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09)
강무영은 바싹 말라 갈라진 입술을 들어 말했다.
“황제. 네놈에게 알려줄 것은 없다. 그러니······어서 죽여라.”
“이놈이 감히!”
발끈하는 동창 무사들에게 손을 들어보인 황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몇 년 째 같은 말이로구나. 허나 짐은 널 죽일 생각이 추호도 없다. 네가 불사(不死)의 비밀을 실토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기서 황제의 최종적인 목적이 드러났다.
불사(不死). 평생 죽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황제가 마교를 멸망시키려 했던 궁극적인 목적이자, 강무영과 일부 교도들을 생포해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이기도 했다.
진시황도 그렇고, 역대 황제들은 천수를 누릴 불사의 비밀을 찾고자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비밀을 풀어내지 못했다.
황제는 이 비밀이 마교에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마교의 2인자인 강무영을 어렵게 생포한 것이다.
원래는 1인자이자 천마였던 지강백을 사로잡을 생각이었지만, 이에 반대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무림맹주인 천유성이었다.
그는 지강백을 사로잡아 데려오라는 황제의 명령에 이렇게 답했다.
-악마를 사로잡을 감옥은 천하에 없습니다.
아무튼, 계획대로 마교는 멸망하고 강무영과 살아남은 교도 몇 명을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황제는 정마대전이 끝난 이후, 불사의 비밀을 알아내는데 집중했다.
강무영을 비롯한 교도들은 입을 모아 그런 비밀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제는 그들을 여러 방법으로 고문했고, 때로는 회유를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고문을 이기지 못한 교도들이 죽고, 이제 남은 포로는 강무영,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렇제 몇 년이 지난 지금, 황제는 매우 분노해 있었다.
자신은 점점 늙어가는데, 이놈의 입에서 불사에 관한 비밀을 조금도 털어내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쳐 죽이고 싶으나. 이 자를 잃게 되면 불사의 비밀은 영영 물 건너 가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지치지도 않으냐? 짐이 약속한다고 하지 않았나. 불사의 비밀을 실토한다면 남은 생을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내로 살게 해주마. 네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주겠다.”
황제는 늘 그랬듯 달콤한 회유로 강무영을 꼬드겼다.
강무영은 그런 황제를 비웃듯 대꾸했다.
“내 주군을······다시 살려내라. 그럼 알려주마.”
동창 무사들은 놈의 지독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미 시체나 다름없는 몸뚱아리에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독기 뿐이었다.
“그래? 좋다. 아직 이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하나 약조하마. 네놈은 결코 짐이 원할 때까지 죽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남만에서 희귀한 독충을 가져왔는데, 아마 잊지 못할 악몽을 선사할 것이다.”
황제는 이를 부득 갈며 몸을 돌려 감옥을 벗어났다.
“그럼 나 역시 네놈이 늙어죽는 모습을······꼭 구경해주지. 후후.”
강무영은 황제의 등을 향해 비아냥을 내뱉은 뒤, 고개를 박고 혼절했다.
***
준비를 마친 지강백은 길게 시간을 끌 것도 없이 그날 밤, 곧장 황성의 담을 넘었다. 당연히 귀은무명공을 펼친 채였다.
성의 보초를 서던 금군들은 눈 뜬 장님처럼 옆을 지나가는 지강백을 알아채지 못했다.
내성 안으로 들어온 지강백은 곧장 황궁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위치는 미리 파악해 둔 뒤였다.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를 달려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죄수를 가둬둔 철창과 그 앞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동창 고수가 보였다.
지강백은 그들을 지나쳐 철창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마침내, 사지가 쇠사슬로 묶인 채 기절해 있는 강무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영아······!’
지강백은 감정이 북받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부릅뜬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환생한 이후에도 전쟁 통에 스러져 간 수하들을 얼마나 떠올려왔던가? 그들의 목숨을 책임지지 못한 죄책감이 얼마나 자신을 옥죄어왔던가?
피투성이가 된 수하들이 자신을 향해 울부짖는 꿈을 아직도 가끔 꿨다.
남궁미향을 비롯한 주변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순간에도 그들을 떠올렸다.
지강백에게 그들은 한없이 미안한, 그립고 그리운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강무영이 자신의 눈앞에 떡하니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감사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황제가 이들을 왜 살려두었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일단 강무영을 이곳에서 빼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강백은 멀뚱히 앞을 쳐다보는 동창 고수들에게 다가가 동시에 그들의 뒷목을 눌렀다.
털썩.
수혈을 짚힌 동창 고수들이 마른 헝겊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지강백은 그들의 품을 뒤져 철창의 열쇠를 찾아낸 다음, 창살을 열었다. 그리고 기절한 강무영에게 다가갔다.
스윽. 지강백은 손을 들어 강무영의 뺨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마치 시체를 만지는 것 같은, 차갑고 메마른 피부. 손가락을 코 끝에 대보니 희미하게나마 숨결이 느껴졌다.
지강백은 일단 강무영을 깨우기 위해, 그의 등에 손을 엊고 내력을 주입시켰다.
그러자 메마른 피부에 조금이나마 활력(活力)이 돋기 시작했다.
“으윽······.”
강무영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그는 또 황제가 자신에게 고문을 가하기 위해 억지로 깨운 것이라 짐작했다.
딱히 놀랍거나 두렵지는 않다. 이제 몸은 고통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망가졌으니까.
이번에는 놈의 얼굴에다 침이라도 한 방 세게 뱉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눈을 뜨자 동창과 황제의 모습 대신, 낮선 이의 얼굴이 보였다.
계집애처럼 아름답고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청년이었다. 심지어 헐벗은 채였다.
“누구냐······.”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낮익은 느낌이었다.
