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63)
164화.황궁, 복마전(伏魔殿).1
남궁미향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인형과의 싸움에서 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무리 따라잡으려 애를 써봐도 인형의 검술은 그야말로 무결점. 도저히 파훼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창궁무애검과 그녀의 뛰어난 검술 감각 덕분이었다.
그동안 남궁미향은 산 속에서 짐승을 잡아먹거나 강가에서 물을 떠와 생활하고 있었다. 그녀는 강가에 비친 자신의 몰골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거지가 따로없네.’
그날도 남궁미향은 토끼와 물고기로 배를 채운 뒤,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 수련장에는 인형이 우두커니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남궁미향은 주저없이 검을 뽑아들고 인형에게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인형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챙! 채채채채채챙!
동굴 안에 폭풍같은 검격이 쏟아졌다. 남궁미향은 뼈마디가 시릴 정도로 검을 휘두르며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들어갔다.
‘느리지만 점점 보인다. 창궁무애검과 비슷하지만 다른, 창궁비천검의 검로(劍路)가.’
그 순간, 남궁미향의 눈앞에 검의 환상이 보였다.
창궁무애검의 모든 초식들이 지나가는 검로, 그리고 인형이 새롭게 그려낸 창궁비천검의 검로였다.
인형의 검은 정확히 창궁비천검의 검로를 따라 궤적을 그려내고 있었다. 남궁미향은 느리지만 그 궤적이 확실하게 보였다.
‘오른 관자놀이.’
후웅! 남궁미향은 빠르게 머리를 젖혀 검을 피해냈다.
‘다음은 왼쪽 어깨, 곧바로 왼쪽 옆구리. 피하면 돌려서 오른쪽 가슴으로. 그 다음번에는 목, 허벅지······.’
파파파팟!
눈 깜짝할 새 35초식을 견뎌냈다. 그뿐만이 아니라 반격의 기회까지 보였다. 남궁미향은 가슴팍을 찔러오는 검격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인형의 허벅지를 베었다.
스걱-!
인형의 왼쪽 다리가 잘려나가고 몸체가 휘청거렸다. 남궁미향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몸을 빙글 돌리며 인형의 목을 단칼에 쳤다.
허공에 둥실 떠오른 목이 바닥을 굴렀다. 남궁미향은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바닥에 엎어졌다. 일어설 기운조차 없었다.
“허억. 허억······.”
남궁미향은 극심한 피로감에 허덕이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목이 잘려나가 기동이 정지한 인형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몸 안에······뭔가 있어?’
남궁미향은 천천히 부서진 인형에게 다가갔다. 잘린 목을 통해 안쪽을 보니 죽간(竹簡)이 들어가 있었다. 남궁미향은 인형의 몸을 부수고 죽간을 꺼내들었다.
맨 첫줄에는 유려한 필체로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남궁중······. 창궁비천검을 창안해낸 검사.’
남궁미향은 떨리는 눈빛으로 죽간에 쓰인 편지를 읽었다.
『창궁비천검의 창시자 남궁중의 기록을 남긴다. 이 편지는 나의 유일한 후계자에게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남궁미향은 가슴이 벅차 손을 덜덜 떨었다. 먼 선대에게 유일한 후계자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감격스러웠다.
『창궁비천검은 일반인이 터득하려 해도 익히기가 극도로 까다로운 검술이다. 후예들은 내 검술로 창궁무애검이라는 아류를 만들었고, 결과는 훌륭했다.』
남궁미향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창궁무애검도 남궁세가에서 한 세대에 익힌 검사가 몇 없을 정도로 까다로운 검술이었다. 이 말은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들으면 경악할 만한 소리였다.
『창궁무애검은 보다 더 익히기에 용이하나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쓸데없는 동작이 너무 많아. 원류인 창궁비천검은 간결하고 정확하다. 그야말로 최고의 살인검이라 할 만 하다.』
그제야 남궁미향은 알 수 있었다. 창궁비천검의 검로. 그것은 창궁무애검의 불필요한 동작을 전부 배제했을 때 나오는 검로였던 것이다. 말 그대로 동작보단 살인에 특화된 검!
