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Seat Hero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50)
말석 영웅이 회귀했다 150화(150/177)
150화. 후보생 연속 실종 사건 (4)
영웅 학교 내에서도 구석진 위치와 낡은 내부 인테리어 때문에 후보생 없기로 유명한 교내 카페.
그곳에서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 사내의 굵은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새끼가! 어? 진지하게 찾으라고 했지 내가?”
나는 베럴드를 걷어차며 사납게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아악, 악! 자, 잘못했소 형님!”
몸을 웅크린 채 두들겨 맞고 있는 베럴드.
‘아, 맞다.’
문뜩 베럴드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던 소피아 선배가 떠올랐다.
뜨끔한 마음에 그녀 쪽을 슬쩍 돌아보자 그녀 또한 ‘그래, 저건 좀 처맞을 만하지’라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커피를 들이켜며 팔랑팔랑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후우.”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베럴드가 내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몸을 일으켰다.
“똑바로 조사해.”
“크흠. 아, 알겠소.”
베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서류를 살폈다.
“으음.”
진중한 표정으로 피해자 명단을 살피는 베럴드.
“음?”
서류를 살피던 베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님! 이것 보시오!”
“또 뭔데?”
어차피 들어 봤자 또 엉뚱한 소리겠거니, 하고 내심 생각하고 있을 때.
“피해자들의 성흔 숫자가 거의 같소!”
“성흔 숫자가 같다?”
“자, 보시오. 태양신의 성흔을 지닌 후보생 셋, 별의 신의 성흔을 지닌 후보생도 셋, 바다 신의 성흔을 지닌 후보생도 셋이지 않소?”
“…잠깐.”
베럴드의 말대로 피해자 20명의 성흔을 나눠 보니 대지신의 성흔 2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3명씩 피해자가 있었다.
‘우연이 아냐.’
성흔의 종류마다 후보생의 숫자는 균일하지 않았다.
유전적으로 자식에게 이어질 가능성이 큰 성흔의 특성상, 대륙인들 사이에서 흔히 ‘비주류’라고 불리는 달의 신의 성흔과 숲의 신의 성흔은 그를 지닌 후보생의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으니까.
특히 내가 지닌 숲의 신의 성흔의 경우 한 학년 내에 같은 성흔을 보유한 후보생이 30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피해자들이 균일한 숫자의 성흔 개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의도적으로 숫자를 맞춘 거야.’
즉.
‘이 패턴대로라면 다음 노려지는 건….’
유일하게 아직 피해자가 2명인 대지신의 성흔을 지닌 후보생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나이스, 베럴드.”
범인이 다음에 누굴 노릴지 범위를 좁힐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수확이었다.
“후후후. 어떻소? 나도 할 때는 하는 남자라오!”
우쭐한 표정으로 콧대를 높이는 베럴드.
나는 그런 베럴드를 보며 피식 웃음을 삼켰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 2번은 맞는다더니….”
“음? 고장 난 시계가 어떻게 맞는다는 말이오?”
“…아냐, 됐다.”
나는 설명을 포기한 채 피해자 명단 쪽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렇다면 다음에 노려지는 건 대지신의 성흔을 지닌 4학년 후보생이라는 건데.’
문제는 대지신의 성흔이 가장 흔한 성흔 중 하나인지라 보유한 후보생이 원체 많다는 것.
4학년 후보생 500명 중에 대지신의 성흔을 지닌 후보생만 하더라도 거의 150명에 육박했다.
‘이것만으로는 다음 타겟이 누군지 알 수 없어.’
더 범위를 축소할 만한 단서를 찾아야 했다.
“음….”
그렇게 계속해서 서류를 뒤적이고 있을 때.
“찾았어, 단서.”
가만히 서류를 살피던 소피아 선배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피해자 명단을 시간 순서에 맞게 쭉 늘어놨다.
그녀가 늘어놓은 명단을 따라 쭉 피해자 후보생들의 정보를 살폈지만, 딱히 단서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 서류에 잘못 적힌 정보가 하나 있어.”
“뭐죠?”
“후보생 종합 평가 순위.”
소피아 선배는 후보생 명단을 쭉 훑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에 적힌 종합 평가 순위는 작년 거야. 내가 지난 학기 종합 순위 평가 때 2위를 했는데 여긴 3위라고 나오거든.”
“…지난 1학기 종합 평가 순위가 아직 최신화가 안 된 모양이네요.”
하긴.
일반적으로 종합 평가 순위 정보는 후보생이 접근할 수 없기에 최신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학기 기준으로 고치면… 이렇게 돼.”
피해자 후보생 명단에 적힌 종합 평가 순위를 고쳐 적는 소피아 선배.
“선배는 근데 어떻게 다른 후보생 성적을 다 알고 있는 거예요?”
원칙적으로 후보생은 본인 성적을 제외하고 다른 후보생들 성적을 알 수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원칙적인 얘기일 뿐, 공공연히 순위표가 떠돌아다니기는 하지만 그것도 상위권이 누군지 정도만 알려질 뿐 1위부터 꼴찌까지 일일이 순위를 외우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전에 교수님들 심부름할 때 지난 1학기 순위표를 한 번 본 적 있거든.”
“한 번 보고 그걸 다 전부 외웠다는 겁니까?”
한 학년 후보생만 거의 500명 가까이가 될 텐데 그걸 한 번 본 것만으로 모두 외웠다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소피아 선배를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그게 왜?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
아, 그래.
소피아 선배는 이런 사람이었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짓고 있자 소피아 선배가 늘어놓은 명단을 손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의 첫 피해자는 엘리카 정. 후보생 순위는 438위.”
“그리고 다음은 다리안 비질리오. 후보생 순위는 387위.”
