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Seat Hero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66)
말석 영웅이 회귀했다 166화(166/177)
제166화. 밤의 마녀 (7)
우우우우웅!
아론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성흔이 빛을 뿜었다.
청색 오러가 그의 창을 휘감은 채 사납게 타올랐다.
나는 느긋하게 오러를 피워 올리는 아론을 지켜보다가, 이내 다른 두 선배가 있는 쪽으로 고갤 돌렸다.
그 둘은 지금 상황이 퍽 흥미진진하다는 듯 눈을 빛내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해? 거기서 구경만 하고.”
“…음?”
까딱, 까딱.
“너희도 와야지. 같은 파티잖아?”
“…….”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리는 벨라와 라이오스.
벨라는 한숨을 내쉬며 절레절레 고갤 저었다.
“아론. 아무래도 쟤 미친놈인 거 같은데?”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저놈 믿으면 안 된다고.”
라이오스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쯧쯧 혀를 찼다.
“하하. 대단한 자신감인데?”
아론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벨라와 라이오스에게 손을 까딱이는 날 보고는 싱긋 미소 지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가늘게 뜨인 그의 눈동자는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자길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내 모습에 단단히 긁힌 모양.
“좋아, 어디 그런 자신감을 가질 만큼의 실력이 되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고.”
아론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타악!
마치 그의 몸이 길게 늘어지는 듯한 착각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아론의 창이 코앞에 당도했다.
턱.
나는 물고기를 낚아채듯, 쇄도하는 창날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
커지는 동공.
창날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아론의 배를 걷어찼다.
뻐억!
“커헉!”
주르륵 뒤로 밀려나는 아론.
아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눈으로 손에 쥔 창을 바라봤다.
창날에는 분명 청색 오러가 사납게 타오르고 있었다.
“어떻게 이걸 맨손으로…?”
실력이 뛰어난 무투가라면 손에 오러를 둘러 맨손으로 날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둘 사이의 실력 격차가 압도적일 때나 가능한 얘기였다.
심지어 데일의 주 무기는 무투술이 아닌 검이지 않은가.
“과연… 허세는 아니란 거구나.”
아론은 날카롭게 눈을 뜨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무리 그래도 후배기에 적당히 힘 조절해 가며 상대해 줄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네가 진심이라면, 나도 진심으로 할게.”
창을 고쳐 쥐며 자세를 낮추는 아론.
청색 오러가 폭발하듯 그의 몸을 감쌌다.
“점멸하라.”
슈욱!
아론의 몸이 허공에 녹아들 듯 사라지며 순식간에 내 뒤로 이동했다.
청색 오러를 머금은 창날이 등을 노리고 쇄도했다.
마치 공간 자체를 이동한 것처럼 무시무시한 속도.
“진심?”
나는 피식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가볍게 발을 굴렀다.
베럴드 무투술.
땅 흔들기.
쿠구구구궁!
바닥이 쩌적 갈라지며 거대한 토사가 솟구쳐 올랐다.
아론의 중심이 흐트러지며 창의 궤적이 비틀렸다.
탁.
다시 한번 창날을 낚아채며 거칠게 잡아당겼다.
“크윽!”
아론의 몸이 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쭉 딸려 왔다.
창날을 낚아챘던 손으로 딸려오는 아론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헉, 컥!”
“누가 진심이래?”
분명 아론은 강했다.
이대로 쭉 성장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유리나 못지않은 영웅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이야기고.
지금 그의 실력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성장한 유리나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진심은 너만 내고 있는 거야, 이 애송이 새끼야.”
꾸욱.
목을 틀어진 손에 힘을 더했다.
“크윽… 커, 헉…!”
손에 쥐고 있던 창까지 놓은 채 내 손을 양팔로 떼어내려는 아론.
얼굴은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고, 두 다리는 애처롭게 버둥거렸다.
“아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벨라가 검을 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벨라의 검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휘둘러졌다.
나는 손에 쥔 아론의 몸을 방패 삼아 벨라에게 내밀었다.
“읏…!”
휘두르던 검을 가까스로 비틀어 빗겨 벤 벨라.
억지로 검을 비튼 탓에 상체 쪽에 큰 빈틈이 만들어졌다.
베럴드 무투술.
천둥 차기.
뻐어억!
아까 전 그녀가 라네즈의 배를 걷어찼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녀의 몸이 공깃돌처럼 튕겨 나갔다.
“커헉! 억! 우웨에에에에엑!”
바닥에 쓰러진 채 속을 게워 내는 벨라.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아군이 붙잡힌 상황에선 함부로 움직이지 마. 아니면 처음부터 아군까지 벨 각오로 달려들던지.”
“너, 이 새끼….”
벨라는 배를 부여잡으며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크윽… 커억!”
쿠웅!
나는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듯 끅끅거리는 아론을 근처 나무를 향해 집어 던졌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내쉬던 아론이 까득 이를 갈며 손을 뻗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창이 허공에 떠올라 그에게 돌아가려고 했을 때.
콰득!
나는 거칠게 창대를 밟아 창을 도로 땅에 처박았다.
숨을 헐떡이는 아론을 보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전사라면 함부로 손에서 무길 놓지 마. 당장 뒤질 것처럼 괴롭더라도.”
툭.
바닥에 처박혀 있던 창을 발로 차 아론 앞으로 보냈다.
아론은 뒹굴뒹굴 굴러오는 자신의 창을 내려다보며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지금 날… 가르치려는 거냐?”
