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6)
영산에 도착한 지강백은 일행을 풍조객잔에 묵게 하고 홀로 영산을 올랐다.
천마림에 들어선 그는 본격적으로 화경에 들어설 준비를 시작했다.
‘예전처럼 몸이 부서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군.’
이미 제갈빈의 육체는 영약을 능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졌다.
멀쩡히 보관되어 있는 영약들을 둘러보던 지강백은 연꽃이 그려진 병을 꺼내들었다.
천마림에 든 영약들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희귀한 영약.
바로 공청석유였다.
공청석유는 대자연의 음기와 양기를 가득 품고 있는 깊은 동굴에서 오랜 세월 농축된 액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한 방울이 만들어지는 데에 수십 년이 걸리며, 마시기만 하면 수십 년이 넘는 내공과 생기를 얻을 수 있는 전설의 영약.
지강백이 화경을 넘는 데에는 과분할 정도로 귀한 물건이었다.
지강백은 차가운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공청석유를 들었다.
뚜껑을 따자 청량한 냄새가 코끝을 타고 머리를 감쌌다.
병 안을 들여다보니 보석처럼 빛나는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꿀꺽.꿀꺽.
지강백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병을 싹 비웠다.
진귀한 영약을 단숨에 마셔버리는 모습을 강호인들이 봤다면 그 자리에서 졸도했을 것이다.
지강백은 빈 병은 바닥에 내던지고 가부좌를 틀었다.
화악!
한 차례 폭발이 터지듯 그의 몸에서 밝은 광채가 터져 나왔다.
“흐읍!”
이전에 대환단을 흡수할 때와는 달랐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는 듯한 기묘한 느낌.
지강백은 익히 알고 있는, 대자연의 기를 접하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이군. 이 기분.’
지강백은 미소를 지으며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직후, 지강백의 전신에서 황금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지랑이는 곧 지강백의 머리 위에서 연꽃의 형태를 띄었다.
화경의 경지를 넘는 자들에게 열리는 천화난추(天花亂墜)의 현상이었다.
그 순간, 지강백은 자신이 화경에 들었음을 깨달았다.
“후우.”
금빛 아지랑이가 사라지고 지강백이 천천히 눈을 떴다.
검은색 눈동자에 짧은 순간 금빛 정광이 번쩍였다가 사라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지강백이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스릉.
홍매검을 뽑아든 지강백이 검에 내력을 주입시켰다.
우우웅!
연녹색 검기가 주욱 솟았다. 지강백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러자 아지랑이처럼 전신을 두른 기운이 액체처럼 꿈틀거리며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강기(罡氣).
기의 최종단계라 할 수 있는 화경의 상징.
지강백은 강기를 홍매검에 주입시켜 보았다.
꾸물거리던 강기가 검날을 감싸듯 피어올랐다.
유형화된 기가 검을 감싼 형태.
검기의 경지를 넘어선 검강(劍罡)이었다.
가볍게 시험을 끝낸 지강백이 홍매검을 집어넣었다.
이걸로 화경의 경지까지는 어찌저찌 올라섰다.
그러나 아직 배신자들을 상대하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지금 제석천의 혼을 얻는다면?’
그런 생각을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신중해야 한다. 지강백은 아직 자신이 완벽히 제석천의 혼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지 못했다.
만약 제대로 혼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지강백은 조급함에 섣부른 판단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잠깐 벽력마제의 관을 쳐다본 지강백이 시선을 돌렸다.
무공서적이 가득한 곳으로 걸음을 옮긴 그는 서적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향이에게 가르칠 무공으로는 뭐가 좋을까······.”
한참을 뒤적이던 지강백은 낡은 무공서적 하나를 꺼내들었다.
첫장을 넘기자 무공의 이름이 유려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염제신공(炎帝神功).
한때 최강의 낭인으로 불렸던 설검영(雪劍英)의 독문무공이자,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극양의 무공.
남궁미향의 내력 속성 또한 양기의 기운을 더 많이 품고 있었다.
또 염제신공은 최상승의 무공이니도 하니, 익히게 된다면 필시 지금보다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해질 터였다.
‘이걸로 하자.’
염제신공의 서적을 품에 넣은 지강백은 각종 신병이기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잠깐 무구들을 둘러보던 지강백의 걸음이, 한 곳에서 멈추었다.
‘이건······.’
검은 묵빛의 얇은 갑주였다.
교룡갑(蛟龍鉀).
전설 속 교룡의 비늘과 천잠사 실로 만든 갑주로, 도검불침에 충격 흡수가 뛰어난 최상의 보구였다.
극히 희귀한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라, 강호 전역을 뒤져도 몇 벌 없는 물건.
교주 후계자 시절에도 암습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교룡갑을 입었던 적도 있었다.
“마침 잘 됐군. 아직까지는 몸을 사려야 하니 입는 편이 좋겠어.”
촤르륵!
지강백은 교룡갑을 그 자리에서 바로 착용했다.
얇은 갑주가 몸에 달라붙으며 근육을 감쌌다.
마치 얇은 피부를 덮은 듯 착용감이 매우 좋았다.
