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14)
무림은 단일 세력이 아니다. 수많은 무림인들이 모여 만든 일종의 독립된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한데 모이면 누구도 두렵지 않은 거대한 무력단체가 된다. 이전 마교와의 전쟁에서도 그 사실을 입증했고, 황실 또한 예부터 무림의 단합을 두려워했다.
만약 이들을 하나의 힘으로 뭉칠 수 있다면, 그 힘은 고작 제국 정도가 아니라 전 세계를 손에 넣는 것조차 가능할지도 모른다.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반란조차도 전혀 두렵지 않은 진정한 천년제국의 탄생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유일하게 날 막을 방해꾼조차 없다.’
그렇다. 현경의 경지에 올라 초월의 힘을 얻은 자신을 유일하게 무릎꿇릴 수 있는 남자. 지강백. 그가 있는 한 이 계획은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아무도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는 바로 천유태였다.
천유태는 천유성에게 정중히 예를 갖춘 뒤 말했다.
“아버지. 원로원과 손님들이 전부 도착했다고 합니다.”
무림맹주 선거가 시작되기 전, 무림의 원로들과 현 맹주, 그리고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비롯한 무림의 중소세력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서였다.
자리에 모인 이들 중 한 명이 후보 한 명을 추천하면 원로원이 그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고 허가를 내린다. 그럼 후보자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래. 가자.”
천유성은 천유태와 함께 대전으로 향했다. 마침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질풍대주 진광현이 잽싸게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제갈빈은 도착했느냐?”
“예. 어젯밤에 도착했습니다.”
“놈의 의중은 확실히 파악했겠지? 혹시 딴마음을 품은 것 같지는 않던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놈은 철저히 저희의 편입니다. 하하.”
진광현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절대 그가 자신들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이 느껴졌다.
하긴, 그동안 제갈빈이 해준 것들은 천유성에게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가 매년 지원해주는 맹의 지원비만 해도 엄청나며, 맹에서 관리하는 단체나 임무 수행 등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물론 그도 맹의 도움을 받아 강북 진출과 세력 확장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으니 서로에게 이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에게 너무 많은 힘을 쥐어준 것이 아닐까. 호랑이의 목줄을 너무 가볍게 쥐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놈이 변심하여 자신들을 물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대전에 도착하자 모여 있던 중인들이 일어나 일제히 예를 갖추었다. 제갈빈 또한 한쪽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천유성은 그를 힐끗 쳐다본 다음 자리에 가서 앉았다. 중앙의 원형 공간을 두고 반대편의 원로들과 마주보고 앉는 식이었다.
무림맹의 원로들은 정마대전 이전에 활약했던 대인들로, 한때 강호를 풍미했던 영웅이었다. 물론 지금은 한물 간 늙은 노인네들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다 되자 후보자 추천이 시작되었다.
참석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낙점한 인물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물론 참석한 이들에게도 후보자가 될 자격이 있었다. 실제로 몇몇은 다른 이의 추천을 통해 직접 후보자로 나섰다.
“무림맹 풍운대주 진광현입니다. 소인은 무림맹 총대주 천유태를 추천합니다.”
드디어 천유태가 후보자로 나섰다. 사실 거의 당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원로원 또한 그의 자격을 충분히 인정했고, 후보자 등록은 수월하게 이뤄졌다.
대충 스무 명 정도의 후보자가 나선 뒤, 무림맹의 원로들 중 한 명이 물었다.
“자, 이제 후보자 추천은 더 없소이까?”
천유성과 천유태는 반사적으로 제갈빈이 있는 쪽을 응시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기우였던 건가. 뭐, 다행이긴 하지만.’
천유성은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바로 그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화산파의 매화검선, 천운자였다. 그가 일어나는 모습을 본 천유성은 금방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허허. 이건 참 예상치 못했는데······. 설마 검선이 나설 줄이야.”
원로들 중 한 명이 나직이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천운자는 원로들과 비슷한 연배의 그들과 대등한 인물이었다. 그가 내뱉는 말은 원로들조차 가벼이 들을 수 없었다.
“화산파의 천운자. 맹주 후보로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빈을 추천하오.”
“!!!”
좌중이 술렁거렸다. 천유성은 눈을 부릅뜨며 천운자를 노려보았고, 천유태와 진광현의 낮빛은 사색이 되었다. 천유성은 부글거리는 속을 애써 누르며 이를 갈았다.
‘저 미친 늙은이가 결국 일을 저지르는구나!’
그러나 천유성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참석인들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것이 제갈빈은 그만한 자격이 충분하고도 넘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젊은 나이에 제갈세가의 가주 자리를 꿰찬 걸로도 모자라 흑무림맹의 화운사신을 격퇴. 단숨에 강남 세력을 규합시키고 남궁세가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하며 명실상부 강남의 패자로 등극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강북으로 진출하며 세를 확장시켰다. 이전에 복속시킨 황금성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하북의 최강자인 팽가를 무너뜨리고 하북을 삼켰으며, 모용, 공손, 언가 등 쟁쟁한 세가들마저 차례로 무너뜨렸다. 당가마저 그들의 아래로 들어가니 강북마저 집어삼킨 강호 최강의 권력자 중 한 명이었다.
뿐이랴? 수많은 선행과 협인으로서의 행보를 걸어오며 옥룡이라는 별호와 함께 후기지수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북해대전에서 적장 홍화린을 베는 전공을 세우며 또 이름을 날렸고, 그 가운데 화경의 고수인 그의 무력 역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무림맹주 감으로는 천유태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부는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권력을 쥐었을 때 생길 일들을 걱정하며 불만을 표했으나, 일단 추천을 받았으니 응당 자격이 있었다.
