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
쉬익! 쉬이익!
커다란 연회장을 순식간에 검은 무복의 검객들이 가득 채웠다.
지강백은 내공을 끌어올리며 바람을 일으켰다.
풍신환원공의 시작이었다.
“풍월(風月).”
지강백이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콰앙!
응집된 바람이 폭발하듯 터졌다.
“크아악!”
“으악!”
충격에 휘말린 무사들이 피를 흘리며 튕겨 나갔다.
허나 그것도 잠시, 검은 파도가 지강백을 덮쳤다.
“몰아붙여!”
채챙! 챙! 채채챙!
검날이 부딪히고 허공에 불똥이 튀었다.
한 차례 밀려드는 검격을 막아 낸 지강백.
그는 몸을 빙글 돌림과 동시에 원을 그리며 검을 휘둘렀다.
휘이이이잉!
날카로운 칼날의 회오리가 대전을 휩쓸었다. 풍신환원공 도검류. 질풍신뢰(疾風迅雷) 초식이었다.
풍신환원공의 초식들 중에서도 특히나 살상에 특화된 초식.
칼바람에 휩쓸린 무사들의 전신이 처참하게 찢겨 나갔다.
대전은 순식간에 시체와 혈향으로 가득 찼다.
“후우.”
지강백은 한 차례 숨을 골랐다.
아직 숫자는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쉴 틈을 주지 마라! 몰아붙여!”
“으아아!”
무사들이 성난 이리처럼 달려들었다.
지강백은 손바닥을 펼쳐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먹을 쥠과 동시에 허공에 대고 짧게 주먹을 끊어 쳤다.
파앙! 파아앙!
주먹에서 터져 나온 권풍이 달려드는 무사들에게 적중했다.
“으악!”
“주, 중심이!”
바람에 적중한 무사들이 중심을 잃고 형편없이 나뒹굴었다.
바람에 맞은 적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초식.
풍신환원공. 음풍농월 초식이었다.
“뭣들 하고 있는 것이냐! 상대는 고작 하나다!”
“한꺼번에 달려들어라!”
부하들이 속절없이 당하고 있자 간부들이 나섰다.
촤악! 촤아악!
달려드는 무사들을 베어 낸 지강백이 냉소를 지었다.
“그래. 피차 간단하고 좋군.”
지강백은 단전에 힘을 주어 더욱 내공을 끌어올렸다.
휘잉. 휘이잉!
홍매검의 칼날을 타고 섬뜩한 바람 소리가 울렸다.
“풍속(風速)-강(强).”
철컥.
홍매검을 검집에 넣은 지강백이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빛살과 같은 속도로 발검(拔劍)했다.
쿠오오오오오!
이제껏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폭풍이 터져 나왔다.
폭풍은 대전을 말 그대로 초토화시키며 치솟았다.
풍신환원공. 일난풍화(日暖風和) 초식이었다.
검을 휘두른 지강백의 머리와 옷깃이 미친 듯이 휘날렸다.
“끄아악!”
“으아악!”
파천문도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폭풍은 맹렬한 기세로 율강목에게 짓쳐 들었다.
“이익!”
율강목은 내력을 끌어올려 장도로 폭풍을 후려쳤다.
콰앙!
방향을 바꾼 폭풍이 대전의 벽면을 뚫고 사라졌다.
후웅.
마침내 악몽과도 같던 폭풍이 지나가고, 지강백은 고고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아주 잠깐이지만 전생의 기억을 회상했다.
수많은 결전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의 감각.
마치 고향집에 돌아온 듯 그리운 기분이었다.
‘남은 숫자는 얼마 없군.’
지강백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남은 파천문의 간부들이 손을 덜덜 떨었다.
몸은 본능적으로 물러서라고 경고를 날렸다.
그들은 지강백의 등에서, 흉포한 맹수를 보았다.
“흑살대(黑殺隊)!”
가만히 지켜보던 율강목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등 뒤에서 죽립을 쓴 무사들이 나타났다.
