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78)
179화.종전(終戰). 그 후(마지막화)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늘 그랬듯 봄이 찾아오고 죽어있던 만물이 생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인간과 악마의 전쟁을 다룬 낙양대전 이후, 황제가 죽고 그 자리는 제후였던 연왕이 이어받았다.
지강백의 천명 이후 권력에 대한 욕망을 전부 내려놓은 그는, 어쩔 수 없이 나라를 맡게 되었지만 대신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고 자리를 지키는 데 그쳤다.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림과 황실은 파괴된 건물과 백성들의 피해를 복구하는데 주력했고, 지금 제국은 태평성대는 아니지만 점차 예전의 활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무림맹주 직위는 무당파의 현성 진인이 맡게 되었다. 그리고 부맹주라는 새로운 직함을 만들어 그곳에 당휘란이 취임했다.
이렇게 오대세가와 구파는 이전보다 더 가깝게 교류하며 무림의 정세와 앞날에 대해 대비하고, 또 화합했다.
이곳은 서안에 위치한 작은 마을. 죽립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남궁미향은 익숙한 걸음으로 마을 외곽에 위치한 작은 집으로 들어갔다.
앞마당에는 커다란 토대가 있었는데, 마당에는 어린 아이들이 한데 모여 공을 차며 놀고 있었고, 토대 위에는 원숙한 외모의 한 여인이 깨끗한 천으로 매화가 그려진 장검을 닦고 있었다.
“련, 검을 놓은지가 언젠데 손질은 계속 하나봐?”
“언니!”
남궁미향을 발견한 홍련이 방긋 웃음지었다. 마찬가지로 남궁미향을 본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
“영(英), 서랑(曙浪), 여빈(呂彬). 잘 지냈어?”
호영, 호서랑, 호여빈. 다들 홍련의 자식이었다.
“영아. 이모 오셨으니 가서 차 내오렴.”
“네!”
“내가 가져다 드릴거야, 멍청아!”
아이들이 우당탕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던 남궁미향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홍련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애들이 커가면서 다들 아빠를 닮아가요. 에휴.”
“과연 그럴까······.”
지금이야 유해졌다지만 홍련의 옛 모습은 호야와 별반 다를것이 없었다. 남궁미향은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며 토대에 앉았다.
그때, 차를 내온 호영이 남궁미향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
“이모, 저랑 대련해주시면 안 돼요? 엄마 검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도저히 안 가르쳐주신다고 해서······.”
“영아. 이모 검술은 배우지 않는 게 좋아.”
“왜요?”
“무서운 검술이거든. 그래서 아무도 안 가르쳐줄거야.”
남궁미향은 호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를 만류했다.
호영이 실망하며 돌아가자, 홍련이 남궁미향에게 말했다.
“정말 창궁비천검의 대를 끊으실 생각이세요?”
“어차피 끊어졌던 검술이야. 지금같은 태평성대에 나와서는 더욱 안 되는 검술이고. 차라리 창궁무애검이 검술의 발전에는 더 도움이 될 거야. 참, 영이는 언제 남궁세가에 데리고 와. 검술을 배우려면 남궁세가만한 곳이 없으니까.”
“제가 왜 매화설향검을 안 가르치는줄 아세요?”
“검을 쥐면 위험한 일에 휘말리니까?”
“맞아요. 웬만하면 검 대신 붓을 들게 하고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후후.”
홍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호영의 성정은 무인에 어울렸다. 그녀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터였다.
홍련은 차를 홀짝이며 남궁미향에게 물었다.
“이번 강호행은 끝난 건가요?”
지난 십 년 동안, 남궁미향은 서소와 함께 강호를 돌며 협객행을 하여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지금은 남궁미향 홀로 세 번째 강호행을 마쳤다.
“응. 이제 제갈세가로 돌아가야지. 장 성주랑 같이 무영이한테 다녀오고 나서. 련이는 이미 갔다왔지?”
“네. 호야랑 며칠 전에 다녀왔어요.”
남궁미향은 홍련과 담소를 나누며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해가 질 때쯤, 남궁미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저녁이라도 함께 들고 가시지······.”
“장 성주가 기다려서. 다음에 또 올게.”
남궁미향이 집 문턱을 나서는데, 저 멀리서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를 지고 오는 호야의 모습이 보였다. 남궁미향은 웃으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호야. 얼굴 못 보고 가나 했어.”
“어쩐지 낮익은 기척이 느껴진다더니, 너였구나. 미향.”
호야와 남궁미향은 이제 친남매처럼 절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호야와 몇 마디를 나누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가볼게.”
