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Seat Hero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211)
말석 영웅이 회귀했다 211화(211/211)
제211화. 특임 후보생 (2)
영웅은 기본적으로 장수한다.
성흔의 마력으로 인해 인간 이상의 초인적인 육체를 지니게 된 영웅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살며, 노화도 굉장히 더디게 찾아오게 된다.
당장 눈앞의 라오넬 총장만 하더라도 올해 연세가 150살에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웅이 무슨 사고사만 아니면 영원불멸 무병장수를 하는 건 아니다.
영웅의 수준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지만.
아무리 경지가 뛰어난 영웅이라고 할지라도 100살을 넘은 순간부터는 점차 노화가 가속화되기 시작하고, 200살을 넘기 전에 대부분 사망한다.
흔히 ‘마스터’라고 칭하는, 영웅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자들은 종종 200살을 넘어서도 사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것도 고작해야 30~40년 더 사는 거지.’
지금 500년이 넘는 영웅 역사에서 최고령으로 사망한 기록은 262세.
제국의 전전대 황제 안톤 파드샤였다.
‘그래, 그러니까.’
한 국가를 지배하고 있는, 그 어떤 영웅보다도 막대한 권력과 재화를 지닌 황제조차 300년을 살지 못하고 죽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300년 전 영웅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입니까?”
“지금까지 나온 정보로만 보면… 그렇다.”
엘리샤 교수가 무겁게 고갤 끄덕였다.
“늑대 가면이 그 졸업생의 후손일 가능성은?”
“나도 처음엔 그럴 거라 생각했다. 일단 외모가 너무 비슷했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고갤 젓는 엘리샤 교수.
“수거한 늑대 가면의 성흔에 잔류해 있는 마력 패턴과 후보생 기록 보관소에 남아 있는 제임스 진의 마력 패턴을 대조해 보니 완벽하게 일치하더군.”
일종의 지문처럼 영웅들은 각자 고유한 마력 패턴을 지닌다.
‘히어로 워치의 잠금장치도 그걸 베이스로 만들어진 거고.’
물론 경지에 이른 마법사라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력 패턴을 흉내 낼 수 있었지만, 이미 죽어 시체가 된 늑대 가면이 어찌 다른 사람의 마력 패턴을 흉내 낼 수 있겠는가.
“그러면 늑대 가면의 나이가 최소 300살 이상이라는 건데….”
졸업을 한 게 300년 전이니 실제 나이는 그보다 20살은 더 많으리라.
‘말이 안 되잖아 그건.’
나처럼 ‘소생의 가호’라도 지녔다면 모를까.
일반적인 영웅이 어떻게 300년 이상 살 수 있단 말인가?
“아.”
문뜩, 전에 라네즈에게 들은 말들이 머릴 스쳐 지나갔다.
-그 사람… 상처가 엄청 빠르게 재생됐어.
그녀의 말에 따르면, 눈의 창에 복부가 꿰뚫려 주먹 크기만 한 구멍이 생겼음에도 순식간에 그 상처가 아물었다고 한다.
‘실제 유리나랑 싸웠을 때도 상처가 빠르게 재생되긴 했지.’
물론 마지막에 유리나가 사용한 ‘월광’의 위력이 너무 강력한 탓에 상처를 재생할 틈도 없이 죽어 버렸지만.
어쨌든 전투 도중 생긴 자잘한 상처들은 금세 아무는 모습을 보여 줬었다.
그리고 또 하나.
‘늑대 가면의 온몸을 뒤덮고 있던 엄청난 숫자의 흉터들.’
마치 사람을 기워 붙인 듯했던 그 무수한 흉터들도, 늑대 가면이 재생과 관련된 능력을 지녔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흉터가 생기기 전에 죽었을 테니까.’
나는 가늘게 눈을 뜨며 엘리샤 교수를 돌아봤다.
“늑대 가면에게 재생과 관련된 가호가 있는 거 아닙니까?”
“일리 있는 추측이군. 만약 재생과 관련된 가호를 지니고 있다면, 그렇게 수명이 긴 것도 이해할 수 있지.”
날 지그시 바라보며 고갤 끄덕이는 엘리샤 교수.
그녀는 내가 ‘소생의 가호’로 인해 300년은커녕 수천 년 이상의 시간을 살아왔다는 걸 알고 있으니 더더욱 내 가설에 신빙성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라고, 편하게 생각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갤 젓는 엘리샤 교수.
나는 눈을 찌푸리며 그녈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사진을 하나 더 보여 주지.”
홀로그램에 새로운 사진이 떠올랐다.
갈색 단발과 푸른 눈동자를 지닌 여인의 얼굴.
늑대 가면의 수하 중 하나인 여우 가면의 얼굴이었다.
“애니카 데바. 그녀 역시 영웅 학교를 졸업한 후보생이었다.”
“설마….”
“132년 전에 말이지.”
“…132년.”
졸업할 때 나이가 보통 21살이니 여우 가면의 나이는 약 150살 정도라는 것.
이 정도면 영웅이라는 걸 생각했을 때 충분히 살아 있을 만한 나이였지만.
“시체를 확인해 보니 꽤나 젊은 외모더군. 아무리 높게 쳐줘도 30대 초반 정도로 보일 만큼 말이야.”
“…….”
“150살을 먹고 그 정도로 젊은 외모를 유지하려면 최소 마스터급의 실력자는 돼야 할 거 같은데… 데일 후보생이 보기에 그 여우 가면의 실력은 마스터급이었나?”
“…아뇨.”
마스터급은커녕, 랭커 중에서 중하위권 수준에 불과했다.
“데일 후보생도 잘 알고 있다시피 가호에는 고유성이 있지. 즉, 같은 가호를 다른 두 명이 가지고 있을 순 없다는 뜻이야.”
