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Seat Hero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75)
말석 영웅이 회귀했다 175화(175/177)
175화. 습격 (1)
영웅 학교를 둘러싼 담.
제국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10미터 높이의 담은 언뜻 보면 침입자를 막는 용도로 사용된다기보다 학교의 미관을 생각해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처럼 ‘핏물로 뒤덮이기 전’에는.
“크아아아아!”
“카르르!”
“흐오오오오오오!”
울려 퍼지는 괴성.
수천 마리의 마수 군단이 그 사나운 이를 드러낸 채, 학교 담을 넘기 위해 달려들었다.
“제길! 막아!”
“어디서 이런 마수들이…!”
“한 마리도 학교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마수 군단.
학교 전체 울려 퍼지는 경보음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교수들이었다.
“흐아아아압!”
양손으로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기합을 내지르는 루카스 교수.
‘피에 굶주린 사냥개’라는 별명처럼, 루카스 교수의 모습은 양 떼 사이에 풀어놓은 한 마리 늑대처럼 마수 사이를 누볐다.
“크허어어엉!”
“카르르륵!”
“대가리!”
달려드는 마수의 머리통을 도끼로 내려찍으며 앞으로 돌진했다.
사방에서 덮쳐 오는 마수.
루카스 교수의 눈동자가 빨갛게 변하며 붉은빛 오러가 타올랐다.
“크르르르르!”
혈투사의 가호를 사용한 루카스 교수는 흡사 마수와 같은 흉포한 괴성을 내지르며 마구잡이로 도끼를 휘둘렀다.
퍼억! 퍽! 우드드득!
흩뿌려지는 핏물. 갈라진 머리에서 흘러나온 뇌수가 비처럼 쏟아졌다.
“크아아아아아!!!”
루카스 교수는 마수의 발톱과 이빨이 몸을 난자하는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수들의 머리통을 부수며 앞으로 나아갔다.
“대체 누가 마수인지 모르겠네.”
그런 그를 향해 지팡이를 타고 날아오는 금발의 여인.
그녀는 타고 있던 지팡이에서 흘쩍 점프했다.
낙하산이라도 펼친 듯 사뿐히 땅에 내려앉은 여인.
“…비앙카?”
루카스 교수는 온몸이 마수의 피에 절은 상태로 뒤를 돌아봤다.
지팡이에서 내린 금발의 여인, 비앙카 교수는 웨이브진 머리칼을 우아하게 뒤로 넘기며 말을 이었다.
“저학년 후보생들은 일단 본관 강당으로 대피시켰어.”
“그래… 그럼 이제 마수 놈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 막으면 되겠군.”
비앙카는 고갤 끄덕이며 끝없이 밀려드는 마수 군단을 바라봤다.
가늘게 눈을 뜨며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징글징글하게 많네.”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중간중간 팔안급 이상의 마수들도 섞여 있다.”
“하아.”
비앙카는 한숨을 내쉬며 마수들을 향해 지팡이를 겨눴다.
“큰 거 한 방 쏠 테니까 캐스팅 시간 동안 지켜 줘.”
“하. 내가 왜 널 지켜야 하지?”
퉁명스럽게 코웃음 치는 루카스 교수.
비앙카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머~ 그러면 그냥 내가 험한 꼴 당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가?”
“흥. 원하던 바다.”
루카스 교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비앙카의 앞에 선 채 달려드는 마수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한 마리도 그녀에게 손을 못 대도록 만들겠다는 듯.
“정말… 솔직하지 못한 남자라니까.”
비앙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마수들을 향해 지팡이를 겨눴다.
화르르륵!
지팡이 끝에 모여드는 푸른 불꽃.
캐스팅을 이어갈수록 고온의 열폭풍이 비앙카 교수의 주변에 휘몰아쳤다.
“크르르륵!”
“캬하악!”
마수들도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낀 걸까.
마법을 캐스팅하는 비앙카를 향해 마수들이 해일처럼 덮쳐들었다.
