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Seat Hero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99)
말석 영웅이 회귀했다 100화(100/141)
제100화. 류 가문의 망나니 (1)
학교 외진 곳에 위치한 4학년 후보생 강의실.
그곳에서 만난 생각지도 못한 얼굴에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 데일 형님?”
베럴드 쪽에서도 날 발견했는지 두 눈을 크게 뜬 채 터벅터벅 내 쪽으로 다가왔다.
“형님이 왜 여기 있는 거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아직 2학년인 베럴드가 무슨 이유로 4학년 후보생들만 사용하는 건물에 있단 말인가?
“음… 그게 말이오.”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는 베럴드.
그때.
“하아. 뭐야? 진짜 찾아왔네 이 망나니 새끼.”
짜증 섞인 목소리.
날 선 칼날처럼 예리한 눈빛이 베럴드를 향했다.
‘저놈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인 것은 검은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머리칼을 지닌 남자의 모습.
흔히 보기 어려운 독특한 색의 머리칼은 ‘류’ 가문의 상징과도 같은 색이었다.
그리고 현재 4학년 후보생 중 류 가문 사람은 한 명.
‘라이오스 류.’
훗날 뇌제라고 불리게 되는 영웅이자 ‘뇌신’ 라오넬 류의 손자.
그것도 베럴드처럼 분가 사람이 아닌, 정통성 있는 본가의 직계였다.
“하하. 조부님께서 가족 간의 화합을 위해 형님과 친목을 다지라 말씀하시지 않았소?”
“분가 주제에 가족은 무슨.”
쯧.
경멸 어린 표정으로 혀를 차는 라이오스.
“그리고 내가 전에 형이라 부르지 말고 선배라 부르라고 했지? 대가리가 멍청해서 그새 까먹은 거냐?”
“하하하. 미안하오, 선배.”
베럴드는 넉살 좋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였다.
“하아. 하여간… 어쩌다 저런 모자란 새끼가 우리 가문에 태어나서는….”
라이오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베럴드를 노려봤다.
“그래서, 같이 밥 먹는 사진을 찍어서 할아버지에게 보내라는 거지?”
“그렇소.”
“쯧. 할아버지도 참 귀찮은 일을 시켜서는.”
라이오스는 팔짱을 낀 채 혀를 찼다.
“그나저나….”
내 쪽으로 향하는 라이오스의 시선.
“얘는 또 누구야? 3학년?”
넥타이 색을 확인한 라이오스가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 이쪽은 데일 형님이라고 나랑 친한 형님이오.”
“흐음. 데일… 데일? 어디서 들어 봤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라이오스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아아, 그래. 그놈이구나. 3학년 후보생 중에 실력을 숨기고 일부러 종합 평가 점수를 낮게 받고 있다는 정신 나간 놈.”
“…….”
4학년들 사이에는 그런 식으로 소문이 퍼져 있었던 건가.
하긴, 누구보다 종합 평가 점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4학년 후보생 입장에서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당당히 학년 말석을 유지하고 있는 내가 제정신으로 보일 리가 없었다.
‘이건 좀 억울하네.’
억울해도 뭐 어쩌겠는가.
결국 이번 중간 평가에서조차 0점을 받아 버리고 말았는데.
사정이 어떻건 남들 보기에는 점수를 딸 수 있는 실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일부러 낮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성적 취향(그 성적이 아니다)을 지닌 정신 나간 놈으로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둘이 친하다고 했지? 베럴드 너랑 딱 어울리는 놈이네.”
라이오스는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채 나와 베럴드를 돌아봤다.
나는 예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라이오스의 태도에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뇌제의 성격이 개차반이라는 소문이 있었지.’
전생에 소문으로 듣기는 했지만 직접 겪어 보니 이거 뭐 로잔나 남자 버전이 아닌가.
‘예절 주입 좀 해 줘야 하나.’
가볍게 주먹을 쥐며 고민에 잠겼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예절 주입을 해 주더라도 어디 으슥한 곳에서 해야지 4학년 건물 복도 한복판에서 두들겨 팰 수는 없었으니까.
“으하핫! 역시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시오? 나와 데일 형님이 좀 어울리긴 하지!”
베럴드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내 어깨에 팔을 올렸다.
