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84)
“미치겠네. 회의는 언제 끝나는 거야.”
남궁진은 안절부절 못하며 중얼거렸다.
이곳은 남궁세가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외희전.
지금은 한창 가주와 원로들이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이러다 제갈 공자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난 어떡하지?”
가볍게 제압하는 선에서 끝나면 다행이다.
제갈빈에게 뭔 일이라도 생기면, 자칫 불똥이 이리로 튈까 염려스러웠다.
교관이 있으니 큰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 끝났다!”
의회전의 열리고 원로들이 나왔다.
남궁진은 한걸음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가주님!”
남궁진의 부름에 한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크고 호리호리한 체구에 흰 백발을 단정히 틀어올린 노인.
검처럼 날카로운 눈매와 연륜이 깃든 주름이 인상적이었다.
노인의 이름은 남궁천.
바로 남궁세가의 가주였다.
“내청주로군.”
남궁천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제갈 공자는 잘 모셔왔느냐?”
“저, 그게······.”
남궁진은 땀을 삐질거리며 열심히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남궁천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재미있구나. 제갈가 막내 공자에게 그런 면모가 있었을 줄이야.”
남궁진은 불안한 표정으로 남궁천에게 말했다.
“둘째 아가씨께서 혹여라도 거칠게 다루시지는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미향이가 애도 아니고. 어련히 알아서 잘 판단하겠지.”
남궁천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수염을 쓸며 말했다.
덕분에 환장할 것 같은 사람은 남궁진이었다.
제갈 가주 앞에서 안전하게 모시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는데!
“가주님. 아시다시피 둘째 아가씨의 성질이 포악······.”
‘포악하다’라는 단어를 순화해서 말하고 싶어도 마땅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벌써 그의 머릿속에는 피떡이 된 제갈빈의 얼굴이 그려졌다.
남궁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렇게 걱정되는가?”
“네!”
“알았다. 내가 한 번 가보지.”
“감사합니다!”
남궁진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천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걸음을 옮겼다.
***
남궁미향은 신중하게 상대방을 관찰했다.
비무장을 천천히 돌며, 자세를 바꿔나갔다.
‘단순한 공격은 먹히지 않아. 그렇다면, 일단 간을 좀 볼까.’
남궁미향은 일단 가볍게 검을 찔러넣었다.
휘익! 휙!
빠르고 간결한 검초가 펼쳐졌다.
‘오호라.’
지강백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검술을 펼치니 움직임이 확 달라졌다.
실전에서 익힌 움직임은 아니지만, 동작 하나하나가 막힘없이 유려하게 이어졌다.
분명 한 동작을 취하는 데 수없이 많은 연습을 반복했을 터였다.
“하압!”
목검이 가슴팍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지강백은 손바닥으로 검신을 튕겨냈다.
휘익!
남궁미향은 몸을 빙글 돌리며 반대쪽으로 공격을 가해왔다.
지강백은 씨익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천기미리보를 밟아 단숨에 남궁미향의 지척까지 근접, 그녀의 아랫배에 가볍게 장력을 날렸다.
투웅!
“크윽!”
남궁미향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뒷짐을 진 지강백이 말했다.
“명심하거라. 초식을 펼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남궁미향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강백을 노려보았다.
“잘난 척 하지 마. 비무는 이제부터야!”
남궁미향의 신형이 급격히 빨라졌다.
이번에는 검초를 바꾸어 더 강하고 맹렬하게 덤벼들었다.
‘이번에는 풍신환원공을 펼쳐서 막아본다.’
지강백은 천천히 구결을 운용하며 동작을 펼쳤다.
후웅! 훙!
그의 손바닥 끝에서 생성된 바람이 남궁미향의 검을 가볍게 튕겨냈다.
‘이럴 수가. 대체 왜 내 검이 안쪽까지 파고들지 못하는 거지?’
풍신환원공에 대해 알지 못하는 남궁미향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단지 손바닥을 펼쳐 흘려보낼 뿐인데.
무게도 실리지 않은 평범한 동작일 뿐인데.
마치 보이지 않는 바람의 장벽이 검을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일격에 승부를 보겠어!’
남궁미향의 눈빛이 달라졌다.
먼저, 허초를 섞어 지강백의 시야를 교란시킨 뒤, 암암리에 내력을 끌어모았다.
투웅!
마지막 허초로 지강백의 머리가 노출된 순간, 남궁미향은 안광을 빛내며 수직으로 검을 휘둘렀다.
창궁무애검법. 금강절심(金剛絶心) 초식이었다.
‘잡았다!’
남궁미향은 승리를 확신했다.
바로 그때였다.
딱콩!
지강백이 남궁미향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는 경악한 표정으로 뒷걸음질쳤다.
손가락에 맞은 이마가 얼얼했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고!’
분명 빈틈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지강백이 방비를 할 틈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마에 손가락을 튕기다니.
남궁미향은 허깨비라도 본 기분이었다.
“궁금한가?”
