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68)
169화.개전(開戰). 무림 대 황실.3
지강백은 맹의 부대원들부터 소림과 무당, 그리고 도영후와 연홍을 비롯한 종남파 고수들과 매화검수 일부를 차출해 데려갔다.
다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검은 장포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들은 어둠에 녹아든 채 엄청난 속도로 적진을 향해 달려갔다.
“이리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맹주님.”
문득, 달리던 지강백의 곁으로 온 한 무당의 도사가 말했다.
“빈도는 현소 진인의 동문인 현성이라고 합니다.”
현소 진인. 한때 청파 진인의 오른팔이자 그의 곁에서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았던 도인이었다. 지강백은 청파를 끌어내리기 전 그를 먼저 떼어냈고, 그는 설화정의 죄를 물어 감옥에 투옥되었다.
지금이야 깔끔하게 옥중 생활을 끝내고 몇 년 전 석방되어 지강백이 마련해준 집에서 호화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빈도의 동문과 전대 장문인의 일로 무당은 오랜 시간 강호인들의 멸시와 질타를 받아야 했습니다. 헌데 이런 저희들이 무림을 위해 싸울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 둘이 악했던 것일 뿐, 무당이 악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나야말로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일행은 그렇게 한참을 달려 새벽이 밝아올 즈음, 황군의 진영에 도착했다. 지강백은 근처 숲에 몸을 감춘 뒤, 황군 진영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 전투의 패배로 피해가 막심했는지 분위기가 무거웠다. 지강백은 나한당주와 현성 진인에게 말했다.
“이 기습의 목표는 적장입니다. 송곳처럼 적진을 찔러 단숨에 중앙 막사까지 파고든 뒤, 적장을 죽이고 나면 빠르게 철수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강백은 창을 잡고 고개를 돌렸다.
조용히 손을 든 지강백이 신호를 보내자 다들 숲에서 뛰쳐나와 적진으로 달려갔다.
가장 외곽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들은 어둠 속에서 달려든 무사들에 의해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목이 떨어졌다.
“저, 적습이다!”
뒤늦게 병사들이 습격을 알아차리고 대비했지만, 한 발 늦었다. 지강백은 벌써 적진의 중반부까지 돌파하고 있었다.
휘릭, 파파파팟!
지강백의 창이 한 번 허공을 가를 때마다 병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그의 주변에 부는 거센 돌풍 때문에 아군들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명불허전······과연 옥룡이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한당주 공월 대사가 나직이 감탄을 터뜨렸다. 검은 장포를 펄럭이는 뒷모습이 태산처럼 든든했다.
게다가 지강백이 앞쪽 방어선을 전부 뚫어주는 덕분에 뒤따르던 무사들은 옆쪽에만 대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군은 별다른 피해 없이 무사히 중앙부까지 접근했다.
병사 서너명을 단숨에 베어버린 지강백이 소리쳤다.
“적장은 나오너라-!”
***
한편, 참패에 속이 쓰려 막사에 처박혀있던 조영서는 습격이라는 말에 헐레벌떡 밖으로 나왔다. 그는 붉어진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이 미친 새끼들! 지치지도 않는 것이냐!”
조영서는 부장들에게 병력을 지휘할 것을 명령하고, 자신은 일단 후방으로 물러났다. 이전의 패배가 그에게 두려움을 심어준 것이다.
콰과과곽-!
한 차례 폭풍같은 일격으로 적들을 쓰러뜨린 지강백의 눈에, 허겁지겁 말을 타고 달아다는 조영서가 보였다. 지금 추격하면 충분히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깊숙이 들어온 탓에 포위당할 위험도 적지 않았다. 지강백은 공월 대사와 현성 진인에게 물었다.
“반 각. 반 각 이내에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후퇴하십시오.”
“괜찮겠습니까? 저자의 곁에는 금의위 고수들이······.”
공월 대사가 걱정을 내비쳤지만, 이미 지강백은 조영서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은 공월 대사에게, 도영후가 말했다.
“퇴로 확보쯤이야 어렵지 않겠지? 조금만 버티세.”