그 위에 겉옷을 입고 장포를 걸친 지강백이 걸음을 돌렸다.
“이제 슬슬 내려가볼까.”
남궁미향에게 먹일 영약도 미리 챙긴 지강백은 만족스러운 걸음으로 영산을 내려왔다.
***
제갈세가로 돌아온 지강백은 이전과 다르게 집안에서 자신을 대하는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눈치챘다.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던 제자들이 일제히 예를 갖추지를 않나, 원로원의 장로들이 자신을 보는 눈빛도 달라져 있었다.
“소문이 쫙 퍼진 덕분이겠지.”
저녁을 먹던 남궁미향이 말했다.
“무당파 현운 진인의 명성은 강호에서도 제법 유명하거든. 그런데 당신이 그 사람을 꺾었으니 화경에 근접한 경지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고.”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전까지는 당신의 능력에 대해 한 점의 의심을 가진 사람들도, 이제는 완전히 인정한 거야.”
“그렇군.”
지강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미향이 그에게 물었다.
“소가주 경합이 언제라고 했지?”
“내년 쯤으로 기억하는데.”
“얼마 안 남았네. 당신의 목표에 가까워질 날도.”
지강백은 차를 마시며 대답했다.
“아니. 소가주가 되면 1공자 측이나 2공자 측에서 더 집요하게 나를 위협할 거다. 소가주 자리에 올라섰다고 해도 죽는다면 소용없을 테니까.”
“골육상쟁도 마다않는다라······좀 섬뜩하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자리이니까. 당신도 알텐데.”
“나야 뭐, 가주 자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그래?”
지강백이 남궁미향은 응시하며 말했다.
“가주 자리에는 욕심이 없어?”
젓가락을 내려놓은 남궁미향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와 다르게 나랑 운 오라버니는 같은 혈육이야. 그리고 난 무인으로서 평생을 살고 싶지, 굳이 가주 자리에 묶이고 싶지는 않아.”
이걸로 아내의 마음을 또 한 번 확인했다.
그녀가 가주 자리에 욕심을 가졌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을 듯했다.
“그래. 알았어.”
남궁미향은 지강백의 안색을 살피며 얼른 덧붙였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 오라버니도 당신에게는 우호적이고, 나 역시 당신이 가주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까. 원한다면 우리 가문의 힘을 빌릴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
“그래. 당신 말대로 처가의 힘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올 거야. 부탁할게.”
“물론 가주 자리에서 밀려난다고 해도, 우리 집에서 살면 되니까 상관없고.”
“그럴 일은 없을거다. 하하.”
편안한 분위기 속 식사를 끝낸 지강백이 말했다.
“중요한 일은 지금부터야. 무복으로 갈아입고 마당으로 나와.”
***
아내를 데리고 마당으로 나온 지강백이 품에서 목함을 꺼내 내밀었다.
“받아.”
“이게 뭐야?”
목함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한 남궁미향이 깜짝 놀라 물었다.
“영약이야?”
“그래.”
지강백은 목함 안에 든 붉은 환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적사(赤蛇)의 내단이다.”
청적쌍사(靑赤雙蛇)라는 영물이 있었다.
빛이 닿지 않는 깊은 동굴 속에 수백 년 이상 사는 그들은, 죽기 전까지 속에 내단을 품고 산다고 전해진다.
당연히 수백 년의 기운을 응축시킨 쌍사의 내단은 각각 극음과 극양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지강백이 가져온 것은 그 중 극양의 기운을 담은 적사의 내단이었다.
“이걸 복용하면 단숨에 절정을 넘어설 수 있을 거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던 남궁미향이 조심스레 물었다.
“이런 귀한 걸 대체 어디서 난 거야?”
“황금성주에게 부탁해 특별히 구했다.”
남궁미향은 아내이지만, 그녀에게도 천마의 비밀은 말해줄 수 없었다.
문득, 지강백은 그녀가 자신이 천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졌다.
“그렇구나. 역시 황금성의 능력은 대단하네.”
다행히 남궁미향은 순순히 믿는 눈치였다.
“황금성주에게서 네가 익힐만한 무공서적도 따로 구해놓았어. 기존에 익혔던 남궁세가의 무공과 차별된 것이니 익히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남궁미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가부좌를 튼 그녀는 내단을 입에 물고 눈을 감았다.
지강백은 그녀의 뒤에 앉아 흡수를 도와줄 준비를 했다.
“시작하자.”
“알았어.”
남궁미향이 입에 문 환단을 삼켰다.
그러자 환단은 물처럼 녹아 금세 혈관을 타고 퍼졌다.
직후, 남궁미향의 전신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뜨거워······몸이 불타버릴 것 같아!’
마치 혈관에 용암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고통에 신음하던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아악!”
“집중해!”
지강백은 즉시 그녀의 등에 손을 대고 활공을 시작했다.
후끈거리는 기운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어느새 그녀의 몸에서는 뜨거운 김이 샘솟기 시작했다.
남궁미향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의 입술이 찢어지고 피가 흘러내렸다.
-절정의 벽을 넘는 것은, 오로지 너에게 달렸다.
