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38)
139화.승전(勝戰). 그 후.1
지강백이 눈을 떴을 때, 그곳에는 그가 가장 그리워하던 사람이 있었다.
“빈!”
남궁미향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지강백을 끌어안았다. 지강백은 얼떨결에 그녀의 등을 안고 토닥였다.
“향아. 네가 왜 여기에······.”
“전쟁이 끝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화산에서 달려왔어.”
“여긴 어디지?”
“장택산 성주님의 자택이야.”
강무영은 자리를 떠나기 전, 당휘란에게 전언을 남겼다. 지강백을 장택산에게 맡기라는 내용이었다.
구파 수장들이 쓰러진 지강백의 몸을 살피다 마기를 발견하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는 것을 우려해서였다.
당휘란은 강무영의 부탁대로 지강백을 맹에 도착한 장택산에게 맡겼다.
장택산은 수하들을 시켜 지강백을 자신의 자택으로 보냈고, 입 무거운 의원들로 하여금 지강백을 돌보게 했다.
설명을 들은 지강백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이 끝났다.
큰 피해가 없는 건 다행이지만, 사라진 천유성이 마음에 걸렸다. 빠른시일 내에 개방과 하오문을 굴려 흔적을 조사하도록 명령해야겠다.
전쟁 후 소식은 남궁미향이 자세히 들려주었다.
“장택산 성주와 구파의 수장들이 무림맹 원로들과 부서진 맹의 재건을 논의중이야.”
“천유성을 따르는 자들은?”
“몇명은 맹에서 도망쳤고 나머지는 쥐죽은 듯 지낸대.”
지강백은 맹주 자리에 오르면 이들을 전부 처리할 생각이었다. 처음은 진광현부터 시작할 것이다.
아직 천유성과 마태룡이 남았고, 맹주 자리에 올라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겠지만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 지강백은 일단 그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지강백은 남궁미향의 손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날 믿고 기다려줘서 고맙다. 향아.”
“깜짝 놀랐다고. 시체처럼 들려와서.”
담담히 말했지만 남궁미향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화산파에 있을 때도 지강백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그녀였다. 소식을 듣고 장택산의 집에 도착했을 때, 창백한 얼굴로 쓰러진 채 들것에 실려온 지강백을 본 순간. 그녀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 숨이 턱 막혔다.
그래서 지금 이 손에 느껴지는 체온이 너무도 감사했다.
“울지 마라. 홀몸도 아닌 녀석이.”
지강백은 남궁미향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품에 안았다. 남궁미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강백의 품에 고개를 기댔다. 이대로 잠시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두, 두목님! 깨어났어?”
“스승님! 정신이 드셨군요!”
밖에서 꾸벅꾸벅 졸던 호야와 홍련이 앞다투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온 몸에 붕대를 치덕치덕 감은,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였다.
두 사람이 안고 있는 모습을 본 홍련이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죄, 죄송합니다. 안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그만······금방 나가겠습니다.”
“야! 일어났는데 왜 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호야는 남궁미향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하고서야 입을 닫고 방을 나갔다.
피식 웃음을 흘린 지강백이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무사한가?”
“대부분. 그런데 남궁가 쪽이 좀 심각해.”
이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가문은 다름아닌 남궁세가였다.
가주 남궁운은 환의 부작용으로 인해 내공을 잃는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내공을 잃고 무림인으로서의 생이 끝났음을 직감한 그는 차라리 잘 되었다는 말을 남겼다.
“그동안 가문만을 보고 살아왔다. 이제 그만 남은 생을 나를 위해 살고자 한다.”
그는 가문을 2공자 남궁무에게 넘기고 애인 주연화와 혼인을 맺었다. 그는 절강으로 내려가 신혼을 보내기로 했다.
그 외에도 창궁대주 진유민과 창궁칠검 둘을 잃는 피해를 입었다. 가문의 전력이 대폭 감소하자 걱정의 목소리가 커졌다.
남궁미향의 말을 듣던 지강백은 남궁세가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모용 가주가······.”
지강백이 표정을 굳혔다. 그가 듣기로, 모용명은 사천왕 중 한 명을 쓰러뜨리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했다.
“모용 가주가 유언을 남겼어.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할 일이 하나 더 늘었구나.”
이제 모용세가는 순탄하게 강북으로 진출할 것이다.
지강백은 속으로 모용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맙소. 용기에 대한 보상으로 당신 가문은 내가 책임지리다.’
지강백은 이불을 걷고 침상에서 벗어나 몸을 일으켰다.
남궁미향이 입술을 삐쭉 내밀며 불만스레 중얼거렸다.
“괜찮겠어? 좀 더 쉬지······.”
“괜찮다. 할 일이 많아.”
“그게 아니라 오랜만에 둘이 같이 있을까 싶었다고.”
“음.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가정에 충실하마. 하하.”
지강백은 겉옷을 걸치고 방을 나섰다.
***
“어서 오십시오 교주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강백이 들어오는 것을 본 장택산이 공손히 예를 갖췄다.
그의 곁에서는 무림맹의 복장을 한 젊은 남녀 대여섯 명이 쉴새없이 뭔가를 묻고 종이에 적고 있었다.
그들에게 몇 가지를 당부하고 내보낸 장택산이 미소를 지으며 차를 내왔다.
“무림맹 재건에 지원할 물품과 비용을 확인하러 왔다는군요.”
“네가 재건에 필요한 모든 걸 지원하는 것이냐?”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그런건 맹에서 부담해야죠. 저는 최소한의 지원만 해줄 뿐입니다. 장사치는 이득 없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내가 맹주가 되면 이득이 없지 않을텐데.”
“아차. 그건 미처 생각 못했군요. 허허.”
말없이 차를 음미하던 지강백이 물었다.