“조심해서 가라.”
호야는 멀어져 가는 남궁미향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런 그의 곁으로 다가온 홍련이 입을 열었다.
“여전하시지?”
“그러게. 이제 슬슬 정착할 때도 되었는데······.”
“아직까지 그분을 잊지 못하신 거겠지.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분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시잖아.”
노을에 진 남궁미향의 그림자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호야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보고싶다. 두목님······.”
***
남궁미향과 장택산은 강무영의 묘에 들러 성묘를 마치고 내려왔다. 지강백은 낙양대전이 있기 전, 장택산에게 강무영의 뼛가루를 주며 양지바른 곳에 묻어달라 부탁했었다. 그리고 장택산은 평소 강무영의 성격까지 고려해 인적이 드문 곳에 그를 묻어주었다.
“가끔씩 그 사내의 농이 그리울 때가 있더군요. 허허.”
“저도요.”
장택산은 고령의 나이였지만 아직도 펄펄했다. 귀한 영약의 도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늘그막에 그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서소의 역할이 컸다.
푸른 하늘을 응시하며 그와 나란히 걷던 남궁미향이 물었다.
“문득 궁금하네요. 장 성주님은 알고 계시나요? 그이와 강 무사님의 관계에 대해서요. 그이가 말해준 적이 없어서······.”
“후후. 알다마다요.”
장택산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군신(君臣)관계, 둘도 없는 벗, 동료. 많은 단어가 떠올랐지만 그들의 관계를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강무영의 정체는 그 누구에게도 밝혀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강백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지강백이 강무영을 더 아끼고 소중히 했던 것이 아닐까? 홀로 환생해 사랑하는 신도들을 모두 잃은 그를 외롭지 않게 해줄 이는 강무영 뿐이었으니까.
장택산은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
“그분이 부인과 서소를 제외하고 가장 아끼는 사람일 겁니다.”
이 말밖에 강무영을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 씁쓸했다. 남궁미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였다.
“그의 곁에 강 무사님이 있어서 다행이로군요.”
“훌륭한 생을 살다 가셨습니다. 아마 저 위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계실 겁니다. 가끔 저희도 지켜보고 말이지요.”
남궁미향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물었다.
정말 날 지켜보고 있어? 제갈빈.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기던 도중, 남궁미향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어딜 가나 이런 놈들은 꼭 있다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풀을 헤치고 한 무리의 산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략 스무 명 정도로 보이는 그들은 장택산의 번쩍거리는 비단옷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이곳은 무리 적림채의 구역이다. 지나가려면 가진 것을 모조리 토해내고 가야 할······.”
그들의 시선이 이윽고 남궁미향에게 향했다.
남궁미향의 미모는 세월이 흘러 청초함 대신 원숙미가 더해져 있었다. 그들은 잠시 넋을 잃고 남궁미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싸늘한 눈빛에도 애간장이 달았다.
“그리고 옆의 계집년도 놓고 가거라. 고작 첩 하나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알몸으로 쫒겨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들은 남궁미향을 늙은 거부의 첩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장택산은 그들의 협박에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무림맹의 감시가 심해져서 산적들도 몸을 사린다는 말을 못 들었소이까? 겁도 없으시구려.”
“흥! 이 노인네가 감히 누굴 걱정하는 거야? 기회를 줄 때 여자와 옷을 놓고 썩 꺼지기나 해! 내 칼은 인내심이 길지 않아.”
“본래 힘이 없는 자들의 칼은 인내심이 길지 않은 법이지.”
차갑게 내뱉으며 남궁미향이 한 걸음 나섰다. 그녀는 가볍게 검지 손가락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다음 순간, 산적 한 명이 들고 있던 도신이 반으로 갈라져 땅에 떨어졌다. 산적은 깜짝 놀라며 절단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남궁미향의 경지는 어느새 검의 최상위 단계인 무검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촌구석의 산적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강호에서 그녀를 부르는 별호는 바로 검성(劍聖)이었다.
“이걸로는 부족한가?”
그녀가 한 번 더, 이번에는 좌에서 우로 손을 긋자 우측의 굵은 나무가 잘려나갔다.
“손에 피를 보고싶지 않은 날이니 도망갈 기회를 주마. 고작 여자 하나와 비단옷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그게 현명할 거야.”
방금 전, 산적들이 한 말을 그대로 돌려준 그녀였다.
산적들은 남궁미향의 시퍼런 눈빛에 겁에 질려 그대로 도망쳤다. 남궁미향은 장택산을 향해 어깨를 으쓱거렸고, 장택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더니, 이제 그분과 눈빛이나 말투가 아주 똑같으십니다. 허허.”
