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Seat Hero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74)
말석 영웅이 회귀했다 174화(174/177)
174화. 전조 (3)
사박, 사박.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마수는 ‘마수’라는 명칭이 붙기엔 그리 큰 몸집을 지니지 않았다.
고작해야 성인 남성 평균 키보다 살짝 큰 정도일까.
아마 베럴드와 나란히 선다면 베럴드가 더 몸집이 컸을 정도로 작은 체구였다.
“…….”
체형도 그렇고, 몸집도 그렇고.
언뜻 보면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흡사한 외형을 지닌 마수.
그럼에도 그를 단번에 ‘마수’라고 판단한 이유는 그의 기괴한 얼굴 때문이었다.
코도, 입도, 귀도 없다.
화상에 눌어붙은 얼굴처럼 있어야 할 마땅히 신체 기관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수에게 보이는 거라고는 안면을 뒤덮고 있는 다섯 쌍의 눈동자뿐.
‘십안급 마수라 그런가… 확실히 독특하게 생겼네.’
일단 한눈에 봐서는 저 마수가 대체 어떤 생물에서 변형된 마수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외형이었다.
“저 마수는….”
엘리샤 교수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나는 엘리샤 교수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몸을 일으켰다.
“보신 적 있는 마수입니까?”
“…그래.”
지그시 입술을 깨문 채 고갤 끄덕이는 엘리샤 교수.
어디서 봤기에 저렇게 심각한 표정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흐오오오오.”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오른팔을 들어 올리는 마수.
오른팔이 진흙처럼 뭉개지더니 붉은 검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쯧.”
일단 생각은 나중에.
지금은 당장에라도 우릴 찢어 죽일 듯 살기를 내뿜는 저 건방진 마수부터 손봐 주는 게 우선이었다.
“후우.”
짧게 숨을 들이쉬며 마력을 끌어올린다.
성흔 안에 잠들어 있던 마력이 기혈을 타고 전신으로 뻗어 나간다.
“흐오오오오!”
불쾌한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마수.
입이 없는데 어디로 소리를 내는 걸까, 생각한 것도 잠시.
달려드는 마수를 향해 검을 겨눴다.
우우우우웅!
붉은 검의 형태로 변한 마수의 팔에서 검붉은 오러가 사납게 타올랐다.
‘오러를 쓸 수 있는 마수라.’
왜 랭커 중에서도 최상위권은 돼야 십안급 마수를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지는 저 사납게 타오르는 오러만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카아앙!
검과 검이 격돌하며 강렬한 충격이 손을 타고 퍼졌다.
겉모습은 인간과 비슷하다고 해도 마수는 역시 마수란 걸까.
기본적인 육체 스펙이 인간을 아득하게 초월해 있었다.
“옭아매라!”
촤자자자작!
엘리샤 교수가 쏘아낸 거미줄이 마수를 휘감았다.
“흐오오오오오!”
마수가 기괴한 괴성을 내지르며 거칠게 몸을 흔들자, 엘리샤 교수의 몸이 휘청거리며 역으로 마수 쪽으로 끌려갔다.
“크읏!”
결국 스스로 거미줄을 끊어 버리는 엘리샤 교수.
엘리샤 교수는 방금 전 상대했던 늑대 마수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눈을 찌푸렸다.
“고작 눈알 두 개 늘어났다고 이 정도 차이라니….”
“원래 십안급부터는 확 세지니까요.”
나는 저릿한 손을 흔들며 다시 검을 쥐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일반적인 십안급 마수보다 훨씬 강하긴 하네요.”
전생에서도 십안급 마수와 여러분 싸워 봤지만, 이 정도로 강한 개체는 흔치 않았다.
“…….”
어딘가 짐작 가는 게 있다는 듯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엘리샤 교수.
그런 그녀를 뒤로한 채, 마수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확실히 일반적인 십안급 마수와 비교해 강한 건 사실이다.
마수 주제에 오러도 다룰 수 있고, 인간과 비슷한 덩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힘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십안급이지.’
이쪽은 무려 열두 개의 눈을 지녔던 심연의 마수도 태워 죽인 전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처럼 ‘화신’ 상태인 건 아니었지만.
“피어라.”
그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었다.
화르르르륵!
몸을 휘감으며 타오르는 잿불.
모공에서 뿜어져 나온 회색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렸다.
“하아.”
잿빛 숨결을 토해 내며.
콰앙!
발을 박찬다.
“흐오오오오오!”
기괴한 괴성을 지르며 오른팔을 휘두르는 마수.
붉은 검의 형태로 변한 그 팔을.
잿불검 제1형.
회절(灰切).
잿불에 휘감긴 검이 잘라 낸다.
“흐오오오!!!”
터져 나오는 비명.
오른팔을 부여잡은 채 몸을 수그린 마수를 향해 거칠게 발을 휘둘렀다.
뻐억!
낮게 쓸리듯 휘둘러진 발이 마수의 다리를 후려쳤다.
기괴한 방향으로 꺾인 다리.
마수의 몸이 휘청 흔들렸다.
“흐오오오!”
마수의 괴성과 함께 뒤틀렸던 다리가 진흙처럼 녹아내렸다.
이번엔 날카로운 낫의 형태로 바뀐 다리.
마수가 몸을 획 비틀며 다리를 올려 쳤다.
검붉은 오러에 휘감긴 낫이 내 정수리를 노렸다.
“어딜!”
엘리샤 교수가 양손을 엑스자로 교차하며 넓게 펼쳤다.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수십, 수백 가닥의 거미줄이 마수를 향해 쏘아졌다.