“원래 그럴 계획이었는데, 생각이 좀 바뀌었어.”
쯧, 혀를 차며 절레절레 고갤 저었다.
“딱히 그럴 가치가 있어 보이지도 않네.”
“…….”
아론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너….”
바닥에 나뒹구는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스로 허공에 떠올라 손으로 돌아오는 창.
창대를 부서지라 쥐며 이를 갈고 있을 때.
문뜩, 머리를 스치는 위화감.
‘잠깐.’
방금 교전에서 데일이 ‘검’을 쓴 적이 있던가?
다급히 고갤 돌려 데일을 살피니 그는 한 손에 쥔 검을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트린 채 느긋이 서 있었다.
“…….”
그러니까 지금.
자신과 벨라를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검을 쥔 손은 사용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것도 검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검사가?
“넌, 대체….”
아론은 떨리는 눈으로 데일을 바라봤다.
이건 뭐 후배고 어쩌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후보생 맞아?’
랭커 중에서도 최소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상위권 랭커.
흔히 ‘마스터’라 불리는 영웅들이나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아니, 말이 안 되잖아 그건.’
마스터는 대주교급 마인과 단신으로 겨룰 수 있는 수준의 영웅에게만 주어지는 칭호.
영웅 학교 내에서도 ‘뇌신’ 라오넬 류를 제외하고는 마스터의 칭호를 받은 영웅은 없었다.
그런데 일개 후보생, 그것도 아직 3학년에 불과한 후보생이 마스터급 힘을 숨기고 있었다고?
“…헛소리.”
아론은 까득 이를 갈며 창을 들어 올렸다.
“후우.”
짧게 숨을 토해 내며.
천천히 ‘가호’를 끌어올렸다.
“크으윽!”
우우우웅!
성흔에서 폭발적인 빛무리가 흘러나왔다.
“아, 아론!”
“아아아악!”
다급한 벨라의 외침을 무시하며 아론은 계속해서 그가 지닌 가호, ‘유성의 가호’를 끌어올렸다.
우드득, 우득!
전신에서 섬뜩한 뼛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의 피부 위에 나무뿌리처럼 혈관이 돋아났다.
가호의 힘이 너무 막강한 탓에 한 번 사용하면 최소 일주일 이상 병실 신세를 져야 하지만.
‘지금은…!’
아론은 창을 뒤로 당기며 거칠게 발을 굴렀다.
쿠우우웅!
묵직한 굉음과 함께 그의 창 주변으로 푸른 빛무리가 모여들었다.
“흐아아아아아아!”
거친 기합과 함께 뒤로 당겼던 창을 전력으로 투창했다.
휘오오오오오오!
창날에 모인 푸른 빛무리가 폭발하듯 빛을 뿜었다.
음속을 넘는 속도로 쏘아지는 창.
찬란한 푸른 빛무리가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창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과도 같았다.
콰과과과과과!!
창이 지나가는 궤적을 따라 돌과 흙, 나무가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으스러져 튕겨 나가며 수 미터 깊이에 달하는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 냈다고 하기엔 너무나 압도적인 파괴.
그가 왜 훗날 ‘유성창’이라는 칭호를 지니게 됐는지 지금 일격만으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애쓰네 새끼.”
데일은 주먹을 움켜쥔 채 씨익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타올라라.”
그의 몸을 휘감으며 거센 불꽃이 타올랐다.
휘몰아치는 잿빛 연기 사이로.
잿불에 휘감긴 주먹이 휘둘러졌다.
베럴드 무투술.
산 부수기.
콰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힘의 파동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커헉!”
해일처럼 퍼져 나가는 힘의 파동에 휩쓸린 아론이 피를 토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수십 미터를 튕겨 날아간 아론이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 기절했다.
“후우.”
나는 잿불을 거둬들이며 한 번도 휘두르지 않은 검을 도로 검집에 넣었다.
“라이오스 선배.”
“으, 응?”
입을 쩍 벌린 채 나와 아론의 전투를 구경하고 있던 라이오스가 화들짝 놀라며 날 돌아봤다.
“아론 선배랑 벨라 선배 좀 챙겨 주세요.”
아론은 기절한 상태였고, 벨라는 기절하진 않았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 알았어!”
라이오스는 예절이 한가득 주입된 목소리로 고갤 끄덕이며 저 멀리 날아가 기절한 아론을 향해 달려갔다.
“…….”
멍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 라네즈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
나와 눈이 마주친 라네즈는 흠칫 몸을 떨었다.
하아.
그녀를 보자 다시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전생에 그녀가 일으켰던 참사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에라도 그녈 죽여 없앨 궁리부터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이미 결정한 일이니까.’
전생에 잡아 주지 않았던 그녀의 손을 잡아 주기로.
따듯함을 갈구하던 마녀에게 불을 비춰 주기로.
“그… 고, 고마… 아읏!”
아까 전에 넘어지면서 발목이 다친 걸까.
몸을 일으키려던 라네즈가 눈을 찌푸리며 주저앉았다.
“…….”
혹한의 가호의 영향 때문일까.
라네즈의 입술은 아직 파랗게 질려 있었고, 몸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화륵.
손바닥에 작게 잿불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걸로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추위가 사라질지는 나도 알 수 없었지만.
“아….”
잿불을 가까이 대자, 라네즈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몸의 떨림이 멎으며 파랗게 질려 있던 그녀의 입술이 선홍빛으로 돌아왔다.
“어때요?”
조금 더 잿불을 가까이 대며 물었다.
“이제 좀 따듯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