실실거리며 나와 베럴드를 조롱하고 있던 라이오스가 똥 씹은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찼다.
“…모자란 새끼한텐 욕도 안 통하네.”
무슨 칭찬이라도 들은 것처럼 껄껄 웃고 있는 베럴드를 보며 하는 말이겠지만.
‘모자란 건 너다 새끼야.’
나는 내 어깨를 붙잡은 베럴드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며 속으로 혀를 찼다.
베럴드는 멍청할지언정 눈치가 없지는 않다.
조롱을 듣자마자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꾹 누르는 걸 보니 ‘참아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이리라.
“음? 여기서 뭐 해 라이오스?”
“어머~ 후배님들이네? 여긴 무슨 일이야?”
그때 복도에서 걸어오는 두 남녀.
한 명은 은발에 시원스러운 이목구비를 지닌 미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허리까지 오는 밝은 갈색 머리칼을 지닌 미녀였다.
그 두 명 모두.
전생에서 익히 본 얼굴들이었다.
‘아론 백이랑 벨라 레온하트.’
훗날 ‘유성창’과 ‘귀검’이라는 칭호로 불리게 되는 두 사람은 역대급 기수라고 평가받는 지금 4학년 중에서도 수석을 다투는 천재들이었다.
미래에 ‘뇌제’와 함께 파티를 꾸리게 되는 그들에겐 뛰어난 실력 이상으로 대륙인들의 이목을 끌어낸 사연이 하나 있었다.
‘삼각관계라고 했던가.’
뇌제가 후보생 시절부터 귀검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소문은 이야깃거리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을 통해 대륙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베, 벨라? 여긴 왜…?”
“왜냐니? 슬슬 저녁 먹으러 갈 준비하고 있었지. 라이오스도 같이 갈래?”
“지금은….”
벨라의 제안에 라이오스가 답하기 전.
아론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베럴드를 돌아봤다.
“벨라. 기껏 라이오스의 사촌 동생이 형을 만나러 4학년 강의실까지 찾아왔는데 가족끼리 있도록 놔두자.”
“아아, 맞다. 그러고 보니 2학년에도 ‘류’ 가문 사람이 있다고 했었지?”
“이 자식은 내 동생 같은 게 아니…!”
“베럴드 류, 라고 했던가? 라이오스가 이래 보여도 동생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 영웅 실습 때문에 형 얼굴도 오래 못 봤을 텐데 가족끼리 좋은 시간 보내.”
아론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베럴드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우린 이만 가자.”
“응! 저녁 뭐 먹을래 아론?”
가벼운 인사를 마친 뒤 멀어지는 아론과 벨라.
“빌어먹을…!”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라이오스는 사납게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움켜쥔 주먹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이야, 이거 가까이서 보니 재밌네.’
왜 호사가들이 뇌제의 짝사랑에 대해서 연일 떠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아론 백이라.’
유성창 아론 백.
‘위대한 다섯 영웅’ 중 신창 백승혁의 후예로서 전생에 유렌의 라이벌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을 정도로 강력한 영웅이었다.
‘밤의 마녀와 싸우다 죽긴 하지만.’
그래도 미래에 유렌과 비견될 정도의 강자가 된다면 미리미리 친분을 쌓아 둘 필요성은 있었다.
‘손은 하나라도 더 많은 편이 좋으니까.’
혼자서 마신의 군세와 싸워 이길 게 아닌 이상 다가올 재앙에 대비해 아군을 늘리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도 미래에 영웅 랭킹 5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앞날이 창창한 인재라면 더더욱.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아론보다는 베럴드의 일이 더 우선이다.
“하아.”
가만히 선 채 분을 삭이던 라이오스가 베럴드를 사납게 노려봤다.
그는 몸을 돌리더니 어딘가로 휘적휘적 발걸음을 옮겼다.
“…따라와.”
“으음? 어딜 가시오?”
“너 같은 머저리 새끼랑 같이 있는 모습 보이기 싫으니까 따라오라고.”
그렇게 말하며 라이오스는 건물 뒤편으로 향했다.
확실히 북적거렸던 복도와 비교해 인기척이 거의 없는 장소였다.
“난 여기 있을 테니까 매점에서 빵이나 사 와.”
허리까지 오는 화단에 걸터앉은 라이오스가 베럴드에게 턱짓을 하며 명령했다.