율강목의 직속 호위대인 흑살대였다.
그 실력은 최소 일류에 준하는 실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율강목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지강백을 노려보았다.
지강백은 그 순간에도 간부들을 처리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린 애송이가 제법 설치는군. 슬슬 맥을 끊어야겠다.”
“존명.”
흑살대가 잔상을 남기며 지강백의 주변에 착지했다.
지강백은 검을 늘어뜨린 채 놈들을 쭉 훑어보았다.
실력은 황룡대보다 한 수 아래였다.
당연했다. 황룡대는 천유성이 키워 낸 무인들이다.
즉, 지강백에게는 진지하게 상대할 가치조차 없었다.
“쓸데없이 무게 잡지 말고 덤벼라. 같잖은 것들.”
“······!!!”
눈을 부릅뜬 흑살대가 지강백에게 쇄도했다.
지강백은 피식 웃으며 검을 수평으로 길게 세웠다.
그리고 몸을 빙글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쿠오오오오!
다음 순간, 칼날을 타고 참격의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일난풍화 초식을 응용한 공방일체의 초식.
풍신환원공. 제월광풍(霽月光風) 초식이었다.
“크······ 으아악!”
“말도 안······ 으악!”
흑살대원들과 간부들이 속수무책으로 폭풍에 휩쓸렸다.
그들이 내지른 도검은 수천 개의 파편으로 조각나 흩어졌다.
콰아아앙!
용오름은 천장을 뚫고 솟구쳤으며, 흑살대원들 또한 전신에서 피를 내뿜으며 공중으로 솟구쳤다.
쿵! 쿠웅!
공중에 멈춘 흑살대원들이 낙엽처럼 힘없이 떨어졌다.
지강백은 바람을 갈무리하며 길게 숨을 내뱉었다.
“요새 후학들은 영 형편없군그래.”
이제 남은 적은 파천문주 율강목. 한 명뿐이었다.
율강목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엉망진창이 된 연회장을 응시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땐,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파천문의 비상을 코앞에 두고 네까짓 놈에게 발목을 잡히다니······.”
우우우웅!
율강목의 전신에서 불길한 기운이 일렁였다.
“네놈의 사지를 찢어 젓갈을 담가 버리겠다.”
지강백은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말만 번지르르해서는. 그저 안쓰러울 따름이군.”
“끝까지 내 성질을 건드리는구나. 그 낯짝, 어디 저승에 가서도 똑같을 수 있을지 보자.”
율강목이 장도를 세우며 검기를 발현했다.
불길한 사도의 내공이 담긴 기운이 칼날을 타고 치솟았다.
그와 반대로, 지강백은 검기를 갈무리하며 검을 내렸다.
그러자 율강목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제 와서 포기하겠다는 것이냐?”
“천만에.”
지강백이 말했다.
“새로운 무공을 연습해 볼 좋은 기회 아닌가.”
지강백은 풍신환원공을 넣어 두고 새로운 무공을 꺼냈다.
한때 검신으로 불렸던 서태조의 무공.
청룡신공과 월인대신검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실전에서 써 보는 건 처음이라 미리 양해를 부탁하지. 부디 오래 버텨 다오.”
우우웅!
지강백의 전신에서 푸른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풍신환원공의 바람과는 다른, 또 다른 기운이었다.
“한때 적이었던 사내의 무공을 펼치니 기분이 이상하군.”
지강백이 청룡신공의 구결을 운용하자 그의 단전을 타고 푸른 용의 형상이 전신을 휘감으며 나타났다.
율강목은 흠칫하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지강백이 서늘한 냉소를 지어 보였다.
“도망치게?”
“······!!!”
그 순간, 율강목의 이성이 뚝, 하고 끊어졌다.
그의 전신에서 내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죽여 버리겠다!”
콰앙!
율강목이 바닥을 박차며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검붉은 내력을 두른 그는 피에 젖은 혈랑처럼 보였다.
광기에 미쳐 용에게 달려드는 정신 나간 늑대 말이다.
콰아앙!