그렇다는 건.
“가호 말고…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거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 이유는 지금 상황에서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는 거고.”
엘리샤 교수가 습관적으로 연초를 찾아 품을 뒤지다가,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우리 대화를 경청하고 있는 라오넬 총장을 돌아보고는 흠칫 손을 뺐다.
“설명 고맙네, 엘리샤 교수.”
라오넬 총장은 시선이 날 향했다.
“그래서 데일 후보생을 부른 거라네.”
“…그래서, 라고 말씀하셔도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이 정체불명의 가면 괴인 집단… 아, 매번 이렇게 부를 순 없으니 따로 명칭을 정하는 게 좋겠군.”
어디 보자….
수염을 매만지며 생각을 이어가던 라오넬 총장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손을 튕겼다.
“수인단. 수인단이라고 부르겠네.”
“수인단이요?”
“그래. 각자 동물 가면을 쓰고 있고, 하는 짓도 짐승과 다를 바 없으니 적절한 명칭 아니겠나?”
수인단이라.
“괜찮네요. 앞으로 이놈들을 수인단이라고 부르죠.”
“그래. 여하튼 이 수인단을 추적하고, 그들의 수장의 정체를 찾아내는 임무를 데일 후보생에게 부탁하고 싶네.”
“…저한테 말씀입니까?”
이런 위험천만한 임무를 교수도 아닌 일개 후보생에게 맡긴다니?
그것도 지금 영웅 학교 최악의 문제아로 꼽히고 있는 말석 후보생에게.
“그런 임무를 저한테 맡기셔도 되는 겁니까?”
“자네니까 이런 임무를 맡기는 걸세.”
라오넬 총장이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데일 후보생이 아주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네.”
“…….”
“개인적으로는 지금 학교의 교수들은 물론 어쩌면… 엘리샤 교수보다도 자네가 더 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왜 그렇게까지 절 높게 평가해 주시는 거죠?”
혹시 엘리샤 교수에게 내 정체에 대해 언질은 들은 걸까.
나도 모르게 시선이 엘리샤 교수 쪽으로 향했다.
“하하. 엘리샤 교수와는 무관한 일일세. 안 그래도 데일 후보생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확히 짐작이 가지 않아서 자네와 친한 엘리샤 교수에게 물어봤는데 도통 대답해 주지 않더구만.”
“그러면….”
“뭐, 늙은이 나름의 감일세.”
주름진 눈가에 미소를 띠며 어깨를 으쓱이는 라오넬 총장.
능청스럽게 말을 돌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뭔가 내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았지만.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라오넬 총장의 제안이었다.
“나도 맨입으로 이런 부탁을 할 생각은 없네. 자네가 이 일을 도와준다면 충분한 골드는 물론 자네가 원한다면 아티팩트나 영약, 상급 마석들을 보수로 주겠네.”
아티팩트와 영약, 상급 마석이라.
나는 생각난 김에 아까 파티원들과 나눴던 파티 연무장에 관해 물었다.
“호오. 파티 연무장이라.”
“마련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 그냥 파티 연무장 말고 학교 부지 내에 안 쓰는 건물 중 하나를 아예 통째로 자네 파티 전용으로 대여해 주겠네.”
“예?”
건물 하나를 통째로 우리 파티에게 대여해 준다니?
“하하. 안 그래도 기존 파티 연무장이 낡아서 파티 훈련용으로 새 건물을 하나 짓던 중이라네. 원래라면 내년 이후에나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데일 후보생이 원한다면 자네가 졸업할 때까지 그 건물을 대여해 주도록 하지.”
“…….”
막대한 골드에 아티팩트, 영약, 상급 마석.
거기에 더해 최신식 설비로 지어진 파티 훈련용 건물 하나를 통째로 이용할 수 있다, 라.
‘미친 조건들이긴 하네.’
그만큼 라오넬 총장이 ‘수인단’에 관해 큰 경계심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리라.
“하겠습니다.”
나는 굳이 뜸들이지 않고 라오넬 총장의 제안을 바로 수락했다.
‘어차피 수인단에 대해서는 나도 궁금한 게 많으니까.’
기왕 놈들을 조사할 거라면 총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조사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고맙네.”
주름진 입가에 씩 미소를 띠며 말을 잇는 라오넬 총장.
“그럼 지금으로부터 자네를 ‘특임 후보생’으로 임명하겠네.”
“…특임 후보생이요?”
“특별한 임무를 맡은 후보생에겐 그에 걸맞은 직책이 필요한 법이지 않나?”
라오넬 총장은 서랍에서 꺼낸 일곱 개의 별 문양이 그려진 검은 패를 내밀었다.
학년 수석에게만 주어지는 칠성 금패와는 다른, 칠성 흑패.
“이 흑패 안에 담긴 마력 코드를 자네 히어로 워치와 연동하면 후보생의 신분으로도 자유로운 외출, 외박은 물론 자네가 임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파티원을 학교 밖으로 같이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네.”
“…하.”
나도 모르게 실소가 새어 나왔다.
즉, 간단하게 말하면 교수만이 내줄 수 있는 외출, 외박 허가증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정도면… 사실상 후보생이 아니라 교수와 같은 취급 아닙니까?”
“뭐, 다른 점이 있다면 자네의 직책을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것 정도겠군.”
“아.”
하긴.
아무리 총장의 재량이라고 해도 아직 졸업도 안 한 일개 후보생에게 이 정도 권한을 줬다는 걸 공개적으로 발표할 순 없을 것이다.
‘음? 잠깐만.’
특임 후보생이란 직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할 수 없다는 건….
“…그럼 공식적으로 저는 계속 말석 후보생인 겁니까?”
“뭐, 그렇게 될 걸세.”
“…….”
영웅 학교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특임 후보생(말석)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