『최강의 검을 손에 넣었으니 그대는 이전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다. 어쩌면 고금을 통틀어 상대할 적수가 없을지도 모르지. 그대가 그 힘을 어디에 쓸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옳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
마지막 문장에서는 후손을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편지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죽간을 내린 남궁미향은 부서진 인형을 향해 절을 올렸다.
***
지강백은 북경에 도착해 동쪽 성벽과 가장 가까운 집을 샀다.
거사 당일, 지강백은 황궁 담을 넘을 준비를 마친 뒤, 건양왕에게 말했다.
“소인은 황제를 암살하고 난 뒤, 그대로 궁을 빠져나가겠습니다. 전하께서 밤중에 조정을 완전히 장악하시고 나면 다음 날, 소인이 찾아뵙겠습니다.”
“괜찮겠나? 지켜보는 눈들도 많을 텐데.”
“소인의 기운 정도는 감쪽같이 숨길 수 있습니다. 혹시 몰라 이부상서께 부탁드려 궁 내에서 일하는 하인처럼 꾸밀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귀은무명공으로 몸을 숨길 수도 있지만, 한나절을 그러고 버텼다간 내력 소모가 꽤나 있을 것이다. 악신을 상대할 때 최대한 힘을 비축해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건양왕이 지강백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조심하게. 반드시 성공하도록.”
“내일 뵙겠습니다.”
집을 나온 지강백은 귀은무명공을 펼친 뒤, 손쉽게 성벽을 넘었다. 병사들은 당연히 지강백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미 황궁 내부는 훤히 꿰뚫고 있었다. 이부상서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유신종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으시지요. 집무실에서 일하는 하인으로 위장하면 됩니다.”
변장을 마친 지강백은 집무실에 파월강창을 놔두고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마침 그곳으로 다가오던 다른 하인이 지강백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서 나리. 옆의 하인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내 시중이나 들라고 데려왔다. 며칠만 있다 갈 것이야.”
“아, 그렇군요. 그나저나, 병부상서께서 와 계십니다.”
“병부상서가?”
유신종과 병부상서는 본래 절친한 사이였다.
허나 근무중에는 딱히 만나러 오는 일이 없는데, 갑자기 왜?
“이곳으로 뫼셔라. 차도 한 잔 내오고.”
지강백과 하인이 밖으로 나가고 곧 병부상서 조영서(曹英誓)가 들어왔다. 유신종은 활짝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시게. 요새 정신 없으시다고 들었는데.”
“어. 무림 토벌군을 편성하느라 난리도 아니지. 하하.”
조영서와 유신종이 웃으며 자리에 앉고 하인이 차를 내왔다.
“헌데 여기는 어쩐일로······?”
“오늘로 편성이 끝났어. 내일 출정할 걸세.”
이부상서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혹시, 폐하께서도 함께 출정하시는 건가?”
“음? 당연히 아니지. 폐하께서 그 위험한 곳에는 왜······.”
병부상서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아무리 무림인이 강하다 한들, 체계화된 군대를 상대로는 상대도 안 될걸세. 무려 십만의 병력이 움직인다고.”
“그, 그렇군. 알려줘서 고맙네.”
조영서가 방을 나가자 지강백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화를 전부 들은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상관없습니다. 황제는 오늘 죽을 테니까.”
다행이다. 거사날을 하루만 더 늦게 잡았다면 토벌군이 출성하는 것을 꼼짝없이 두고볼 판이었다.
지강백은 반드시 악신을 소멸시키겠노라 다짐했다.
슬슬, 해가 지고 있었다.
***
해가 지고 관리들이 퇴청하는 시간, 지강백은 귀은무명공을 펼쳐 몸을 숨긴 채 어두운 황궁을 걷고 있었다.