지강백이 전음을 보내왔다.
-할 수 있다. 너는 강한 사람이니까.
남궁미향은 그 말에 깊이 안도했다.
제갈빈의 목소리는 묘한 믿음을 주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믿음과 확신을, 그녀는 믿어보기로 했다.
우우웅!
내력이 일주천을 돌고 단전에 들어왔다.
그 순간, 단전이 터져나갈 듯 팽창했다.
“허억!”
남궁미향의 몸에서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허공에서 꽃잎의 형상을 띄었다.
삼화취정.
드디어 남궁미향이 절정의 경지에 든 것이다.
“성공이군.”
지강백은 한숨을 쉬며 손을 떼었다.
***
다음 날, 지강백은 가주전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했다.
남궁미향은 새로 오른 경지에 적응하느라, 참석할 겨를이 없었다.
해서 지강백은 호야에게 그녀를 맡기고 홀로 참석하게 되었다.
“빈아.”
“형님. 오래간만입니다.”
제갈권이 들어오자 지강백이 일어나 예를 갖췄다.
제갈권은 지강백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수씨는 어디 있는 것이냐? 안 보이는구나.”
“아아, 몸이 좋지 않아 함께 오지 못했습니다.”
지강백은 짧게 한숨을 쉬는 제갈권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놓고 한숨을 쉬어?
이놈도 다른 동생들 못지않게 색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분노가 치솟았다.
“빈. 남궁 소저가 아프다고?”
고개를 돌리자 제갈경이 보였다.
“아프면 의원을 부르지? 내가 보내줄까?”
“아닙니다. 단순 몸살 정도로 보여서 푹 쉬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아, 그런데 진법 공부는 언제 할 거야? 그동안 네가 통 밖으로만 돌아다녀서 많이 밀렸다고.”
“아아, 그렇군요.”
제갈권은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어색한 몸짓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나중에 봐.”
“알겠습니다. 제가 찾아뵙죠, 누님.”
제갈경이 가고 나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던 지강백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얼굴들을 마주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입니까.”
3공자 제갈민과 4공자 제갈소. 2공녀 제갈지가 서 있었다.
지강백은 턱을 괴며 나른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이전과 다르게 한껏 거만한 말투였지만, 그들은 예전처럼 언성을 높이지 못했다.
그동안 지강백은 수많은 업적을 세워 명성이 높아졌고, 이전 무당논검대회의 소문으로 화경에 든 최강의 후기지수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었다.
자신들보다 한참 밑이라고 생각했던 막내가 사실 용이었으니, 당황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했다.
“아, 그러고 보니 두분은 한 달 뒤에 무림학관에 견습생으로 입학하신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비웃는 듯한 지강백의 표정에 두 공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무공이면 무공, 학문이면 학문.
두 공자는 명문가의 자제인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낮은 성과를 보였고, 가주 제갈현은 대비책으로 두 사람을 무림학관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약관을 훌쩍 넘긴 나이에 무림학관이라니, 조금 부끄럽긴 할 것이다.
앞으로 2년 동안은 이놈들의 얼굴을 볼 일이 없을 것 같아 지강백은 후련한 기분이었다.
“몸 조심히 다녀오시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제가 황금성을 동원해서라도 부족함 없이 보내드릴 테니까.”
“너, 너 이 새끼······!”
더는 참지 못한 제갈민이 부들거렸다.
이 자식은 아직 제정신을 못 차린 듯했다.
그나마 정신을 차린 제갈소가 그를 붙들고 고개를 저었다.
잠시 주춤거리던 제갈민은 결국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이전까지는 모자란 막내 갈구는 재미로 살았을텐데, 조금 미안하긴 하다.
“둘째 누님.”
“으응? 왜, 왜?”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제갈지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둘째 형님이 보이지 않는데, 어디 계십니까?”
“어? 아아······탄 오라버니는 이번에 유송상단의 호위를 맡아서 상행에 나가계셔.”
유송상단은 제갈세가에서 후원하는 거대 상단 중 하나였다.
제갈탄이 제갈권에 비해 사람 다루는데 능하고 상단 일에도 제법 능력이 있다는 말은 이미 들었다.
아무래도 경험을 쌓기 위해 호위를 맡은 듯한데······.
제갈권은 몰라도, 이 사내는 조금 경계할 필요가 있을 듯했다.
우직하게 다가오는 자들은 항상 위협이 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회의가 시작되고, 시간이 조금 흘렀을 때였다.
“······해서, 조정에 보내는 예물의 양을 조금 늘리도록 하겠소. 품목과 양은 총관이 추려서 내게 보내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바로 그때, 대전의 문이 벌컥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제갈세가의 다섯 기둥, 오당(五黨) 중 한 곳인 정보당의 일원이었다.
그는 땀범벅이 된 상태로 대전을 둘러보며 크게 외쳤다.
“큰일 났습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정보당주 유희연이 물었다.
“무슨 일이냐.”
“그, 그것이······.”
침을 꿀꺽 삼킨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상행을 끝내고 돌아오던 유송상단과 둘째 공자님께서······흑무림맹의 습격을 받으셨다는 보고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