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49)
150화.불사의 비밀.2
‘으윽······. 여긴 대체 어디지?’
정신을 차린 은영당원은 신음을 흘리며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분명 객잔에서 당원과 접촉한 후 국수를 먹은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어? 이 새끼, 정신을 차린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럼 물이나 한 바가지 때려줘라.”
촤악!
물따귀에 정신이 번쩍 든 은영당원이 고개를 쳐들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창고인 듯했다. 몸은 의자에 결박당해 있었고, 칼을 찬 사내 두 명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은영당원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왜, 왜 이러시오? 난 선량한 백성일 뿐이오.”
“선량한 백성? 큭큭. 누가 정보당원 아니랄까봐 연기가 아주 수준급이네?”
사내들은 바로 은영당원을 납치한 옥룡대의 대원들이었다.
그들은 끌끌 웃음을 흘리며 은영당원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반갑다. 그동안 너희를 찾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 손목의 나비문신. 그게 은영당원의 표식인거 다 알아.”
정체가 들키자 은영당원의 표정이 대번에 바뀌었다.
“개새끼들. 개방이고 하오문이고 전부 피하느라 애먹었는데 쥐새끼들이 더 있었구나. 끈질긴 새끼들.”
“칭찬 고맙다.”
“그런데 미안해서 어떡하지? 너희들 전부 헛수고했어.”
은영당원은 미리 입 안에 숨겨둔 약을 깨물고 자결하려 했다.
그러나 입 안에 있어야 할 약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또 약 먹고 죽으려고?”
옥룡대원들은 낄낄 웃으며 은영당원의 뺨을 철썩 때렸다.
“우리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힘들게 생포했다 싶으면 금방 죽어버리니 죽을 맛이었다고.”
“이 빌어먹을······!”
“까불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 곧 맹주님께서 직접 너를 심문하실 테니까. 미리 말해두는데, 순순히 자백하는 게 신상에 좋을거야. 우리 맹주님이 너희같은 것들에게는 한없이 잔혹하신 분이거든. 큭큭.”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강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싸늘한 표정의 당휘란이 뒤따랐다.
“오셨습니까. 맹주님.”
“이자가 은영당원인가?”
“예. 손목의 나비문신을 확인했고 본인의 입으로 방금 실토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지강백이 은영당원의 앞에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은영당원은 한껏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맹주님. 죄송하지만 저에게서 얻으실 정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일개 당원일 뿐이며, 은영당은 이미 해체되었습니다.”
지강백은 가만히 그를 노려보다 천천히 말했다.
“그동안 너희들의 행적을 조사해봤다. 접선 장소와 시각, 사람까지.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아냈지.”
지강백이 눈짓하자 옥룡대원이 품에서 종이꾸러미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지강백은 은영당원에게 종이에 그려진 초상화를 하나하나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 그려진 초상화들은 전부 은영당의 당주로 추정되는 자의 얼굴이다. 하나같이 얼굴이 다 달라. 그리고 이자들은 언제나 접선장소에서 명령을 전달했지.”
“······.”
“그동안 잡은 당원들의 얼굴은 전부 신원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놈들은 전부 정체가 뭐였는줄 아나? 다들 이미 죽은 자들이었어. 그래서 나는 가설을 하나 세웠다. 휘란.”
“네.”
은영당원에게 다가온 당휘란은 그의 얼굴을 더듬거리며 만지기 시작했다.
“가장 들켜서는 안 되는 인물. 그리고 얼굴을 매번 다르게 감출 정도로 치밀한 인물. 그게 바로 은영당의 당주일 것이라고.”
쫘악!
당휘란은 은영당원의 피부를 잡고 손톱으로 길게 찢었다. 그런데 찢긴 부위에서 피가 흐르지 않았다.
“맹주님의 가설이 맞았습니다. 인피면구(人皮面具)입니다.”
“그동안 죽은 사람의 가죽을 쓰고 다니느라 고생했다.”
한낱 당원이 아니라 그는 은영당의 당주였다. 정체가 밝혀진 그는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내게서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때마침 창고의 문을 열고 꾀죄죄한 도복을 입은 노도사 두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지강백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지강백은 은영당주에게 그들을 소개했다.
“인사해라. 모산파(募山派)의 도사들이다.”
모산파? 모산파라면 도가의 문파에 부적과 주문 등의 술법으로 유명한 문파가 아닌가?
그 술법이 사도의 술수로 통해 구파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뛰어난 술사들임에는 거짓이 없었다.
지강백은 모산파의 도사들에게 물었다.
“정보를 뽑아내는데 얼마나 걸리겠는가?”
모산파의 두 도사들은 히죽거리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빈도들이 이 방면으로는 능통합니다. 웬만큼 주술에 단련된 자라도 나흘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그대들만 믿겠네.”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휘란과 함께 창고를 나섰다.
모산파의 도사들은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은영당주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자백술(自白術)을 해보겠구려.”
“포로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지요. 이거,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흐흐.”
“자자, 맹주님께서 당부하셨으니 어서 시작합시다.”
도사들이 손을 뻗자 겁에 질린 은영당주가 몸부림쳤다.
“자, 잠깐만! 내 몸에 손대지 마라, 빌어먹을! 으악!”
깊은 지하 창고에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살아남은 마교도들을······찾는다고?”