지강백의 홍매검과 율강목의 쇄순이 격돌했다.
절정의 내력이 충돌하며 일으킨 기파가 터져 나왔다.
두 무사의 머리카락과 옷깃이 미친 듯이 흩날렸다.
“하압!”
투쾅!
율강목이 기합을 내지르며 지강백을 튕겨 냈다.
묵직한 충격을 흘려보내며, 지강백이 바닥에 착지했다.
율강목은 짐승 같은 울음을 토해 내며 재차 달려들었다.
콰앙! 콰아앙!
율강목의 장도가 떨어질 때마다 기의 폭발이 터졌다.
율강목은 그대로 지강백을 밟아 죽일 듯 밀고 들어왔다.
바로 그때, 검을 비튼 지강백이 사선으로 검을 휘둘렀다.
매우 간결한 동작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일검이었다.
촤악!
율강목의 비단옷 가슴팍 부분이 부욱 잘려 나갔다.
흠칫하며 몇 걸음 물러난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강백은 검을 한 차례 빙글 돌리며 말했다.
“완전히 맛이 간 줄 알았는데, 제법이군.”
“건방진 놈!”
율강목은 보법을 펼치며 지강백의 뒤를 잡았다.
그는 장도를 매섭게 휘두르며 도기를 쏟아 냈다.
다섯 갈래로 나뉜 도기가 지강백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의 도법인 흑살도법의 절기, 귀살격(鬼殺擊)이었다.
지강백은 날아드는 도기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몸을 휘감은 청룡이 울음을 토하며 쏘아져 나갔다.
카캉! 카가강!
율강목이 날린 도기는 지강백이 날린 청룡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상대방의 공격을 모조리 튕겨 내는 방어 초식.
청룡신공, 항룡유회(亢龍有悔) 초식이었다.
후웅!
지강백은 그대로 천기미리보를 펼쳐 율강목에게 짓쳐 들었다.
퍼퍽! 퍽!
지강백은 주먹과 발차기로 율강목을 가격하며 뒤 차기로 가슴팍을 걷어찼다.
“컥!”
뒤로 주욱 밀려난 율강목이 이를 부득 갈며 도기를 쏘았다.
지강백은 침착하게 홍매검을 휘둘러 도기를 모조리 튕겨 냈다.
“이놈!”
바닥을 박차고 공중에 솟아오른 율강목이 장도를 내려찍었다.
지강백은 재차 청룡신공을 펼치며 검을 위로 올려쳤다.
콰앙!
또다시 충격파가 터졌다.
바로 그때였다.
율강목의 멱살을 움켜쥔 지강백이 청룡신공을 펼쳤다.
지강백은 용의 손톱처럼 손을 꼬아 쥐고 그대로 율강목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청룡신공, 용문점액(龍門點額) 초식이었다.
쩌엉!
율강목의 입에서 검붉은 핏덩어리가 쏟아졌다.
그는 한참을 날아가 바닥을 구르다 벽에 처박혔다.
“쿠에엑!”
율강목은 피를 토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내력으로 몸을 보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내력이 진탕된 듯했다.
그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럴 리 없다. 절정의 경지에 든 나를, 이 율강목을 이렇게 간단히 압도할 리가 없어!’
율강목은 핏발이 선 눈으로 지강백을 응시했다.
지강백은 오만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상대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를 바라보듯.
율강목은 그 순간, 죽음보다 더한 굴욕을 맛보았다.
“날 그렇게 바라보지 마라······.”
율강목의 목소리가 부르르 떨렸다.
그는 지강백에게서 흑무림맹주를 보았다.
한없이 고고한, 절대자의 모습을.
그 앞에서 자신은 한없이 나약한 벌레가 된 기분이었다.
다시는 상기하고 싶지 않은 기분을, 율강목은 느꼈다.
“날 그렇게 바라보지 말란 말이다!”
율강목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사혈(死穴)들을 짚었다.
직후, 율강목의 눈과 피부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목숨을 버리는 대신, 일시적으로 내력을 증폭시킨 것이다.