그때, 자신을 보며 눈물을 흘린 청년이 자신의 몸을 당겨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강무영은 이곳에 잡혀온 이래, 처음으로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직후, 청년이 눈물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영아······. 나다. 지강백이다.”
“······?”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
“그게 무슨······.”
오랜만에 큰 충격을 받아서일까. 나직이 비명을 지른 강무영은 또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는 정신을 잃는 순간에도 마지막에 들은 누군가의 이름을 되새겼다.
한 때는 자신의 전부를 바쳐 섬겼던 사람의 이름을.
***
“이런······.”
강무영이 기절했음을 깨달은 지강백이 슬쩍 떨어졌다.
가까이서 본 강무영의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 기적이라 할 정도였다.
단전이 깨져 내력을 모조리 잃은 걸로도 모자라, 사지의 근육이 전부 쪼그라들었다.
무인으로서는 당연히 끝난 생명이고, 사람으로서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여길 벗어나면 중원 최고의 명의를 부를 테니까.’
지강백은 그의 상태를 몇 번이고 확인한 다음, 수도를 세워 쇠사슬을 끊어냈다.
그 다음, 동창 무사들의 옷을 벗겨 하나는 자신이 입고, 하나는 강무영에게 입혔다. 그런 뒤, 강무영을 업고 끈으로 단단히 조여맸다.
마지막으로 동창의 검을 챙긴 지강백은 계단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성밖으로 나가면 옥룡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 무사히 황성을 빠져나가면 좋으련만, 상황은 지강백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다.
타다닷-.
궁전 지붕을 따라 내달리는 지강백의 앞에, 동창 고수들이 나타났다.
같은 복장이니 지나치면 좋겠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한 조직일 리 없었다.
“배정된 위치와 편성된 조를 말하라.”
“······.”
“암호는?”
“······.”
지강백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동창은 금세 눈치챘다.
“야객(夜客:도둑)이다. 성문을 닫고. 근위대에 이 사실을 알려라. 금군들이 오기 전까지 놈을 사로잡는다.”
스릉. 동창 무사들이 검을 뽑아 지강백을 겨누었다.
젠장.
지강백은 하는 수 없이 전투를 준비했다.
파파팟!
동창 무사들은 현란한 움직임으로 지강백의 퇴로를 막고 검진(劍陣)을 펼쳤다.
지강백은 검진을 뚫는 대신, 검을 빙글 돌리며 내력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의 주변을 바람의 장벽이 둘러쌌다.
풍신환원공, 풍창파벽 초식이었다.
본래는 방어 초식이지만, 이처럼 적들의 눈을 교란시키는 데에도 활용이 가능했다.
휘이이잉!
거센 바람에 지붕 위 먼지들이 짧은 순간이지만 무사들의 눈을 어지럽혔다. 그 사이 지강백은 검으로 지붕을 잘라 밑으로 빠져나갔다.
“이런! 놈이 아래로 달아난다!”
우르르르-. 때마침 이 사태를 알아차린 금군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야객이 침입했다! 야객이 침입했다!”
횃불이 사방을 밝히고 금군들이 일사분란하게 침입자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강백은 금군들에 의해 발각되고 말았다.
“저기다!”
“놈을 포위하라!”
촤촤촤촤촤촤촤!
무공을 익힌 금군들이 지강백을 중심으로 겹겹이 포위진을 형성했다. 그러나 직후, 수백의 금군은 동시에 전기에 감전된 듯 부르르 떨며 비명을 질렀다.
제석천의 힘을 끌어올린 지강백이 바닥에 손을 대고 전류를 흘려보낸 것이다.
“뇌봉전별(雷逢電別).”
단 일격에, 금군들은 손도 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지강백은 그 사이 담을 넘어 성루로 올라가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동창들이 앞을 막고 나섰다.
“쯧.”
쇄액! 쇄애액!
사방에서 날카로운 검격이 짓쳐들었다. 전부 막아내기에는 강무영의 몸에 가해질 충격이 걱정되었다. 지강백은 하는 수 없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해내는 데 집중했다.
타탓!
지강백은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뒤를 동창들이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어딜 도망가느냐!”
채채채채채채채챙!
허공에서 불꽃이 튀었다. 지강백은 몸을 빙글 돌리며 현련한 칼솜씨로 동창 몇 명을 처리했다.
그는 내력을 미세하게 조절해 허공에 몸을 띄운 다음, 바람을 타고 망루로 올라섰다.
“놓치지 마라. 궁병!”
“쏴라. 화살을 쏴라!”
쇄애애애애애애액!
어두운 밤하늘을 붉은 화살의 비가 가득 뒤덮었다.
지강백은 하는 수 없이 성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후웅!
지강백은 바람을 일으켜 떨어지는 속도를 줄인 뒤, 성벽 아래 해자에 사뿐히 착지했다.
통통통.
등평도수 경공을 펼쳐 해자를 건넌 지강백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쳤다.
“이런, 놈이 도망친다!”
금군들은 이를 갈며 연거푸 화살 세례를 퍼부었다. 그러나 날아오는 화살은 지강백의 주변에도 가지 못한 채 지강백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 의해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풍신환원공의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초식으로, 내력이 떨어지지 않는 한 무한정으로 바람을 뿜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금군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놈을 추격한다!”
지강백은 시끄러운 성벽을 뒤로 한 채 옥룡대가 대기하고 있는 곳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가주님!”
지강백은 옥룡대가 준비해 놓은 마차에 강무영을 태우고, 자신은 말에 올라탔다. 뒤를 돌아보자 성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추격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출발하자, 어서!”
다그닥. 다그닥.
마차는 빠르게 북경을 벗어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