아군은 빠르게 진을 형성하며 황군들을 막기 시작했다.
쇄애애액-!
지강백은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날아 단숨에 조영서의 앞까지 도달했다. 바로 그때, 금의위의 무사들이 그를 가로막았다.
채채채채챙!
한 차례 공중에서 격돌한 지강백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수십의 금의위사들 모두 절정에 다다른 고수였다.
그들은 일제히 내력을 끌어올리며 지강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묵직한 풍압이 그들을 밀쳐내기 시작했다.
“크윽!”
창을 휘둘러 풍압을 일으킨 지강백이 차갑게 중얼거렸다.
“덤비는 자는 무조건 죽는다. 목숨을 헛되이 하지 마라.”
그러나 금의위사 중 한 명이 검을 들며 차갑게 대꾸했다.
“군인은 그저 명령에 복종할 뿐. 단지 그것뿐이다.”
“어긋난 충심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들. 멍청하고 아둔하다.”
경멸조로 내뱉은 지강백이 금의위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네 어미가 희생된 백성 중 하나였다고 해도 똑같이 명령대로 할 셈이냐?”
할 말이 없어진 금의위사가 얼굴을 붉히며 이를 갈았다.
“이익······닥쳐라!”
파파팟!
금의위들이 일제히 지강백을 상대로 달려들었다.
다음 순간, 지강백을 중심으로 거대한 돌풍이 일어났다. 금의위 무사들은 폭풍에 휩쓸려 낙엽처럼 휘날렸다.
풍신환원공, 상우방풍 초식이었다.
“화경의 고수가 떼거지로 와도 두렵지 않은데, 하물며 네놈들 쯤이야.”
지강백은 창을 허공에 대고 길게 휘둘렀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검격이 쏘아져 나가며 순식간에 공중에 뜬 무사들을 도륙했다.
월인대신검, 월태화용 초식이었다.
후두둑-.
토막난 무사들의 시체와 핏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바람을 갈무리한 지강백은 고개를 들어 조영서를 응시했다. 그는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지강백과 눈이 마주쳤다.
“흐익!”
조영서가 헛숨을 내뱉으며 말을 채찍질했다. 지강백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손에 쥔 파월강창을 들어 그를 향해 던졌다.
투콱-!
묵직한 파공음과 함께 쏘아져 나간 창이 단숨에 조영서가 탄 말을 꿰뚫었다. 말이 달리던 기세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고, 조영서 역시 중심을 잃고 형편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사이, 창을 회수한 지강백이 쓰러진 조영서에게 다가갔다.
“히익!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천천히 다가오는 지강백을 발견한 조영서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러났다. 그러다 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처억.
지강백은 조영서의 가슴팍을 밟고 창끝을 겨누었다. 조영서는 끝을 직감하고 새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창끝을 응시했다.
그러나 지강백은 그의 목에 창을 찔러 죽이는 대신,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내력을 주입시켰다.
‘이자도 악신에게 세뇌되었다면, 어쩌면 되돌릴수도.’
지강백은 이런 희망을 담아 내력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악신의 세뇌로 인해 흐려져 있던 조영서의 이성이 다시 돌아왔다.
“으으······어?”
조영서의 표정이 두려움에서 혼란으로 변해갔다. 지강백은 조영서의 세뇌가 풀렸음을 깨닫고 그의 가슴팍을 짓누르던 발을 떼었다.
“병부상서. 정신이 드시오?”
“제갈빈······. 그런데 이게 무슨······으윽!”
혼란스레 주변을 바라보던 그가 머리를 붙잡고 신음을 흘렸다. 세뇌로 해온 지난 행동들이 스쳐 지나간 것이다.
“오오, 이런······맙소사. 어떻게 내가 이런 짓을······!”
보정으로 오는 길에 무고한 백성들을 해친 것까지 기억나자, 조영서는 아연실색해서 중얼거렸다. 지강백은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정신 차리시오. 그대는 그동안 황제를 자처하는 가짜에게 현혹되어온 것이오. 진짜 황제는 죽었고.”