지강백은 손가락을 불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가 허초를 펼쳐 빈틈을 노린다는 건 진즉에 파악하고 있었다. 일부러 빈틈을 허용해줬지. 그리고 네가 움직이기 전, 반 박자 먼저 안쪽으로 파고든 것이다.”
지강백이 말했다.
“창궁무애검의 금강절심 초식은 허초 속에 일격을 날리는 초식. 허나 상대방이 미리 예측하고 있다면 매우 위험한 초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남궁미향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네가 어떻게 창궁무애검을 알고 있지?”
지강백은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창궁무애검에 대해 모를 수가 없었다.
친우였던 남궁천과의 대련에서 수도 없이 상대한 검술이었으니까.
당연히 금강절심 초식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오대세가의 비전 무공이라면 관심이 있어서 공부했다.”
“공부? 고작 그것만으로 내 초식을 쉽게 파훼했다고?”
“그래.”
남궁미향의 표정에서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믿을 수 없었다. 평생을 수련한 검이 이리도 쉽게 파훼되다니.
그것도 저딴 한량 공자에게 말이다.
“······이익!”
남궁미향은 이를 부득 갈며 달려들었다.
폭발하는 감정에 몸을 맡긴 움직임이었다.
쇄애액!
불안정한 검격이 지강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래. 이만 끝내자.”
파바밧!
지강백은 옷깃을 펄럭이며 양쪽 손을 내뻗었다.
남궁미향의 옷깃을 붙잡은 지강백이 풍신환원공의 구결에 따라 초식을 펼쳤다.
풍전등화(風前燈火).
그가 처음 펼쳐보는 초식이었다.
휘이잉!
지강백의 손끝을 파고 퍼진 돌풍이 남궁미향의 몸을 짓눌렀다.
남궁미향은 검을 놓친 채 비무장 바닥에 처박혔다.
“꺄악!”
남궁미향이 비명을 지르자, 지강백은 손을 거두었다.
그녀를 짓누르던 돌풍이 멎고, 주변이 잠잠해졌다.
“아가씨······.”
지켜보던 교관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남궁미향은 졌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수고했소.”
지강백은 교관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교관이 얼떨결에 같이 포권을 취할 때였다.
짝짝짝.
비무장 한쪽에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린 지강백의 눈이 부릅떠졌다.
‘남궁천!’
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강백은 이를 부득 갈며 주먹을 쥐었다.
‘드디어 만나는구나.’
빌어먹게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지강백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옛 친우를 마주했다.
‘네놈이 정녕 나를 배신했단 말이냐. 정녕!’
남궁천. 그는 대 정마대전이 시작되고 나서 가장 앞서 마교의 수하들을 베어넘겼다.
분명 화합을 위해 무림맹을 막고자 약조했으면서도.
무림의 앞잡이가 되어, 친우를 배신하고 명예를 쥐었다.
지강백은 그 때만 생각하면 손이 부르르 떨렸다.
만약 전생의 몸이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사지를 찢어버렸을 터였다.
이렇게 마주한 것이 그저 한탄스러울 뿐이었다.
‘냉정해져라, 지강백. 너는 지금 마교의 교주가 아니다. 한순간의 감정에 치우쳐 일을 그르칠 셈이냐.’
지강백은 떨리는 호흡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남궁천은 박수를 치며 감탄한 어투로 말했다.
“내 빈이 너를 어릴 적부터 보아왔지만, 무공 실력이 이리 정진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못 본 사이에 아주 일취월장해졌구나! 허허허.”
남궁천을 따라온 남궁진은 경악했다.
‘저, 정말로 제갈 공자가 아가씨를 이긴 거야? 진짜로?’
남궁진이 교관을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가씨께서 충격이 크시겠군.’
보라. 바닥에 쓰러진 채로 일어나질 못하고 있지 않은가.
패배로 인한 충격이 클 터였다.
‘제갈세가는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린 건가. 제갈빈 공자는 절대 연약한 병약공자가 아니다. 분명 뛰어난 무재(武才)임에 틀림없다!’
스윽.
남궁진은 남궁천을 힐끗 쳐다보았다.
제갈빈을 응시하는 남궁천의 표정에 경탄스러움과 만족스러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주는 제갈빈이 제법 마음에 든 듯했다.
“훌륭하다. 제갈빈.”
“······과찬이십니다.”
지강백은 이를 악물고 천천히 예를 갖춰 대답했다.
남궁천은 푸른 장포를 펄럭이며 비무장으로 올라갔다.
“향아.”
남궁천은 얼굴을 가린 채 쓰러져 있는 둘째 딸을 불렀다.
그러자 남궁미향은 벌떡 일어나 그대로 비무장을 나가버렸다.
‘울고 있었나.’
지강백은 분명 고개를 돌릴 때 남궁미향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음을 보았다.
하긴, 하늘이라 믿었던 곳이 우물 안이었다면 충격이 제법 클 터였다.
“대신 사과하마. 향이가 아직 철이 덜 든 모양이야.”
“저는 괜찮습니다.”
남궁천은 씨익 웃으며 지강백의 어깨를 토닥였다.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인사가 늦었구나.”
그는 지강백을 데리고 가주전으로 향했다.