서필조가 근처를 완벽히 청소했는지, 금의위나 동창의 기척은 전부 동쪽으로 몰려 있었다. 그래도 소란이 일면 금방 출동할 것이다. 그러니 빠른 시간내에 끝을 봐야만 한다.
침궁의 담을 넘자 대내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몸을 숨긴 지강백이 어깨를 붙잡자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침소에 드신 걸 확인했습니다. 내관과 시녀들도 전부 내보냈으니 완벽히 혼자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칠 수 있으니 조금 떨어져 계십시오.”
대내관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지강백은 침궁을 응시했다. 희미하게 악신의 기운이 느껴졌다.
‘오늘이야말로 끝을 내자. 악신.’
지강백은 은신을 풀고 침궁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복도를 걸어 침소 앞에 도착한 지강백이 문을 열었다.
주렴을 손으로 헤치고 들어가자 침상에 누운 황제가 보였다.
지강백은 그동안 홀로 흑월경의 기운을 완전히 감추는 것을 연습했고, 이제는 마기를 완벽히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즉, 이전처럼 악신에게 흑월경의 기운을 들킬 염려는 없었다.
지강백은 놈이 움직이기 전에 끝장을 보기로 했다.
휘리릭. 파파팟!
창을 들어 황제를 겨눔과 동시에 흑월경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검은 섬광이 터져 나오며 단숨에 침상을 뒤덮었다.
퍼석-.
섬광에 맞은 침상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자연히 악신의 기운도 사라졌다. 그러나 지강백은 웃을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 이렇게 쉽게 끝이 난다고?’
지강백은 꺼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침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 창밖으로 큰 소리가 들리며 환한 빛이 들어왔다.
깜짝 놀란 지강백이 창밖을 쳐다보자, 북쪽 방향에서 거대한 인파가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경비대장이 건양왕을 모시고 들어오는 건가? 내가 신호도 보내지 않았는데?’
점점 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강백은 침궁을 빠져나와 대내관에게 달려갔다. 대내관 역시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었다.
“오, 제갈 대협! 가짜는, 처리했습니까?”
“아뇨, 뭔가 이상합니다. 일단 전하를 막아야 합니다!”
지강백은 이를 악물고 밀려오는 군세로 몸을 돌렸다.
***
한편, 건양왕은 북쪽 성문 앞에서 기다리다 성문이 열리자 거사가 성공했음을 직감했다.
‘제갈빈이 해냈구나!’
그간의 걱정과 근심을 싸그리 날려보내는 순간이었다.
곧 열린 성문으로 황실경비대장과 황군이 다가와 건양왕에게 예를 갖췄다. 건양왕은 흡족한 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황실경비대장 서필조가 고개를 들며 건양왕에게 말했다.
“바로 태화전으로 가시지요. 대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오냐. 당장 가자꾸나.”
건양왕은 흥분해서 말의 속도를 더 높였다. 수십년 전, 숙청의 날 이후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뒤, 추레한 가마에 타 지나던 길을 든든한 황군들의 보호를 받으며 되돌아가고 있었다.
건양왕은 벅찬 표정으로 하늘을 응시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들 보고 있소이까? 이 성(成)이 모두의 꿈을 이뤘소.’
성은 건양왕의 이름이었다.
마침내 태화전에 도착한 건양왕은 말에서 내려 걸음을 옮겼다. 역시, 태화전에 불이 켜져있고 언뜻 대신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황제가 죽고 난 뒤 다급히 소집되었을 것이다.
‘황제가 죽은 지금, 황좌를 책임질 사람은 나뿐이다.’
건양왕은 당당하게 황제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태화전 입구에 도착한 건양왕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어찌나 흥분했는지, 뒤에서 ‘건양왕 전하 납시오!’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조차 모른 채 말이다.
황실경비대장 서필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태화전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건양왕을 응시했다. 뿐만 아니라 좌우로 나열한 대신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건양왕은 대전 내 분위기를 눈치채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고개를 들자 황좌에 앉아있던 황제, 악신이 피식 웃음을 머금었다.
“왜, 뭔가 잘못된 것 같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