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Seat Hero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70)
말석 영웅이 회귀했다 71화(71/141)
제71화. 마검을 찾아서 (3)
국가 기관에 소속된 영웅이건, 대형 길드에 소속된 영웅이건, 아니면 어떤 단체에도 속하지 않고 낭인처럼 떠도는 영웅이건.
영웅은 기본적으로 ‘파티’를 꾸려서 행동한다.
그중 삼국을 막론하고 가장 선호되는 파티의 규모는 다섯.
이에 대해선 500년 전 마신을 봉인했던 ‘위대한 다섯 영웅’의 영향이라느니, 오행(五行)의 원리를 따른 거라느니 말은 많았지만.
실상은 그냥 다섯 명이 전투의 밸런스와 시너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운영 측면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인원수였기 때문이다.
보통 다섯 명이 파티를 꾸렸을 때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영웅 구성은 전사 계열 3명, 마법 계열 1명, 지원 계열 1명.
물론 이 중에서 전사 계열을 1명 빼고 어느 계열에도 속하기 애매한, 흔히 ‘이레귤러’라 불리는 영웅을 넣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3, 1, 1의 구성으로 한 파티가 이뤄졌다.
파티를 짰을 때의 가장 큰 이점은 영웅 혼자 단독으로 움직였을 때와 비교해서 단순히 5배의 위력이 아닌 10배, 20배의 전력을 낼 수 있다는 것.
오래 손발을 맞춘 파티의 경우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여 객관적으로는 도저히 이기는 게 불가능한 전력 차의 상대를 쓰러트리기도 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이제 막 결성되었거나, 아니면 경험이 부족한 영웅이 모여 만들어진 파티는 5배의 전력은커녕 오히려 개개인보다도 못한 전력을 보여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
바로 지금처럼.
“아이리스는 대처는 나쁘지 않았어. 다만, 우리 파티의 전력을 생각하면 수비에 힘을 쓰는 것보다는 그냥 축복을 걸어 주는 편이 더 좋았을 거야.”
“아… 그렇군요.”
한 차례 전투가 끝난 후.
이어지는 피드백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리스.
“그리고 베럴드랑 카밀라는 전체적으로 시야가 너무 좁아. 혼자 싸우는 게 아니니만큼 우두머리의 움직임에는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해.”
“읏….”
“끄응. 명심하겠소, 형님.”
우두머리 박쥐 마수의 갑작스러운 돌격에 허무하게 돌파당한 두 사람은 침음을 삼키며 고갤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유렌.”
“…….”
내 입에서 어떤 평가가 나올지 대충 예상이 된다는 듯.
유렌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너무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마. 파티는 네가 지켜야 할 존재가 아니라, 같이 힘을 모아 싸워야 할 동료니까.”
“…미안.”
섣부른 돌진으로 인해 오히려 파티 전체를 위험에 빠트려 버린 유렌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뭐, 처음엔 다 실수하는 법이니까.”
나는 시무룩해져 있는 유렌의 등을 두드리며 피식 웃었다.
‘설마 내가 유렌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전생에서 유렌과 막 파티를 짜기 시작했을 무렵과 정확히 반대의 상황이었다.
불사의 육체를 믿고 생각 없이 돌진하다가 오히려 파티를 위험에 빠트렸더랬지.
“하아. 함부로 진형을 이탈하면 안 된다는 건 전부 학교 수업에서 배워서 알고 있던 일이었는데.”
한숨을 내쉬며 자책하는 유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수업과 실전은 다르니까.”
“그래도 그렇지 고작 이런 마수 상대로 실수를….”
뭐, 유렌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방금 상대한 박쥐 마수의 경우 유렌 혼자서 상대해도 어렵지 않게 쓸어버릴 수 있는 낮은 수준의 마수였으니까.
‘너무 강한 게 오히려 독이 되는 케이스가 딱 이런 경우지.’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마수라 생각했기에 동료들과 협력해서 싸울 생각을 한 것이 아닌, 홀로 돌격해서 다 쓸어버리는 그림을 먼저 생각했던 것이리라.
“어쨌든 계속 진입해 볼까?”