“어딜!”
핏빛 오러에 휘감긴 루카스 교수가 거칠게 발을 구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퍼억! 퍽! 퍼버벅!
터져 나가는 머리들.
루카스 교수는 전투의 고양감에 취한 듯 흥분에 가득 찬 표정으로 외쳤다.
“비앙카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라 이 자식들아!”
사나운 일갈에 순간 마수들마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리고.
“작열하라.”
콰과과과과광!!!
거대한 푸른 불꽃의 마수 무리를 휩쓸었다.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와 함께 끔찍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후우.”
비앙카 교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후훗.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말라니… 감동인데 루카스?”
“시, 시끄럽다!”
루카스는 버럭 소리치며 마수 군단 쪽을 노려봤다.
비앙카의 마법에 분명 정통으로 휩쓸렸을 텐데, 어느새 그 자리를 새로운 마수들이 채우고 있었다.
아니, 새로 채우는 것을 넘어 오히려 처음보다 그 숫자가 많아져 있었다.
“제길.”
“…아무래도 장난치고 있을 여유는 없을 것 같네.”
루카스와 비앙카는 몰려드는 마수 군단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옆을 바라보니 다른 교수들도 끝없이 몰려드는 마수들을 상대로 점차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숫자가 너무 많아.’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숫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이런….’
루카스 교수는 잘근 입술을 깨물며 도끼를 쥐었다.
생각은 나중에.
지금은 마수가 학교 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게 우선이었다.
“비앙카! 한 방 더 부탁한다! 아까보다 더 센 걸로!”
“…엄청 쉽게 말하네. 하아, 알았어.”
비앙카 교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때.
“이걸 마시고 써 보게.”
주름진 얼굴에 거친 수염을 지닌 노인이 그녀에게 유리병을 내밀었다.
“…제이드 교수님?”
비앙카는 제이드 교수를 보며 흠칫 표정을 굳혔다.
제자 살인마 제이드 바스티안.
그 불길한 칭호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자네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고 있네.”
제이드 교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저 마수 군단을 상대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
‘제자 살인마’라 불리는 교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부정할 수 없는 정론이었다.
비앙카 교수는 제이드 교수가 내민 유리병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뭐죠?”
“성흔 증폭제라는 비약일세. 어느 정도 부작용은 있지만, 순간적으로 마력을 크게 늘려 줄 걸세.”
“…어느 정도라는 게 구체적으로 얼만큼이죠?”
“이건 그래도 희석한 거라 며칠 의식을 잃는 정도네.”
“…….”
희석한 게 며칠 의식을 잃는 거라니.
“그럼 희석하지 않은 원액은 마시면 죽기라도 하나요?”
“정확하네. 내부 장기가 모두 녹아내려서 그대로 즉사하지.”
“그것참 안심되는 말이네요.”
하아.
비앙카 교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제이드가 내민 성흔 증폭제를 망설임 없이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우우우우웅!
그녀의 성흔에서 흘러나오던 마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하… 과연, 역시 대현자의 후예답네요. 효과 끝내주는걸요?”
비앙카 교수는 넘쳐나는 마력을 가까스로 제어하며 피식 웃었다.
루카스 교수가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돌아봤다.
“비앙카 너…!”
“루카스… 한 방 준비할게… 아주, 큰 걸로….”
“…….”
루카스 교수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었다.
그는 제이드 교수를 날카롭게 쏘아봤다.
“나중에 비앙카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때는 자네 도끼로 내 목을 내리쳐도 좋네.”
“…….”
루카스 교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양손에 쥔 도끼를 들어 올렸다.
밀려드는 마수 군단을 향해 사납게 외쳤다.
“와라, 이것들아!”
그렇게 루카스 교수와 제이드 교수가 해일처럼 밀려드는 마수 군단을 막으며 시간을 벌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화르르르르륵!
거대한 푸른 불덩이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수십 개의 불덩이가.
“작열… 하라!!!”