“다음은 홀리스 부토. 후보생 순위는 273위.”
이쯤 되니 소피아 선배가 말한 ‘단서’가 뭔지 알 수 있었다.
“범인은 점점 순위가 높은 후보생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라고 보면 될까요?”
“정확해.”
고개를 끄덕이는 소피아 선배.
‘점점 높은 순위의 후보생을 노리고 있다, 라.’
나는 소피아 선배를 돌아보며 물었다.
“가장 최근에 당한 후보생이 순위가 몇이죠?”
“7위. 베르트랑 진이라는 공화국 소속 후보생이야.”
“그럼 최소 6위 안에 있는 후보생이 노려지겠군요.”
“그렇겠지. 우리가 추측한 게 맞는다면.”
4학년.
종합 평가 순위 6위 안에 있는 대지신의 성흔의 보유자.
이 정도로 정보가 모였다면 ‘후보생 실종 사건’의 다음 피해자가 누구일지 예상할 수 있었다.
“이 조건대로라면… 범인이 노릴 다음 타겟은 라이오스 류네.”
라이오스 류.
영웅 학교 현 교장, ‘뇌신’ 라오넬 류의 손자.
‘류’ 가문답게 대지신의 성흔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대급 기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쟁쟁한 후보생들로 가득한 4학년 중에서 종합 순위 4위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린 후보생이었다.
“라, 라이오스 형님이 다음 타겟이란 말이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 베럴드.
소피아 선배는 순간 가까워진 베럴드의 얼굴에 흠칫 어깨를 떨며 ‘읏….’ 신음을 흘리더니 고갤 획 돌리며 답했다.
“마, 맞아. 지금 우리가 추측한 대로라면 다음 타겟은 라이오스 류야.”
“허어. 라이오스 형님이 타겟이라니….”
베럴드는 걱정스럽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그와 라이오스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같은 ‘류’씨 성을 지닌 한 가족이었으니까.
나는 베럴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뭐, 실종 사건의 피해자가 된다고 해도 몇 시간 기절했다가 깨어나는 것뿐이니 그렇게 걱정하지 마.”
“아, 생각해 보니 그렇구려.”
한시름 놨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베럴드.
그는 씩씩한 미소를 지으며 쿵 테이블을 내려치며 외쳤다.
“자! 그러면 다음 타겟이 누군지도 알아냈겠다, 어떻게 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 서로 의견을 모아서 브레인 브레이킹을 한번 해 보도록 하오!”
“브레인 스토밍이겠지.”
머리를 부수긴 왜 부숴 이 새끼야.
“그리고 범인을 잡을 방법이라면 이미 생각해 둔 게 있어.”
“오오! 역시 형님이오!”
“뭐, 대단한 방법은 아니고.”
나는 베럴드와 소피아 선배를 돌아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물고기를 낚으려면 미끼가 필요하잖아?”
“…라이오스를 미끼로 쓰겠다는 거야?”
“그렇죠. 라이오스 선배에게 미리 추적 마법 장치를 달아 두고 범인이 움직일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겁니다.”
“흠.”
소피아 선배는 팔짱을 낀 채 가늘게 눈을 떴다.
“좋은 방법이긴 한데… 추적 마법 장치는 어떻게 달 생각인데? 라이오스 걔 성격이면 순순히 협조할 리가 없을걸?”
소피아 선배의 말마따나 라이오스 류가 우리에게 협력할 가능성은 없었다.
그가 어떤 성격인지는 지난번 베럴드와의 마찰로 차고 넘칠 정도로 알게 됐으니까.
하지만.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베럴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베럴드의 ‘마법’만 있으면 추적 장치를 다는 것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래?”
소피아 선배는 무슨 마법을 사용할지 기대된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베럴드를 바라봤다.
* * *
다음 날.
라이오스의 기숙사 근처.
나와 베럴드는 얼굴에 복면을 뒤집어쓴 채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목소리 변조는 끝났지?”
“그렇소.”
베럴드가 고갤 끄덕이며 답하자, 그의 입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아닌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기숙사 입구에 숨은 채 숨죽여 기다리기를 십여 분.
라이오스가 기숙사 밖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시작하자.”
나는 조용히 라이오스의 뒤를 쫓으며 베럴드에게 눈짓을 보냈다.
우선 첫 시작은 나부터.
“후우.”
베럴드 무투술.
바람 걸음.
눈부신 속도로 라이오스에게 접근한 나는 바로 결계 마법을 펼쳤다.
전에 사용한 마력 차단 결계의 응용 버전.
특정 구역 안의 마력을 모두 차단하는 결계였다.
물론 사용자 본인도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지만.
‘상관없지.’
우리한테는 마력 없이도 ‘마법’을 쓸 줄 아는 영웅이 있었으니까.
“뭐, 뭐야?”
갑자기 마력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감지한 걸까.
라이오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갤 두리번거렸다.
그가 다급히 결계 밖으로 이동하기 전, 베럴드가 발을 박찼다.
“크읏! 네놈은 누구….”
“사일런트!”
“커헉!”
손끝으로 라이오스의 목덜미를 후려쳐 입을 봉쇄하는 베럴드.
목을 부여잡은 채 켁켁거리는 라이오스의 뒷덜미를 향해 그는 손날을 내리쳤다.
“슬리이이이입!”
빠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풀썩 그 자리에 쓰러진 라이오스.
베럴드는 기절한 라이오스를 내려다보며 내 쪽을 향해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나는 기절한 라이오스에게 재빠르게 접근해 그의 제복 안쪽 주머니에 추적 마법 장치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옆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던 소피아 선배는.
“…마법?”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문에 찬 표정으로 눈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