“네. 벌써 황제가 손을 썼을 거라고 하는데······. 이게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들이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지강백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본 모산파의 두 도사들이 황급히 변명을 쏟아냈다.
지강백은 그제야 표정을 풀며 두 도사에게 금자가 가득 담긴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문파의 재건에 보태쓰게. 부족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가, 감사합니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데······.”
“대신, 이 일에 대해서는 무덤까지 비밀로 가져가야 하네.”
“잘 알고 있습니다.”
“좋아. 그만 가보게. 수고했네.”
“얼마든지 불러주십시오. 그럼······.”
모산파 도사들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물러났다.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는 호위들에게 강무영을 불러오라 명했고, 곧 그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영아. 분명 황제가 널 납치해 고문한 이유가 불사의 비밀을 얻기 위해서라고 했지?”
“네. 미친놈. 세상천지에 불사의 비밀이 어디있다고······. 우화등선해서 신선이 된다면 모를까.”
지강백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천유성이 황제를 돕기 시작한 모양이다. 놈이 아직 살아있는 마교도의 행방을 황제에게 말했어.”
강무영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 아직까지 살아남은 교인이 있습니까?”
“너는 잘 모르겠지만 전대 천마 시절부터 교를 나가고 싶어하는 교인들을 몰래 빼내주는 일이 종종 있었다.”
원래 한 번 교에 투신한 교인들은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알려져서는 안 되는 교의 비밀들이 그들의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었다. 나가려면 시체가 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전대 천마는 원하지 않는 삶을 사는 교인들을 불쌍하게 여겨 그들을 중원으로 보내 자리잡게 도와주었고, 그의 성정을 이어받은 지강백 또한 똑같이 행동했다.
강무영은 충격받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랬군요······. 그런데 천유성 그놈은 대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던 것일까요.”
“내 잘못이다. 한창 강호를 돌아다닐 때, 천유성과 친우였던 시절 그에게 말을 해줬었다. 멍청하게도 말이다.”
지강백은 이를 악물었다. 철없던 시절, 우정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시절 저지른 실책이다.
그런데 설마 그게 독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그래도 상관은 없지 않습니까? 제가 교에 몸담은 세월만 수십년인데, 불사의 비밀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모르지. 그들 중에는 생각보다 교에 깊게 관련했던 자들도 존재했으니. 꼭 불사의 비밀이 아니더라도, 교의 비밀들이 알려지게 놔둘 수는 없다.”
강무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어떡하죠?”
“우리가 먼저 그들을 찾아야지. 그들의 이름은 대략 기억하고 있다. 아마 함께 모여살 테니 금방 찾을 수 있어. 개방도와 하오문, 그리고 맹과 각 가문의 정보대를 총동원해 황제보다 빨리 그들을 확보해야 한다.”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지금쯤 황제는 이미 그들을 찾아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찾아냈을 것이다.
이름을 안다면 황제의 능력으로 그들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부디 조금이라도 늦어지기를 기대할 뿐이었다.
***
사천 관도를 지나는 길목과 강가 사이에 금천현(金川縣)이라는 곳이 있었다. 관도와 밀접해 지나가는 사람은 많지만 그닥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이었다.
“그럼 나머지 물품은 언제까지 배달됩니까?”
“대충 보름에서 한 달만 잡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많이 파십시오.”
관도의 상인으로부터 생필품과 약재를 구입한 금천현 주민 만용(萬龍)은 지게에 물건을 지고 마을로 돌아왔다.
꼬박 하루를 걸어 마을에 도착할 즈음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한 만용은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걸음을 멈췄다.
지금쯤 밥 짓는 연기가 올라와야 정상인데다,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와야 하는데,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설마 산적이라도 들어온 것일까? 만용의 표정이 굳어졌다.
스릉.
허리춤에서 휴대용 단검을 꺼내든 만용은 조심스레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집안으로 들어온 그는 안쪽에서 비릿한 피냄새를 맡고 눈을 부릅떴다.
“이, 이런······! 아버지! 준아!”
한걸음에 안마당으로 뛰어든 만용은 다음 순간, 튕기듯 다시 나가떨어졌다.
“커억!”
가슴팍을 부여잡고 피를 토한 만용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검은 무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무사들이 서 있었다.
“네 이름이 만용, 맞지? 십이년 전, 신강에서 흘러들어왔군.”
“누, 누구냐!”
“알 거 없고. 네 아비와 아들놈 목숨이 아깝다면 순순히 따라와야겠다.”
고개를 돌리자 아버지와 아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만용의 눈이 뒤집어졌다.
“이······개자식들이!”
내력을 끌어올린 만용이 비호처럼 몸을 날려 무사들에게 쇄도했다. 무사는 만용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하하. 이것 봐라? 일반 백성이 내력을 다룰 줄 아네? 제대로 찾은 것 같군.”
퍼퍽!
뒷목을 쳐서 단숨에 만용을 제압한 검은 무사는 수하들로 하여금 그들을 포박하도록 지시했다.
곧 다른 집에서도 이와 비슷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한가로이 노을을 구경하던 무사에게, 수하가 다가왔다.
“첩형 나리. 마을 주민들 전부 이송할 준비 끝났습니다.”
“공공(公公)께 전서 날리고 바로 이동한다.”
“네.”
황제의 숨은 비밀조직, 동창(東廠)의 무사들은 그렇게 황제의 명을 깔끔히 완수하고 마을을 벗어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