“연화랑 무영이는 어디 있느냐?”
“둘이서 할 얘기가 있다고 나갔습니다.”
“연화는 당분간 네게 부탁해도 되겠느냐?”
“저야 상관 없습니다만······.”
지강백의 눈치를 살피던 장택산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 팽연화 말입니다. 이제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원하는 모든 걸 들어줄 생각이다. 돈이든 땅이든.”
“그녀가 원하는 게 그런 것이 아니라서 문제입니다.”
장택산은 곤란한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도 그녀에게 물어봤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냐고. 그랬더니 필요없다고 하더군요. 이미 가주님의 곁에 있는 걸로 소원을 이뤘다고 말입니다. 이게 뭘 뜻하겠습니까? 가주님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다는 말 아닙니까? 몇 번을 되물어도 답은 똑같았습니다.”
지강백은 차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나에 대한 연정은 차차 식어갈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고. 그동안에는 네가 그녀가 지내는데 불편한 것이 없도록 각별히 보살피거라.”
“그렇게 쉽게 떨어져나간다면 다행입니다만······걱정입니다. 혹시라도 남궁 부인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강백의 표정이 대번에 굳어졌다.
남궁미향은 아직 자신이 마교의 수장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날에는······.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내가 따로 당부하도록 하마.”
“······알겠습니다.”
장택산의 눈빛이 불안하게 일렁였다. 어쩐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장택산이 느낀 불안감은 강무영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한적한 외곽 공터로 팽연화를 불러낸 강무영이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네가 여기 남아있는 이유, 혹시 교주님 때문이냐?”
팽연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무영은 조금 전, 장택산과 팽연화의 대화를 전부 듣고 있었다. 해서, 미리 그녀에게 당부하기 위해 그녀를 따로 불러낸 것이다.
“잘 들어. 나도 너를 불쌍하게 여긴다. 허나 이미 끝난 인연, 붙잡고 있지 마라. 차라리 남은 생은 너를 위해 보내.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새 인연을 만들면 되지 않으냐.”
“흥. 인연을 끝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줄 알아?”
팽연화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대꾸했다.
“왜, 내가 그 남궁미향인지 뭔지에게 해코지라도 할까봐? 아니면, 가가의 정체를 폭로라도 할까봐 겁이라도 나는 건가?”
강무영은 소름이 돋았다. 그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너······. 말조심하는게 좋을 거다.”
“너야말로 말조심해! 뭐? 끝난 인연이라고? 누구 맘대로 끝을 내는데? 난 아직 안 끝났어. 네 마음대로 단정짓지마!”
강무영은 이글거리는 팽연화의 눈빛을 마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끝내지 않으면 가주님이 끝낼 거다. 가주님의 입으로 이 말을 똑같이 듣고싶은 건 아니겠지? 난 지금 너를 배려하고 있는 거야. 정신차려!”
그 말이 비수가 되어 팽연화를 마구 찔러댔다.
이런 말을 하는 강무영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운명이 이리도 잔인한 것을.
무엇보다 지금 지강백은 남궁미향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강무영은 그 행복이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팽연화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말 새겨들어. 만약 두 분의 관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차마 죽일 수 없으니 단단히 경고하는 게 전부였다.
팽연화는 강무영이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중얼거렸다.
“무영아, 미안하지만······이미 죽었어야 할 목숨을 살린 게 바로 그분이야. 그분이 없으면, 나보고 죽으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어.”
***
며칠 뒤, 지강백은 원로원의 부름을 받고 임시 회의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구파의 수장들도 모두 모여 있었다.
“오오, 빈이 자네, 몸은 괜찮은가?”
“걱정해주신 덕분에 이제 멀쩡합니다.”
지강백은 천운자에게 예를 갖춘 뒤, 남은 수장들에게도 천천히 예를 갖췄다.
도영후는 반갑게 인사를 받았으나 나머지는 어딘가 찜찜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짐작한 지강백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자, 그럼 맹주 선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해봅시다.”
논의라고 해봤자 답은 정해져 있었다. 지강백이 맹주 자리에 올라 소란스러운 강호무림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자격이 있는 사람도 오직 그뿐이었다.
도영후는 이 자리가 갑갑했는지 귀를 휘비며 말했다.
“그냥 빨리 맹주 임명식부터 끝냅시다. 에잉.”
“저, 저사람이 정녕······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네!”
원로 중 한 사람의 고성에 도영후가 눈살을 찌푸렸다.
“천유성이 이겼으면 원로원부터 끝장냈을 겁니다. 거 제갈 가주가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데 좀 쉽게 쉽게 갑시다.”
“저런 저······허어.”
맞는 말이라 대꾸할 수도 없다.
원로는 붉어진 얼굴로 조용히 화를 삭혔다.
“자자, 그럼 제갈 가주를 맹주에 임명하는 것에 불만있는 사람은 없소이까?”
“그렇습니다.”
“좋소. 어차피 남은 후보도 없으니 예정대로 맹주 임명식 날짜를 정하고 필요한 준비를 시작합니다.”
“에잉, 어차피 이럴거 빨리 끝내자니까. 쓸데없이 시간만 축내고 말이야.”
“거, 입 좀 다무시오, 장문인!”
원로원의 결정이 끝나고 회의는 끝이 났다.
곤륜, 청성, 공동, 점창 등의 대문파는 지강백에게 앞으로의 무림을 잘 부탁한다며 신신당부를 하고 갔다. 개방 방주 벽사걸이야 가볍게 눈짓만 했다. 소림과 무당은 늘 그랬듯 침묵했다.
천운자는 회의장을 나서는 지강백을 붙잡아 세웠다.
“빈이. 자네는 나와 함께 갈 곳이 있다네.”
“네? 어디를 말입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지강백에게 천운자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