“응. 이번에는 절대 실수 안 할게.”
유렌은 검을 고쳐 쥐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유적 탐사.
“내가 오른편을 맡을 테니 왼편을 맡아 줘 베럴드!”
“알았소!”
“한 놈이 돌아오고 있다!”
“지원 필요해?”
“아니! 혼자서 대처할 수 있다!”
“축복부터 먼저 걸어 드릴게요!”
다들 기본적인 실력이 받쳐 주기 때문일까.
한 차례 전투가 치러질 때마다 눈에 뜨일 정도로 빠르게 파티 간의 호흡이 좋아지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서로 맞물리지 않은 채 삐걱대던 톱니바퀴가 이제야 제대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
나는 후방에서 적절히 지원해 주며 마수와의 전투를 이어 가고 있는 파티원들을 지켜봤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 주는 건 다름 아닌 베럴드.
‘유렌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베럴드는 좀 의외네.’
베럴드가 내게 무투술을 배우기 시작한 지 고작 한 달 남짓.
그전까지 무투술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길거리 주먹질만 익혀 오던 베럴드는 지난 한 달 사이 몰라볼 정도로 부쩍 실력이 늘어나 있었다.
‘하긴, 무투술에 대한 재능만큼은 유렌 이상인 놈이었으니까.’
영웅 학교 졸업 후부터 본격적으로 무투술을 익히기 시작한 베럴드가 본인만의 새로운 무투술을 만들어 냈을 정도로 무도의 대가가 됐다는 것만 생각해도 그의 재능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알 수 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무투술보다는 마법(?)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좀 있었지만.
“스톤 애로우우우우!”
베럴드는 바닥에서 자라난 종유석을 뽑아 집어 던지며 주문을 영창했다.
콰아아앙!
뾰족한 종유석에 꿰뚫린 박쥐 마수의 시체가 무슨 발리스타에 맞은 것처럼 저 멀리 날아가 동굴 벽에 꽂혔다.
‘그래 X바. 이게 마법이지 다른 게 마법이냐.’
전생의 베럴드 왈.
원래 극에 달한 물리력은 마법과 분간할 수 없는 법이라 했다.
“후우. 이번에는 좀 어땠소 형님?”
“훨씬 나아졌어.”
엄지를 척 추켜올리며 말하자 파티원들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카밀라는 도중에 ‘내가 왜 저놈 칭찬에 기뻐해야 하지?’라는 얼굴로 바뀌긴 했지만).
‘오길 잘했네.’
유적 탐사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과연 이 탐사가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하루 만에 몰라볼 정도로 실력이 늘어난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 오늘은 늦었으니 슬슬 여기까지 하고 탐사는 내일 이어서 하자.”
“발할라 시티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아니, 그러면 너무 오래 걸리잖아.”
유적 근처에 워프 장치가 있다고 해도 편히 왔다 갔다 할 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이미 유적 안으로 꽤 깊게 들어왔기도 했고.
“여기서 야영하자.”
“후후! 야영 장비라면 두둑하게 챙겨 왔으니 걱정 마시오!”
베럴드는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배낭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럼 우선 텐트부터 먼저 설치하자고.”
동굴 안이긴 하지만 ‘붉은 눈물의 동굴’이라는 이름답게 종유석 끝에서 붉은 물방울이 지속적으로 뚝뚝 떨어지기에 텐트는 필수였다.
“텐트는 2개면 되겠지? 남자용, 여자용.”
“으, 응? 설마 다 같이 자는 거야?”
눈에 띄게 당황하는 유렌.
나는 무슨 소릴 하냐는 듯 유렌을 돌아봤다.
“당연히 같이 자야지. 언제 인원수에 맞게 다 설치하고 있어?”
“나, 나는 따로 챙겨 온 개인용 텐트가….”
“어허. 개인용 텐트라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요? 무릇 야영의 로망이라 하면 좁은 텐트에 낑겨 같이 자는 거 아니겠소?”
“그, 그런 로망 필요 없거든!”
버럭 소리치며 홱 몸을 돌리는 유렌.
“어쨌든 나는 따로 가지고 온 개인용 텐트에서 잘 거니까!”