사혈을 연 자는 최후에 주화입마에 걸려 고통스러운 죽음을 맡게 된다.
율강목은 지강백을 저승길 동무로 삼고자 작정한 것이다.
드드드득!
바닥이 떨리고 대기가 진동했다.
검붉은 불꽃에 뒤덮인 율강목이 쇄순을 집어 들었다.
“나와 함께 가자!”
율강목이 바닥을 박차고 지강백에게 쇄도했다.
그와 동시에, 불꽃을 휘감은 쇄순도가 날아들었다.
흑살도법의 절기, 파극일도(波極一刀)였다.
쩌저정!
검과 도가 부딪힌 곳에 거대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콰득!
지강백이 디딘 바닥이 움푹 들어갔다.
율강목은 더욱 힘을 주어 검을 밀어냈다.
붉게 물든 그의 눈빛에서 광기가 이글거렸다.
반면, 지강백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최후의 발악이 고작 동귀어진인가?”
“클클클. 후회해 봐야 늦었다.”
율강목은 그대로 지강백을 베어 버릴 작정이었다.
바로 그때, 지강백의 전신에서 푸른 용의 형상이 다시 생겨났다.
용은 지강백의 어깨를 타고 천천히 칼날을 휘감았다.
용의 머리가 율강목을 향해 천천히 아가리를 벌렸다.
“무인의 긍지가 쥐꼬리만큼이라도 있었다면, 끝까지 무인답게 덤볐어야지.”
쿠오오오.
지강백의 전신을 감싼 불꽃이 어느새 대전을 가득 채웠다.
율강목 따위는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 거대한 불꽃이었다.
거대한 불꽃을 바라보는 율강목의 눈빛에 절망이 서렸다.
“사라져라. 한심한 놈.”
지강백은 진각을 밟으며 호쾌한 일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쏘아져 나간 용이 율강목을 휘감았다.
콰아앙!
그대로 날아간 율강목이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율강목은 쇄순과 함께,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청룡신공, 비룡재천(飛龍在天) 초식이었다.
“서태조. 네 무공은 잘 받았다.”
검을 집어넣은 지강백이 천천히 대전을 나섰다.
그날, 장사를 주름잡던 파천문이 멸문당했다.
한 사람에 의해.
***
파천문이 사라지자 황금성은 엄청난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풍부한 자금과 장택산의 인맥을 동원한 천궁상단은 금세 호남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강호인들은 황금성의 재건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새로이 재건한 황금성이 한 인물을 자발적으로 후원하고자 나선 것이다.
그의 정체는 제갈세가의 막내공자 제갈빈.
용봉지회에서 조태염을 격퇴한 그 사내였다.
“뭐라고?”
보고를 받은 진광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황금성은 무림맹에서도 특히나 꺼려하던 곳이었다.
흑무림맹과 함께 황금성을 몰락시킨 장본인이 바로 무림맹인 까닭이었다.
황금성이 무너진 이후, 다시는 강호에서 그 이름을 듣는 일이 없을 줄로만 알았는데.
그보다 더 놀라운 소식은, 황금성을 재건시킨 가장 큰 원인이 제갈빈에게 있을 수도 있다는 보고였다.
“수하들에게 정보를 모은 결과, 장사 파천문 휘하 세력들을 제갈빈 공자가 격퇴시킨 걸로 밝혀졌습니다.”
장사 파천문. 들어본 적 있었다.
호남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흑도 세력이 아닌가.
거기다 파천문주 율강목은 노련한 절정의 고수였다.
그를 비롯한 파천문의 세력을, 홀로 격퇴했단 말인가!
진광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제갈 공자. 이건 자네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인가?’
작은 이무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청룡이었다.
진광현은 그 즉시 천유성에게 보고하기 위해 일어섰다.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어두운 대전에 정적이 감돌았다.
이곳은 운남 흑무림맹의 맹주전.
맹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황금성 재건과 파천문의 멸문.”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한 사내가 중얼거렸다.
