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40)
141화.승전(勝戰). 그 후.3
올해로 스물아홉 된 사내 유유(劉裕)는 시험장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무공에 재능을 보며 주변 마을의 문파들을 모조리 섭렵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유유를 낳은 그의 어미가 병세가 깊어지는 바람에 그는 세상에 나아가지 못하고 십수년을 집에서 간호에 전념했다.
그러다 지난 겨울, 어미는 해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제야 유유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드디어 세상에 내 뜻을 펼칠 때가 왔구나!’
유유가 단신으로 강호에 뛰어든지 삼 년, 그는 전국 곳곳에서 협의를 떨치며 협객으로 칭송받았다.
현재는 운유객(雲遊客)이라는 별호를 지닌 어엿한 고수로 강호를 떠돌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무림맹에서 인재를 찾는다는 서신을 받았다. 사실 그는 맹에 몸담을 생각이 없었다.
그가 관심있는 건 단 하나, 현 강호에서 가장 강하다 알려진 인물이자 최연소로 맹주 자리에 오른 풍운아.
제갈빈의 실력이 소문대로인지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약관을 갓 넘은 나이에 흑무림맹의 3인자, 화운사신을 꺾은 건 이미 강호에 유명한 이야기이며, 북해대전에서 빙후를 꺾은 일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나이도 저보다 한 두 살 어리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들을 벌이고 다닌 것인지.
소문대로면 미모도 훌륭해 보는 이마다 넋을 잃는다고 들었다.
‘그나저나, 나 혼자만 그런 생각으로 온 건 아닌 것 같군.’
주변을 둘러보자 이름난 고수들이 흥분된 눈으로 지강백을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주먹으로는 하남 제일이라 불리는 철혈권왕(鐵血拳王)에 고명한 학식으로 명성을 쌓은 군자검(君子劍). 그리고 장강의 수호자라 불리는 백하신녀(白河信女)까지······.’
그 외에도 눈이 호강할 정도로 쟁쟁한 명사(名士)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피가 끓어오르는 광경이다.’
어서 이 자리에서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열심히 눈을 굴리던 유유의 눈에, 한 사내가 들어왔다.
사실 처음부터 그는 군계일학처럼 눈에 확 띄는 차림이었다.
사자탈을 머리에 쓰고 등에는 커다란 대도를 메고 있었다.
‘저 사내, 설마 그 유명한 벽안호왕 호야?’
제갈빈의 수하이자 흑무림맹으로부터 강남을 사수한 무인.
듣기로 그의 일도(一刀)는 천근의 망치를 휘두르는 위력이라고 했다.
확실히 직접 마주하니 그 기세가 범상치 않았다.
‘저자도 참가하려는 모양이군.’
유유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이 자리를 만든 주인공, 제갈빈이 등장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무림맹의 세 대주와 함께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미남일까? 아니면 소문이 과장된 것일까?
기대감에 눈을 질끈 감은 유유가 살며시 눈을 떴다.
‘허억!’
직후, 유유는 심장이 멎을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
붉은 봉황이 새겨진 비단 장포에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
날카로운 눈빛과 언뜻 보이는 붉은 안광이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시험장에 모인 이들은 지강백의 얼굴을 마주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 표정이 얼어붙었다.
‘뭐, 뭐야. 난 남잔데······심장이 왜 뛰고 지랄이야?’
유유는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으며 정신을 차렸다.
지강백은 그들을 한 차례 둘러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반갑다. 난 제갈세가의 가주이자 무림맹의 맹주, 제갈빈이다. 그대들도 알다시피 이 자리는 맹의 무력부대를 재정비할 겸, 새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지강백은 처음 흑사자 부대를 설립했을 때를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인재들을 키우는 일은 언제나 그에게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긴 말 않겠다. 그대들의 실력, 이곳에서 유감없이 발휘해보도록. 총대주 자리와 남은 네 개 부대의 대주 자리는 자격있는 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강백이 자리를 옮겼다. 시험장은 이곳이 아니었다. 그들은 곧 넓은 연무장으로 이동했다.
연무장의 한가운데 선 지강백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금 전 대충 살펴보니 날 바라보는 눈빛들이 심상치 않더군.”
왠지 뜨끔한 유유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강백은 뒷짐을 진 채 도발하듯 외쳤다.
“시험은 간단하다! 나와 싸워라. 그대들이 이기는 건 불가능하니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 그걸로 하겠다.”
그 발언이 좌중에 불을 지폈다.
지강백의 도발에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눈을 불태웠다. 허락만 하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였다.
“참고로 정해진 순서는 없다. 자신있는 자부터 나오도록.”
직후, 거대한 거구가 허공을 날아 지강백의 앞으로 떨어졌다.
‘철혈권왕!’
가진 무력이 화경에 근접했다 알려졌을 정도로 고강한 무공을 지닌 무인이다. 과연 어떤 싸움을 보여줄 것인지, 유유는 기대되었다.
철혈권왕은 태산같은 주먹을 들어보이며 히죽거렸다.
“이거야 원, 귀하신 맹주님의 옥체에 상처를 입혀도 될련지 모르겠습니다.”
“그정도 깡은 있어야지. 그런데 말이다.”
다음 순간, 지강백의 신형이 단숨에 철혈권왕의 앞으로 이동했다.
콰직!
지강백의 주먹이 철혈권왕의 명치 깊숙이 파고들었다. 철혈권왕은 눈을 부릅뜨며 입을 벌렸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애송이가 내 몸에 닿으려면 백 년은 이르다.”
콰직!
지강백은 날렵하게 몸을 날려 발로 철혈권왕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철혈권왕의 거구가 힘없이 바닥에 엎어졌다.
