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14)
“너, 적당히 나불거려라.”
지강백의 눈에서 불꽃이 이글거렸다.
시퍼런 분노의 감정이 그대로 터져나왔다.
지강백은 제갈세가로 들어오는 길에 처참히 쓰러져 있던 시체들을 떠올렸다.
죽는 순간까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검을 놓치 않은 시체들.
눈조차 제대로 감지 못한 채 죽은 그들의 모습에, 지강백은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깊이 감명받았다.
제갈빈으로 환생한 이후, 단 한 번도 자신이 진짜 제갈세가의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지강백은 처음 자신이 아닌 제갈빈으로서 분노했다.
그 순간 지강백은 인정해야만 했다.
조금씩이지만 자신이 제갈빈의 삶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그렇지 않다면 분노할 일 또한 없었을 테니까.
“제갈빈! 너와 한 번 싸워보고 싶었다.”
화운사신은 반가운 듯 내력을 끌어올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화운사신이 연달아 허공에 주먹을 끊어치자, 매서운 권강이 터져 나왔다.
쾅! 콰과광!
권광이 주변 건물들을 모조리 분쇄시키며 내원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지강백은 천기미리보를 펼쳐 화운사신의 권강을 요리조리 피했다. 천기미리보의 사용이 능숙해질수록, 이제 지강백을 잡을 수 있는 공격은 거의 없었다.
“움직임이 제법이군. 간결하고 빨라.”
지강백은 마찬가지로 강기를 끌어내며 권강을 피해 화운사신에게로 쇄도했다.
후우우웅!
지강백의 신형이 한 순간 바람으로 변해 원을 그리며 순식간에 그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음!”
화운사신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직후, 지강백의 검격과 화운사신의 권격이 동시에 쏘아져 나갔다.
쩡! 쩌저정! 쩌엉!
칼날과 주먹이 부딪히는데 폭탄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 격전을 지켜보던 연시환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후웅!
화운사신이 내지른 권격이 지강백의 아래에서부터 턱을 노려왔다.
퍼퍽!
지강백은 고개를 비틀어 권격을 피함과 동시에 발차기로 화운사신의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이 자식······.”
미간을 좁힌 화운사신이 진각을 밟으며 쌍장을 내지르려 했다.
그러나 지강백이 한 발 빠르게 몸을 움직여 화운사신의 망토 자락을 붙잡고 그대로 화운사신의 몸을 뒤집어버렸다.
풍신환원공, 풍전등화 초식이었다.
콰앙!
거꾸로 바닥에 처박힌 화운사신이 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눈을 치켜뜨며 매서운 발차기로 지강백의 가슴팍을 가격했다.
지강백은 발차기가 가슴팍에 닿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홍매검으로 방어했다.
퍼퍽!
뒤로 날아간 지강백이 바닥에 착지하며 자세를 잡았다.
가볍게 몸을 푼 화운사신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대단해. 화경의 경지에 오른 것도 놀라운데 검기가 상당하게 단련되어 있잖나. 이정도면 조태염이 당할 만도 하다. 확실히 그분께서 관심을 두실 가치가 있는 놈이었군.”
화운사신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제갈현의 검으로 향했다.
“네 아비보다 네가 훨씬 낫구나. 네 아비는 상대하기 지겨울 정도로 형편없는 무공의 소유자였는데 말이다.”
화운사신은 냉소를 지으며 지강백을 도발했다.
무공실력이 강하다 하나, 과연 정신력까지 강할까?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한 순간의 감정 동요가 곧 패착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스윽.
고개를 돌려 제갈현의 검을 바라본 지강백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분명 옛날에 내가 똑같이 네게 해준 말이었던 것 같은데. 화운사신.”
“······뭐?”
“기억나지 않는 거냐? 팔 년 전, 운남 옥룡설산에서. 마태룡과 함께 있던 내게 당돌하게 찾아와 결투를 신청했었지 않은가. 용기가 가상해 목숨은 붙여줬었지.”
“!!!”
화운사신의 표정이 처음으로 당혹감에 물들었다.
일순, 그는 이전에 있었던 과거 하나를 회상했다.
운남 옥룡설산.
눈이 내리던 새하얀 설산 위에서, 화운사신은 처음으로 무력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제법 괜찮군. 그 나이에 화경의 경지에 오른 것도 놀라운데, 권격이 상당히 묵직해. 이정도면 내 호위대장과도 좋은 상대가 될 듯하군. 확실히 마태룡이 관심에 두고 기를 만한 좋은 재목이다.