***
“엄마!”
제갈세가에 도착하자 서소가 한걸음에 달려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 열 여섯이 된 제갈서소는 어엿한 숙녀로 장성해 있었다.
푸른 경장에 검을 찬 서소는 등 뒤에 검고 긴 극(戟)을 들고 있었다. 아버지인 지강백의 유품, 파월강창이었다.
지강백이 죽은 후, 수하들이 그의 유품을 수습하려 파월강창을 들었으나 누구도 창을 들지 못했다. 구파의 수장들이나 호야, 홍련이 시도해도 소용없었다.
이에 남궁미향은 생각했다. 창을 들기 위해서는 일종의 자격 같은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마침 그의 딸 서소는 열 세 살이 된 해에 이미 강호의 유명한 무공들을 모조리 독해할 만큼 무공에 관한 이해력이 뛰어났고, 현경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 볼 수 있는 대자연의 기를 보는 재능까지 타고난 덕분에 열 여섯이 된 지금, 절정을 넘어 화경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곁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을 시킨 남궁미향의 도움이 컸다.
그녀는 열 다섯이 된 해에 낙양으로 향했고, 보란 듯 파월강창을 뽑아들었다. 그 뒤로 파월강창은 서소를 주인으로 받아들여 그녀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강호의 무인들은 파월강창을 휘두르는 모습이 아버지인 제갈빈과 쏙 빼닯았다 하여 소옥룡(小玉龍:작은 옥룡)으로 불렀다.
“서소가 요새 가문 무사들에게 인기가 엄청 많아요.”
서소와 함께 남궁미향을 마중나온, 무림맹 진법당을 맡고 있는 제갈경이 말했다. 서소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전 아버지보다 약한 사내에게는 관심 없어요.”
“······그 생각 바꾸는 게 좋을거야. 평생 독신으로 살기 싫으면. 하하!”
제갈경은 웃으며 남궁미향과 서소를 배웅했다.
***
집으로 가는 도중, 서소는 남궁미향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그거 알아요? 이 창, 요새 저한테 자꾸 말을 걸어요.”
“그래? 뭐라고 하는데?”
“음······. 그냥 이것저것? 제가 좋아하는 걸 묻기도 하고, 관심있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나 ······아! 그리고 엄마에 대해서도 물어봐요.”
“그거 참 신기하구나. 네 아버지의 창이니 어쩌면 특별한 무언가가 숨어있을 수도 있겠지. 잘 살펴보렴.”
“네. 그리고 어제는 그 말을 거는 사람의 얼굴도 보였어요.”
“그래? 어떻게 생겼는데?”
“검고 긴 머리에 검은 장포를 입은 사내인데, 얼굴이 엄청난 미남이였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동경을 보는데 저랑 눈이 똑같이 생겼더라구요!”
남궁미향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서소를 향해 물었다.
“눈이······똑같이 생겼다고?”
“네.”
“혹시 그 사람이 자기 이름을 얘기하지는 않았니?”
“아뇨. 그것까지는 잘······.”
서소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좋은 생각이 났는지 눈을 반짝거렸다.
“아! 그럼 지금 한 번 물어볼까요?”
서소는 등에 메고 있던 창을 빼서 손에 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남궁미향은 가만히 창과 서소를 응시했다.
“어어······말을 얼버무리는데요? 이런 적은 없었는데······.”
“그래도 물어봐. 혹시 이름이 제갈······.”
애가 탄 남궁미향이 서소를 채족할 때였다.
눈을 번쩍 뜬 서소가 당황하며 창을 끌어당겼다.
“어어? 왜이래?”
창은 서소의 손을 뿌리치고 어디론가 빠르게 날아갔다. 서소와 남궁미향은 당황하며 서로를 응시하다 창이 날아간 곳으로 달려갔다. 날아가는 속도는 빨랐지만 두 모녀의 속도는 그보다 훨씬 더 빨랐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멈춰선 곳은 도시의 외곽 뒷산에 위치한 작은 언덕이였다. 그곳에서는 도시의 정경과 노을이 한눈에 보여 서소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했다.
날아간 창은 언덕에 서 있는 한 사내의 손에 안착했다. 피풍의와 두건으로 몸을 가린 사내는 천천히 두건을 벗었다.
“어? 내가 본 그 사람이다.”
서소가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사내와 남궁미향의 눈이 마주쳤다. 남굼미향은 잠깐 멍하니 사내를 쳐다보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돌아왔구나······.”
“돌아왔어.”
지강백은 마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