“맙소사.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지강백은 충격에 빠진 조영서의 뺨을 한 대 갈겼다. 그리고 그의 뒷목을 잡고 끌어당기며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지금 충격에 빠질 때가 아니야. 알아듣겠나? 지난 잘못은 지금부터 바로잡으면 돼. 세뇌에 빠져서 한 행동이니 아무도 자네를 탓하지 않을 것이니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따라.”
조영서는 얼얼한 뺨을 문지르며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항복을 선언해라. 그리고 이쪽에 합류해. 황군이 통째로 항복하면 황제도 별 수가 없을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헌데 아직 각 지방의 제후들이나 도지휘사들이 이끄는 지방군들도 남았······.”
퍼억!
조영서의 뒤통수를 한 대 더 후려친 지강백이 말했다.
“그러니 어서 이쪽부터 해결해야지.”
지강백은 결국 조영서의 머리채를 붙잡고 직접 황군들 앞에 보여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적장을 사로잡았다! 황군들은 무기를 내려라!”
“그, 그래. 어서 무기를 내려놓아라! 전투는 끝났다!”
갑작스런 적장의 항복 선언에 병사들은 단체로 충격에 빠졌다. 멀리서 항복 소식을 들은 아군들이 미소를 지으며 검을 내렸다.
나한당주 공월 대사가 봉을 들며 환호성을 내뱉었다.
“결국 맹주님께서 해내셨군요! 믿고 있었습니다!”
도영후와 현성 진인도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클클. 뭐가 이렇게 늦어? 둘이서 만담이라도 나눈게야?”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게 전투는 황군의 항복으로 끝이 났다. 큰 수확을 거둔 지강백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하늘이 도왔구나.’
악신의 세뇌가 병부상서와 같은 고위층 관리들에게만 미쳐있었다는 점도 다행이었다. 평상시와 같은 상태의 병사들은 상관의 명령에 당황하긴 했으나 불복종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십만이 넘는 황군을 흡수한 지강백은 단번에 엄청난 군세로 성장했다. 그는 이 대군을 이끌고 곧장 북경의 황궁을 치고자 결심했다.
‘이제 곧 네놈도 끝장을 내주마. 악신.’
***
한편, 악신은 어두운 황좌에 앉은 채 저 먼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의 눈에는 보정에서의 전투와 야습, 그리고 황군이 지강백에게 항복한 것까지 전부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정확하게 보이고 있었다.
“벌레가 발을 기어서 무릎까지 올라왔는데······.”
악신은 웃는지 우는지 모를, 미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걸 어떻게 해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까.”
“폐하. 하남과 호북의 제후들과 각 성의 도지휘사들에게 전서를 보냈습니다. 곧 그들이 각지에서 군대를 일으킬 것입니다.”
악신의 곁에 있던, 관복을 입은 젊은 사내가 말했다.
그는 관리라기에는 너무도 젊은 데다가, 감히 황제의 앞에서 한가로이 부채를 부치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악신은 사내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요(妖). 화(禍)와 망(妄)과 함께 휘젓고 오겠느냐?”
악신의 말에 사내가 화색을 띄며 부채를 접었다.
“그 지강백이라는 자를 제 손에 넘겨주시는 것입니까?”
“그는 내 유희이니 건드리지 말거라. 너희들은 각각 낙양과 개봉, 무한으로 가서 살아있는 생명이란 생명은 싸그리 쳐죽여라.”
사내는 멋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폐하의 명령에 따르겠나이다.”
그들은 악신이 직접 고대의 의식을 치러 불러온 휘하의 마신(魔神)들로, 하나같이 피와 살육에 굶주린 수라들이었다.
삼신귀(三神鬼). 악신은 그들을 그렇게 불렀다.
“벌레에게 시련을 주는 것 또한 아주 재미있는 유희. 어디 끝까지 기어올라와 보거라.”
악신은 병부상서 조영서와 한창 대화를 나누는 지강백을 웃으며 응시했다.
휙.
그 순간,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북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조영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그러십니까?”
언제부턴가 지강백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하는 그였다. 지강백은 잠깐 북쪽을 노려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누가 계속 쳐다보는 것 같아서······.”
지강백은 찜찜한 표정으로 막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