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9)
지강백의 차가운 눈빛이 진양공을 향했다.
진양공은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이를 악물었다.
“멀뚱히 쳐다보고 뭐해?”
쩌엉!
지강백이 날린 주먹이 진양공의 안면에 처박혔다.
손바닥으로 주먹을 막은 진양공이 주욱 밀려났다.
지강백은 가볍게 손을 털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한때는 마태룡의 시종 노릇이나 하던 놈이, 많이 성장했군.’
진양공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지강백이었다.
조태염과 마찬가지로 이자도 어엿한 대주 자리에 올랐다.
확실히 세월이 흐르기는 한 모양이다.
지강백이 진양공을 상대하는 동안, 남궁미향은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이끌고 청사대를 측면에서 기습했다.
절정의 경지에 익숙해진 남궁미향은 전장을 누비며 청사대원들을 베어넘겼다.
저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그럼. 이쪽도 시작할까?”
“건방떨지 마라. 도련님.”
진양공이 손을 털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단칼에 목을 쳐주마.”
후웅!
단숨에 지강백의 지척까지 쇄도한 진양공이 동시에 다섯 번의 검격을 날렸다.
그가 익힌 청사검법의 절기, 유수태검(流水颱劍)이었다.
검을 휘두른 직후, 진양공은 눈살을 찌푸렸다.
‘없다! 베는 감각이 없어!’
바로 그때, 지강백의 신형이 그의 뒤에 나타났다.
천기미리보를 펼쳐 검격을 피한 것이다.
“확실히 우수한 검술이군. 청사검법인가?”
“네가 그걸 어떻게······!”
“안다. 검술을 고안할 때에 내가 도움을 많이 줬으니까.”
“!”
지강백의 말은 사실이었다.
청사검법의 창시자는 마태룡.
그가 청사검법을 창시할 때, 그의 옆에서 조언을 건네주었던 사람이 바로 전생의 지강백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진양공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애써 동요를 숨기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후웅! 훙!
또 다시 진양공의 검격이 허공을 갈랐다.
지강백은 옷깃을 펄럭이며 진양공의 뒤로 이동했다.
“화경에 들었다고 했나? 글쎄다. 내가 보기에는 한참 부족한 것 같은데. 검술은 노련하나 움직임, 반응 면에서 한참 떨어진다. 화경이라 부를 수 없는 실력이다.”
“이런 개자식이 어디서 설교를!”
진양공의 내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붉은 검기를 생성한 진양공이 신형을 여러 개로 나누며 사방에서 공격을 가해왔다.
실제와 잔상이 어지러이 뒤섞이며 지강백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청사검법, 비련연무(悲戀演舞) 초식이었다.
‘피할 곳은 없다. 어디 한 번 막아봐라!’
바로 그때였다.
철컥.
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지강백이 무릎을 굽히며 발검(拔劍)의 자세를 취했다.
우우웅!
그의 전신에서 푸른 기운이 솟기 시작했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의 지강백이 진양공을 응시했다.
“월인대신검.”
추캉!
발검과 동시에 한 줄기 섬광이 번쩍였다.
푸른 달빛이 쏟아지는 검격을 모조리 베어냈다.
동시에 반월을 그리며 쏘아져 나간 검기가 진양공을 덮쳤다.
“헉!”
진양공은 기겁하며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검격을 피했다.
간신히 바닥에 착지한 진양공이 손가락으로 목을 메만졌다.
분명 피했는데도 목에서 피가 베어나오고 있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한 검기였다.
‘이 검술은 대체 뭐야?’
후웅.
검을 늘어뜨린 지강백이 천천히 호흡을 다스렸다.
‘처음 실전에서 써보는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감각이군.’
그가 펼친 검술은 바로, 검신 서태조의 월인대신검이었다.
검의 극의를 지향하는, 강호 전체를 통틀어 최상의 검술.
일검에 담긴 날카로움과 파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방금 전의 일격은 월인대신검의 가장 기본적인 초식.
월인대신검, 참월(斬月) 초식이었다.
“전력을 다해 덤벼라. 네놈도 검사라면 말이다.”
지강백의 싸늘한 말에, 진양공이 이를 부득 갈았다.
곧 그의 전신에서 유형화된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놈을 자세히 살펴보던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강기? 하지만 뭔가 어설퍼.’
지강백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놈, 화경에 들었다고 했지만 아직 벽을 넘어서지 못했음에 틀림없었다.
그 증거로, 기운이 액체의 형태를 띄긴 했지만 강기 특유의 압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즉, 놈은 화경에 오른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말, 땅을 치며 후회하게 해주지.”