베럴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갑자기 빵은 왜 사 오라는 거요?”
“아까 할아버지께서 우리 둘이 밥 먹는 사진 찍어 보내라고 했다며.”
“그건 그렇소만….”
“너랑 식당 가기 귀찮으니까 근처 매점에서 빵이나 사 오라고.”
라이오스의 말에 베럴드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그래도 조부님께 보내는 사진인데 매점 빵을 먹고 있는 건 좀 그렇지 않소?”
“아 이 씨… 지금 말대꾸하냐?”
“말대꾸가 아니라….”
“하여간 제 애비 닮아서 X신 같기는.”
“…….”
시종일관 넉살 좋은 미소를 짓고 있던 베럴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왜? 제 자식새끼 이름도 기억 못 하는 그 X신 얘기하니까 긁히냐?”
“…형님.”
“형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머저리 새끼야.”
라이오스가 베럴드의 멱살을 틀어쥐며 사납게 노려봤다.
베럴드는 고개를 떨구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만…하시오.”
“그만하긴 뭘?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냐? 몇 년 전에 네 애비 머리가 회까닥했다면서?”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낄낄 웃음을 터트리는 라이오스.
“쯧쯧. 하여간 너 모지리를 낳으니까 열불이 나서 그 새끼 머리가 돌아 버린 거 아니야.”
“…….”
“뭐 해? 빵 안 사 와? 아아~ 미안. 내가 돈을 안 줬구나.”
라이오스가 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골드를 바닥에 던졌다.
“생각해 보니 너희 가족 모두 우리 본가 쪽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먹고살고 있었지? 하하하! ‘류’라는 성을 달고 남의 지원금으로 먹고살다니 꼴도 참….”
“하아.”
살짝 떨어져서 둘 사이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나는 라이오스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음? 뭐야 너? 계속 있었냐?”
눈을 찌푸리며 이쪽을 돌아보는 라이오스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미안하다 베럴드.’
내가 진짜 참으려고 했거든?
‘근데 도저히 안 되겠다.’
주먹을 움켜쥐며 천천히 ‘잿불’을 일으켰다.
그대로 라이오스의 턱주가리를 시원하게 후려치려던 찰나.
뻐억!!!
둔탁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커헉!”
솥뚜껑처럼 거대한 주먹에 얻어맞은 라이오스의 몸이 공중에 부웅 떠올랐다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어?”
나는 놀란 눈으로 베럴드를 돌아봤다.
베럴드는 뺨을 부여잡은 채 바닥을 기고 있는 라이오스를 향해 다급히 달려가며 외쳤다.
“아, 아이고오! 괜찮으시오 선배?”
“너, 너 이 새끼 지금 무슨…!”
“선배 뺨에 날벌레가 붙어 있어 떼어 주려다가 그만 실수로 아구창을 후려쳐 버리고 말았소!”
“뭐, 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베럴드를 바라보는 라이오스.
그런 라이오스를 향해 달려가던 베럴드의 몸이 갑작스럽게 휘청였다.
“어이쿠 이런 발이!”
“커허어어억!”
앞으로 넘어지며 무릎으로 라이오스의 배를 내려찍어 버리는 베럴드.
라이오스는 2미터의 덩치를 지닌 베럴드의 온 무게가 실린 일격에 토막 난 비명을 터트리며 입에서 거품을 뿜었다.
나는 베럴드를 향해 재빠르게 다가가며 외쳤다.
“베럴드 너 이 새끼! 지금 선배님한테 뭐 하는 짓이야?!”
“크읏! 미안하오! 실수로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소!”
“지금 라이오스 선배님 얼굴 봐봐 인마! 어? 입에서 거품을 쏟고 있잖아!”
“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 주시오 데일 형님!”
베럴드의 물음에 빠르게 주변을 살펴 사람이 없는 걸 체크한 후,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선배님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어웨이큰’ 마법을 걸어 주면 될 거 같은데?”
“알겠소!”
베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높게 들어 올렸다.
“어웨이이이이크으으으으은!!!”
짜악! 짝! 쩌억!
배럴드의 주문 영창과 함께 마법의 기운이 기절해 있던 라이오스의 정신을 일깨웠다.
“아악! 악! X발! 그만!!! 아아악!”
마법의 효과는 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