“흐음.”
그러고 보니 전생에서도 유렌은 남이랑 같이 자는 걸 극도로 꺼렸더랬지.
‘하여간 이래서 귀족 도련님은….’
나는 속으로 쯧쯧 혀를 차며 고갤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나랑 베럴드만 같이 자지 뭐.”
“후후.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도록 합시다 형님.”
“저리 꺼져 인마.”
어쨌든 그렇게 텐트 3개 설치가 끝난 후.
출발 전 미리 챙겨 온 도시락으로 가볍게 끼니를 해결한 파티원들은 각자 텐트로 들어가 잠에 들 준비를 마쳤다.
“불침번은 내가 초번을 설 테니까 다들 먼저 자.”
“그럼 먼저 자고 있겠소 형님. 조금 있다가 깨워 주시오.”
“그려.”
그렇게 파티원들이 텐트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안에서 새액새액 잠든 숨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피곤했나 보구만.’
하긴.
하루 종일 마수와 싸웠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으리라.
“자, 그럼. 슬슬 내 할 일을 해 볼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텐트 주변에 마수를 쫓는 결계를 설치한 후 홀로 유적 안으로 향했다.
‘바람 걸음’을 사용해 빠른 속도로 유적 최심부까지 질주한 나는 유적 한쪽 벽면으로 향했다.
붉은 물방울이 고여 만들어진 넓은 웅덩이가 있는 곳.
‘분명 이쯤이었지.’
그 안에 손을 집어넣고 마력을 흘려 넣었다.
부글부글.
마력을 흘려 넣자 끓어오르기 시작한 붉은 웅덩이.
‘지금!’
웅덩이 안에 퍼트렸던 마력을 움직여 바닥 쪽에 설치된 결계 안에 침투시켰다.
우우우우웅!
곧바로 결계가 활성화되며 안에 침투한 마력을 밀어내기 위해 붉은 스파크가 튀어 올랐지만.
‘어림도 없지.’
소피아 선배에게 배운 마법 이론을 완벽하게 꿰고 있는 내게 결계의 ‘핵’을 찾아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결계도 결국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마법의 일종이었으니까.
쿠르르릉!
지진이 난 것처럼 동굴이 진동하며 물을 받아놓은 욕조의 수도꼭지를 뽑은 듯 웅덩이 안에 가득 차 있던 붉은 물이 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드러난 바닥에 보인 것은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크기의 작은 구멍.
이곳이 바로 ‘마검’이 봉인된 장소로 향하는 비밀 통로였다.
“전에는 여길 찾으려고 별 개고생을 다 했었는데….”
전생에 내가 이곳을 찾은 건 한창 용병으로 활동하던 시절.
탐사 의뢰를 받아 용병단과 함께 이곳에 도착한 나는 거의 한 달 가까이 유적 내부를 조사한 뒤에야 가까스로 이 비밀 통로를 찾을 수 있었다.
‘확실히 이럴 때는 전생의 기억이 쏠쏠하긴 하네.’
그 개고생을 하며 찾았던 비밀 통로를 이렇게 손쉽게 찾아내다니.
지난날의 고생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며 괜히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어디 보자. 이제 안으로 들어가면….”
좁은 입구 안으로 들어가 음침한 통로를 걸어가자.
[돌아가라.]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중후한 음성.
[이곳은 피에 굶주린 흉물이 잠든 장소.]눈앞에 핏빛 연무가 흘러나오는 문이 나타났다.
핏물을 끼얹은 듯 붉은빛으로 번들거리는 음산한 문.
그 문 앞에 서자 중후한 음성이 다시금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문을 여는 자, 비탄에 빠질 것이요.] [문을 여는 자, 희망을 잃을 것이요.] [문을 여는 자, 절망에 묻힐 것이니.]“아따 새끼 말 드럽게 많네.”
콰아앙!
피 칠갑 된 문을 걷어차 거칠게 부쉈다.
단말마의 비명처럼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경계를 넘은 자여, 그대는 죽음으로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응~ 아가리.”
나는 산산이 부서진 문을 넘어 핏빛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내부로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