진양공의 칼날에 서린 검기가 액체처럼 꾸물거리며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검강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어설픈 겉보기에 불과했다.
‘재미있군.’
지강백은 냉소를 지으며 진짜 강기를 일으켰다.
그의 전신에서 푸른 검강이 주변을 밝히고 피어올랐다.
진양공의 가짜 검강과는 격이 다른, 주변을 압도하는 기운이었다.
“미친 새끼. 저 나이에 벌써 화경이라고?”
진양공은 경악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흔히 무인들에게 화경은 지고의 경지로 불린다.
물론 그 위에 현경과 생사경이 있긴 했지만, 전설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 다들 그 위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진양공은 겉으로 경지에 오른 척 연기를 하며 청사대의 대주 자리에 올라섰다.
그런데 자신이 노년의 나이에 들어서도 오르지 못한 지고의 경지를, 저 사내는 약관의 나이에 올라섰다.
재능의 차이인가? 아니면 영약? 다른 무언가가?
뭐든 상관없다.
저 사내는 저대로 놔두면 대책없는 괴물로 성장할 터였다.
진양공은 그런 새싹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검사로서의 열등감과 질투심이, 눈앞의 사내를 죽이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오늘! 여기서 네놈의 싹을 짓밟고 말겠다!”
선공은 진양공의 공격으로 시작되었다.
쇄애액!
한껏 자세를 낮춘 진양공이 지강백의 하체를 쓸어갔다.
청사검법, 청파일섬(靑波一閃) 초식이었다.
타탓!
지강백은 바닥을 박차고 공중으로 피했다.
바닥을 쓴 가짜 검강이 지면을 가르며 폭발을 일으켰다.
쾅! 콰아앙!
칼질 한번에 주변 지형이 바뀌고 나무가 잘려나갔다.
확실히 가짜 검강이라고 해도 검기보다는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쥐새끼처럼 피하기는!”
진양공은 몸을 빙글 돌리며 재차 연격을 날렸다.
쾅! 콰과광!
지강백은 천기미리보를 펼쳐 요리조리 공격을 피했다.
진양공은 지강백의 움직임을 예측해 단숨에 쇄도했다.
채채챙!
그가 휘두른 검을, 지강백이 마주 검을 휘둘러 막아냈다.
칼날을 맞댄 두 검사가 한 차례 힘겨루기를 했다.
진양공이 히죽거리며 지강백을 조롱했다.
“겨우 이것뿐이냐!”
“설마.”
우우웅!
지강백의 홍매검이 한 차례 검명을 터뜨렸다.
칼날을 비튼 지강백이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쉬잉! 쉬이이잉!
섬뜩한 절삭음을 내며 푸른 검강이 휘몰아쳤다.
어지러운 참격이 폭풍처럼 허공을 베었다.
월인대신검, 화용월태(花容月態) 초식이었다.
푸풋!
진양공의 팔과 다리에서 피가 튀겼다.
그는 기겁하며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막았는데도 베이고, 피해도 베인다. 한 번의 참격에 들어가는 반경이 대체 얼마나 넓은 거냐!’
진양공은 일단 정면으로 파고들기를 포기했다.
기로 몸을 보호한다고 해도 분명 도륙날 터였다.
타다다닷!
진양공이 몸을 돌려 숲으로 들어가자, 지강백이 쫒았다.
두 사내는 어두운 숲속을 헤치며 추격전을 펼쳤다.
“어딜 가느냐.”
바닥을 박찬 지강백이 공중에서 검강을 쏘아보냈다.
진광현은 가짜 검강을 내쏘아 공중에서 요격했다.
쾅! 쾅쾅쾅!
한 차례 충격파가 터지며 산 전체가 우르르 진동했다.
지강백은 나뭇자기를 디딤 삼아 진양공에게 쇄도했다.
“더럽게 끈질긴 놈이군!”
진양공은 하는 수 없이 맞서 싸웠다.
채챙! 채채채챙!
한 차례 매서운 검격이 주변을 휩쓸었다.
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고, 허공에 불똥이 튀었다.
진양공의 가짜 검강이 지강백의 진짜 검강에 형편없이 밀려났다.
풋! 푸슉!
진양공의 허벅지와 팔뚝에 연달아 피가 튀었다.
진양공은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젠장!”
콰앙!
반월을 그리며 날아오는 검강을 피한 진양공이 숨을 헐떡였다.