“제갈 가주. 추천을 받았으나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후보로 나서지 않아도 됨을 알려주겠소. 자, 결정하시오. 후보로 나서겠소?”
모두의 시선이 지강백을 향했다. 그의 입에서 나올 한 마디에 맹주 선거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뀔 터였다. 특히 천유태와 천유성, 그리고 진광현은 눈에 불을 키고 지강백을 노려보고 있었다.
지강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좌중을 한 번 쓱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네.”
좌중이 또 한 번 술렁거렸다.
***
“제갈빈 이놈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결국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렸어.”
천유성은 턱을 괸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천유태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런데 진 대주님은 어디 가신 겁니까?”
“제갈빈에게 갔다. 당장 그놈을 쳐 죽여버리겠다면서.”
“이런, 말려야 되는 것 아닙니까? 제갈빈이 지금까지 진 대주님을 속여왔으니 대주님의 분노가 작지 않을 것입니다. 자칫 큰일이 벌어질 수도······.”
“됐다. 그 정도 판단력은 있는 자야. 분노에 휩쓸려 경거망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천유성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제갈빈의 속내를 알았으니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을 듯했다.
“큰일이군요. 대전에서 보니 제갈빈을 지지하는 세력이 적지 않은 듯하던데, 아버지.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천유성은 짜증이 확 올라왔다. 신세를 한탄하기 전에 대책부터 마련할 생각을 하라고 외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일단 구파일방의 마음부터 돌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은 내가 만나볼 터이니 너는 강북 중소문파와 세가의 중축들을 돌아다니며 만나보도록 해라.”
“예.”
비록 제갈세가가 중원 전체로 세를 확립했지만 반대로 적대심을 품은 곳도 존재했다. 다들 제갈세가가 자신들의 영역까지 손을 뻗치는 것을 꺼려하는 자들이었다.
“그 외에도 제갈세가의 세력을 넘보는 자들 역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들에게 선거에서 이기면 제갈세가를 무너뜨린 다음,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겠노라 약조하면 분명 도와줄 것이다.”
“알겠습니다. 헌데 제갈빈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분명 저희를 방해하기 위해 움직일 터인데······.”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천유성의 눈빛이 불길하게 번뜩였다.
“감히 나를 적대한 대가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알게 해주지.”
***
“네놈이 정녕 미친게냐? 후보로 나서겠다고?”
대전에서 나와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올라타려는 지강백의 앞에, 진광현이 다가왔다. 그는 잔뜩 흥분했는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지강백은 무덤덤한 얼굴로 진광현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는데 검선께서 하도 권유하시길래. 그리고 구파의 장문인들께서도 미래 무림맹을 이끌어나갈 인재라며 저를 칭찬하시더군요. 그분들의 기대를 어찌 저버리겠습니까?”
“닥쳐라! 네놈이 맹주 자리에 야욕을 품고 나와 맹주님을 배신한 것이 아니더냐!”
진광현은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들 기세였다. 지강백은 피식 웃으며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이봐, 눈치챘으면 잠자코 선거 준비나 할 것이지, 애처럼 찾아와 징징거린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리고, 그동안 서로 이용해먹을 대로 잔뜩 이용했지 않나. 이제는 나도 얻을 걸 얻어야겠다.”
“뭐, 뭐라고?”
“혹시 그동안 받아오던 뇌물이 끊길까 걱정하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라. 내가 맹주 자리에 오르면 적당히 쥐여줄 테니까.”
“이런 어린놈의 새끼가 감히······나를 농락하려들어? 내가 진즉에 네놈의 검은 속내를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나한테서 돈 받아먹을때는 나처럼 깨끗하고 정직한 정파인이 없다고 자신하지 않았나? 네놈 눈치는 참······제멋대로구나.”
진광현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지강백을 노려보다 분노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입을 열었다.
“내 기필코 네놈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명심하거라.”
“부단히 노력해야 될 것이다. 내가 맹주 자리에 오르는 날이 네놈이 무림맹에 출근하는 마지막 날이 될 테니까. 말년에 농사지을 땅이나 알아보거라.”
“······어디 두고 보자꾸나.”
지강백은 뒷짐을 진 채 멀어져가는 진광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마차 안에서 그 대화를 듣고있던 장택산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무림의 거대한 세력 중 하나인 황금성을 이끄는 그 역시 선거권을 쥔 인물 중 하나였다.
“이때까지 받아처먹은 돈이 얼만데, 저자도 참 뻔뻔하기 그지없습니다. 허허.”
“내가 어리니 언제까지고 자기들의 충실한 충견이라고 생각했던게지. 멍청하게도 말이야.”
“아무튼 천유성이나 저놈이나 독기를 단단히 물었을 테니 앞으로 쉽지 않겠습니다. 아까 대전에서 놈의 눈빛을 보셨습니까? 아주 그냥······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기세더이다.”
지강백이 마차에 타고 마차가 출발했다. 장택산은 한가로이 귤을 까먹으며 지강백에게 물었다.
“놈들이 어찌 나오겠습니까?”
“아마 내게 적대적인 자들을 설득부터 하겠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 뭐, 나머지는 세간에 나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퍼뜨려 내 명성에 흠집을 내는 정도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것도 아니면?”
장택산이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러자 지강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리던가. 그것도 아주 큰 폭탄을 터뜨려서.”
눈치 빠른 장택산은 금방 지강백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지금 교주님의 정신을 돌리게 만들 정도로 강한 폭탄이라면······그것밖에 없겠군요.”
“그래.”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하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마태룡을 움직이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