지켜보던 고수들은 일제히 굳어버렸다. 유유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쓰러진 철혈권왕을 응시했다.
‘바, 방금, 대체 뭘 한 거지?’
단순했다. 빠르게 이동해 명치를 공격하고 발차기로 마무리. 어찌보면 화려하지도 않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공격이었다.
그런데 화경에 근접한 고수가 그런 단순한 공격에 당해버렸다.
이런 광경, 듣도보도 못했다. 유유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수하들로 하여금 철혈권왕을 데려가게 한 지강백이 말했다.
“다음.”
휘리릭.
지강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날렵한 몸짓으로 그의 앞에 착지했다.
새하얀 무복에 장검을 든 아름다운 미녀, 백하신녀가 두 번째로 나섰다.
“맹주께 한 수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공손히 예를 갖춘 백하신녀에게 지강백이 말했다.
“오너라.”
직후, 백하신녀의 눈빛이 싸늘히 번쩍였다.
촤앙!
백하신녀는 허공으로 몸을 날린 뒤, 빙글 회전하며 그대로 낙하했다. 매우 빠르면서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채채채챙!
지강백은 수도(手刀)를 세워 백하신녀의 검을 쳐냈다. 흔히들 말하는 무검(無劍)의 경지였다.
‘맹주는 검의 경지마저 높은 것인가?’
백하신녀는 이를 악물고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때.
턱.
지강백의 두 손가락 사이에 백하신녀의 검이 끼였다. 지켜보던 이들은 물론이고 백하신녀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퍼퍼퍽!
다음 순간, 지강백의 장력에 얻어맞은 백하신녀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맹의 대원들은 신속히 백하신녀를 안고 연무장을 나섰다.
지강백은 가볍게 손을 풀며 중얼거렸다.
“다음.”
***
유유는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연무장에 가득했던 참가자들이 어느새 그와 호야, 단 둘만이 남아 있었다.
한 명도. 단 한 명도 십초를 넘기지 못했다.
길게 하품을 한 지강백이 유유를 향해 말했다.
“자, 어쩔 테냐? 이만 돌아가도 좋다.”
유유는 말없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 손을 얹어보았다.
도적질을 하던 흑도를 죽였을 때도,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을 때도 이처럼 심장이 뛴 적은 없었다.
자신이 남색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평생을 바칠 무언가를 찾은 것이다.
눈을 뜬 유유는 연무장으로 내려오며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맹주님. 간청이 있습니다. 부디 실전처럼 상대해주십시오.”
“죽을 수도 있다. 죽음을 각오하겠다는 말인가?”
“솔직히 무섭긴 합니다만, 확인해볼 것이 있습니다.”
지강백은 유유의 불타오르는 눈을 보며 말없이 미소지었다.
‘반드시 난세에만 영웅이 나오라는 법은 없지. 흙 속의 진주는 발견해서 손에 넣었을 때야말로 진가가 나오는 법.’
값비싼 보석인지 그냥 빛나는 돌덩이인지는, 확인해보면 알 일이다.
지강백은 손을 내밀며 자세를 잡았다.
“오너라.”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유유가 바닥을 박차고 쇄도했다.
***
“으으윽······.”
정신을 차려보니 노을지는 하늘이 보였다.
분명 첫 두 합은 자신의 공세로 이어졌던 것 같은데······나머지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때, 눈앞에 지강백의 얼굴이 쑥 들어왔다.
아래에서 봐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유유는 히죽 웃음을 흘리며 새는 발음으로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맹주님.”
“······그래.”
젠장. 아무래도 이빨 한 두 개 쯤 나간 모양이다.
***
지강백은 혼절한 유유를 데려가도록 지시한 후,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가롭게 발가락을 긁고 있는 호야가 보였다.
“오래 기다렸나, 호야?”
“뭐, 솔직히 기대는 안 했어.”
“무슨 기대?”
“이만한 숫자를 상대하면 힘을 조금은 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하하하!”
지강백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래서 호야가 좋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무조건 이길 생각부터 한다. 그 상대가 현경이든 뭐든, 상관없다. 그저 강자를 쓰러뜨리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힘을 빼려고 마지막에 나서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확실히 무턱대로 달려들던 예전과는 달라졌다.
“너야말로 총대주 감으로 적격이다.”
“쉰소리 그만하고 긴장해. 이빨 하나쯤은 털어줄 테니까.”
거대한 사자가 몸을 일으키듯, 호야가 천천히 연무장으로 내려왔다. 지강백은 처음으로 파월강창을 손에 쥐며 말했다.
“화경에 든 실력. 어디 시험해보도록 할까.”
콰아아앙!
연무장에 한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
지강백은 총대주 자리에 호야를 임명하고 나머지 4대 대주 자리에도 적합한 인물들로 앉혔다.
내정을 관리하는 자들 역시 총관과 상의하여 철저히 심사해 뽑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무림맹이 완공되었다.
지강백은 새로운 무림맹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예 그냥 황궁이라고 하지 그러냐?”
기존의 두 배 이상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전각과 장원. 지강백의 취향에 맞게 고풍스러운 멋을 살리면서도 그 위용이 웅장했다.
장택산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무림의 황제가 맹주 아닙니까. 체면은 차리셔야죠. 하하.”
지강백은 피식 웃으며 맹주전의 안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대전의 화려한 봉황 무늬가 새겨진 태사의에 앉아 손잡이 부분을 쓰다듬었다.
별다른 감상은 없었다. 그저 남은 배신자를 처리하는 것과 천하를 어떻게 손에 넣을지 생각할 뿐이다.
자신의 목적은 천하일통(天下一統)이지, 무림일통이 아니었으니까.
“잘 어울리십니다. 그 자리.”
장택산의 말에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았다. 아직 느슨해질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