도.
-걱정 마시오. 내가 형님에게 가르쳐 준 무투술에는 그런 후유증은 없으니. 형님이 마법을 사용 못 하게 될 일은 없을 거요.
베럴드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형님이라도 포기하지 말아 주시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형님은 그 누구보다도 가장 ‘끈기’ 있는 사람이지 않소?
아니.
아니다.
그의 말과는 달리, 나는 전혀 끈기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내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르쳐 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베럴드였다.
‘베럴드.’
네가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야.”
“으음? 왜 그러시오 형님?”
나는 베럴드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너, 나한테 마법 배워라.”
이번엔 내가 널 포기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