호랑이 가죽을 깐 화려한 의자에 앉은 사내는 매우 위엄이 있고 거대한 기백을 내뿜고 있었다.
“또한 이전 용봉지회에서 혈랑대를 격파.”
그 말에 우측 대열에 나란히 시립해 있던 혈랑대주 조태염이 움찔거렸다.
그는 대역을 핑계 삼아 사형을 면했지만, 임무 실패와 더불어 흑무림맹에 큰 모욕을 입힌 대가로 팔 한쪽을 잃은 채였다.
“이 모든 일들이 한 사내에게서 일어났단 말이지.”
사내는 재미있다는 듯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이름은 마태룡.
강호 무림의 뒷세계를 지배하는 흑무림맹의 맹주였다.
“간만에 재미있는 소식이로군.”
마태룡은 조태염을 향해 천천히 팔을 뻗었다.
직후, 조태염이 허공에 번쩍 매달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목을 붙잡힌 듯, 조태염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컥컥거렸다.
스윽.
마태룡은 손을 까딱였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조태염이 중앙으로 나왔다.
그는 숨을 쉬지 못해 괴로워하며 버둥거렸다.
“컥! 컥!”
“간만에 재미있는 유희가 생겼다.”
마태룡은 들고 있던 팔을 내렸다.
그러자 조태염이 바닥에 꼬꾸라졌다.
“명령을 내리겠다.”
“컥! 컥! 하, 하명하십시오······.”
“제갈빈을 내 앞으로 데려와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말이다. 만약 이것마저 실패할 시, 이번에는 네놈이 무림맹에 끌려갈 것이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조태염은 바짝 엎드리며 절을 올렸다.
마태룡은 턱을 괸 채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 보니, 강남에서 본맹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세력이 제갈세가와 남궁세가였던가?”
조태염은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본맹의 강남 장악을 위한 연극의 1막이 열리겠군. 첫 장은 제갈세가의 유망한 막내공자의 죽음이다.”
***
지강백은 마침내 제갈세가로 돌아왔다.
정문에는 가주 제갈현을 비롯해 가문의 중책들이 전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심지어 1공자 제갈권과 2공자 제갈탄을 비롯한 경쟁 세력까지 모두.
돌아오던 길에 그 광경을 목격한 지강백은 폭소를 터뜨렸다.
“크하하! 장관이 따로 없군.”
이미 강호 전역에 소문이 쫘악 퍼져 있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제갈세가의 신예 고수, 제갈빈.
용봉지회의 활약상과 더불어 황금성을 끌어들인 일까지, 지강백이 그간 해 온 행보는 어느새 정파 무림의 위상을 드높인 사건이 되어 있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그를 칭찬하고, 그를 주목했다.
더불어, 제갈빈의 차후 행보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과연 제갈세가의 다음 가주는 누가 될 것인가?
지금까지는 당연한 결과로 1공자 제갈권을 예상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유력한 가주 후보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막내공자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강백은 마차에서 내렸다.
동시에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쏟아졌다.
황금성의 후원은 과거 그들의 권력을 떠올렸을 때 결코 가볍지 않은 업적이었다.
그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해냈으니, 당연히 기특할 수밖에.
지강백은 환호와 박수 소리를 한껏 즐기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빈아. 이 아버지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제갈현이 지강백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광경을, 진휘란과 현소향이 일그러진 얼굴로 쳐다보았다.
지강백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습니다.”
“아니다. 아주 장한 일을 해내었는데 부끄러울 것이 뭐가 있겠느냐? 이걸로 우리 가문은 한층 더 비상할 것이다.”
제갈현은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마침 시기도 적절하게 잡혔으니, 크게 연회를 열까 한다.”
“네? 무슨 시기를 말씀하시는지······.”
“뭐냐니? 당연히 네 혼례 말이다.”
지강백은 제갈현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깜빡했다. 제갈빈에게 혼약자가 있었다는 것을.
지강백은 예상치도 못하게 도착하자마자 혼례 준비를 하게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