콰르르르르르릉!
높게 떠오른 푸른 불덩이가 운석이 떨어지듯 마수 군단을 향해 내리꽂혔다.
자욱하게 깔리는 연기.
수백 마리의 마수들이 푸른 불덩이에 휩쓸려 잿더미로 변했다.
“하아, 하아, 하아!”
가슴을 부여잡은 채 풀썩 주저앉는 비앙카 교수.
루카스 교수가 재빠르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아?”
“아니… 안, 괜찮은데….”
비앙카 교수는 당장에라도 끊어질 듯 거친 숨을 헐떡이며 자욱하게 깔린 연기를 돌아봤다.
“…마수들은?”
“마수는….”
서서히 연기가 걷히며 마수 군단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런 미친.”
절로 흘러나오는 욕지기.
잿더미가 되어 버린 마수들의 시체를 짓밟으며, 새로운 마수들이 끝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대체… 몇 마리인 거야.”
수백, 수천의 마수가 학교를 습격한 게 아니었다.
최소 1만 마리 이상.
일국을 지워 버릴 수 있을 수준의 마수 군단이 영웅 학교로 밀려들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크르르륵!”
“크읏…! 더 이상은…!”
밀려드는 마수에 교수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을 때.
“어스 퀘이크으으으으!!!”
쿠우우우웅!
지축이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땅이 쩌적 갈라졌다.
루카스 교수와 견줄 만한… 아니, 오히려 루카스 교수보다도 큰 덩치의 후보생이 마수들을 향해 돌진했다.
“흐랏차아!”
큰 덩치의 후보생은 등에 짊어지고 온 커다란 자루를 마수들을 향해 집어 던졌다.
쨍그랑!
자루 안에 들어 있던 유리병들이 박살 나며 안에 들어 있던 마법 시약들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지금이오, 소피아 선배!”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외침과 함께.
“터져라.”
콰과과과광!!!
인화성 마법 시약들이 불을 뿜으며 거대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에 휩쓸린 마수들의 살점이 사방에 튀어 올라 비처럼 후두둑 쏟아졌다.
“후후! 멋진 ‘헬 플레이어’ 마법이었소 선배!”
“헬 플레이어가 아니라 헬 플레어야. 그나저나 저 마법 시약들은 어디서 가져온 거야?”
“제이드 교수님 연구실에서 빌려 왔소!”
“아니 내가 10년 동안 모아 온 마법 시약들이이이이이!!!”
“…빌려 온 거 맞지?”
절규하는 제이드 교수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붉은 단발의 후보생.
“저 후보생은….”
“베럴드 류?”
“소피아 후보생도 있네요.”
베럴드와 소피아만 온 게 아니었다.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다친 분들은 제 쪽으로 오세요!”
“성녀님! 너무 앞으로 가시면 위험합니다!”
“히, 히익! 마, 마, 마수가 가득…!”
유렌과 아이리스, 카밀라, 라네즈.
그리고 그들의 뒤를 따라온 후보생들까지.
“너희들이 왜…?”
루카스 교수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런 그를 향해 유약한 인상의 후보생이 다가갔다.
“제, 제가 C반 대표로서! 교수님들을 도와주기 위해 지원자들을 모아 왔습니다!”
알버트는 다리를 바들바들 떨면서도 앞으로 한걸음 성큼 내디뎠다.
“아, 아직 후보생이지만! 저희도 어엿한 영웅이니까요!”
“알버트 너….”
루카스 교수는 울컥 눈시울을 붉히며 알버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맙다.”
“루카스 교수님….”
“약속하마. 이 일이 끝나면 꼭… 네게 평생 마셔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특제 건강 주스를 선물해 주마.”
“예?”
지금 뭐라….
“자, 애송이… 아니, ‘영웅’들아! 마수 놈들이 학교 안으로 한 마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라!”
“예! 교수님!”
“으랏차아! 덤벼라 이것들아!”
마수 군단과 영웅 학교의 전쟁이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