***
남궁천은 지강백을 극진히 대접했다.
산해진미의 귀한 음식들을 대접하고, 귀한 술을 나열하며 음주를 즐겼다.
밤이 깊어지고, 술잔이 몇 순배를 돌았을 때였다.
“네가 보기에 미향이는 어떠하더냐.”
“네?”
“여자로서 말이다. 마음에 들더냐.”
지강백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술잔을 비우며 대답했다.
“천하제일미의 아내를 거절할 사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허허허! 하긴, 우리 미향이의 미색이야 가문의 자랑이지.”
쪼르륵.
남궁천이 지강백의 빈 술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향이는 강자를 존경한다. 그리고 무인으로서의 명예를 목숨처럼 중요시한단다.”
“······예.”
“듣자하니, 너와 혼약을 걸고 내기를 했다지?”
“가벼운 장난에 불과했습니다.”
“허나 미향이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거란다.”
술잔을 단숨에 비운 남궁천이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약조를 했으니, 혼약은 성사될 것이다.”
“······예.”
“무인으로서의 자존심과 고집으로 똘똘 뭉친 아이야. 네가 애를 좀 먹을 거다.”
남궁천은 흐뭇한 표정으로 지강백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딸아이를 잘 부탁하마.”
남궁천은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딸을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사실 그는 둘째 딸에게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그의 둘째 딸은 여자로 태어난 데다, 무공에 빠져 학문이나 정치와는 애초에 담을 쌓았다.
가문의 중책으로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아깝기도 했다.
그래서 결론은, 괜찮은 집안과의 혼인이었다.
제갈세가 정도라면 뭐,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말단이긴 해도, 어쨌거나 오대세가의 한 축이었으니까.
망나니 딸을 돌봐주는 정도로 딱 적당하게 여겼다.
‘제갈세가와의 혈연으로 올 이익도 계산을 해둬야겠군. 이걸로 강남에서 모용세가나 사천당가, 하북팽가의 입김을 좀 덜어낼 수 있겠어.’
남궁천이 한창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던 지강백의 눈빛이 차갑게 이글거렸다.
‘그래. 그렇게 방심하고 있거라. 내 반드시 네놈에게 배신의 대가를 치르게 할 터이니.’
지강백은 이 날을 똑똑히 기억해둘 생각이었다.
정체를 밝히고 복수를 하는 그날, 남궁천에게 알려줄 것이다.
이 날, 그가 자신의 손으로 원수를 불러들였음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기다려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지강백은 시린 눈빛으로 남궁천을 노려보았다.
***
밤이 깊어서야 남궁천은 지강백을 놓아주었다.
그는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마련된 처소로 이동했다.
‘오래 마셨더니 몸이 조금 찌뿌둥하네.’
백야무명심공의 운기로 인해 지강백의 몸은 술에도 취하지 않은 체질이 되었다.
몸에서 취기를 탁기로 판별, 알아서 배출해내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그는 어김없이 탁기를 배출했고, 시종들을 시켜 방을 치우게 했다.
화륵.
촛불을 키고 탁자에 앉은 지강백은 천천히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흑월만천심공의 효과로 내력이 빠르게 쌓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무리없이 절정에 들 수 있을 듯했다.
천마림에 가서 영약들을 보급하면 단시간에 화경에 다다르는 것도 가능했다.
‘그나저나, 확실히 괜찮은 무공이군. 풍신환원공.’
전생의 경험과 지혜가 있다지만, 그의 몸은 아직 절정에도 이르지 못한 몸.
그 몸으로도 절정에 다다른 남궁미향을 애 다루듯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
‘풍전등화 초식은 매우 쓸만한 초식이다. 다른 초식도 익혀두면 유용할 테지.’
지강백은 미리 챙겨온 풍신환원공의 서책을 살폈다.
다음 초식은, 바로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는 초식이었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 좋은 이름이군.’
이번에도 상대의 무장해제가 목적인 초식이었다.
특이한 점은, 바람을 여럿 일으켜 다수를 동시에 공격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번에는 한 명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와의 전투에 유용한 초식인 듯했다.
‘어디 한 번 볼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그가 서책을 넘길 때였다.
쾅!
방문을 박차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바로 남궁미향이었다.
그런데 어째, 상태가 이상했다.
얼굴색이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옷까지 풀어헤치고 있으니, 뭇 남성들의 심장을 뒤흔들 정도로 고혹적이었다.
‘비무할 때까지는 멀쩡하더니, 왜 저러는 거야?’
지강백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술?’
얼마나 마셔댔는지 코끝이 찡할 정도였다.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별도 없이 어쩐 일인가.”
“기별은 개뿔.”
남궁미향은 피식 웃으며 방문을 닫았다.
이미 취할 대로 취한 듯했다.
지강백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지금 그대의 무례를 지적하고 있는······.”
지강백은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거침없이 다가온 남궁미향이 지강백의 옷깃을 붙잡고 쓰러뜨린 것이다.
그녀는 위에서 지강백을 쏘아보며 말했다.
“어차피 결혼할 사이인데, 상관 있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