“흐오오오!”
이미 한 번 거미줄을 잘라 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쏘아지는 거미줄을 보면서도 마수는 멈추지 않고 다리를 휘둘렀다.
하지만.
“건방지군.”
차갑게 미소 짓는 엘리샤 교수.
그녀는 넓게 펼쳤던 양손을 다시 모으며 손을 비틀었다.
쉬이이이익!
수백 가닥의 거미줄이 허공에 얽히며 밧줄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두꺼운 밧줄이 마수의 다리를 휘감자, 마수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흐오오오오!”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마수.
하지만 안간힘을 써 봐도 다리를 휘감고 있는 거미줄에선 벗어날 수 없었다.
“얌전히 있어 인마.”
나는 바둥거리고 있는 마수를 향해 다가갔다.
‘일단 생포해 둘까.’
손톱으로 손을 그어 핏물을 살짝 낸 후, 내 핏속 안에 잠들어 있던 마검을 꺼냈다.
콰득!
핏빛 마검을 말뚝 박는 것처럼 마수의 명치에 깊게 찔러 넣었다.
“흐오오… 흐오.”
마검이 마수의 피를 탐욕스럽게 빨아들이자, 마수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자, 그럼….”
나는 엘리샤 교수를 향해 고갤 돌렸다.
엘리샤 교수는 굳게 입을 다문 채, 복잡한 표정으로 마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교수님.”
“아… 미안하다.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마수를 어디서 보신 겁니까?”
“…….”
엘리샤 교수는 잠시 눈을 감더니,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렸을 적. 내가 살고 있던 마을이 습격당했을 때… 본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그래. 일반 야생 마수가 아니라, 자칼의 사역마다.”
“…….”
자칼의 사역마라.
‘그럼 위험도 C랭크 지역에 강력한 마수들이 출몰한 것도….’
모두 자칼이 꾸민 짓이었단 말인가.
“자칼의 사역마가 대체 여긴 왜….”
엘리샤 교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저번에도 학교 시험장에 몰래 사역마를 잠입시킨 전적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팔안급에 불과한 마수였다.
십안급이라면 자칼의 사역마 중에서도 핵심 전력을 담당하는 강력한 마수.
별다른 목적 없이 이곳에 자신의 사역마를 보낼 리가 없었다.
그리고….
“한 마리를 보낸 것도 아닌 것 같군.”
“예?”
엘리샤 교수는 보랏빛 흉안을 번들거리며 마수가 나타났던 수풀을 살폈다.
“마수의 흔적이 여러 개다. 아마… 이 마수 외에도 다른 사역마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럼 처음 팔안급 늑대 마수도….”
“자칼의 사역마일 가능성이 크지.”
“…….”
자칼이 부리는 수천, 수만에 달하는 마수 군단.
어쩌면 그들이 이곳에 왔을 수도 있다는 의미.
“데일 후보생.”
엘리샤 교수가 날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데일 후보생의 ‘전생’에도 같은 일이 있었나?”
“…….”
영웅 학교 주변에 나타난 자칼의 마수 군단.
수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사건이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예, 있었습니다. 영웅 학교 주변에 자칼의 마수 군단이 나타났던 일.”
“호오.”
“다만….”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말을 이었다.
“그 일이 일어난 건 제가 졸업하고 10년 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2년 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12년 후의 미래.
내가 10년의 용병 생활을 마치고, 유렌과 함께 막 파티를 이뤘을 당시였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
그날.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에 직접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습격입니다.”
“…습격?”
“예. 자칼이 부리는 마수 군단의… 대규모 습격.”
“…….”
엘리샤 교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칼이… 영웅 학교를 습격했다고?”
“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자칼의 마수 군단을 막기 위해 삼국 연합에서 영웅들이 모여들었고… 천 명이 넘는 영웅과 마수 군단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엘리샤 교수님이 자칼을 죽이는 데 성공했죠.”
“…….”
내 표정에서 무언가 느낀 걸까.
엘리샤 교수는 무거운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됐나?”
“…….”
“나는 자칼을 죽이고… 어떻게 된 건가?”
“…죽었습니다.”
그게 ‘흉안의 거미’, 엘리샤 볼드윈의 최후였다.
“후우. 그렇군.”
엘리샤 교수는 예상했던 대답이었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기억에도 없는 죽음을 남의 입을 통해 드는 건 참 묘한 기분이군.”
“괜찮습니다.”
엘리샤 교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는 제가 교수님을 지킬 테니까요.”
“…크흠.”
엘리샤 교수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내 시선을 피해 고갤 돌렸다.
흑발 사이로 보이는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그나저나 그러면 이번에도 마수 군단의 대규모 습격이 일어난다는 뜻인가?”
“글쎄요. 자칼의 사역마가 학교 주변에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어쩌면 진짜 습격이 일어날 수도 있죠.”
“일단 교장님에게 보고해 둬야겠군.”
만약 정말 마수 군단의 습격 사건이 일어난다면 미리 대비해야 했다.
“학교로 돌아가지.”
“예.”
나와 엘리샤 교수는 붙잡은 십안급 마수를 처리한 후, 그 시체를 들고 산에서 내려갔다.
시체를 트렁크에 실은 후, 엘리샤 교수의 마동차를 타고 학교 방향으로 향했을 때.
“잠깐 저건….”
“…….”
엘리샤 교수와 내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저 멀리 보이는 영웅 학교.
그곳에선.
자욱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