‘참격의 반경도 문제이지만 날아드는 경로가 불규칙적인 것이 가장 문제야. 보고 피하기에는 늦어 감각으로 피할 수밖에 없어. 마치 수십 명의 검사가 사방에서 동시에 검을 휘두르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 이길 수 없다.
진양공은 기운을 끌어모아 초식을 펼쳤다.
“하압!”
그의 주특기인 쾌속의 참격이 쏘아져 나갔다.
지강백은 검을 휘둘러 가볍게 공격을 분쇄했다.
채챙! 채채챙!
또 한 차례 검강이 터지며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후웁!”
“후우.”
각자 호흡을 고른 두 검사가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
캉! 카가가강! 카가강! 카강!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듯 격렬한 공방이 펼쳐졌다.
검격이 사방으로 튕겨나가며 숲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어느새 두 사람이 있는 주변에는 풀조차 남지 않았다.
‘여기서 사활을 걸겠다!’
단전의 힘을 모조리 끌어모은 진양공이 필살의 초식을 펼쳤다.
파파파파파팟!
길게 늘어난 검이 수십 갈래로 늘어나며 짓쳐들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우를 보는 듯했다.
청사검법 오의, 비천유성뢰(飛天流星雷) 초식이었다.
“죽어라!”
지강백은 날아드는 검격을 응시하며 검을 쥐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피가 빠르게 혈관을 내달렸다.
긴장감이 끓어오르는 이 기분. 오랜만이었다.
‘강한 검사와의 싸움이 얼마만이던가. 즐겁구나.’
진양공은 현생에서 만난 검사들 중 가장 강했다.
칼날이 부딪히는 박동이 기분 좋은 건 오랜만이었다.
지강백은 그 답례로, 빠르게 끝을 내주기로 마음먹었다.
후웅! 후우웅!
지강백은 몸을 빙글 돌리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한 차례 대기가 진동하며 수백 번의 칼질이 빈틈없이 허공을 베어나갔다.
월인대신검, 오우천월(吳牛喘月) 초식이었다.
진양공이 날린 회심의 초식은 지강백의 검격에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검격은 그대로 뻗어나가 진양공의 전신을 가차없이 베어넘겼다.
촤아악!
진양공이 들고 있던 검과 옷이 마구 잘려나갔다.
진양공의 전신에서 검붉은 핏물이 치솟았다.
“크아악!”
후두둑.
핏물이 분수처럼 흘러내렸다.
진양공은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진 건가? 내가 당한 것인가?’
그는 손을 벌벌 떨며 손잡이만 남은 검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앞에, 누군가의 신발이 보였다.
고개를 들자, 달빛을 등진 한 사내가 있었다.
‘제갈빈.’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 사내란 말인가.
진양공은 입술을 부르르 떨며 피를 흘렸다.
“나쁘지 않은 싸움이었다. 비록 화경에 들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그곳에 들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물결처럼 잔잔한 목소리였다.
진양공은 바다처럼 깊은 지강백의 눈을 응시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경이로운 사내다. 마치 맹주님처럼.’
그는 한 사람의 검사로서 제갈빈이라는 사내를 존경했다.
지강백은 진양공의 목에 검을 겨누며 그에게 물었다.
“마태룡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그가 원하는 것이 정녕 정파 세력과의 전쟁인가?”
진양공은 고개를 저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분은······당신에게 관심이 많으시니 조심하시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이것뿐······.”
어차피 그에게서 무엇을 알아낼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지강백은 미련 없이 검을 들어 단칼에 진양공의 목을 쳤다.
최선을 다해 싸운 검사에 대한 마지막 예의였다.
털썩.
목을 잃은 몸뚱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목을 들고 일어선 지강백이 걸음을 옮겼다.
***
지강백은 청사대주의 목을 보여주며 청사대원들을 굴복시켰다.
지휘관을 잃은 청사대원들은 곧장 물러서며 산을 내려갔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검을 휘두르던 남궁미향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숨을 헐떡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했어.”
“수고했다. 열심히 싸웠구나.”
지강백은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독려한 뒤, 화살에 폭죽을 달고 허공에 쏴 연시환에게 신호를 보냈다.
‘막내 공자님께서 성공하셨구나!’
아래에서 암룡대 잔당을 상대하던 연시환이 쾌재를 불렀다.
동시에 패배를 직감한 암룡대원들이 우르르 도망치기 시작했다.
연시환은 그들을 굳이 뒤쫒지 않고 부대를 이끌어 산 위로 올라갔다.
그 사이 유송상단의 사람들은 부상자와 사망자를 확인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뒤늦게 올라온 중소문파의 병력과 제갈세가의 무사들이 합심해 사태를 수습하기에 나섰다.
물론 제갈세가에 사람을 보내 무사함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친 곳은, 없어?”
“난 괜찮아.”
지강백은 깨끗한 천으로 남궁미향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소문파의 무사들이 속닥거렸다.
“저 분이 그 제갈세가의 막내 공자이신······.”
“옆은 남궁세가의 여식이니 맞는 것 같네.”
“정말 부대를 이끌고 몸소 구원하러 온 거야?”
“믿을 수가 없군. 명문가의 도련님이 굳이 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심지어 청사대주의 목을 베었다고 하지 않은가. 무예 실력이나 인품이나 존경할 만한 분이야.”
지강백은 걸음을 옮겨 제갈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침 치료를 받고 있던 행수가 황급이 그를 맞았다.
“막내 공자님!”
행수는 지강백의 앞에 엎드리다시피 하며 말했다.
“막내 공자님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다 죽었을 겁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흐흑······.”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일어나시지요.”
지강백은 행수를 다독이며 제갈탄에게 다가갔다.
제갈탄은 상처가 심각해 마차 위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그의 상처를 살피던 지강백이 의원에게 물었다.
“둘째 형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치명상은 넘겼으나 검상이 깊으니 충분히 요양을 취해야 합니다.”
그때, 제갈탄이 눈을 뜨며 신음을 흘렸다.
지강백은 그의 안색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으으…..빈? 빈이냐?”
“빈 맞습니다. 형님.”
“적들, 적들은 어찌 되었느냐?”
“전부 해치웠으니 안심하세요.”
“그, 그들을 네가 해치웠단 말이냐? 정녕?”
제갈탄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는 허공을 쳐다보며 한 차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내 지강백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게 은혜를 입었다.”
“형님. 움직이지 마십시오. 검상이 벌어집니다.”
“네가 적장을 해치우고 우릴 구원했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와 유송상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겠지. 내 힘으로는 해낼 수 없는 것을, 네가 해낸 것이야.”
“……..”
“네가 나보다 더욱 유능하다는 것을, 이렇게 깨닫게 되는구나.”
제갈탄은 씁쓸한 표정을 삼키며 말했다.
“굳이 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큰형님을 보아라. 아마 형님께서는 내가 죽는 것을 바라고 계실 것이다. 그래야 자기가 가주 자리에 한결 수월하게 오를 수 있을 테니까.”
“형님······.”
“허나 너는 목숨이 위험한 이곳에 직접 달려와 나를 구했다. 그게 사실이야.”
제갈탄이 손을 뻗어 지강백의 팔을 잡았다.
“빈아. 나는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내 보잘것없는 힘으로 우리 가문을 이끌 수는 없다는 것을. 내가 가주가 된다면 우린 남궁세가나 흑무림맹에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큰형님이 가주가 된다 해도 마찬가지. 하지만 너라면······너라면 천하제일가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제갈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 영향력을 네게 넘기겠다.”
“······정말입니까?”
“반응을 보니 역시 너도 가주 자리를 노리고 있었군.”
제갈탄이 헛웃음을 흘렸다.
“아깝긴 하지만 그 병신같은 형님에게 넘어가는 것보다 능력 있는 동생에게 가는 것이 나아. 가문이 무너지는 꼴은 볼 수 없으니까.”
“그건 그렇지요.”
“빈말이라도 겸손은 안 떠는구나.”
“사실이니까요. 어차피 형님이 물러서지 않으셨다고 해도 가주자리는 제가 올라섰을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넌 너무 달라졌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지강백은 미묘한 눈빛으로 제갈탄을 응시했다.
자신이 환생하지 않았다면, 가주자리는 아마 이자에게 넘어갔을 것이다.
능력도 있고, 객관적인 판단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욕심을 포기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지강백은 이번 일로 제갈탄이라는 무기 하나를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의 뜻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물론 제가 가주 자리에 올라가도 형님의 외가 쪽이나 형님 세력도 여전히 자리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요.”
“그 얘기는 차차 하도록 하자. 지금은 힘들구나.”
“아, 그렇군요. 그럼 쉬십시오. 당분간 이 근처에서 치료하며 요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강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가주 자리를 포기한다고 선언했지만, 억울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충분히 마음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 줄 아량은 충분히 있었다.
“아얏! 아파 죽겠다고! 살살 좀 해!”
“덩치는 산만해서 무슨 엄살이 이렇게 심해? 가만히 좀 있어봐!”
지강백은 후련한 발걸음으로 호야와 남궁미향에게 다가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