검은 흑룡포를 휘날리며 한 자루의 창을 쥔 사내.
마교의 교주로 군림하던 사내는, 그렇게 씻을 수 없는 패배의 굴욕감을 심어주었다.
‘괴물이었다. 그는 신이었다.’
주먹이 몸은 커녕,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그의 창이 움직였을 때, 죽음이 보였다.
그 순간, 화운사신은 거대한 태산을 마주했다.
‘다시는 기억속에서 꺼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에 화운사신은 이를 갈았다.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주었던 그 사내는, 자신이 아닌 무림맹주의 손에 죽어버렸다.
그렇게 머릿속 깊숙이 넣고 지내왔던 그 기억이, 다시금 깨어난 것이다.
“대체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냐.”
화운사신이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력이 실린 목소리라 울리는 것만으로 공기가 부르르 떨렸다.
“어차피 말해줘도 믿지 못할 것이다.”
지강백은 물처럼 잔잔한 눈빛으로 검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내가 이 말을 해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네놈에게 그때와 마찬가지로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주기 위함이다.”
우우웅!
지강백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강기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멀리서 그 광경을 보던 제갈세가의 세 고수와 연시환이 목청을 높여 외쳤다.
“해치워버려라! 제갈빈!”
터엉!
지강백은 강기를 몸에 두른 채, 바람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 박력에 한순간 주춤거린 화운사신은 이를 부득 갈며 맞서 강기를 끌어올렸다.
“건방진 놈.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주마.”
쩌엉!
쩌저저정!
무지막지한 기운이 쏟아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화운사신이 일으킨 권강이 지강백을 찍어누르면, 어김없이 권강을 가르고 푸른 검강이 화운사신을 후려쳤다.
“네놈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쩡! 쩌엉!
한 차례 격돌로 홍매검을 튕겨낸 화운사신이 그 틈을 타 강기를 끌어모으며 절기를 발출했다.
“흑성포효(黑星咆哮)!”
절정고수조차 애를 먹는 운무진을 단번에 파괴했던 기술.
검은 기파가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지강백을 덮쳐왔다.
바로 그 순간!
푹! 푸슉!
화운사신의 가슴팍과 어깨, 허벅지가 베이며 피가 튀었다.
경악하며 눈을 부릅뜬 화운사신이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지강백의 신형이 화운사신의 뒤로 이동해 있었다.
‘어느새······!’
조금도 움직임을 읽어내지 못했다!
화운사신은 피를 지혈할 생각도 못한 채 뒤로 물러났다.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지 않았나.”
검을 가볍게 휘둘러 피를 털어낸 지강백이 싸늘히 중얼거렸다.
화운사신은 이를 부득거리며 물었다.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내가 너보다 빨랐다. 단지 그뿐이다.”
풍신환원공. 강상풍월주인(江上風月主人).
지강백이 직접 고안해 낸 초식으로, 광속의 이동과 베기를 동시에 이뤄내는 기술이었다.
단,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정신력을 크게 소모시킨다는 단점이 있었다.
‘허나 내 정신은 생사경에 들었던 경지의 그것. 고작 이 따위 기술에 흔들리지 않는다.’
화운사신은 일순 당황했으나, 노련한 고수답게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놈의 공격은 눈으로 보고 잡으면 늦는다. 그렇다면 거대한 일격으로 방어에만 전념하게 해주지.’
화운사신이 내력을 일으켜 허공에 휘두르니, 거대한 회오리가 주변을 휩쓸었다.
연격으로 초식을 펼치려던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멸룡난파(滅龍亂波).”
휘오오오!
검은 회오리가 지면을 휩쓸며 다가왔다.
지강백은 자세를 바꾸며 검강으로 회오리를 막았다.
그 틈을 노리고, 화운사신이 재차 공격을 가했다.
“다신 네놈에게 공격할 기회 따위 주지 않겠다.”
파파파파파팟!
화운사신의 주먹에서 터져 나온 불꽃의 덩어리들이 지강백을 덮쳐왔다.
열화붕권(烈火鵬拳).
화마진을 깨뜨린 무수한 권강의 폭격이었다.
스걱! 퍼퍼퍽!
지강백은 침착하게 검을 휘둘러 강기의 덩어리들을 베어냈다.
그러나 화운사신은 이미 다음 절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똑같은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이게 바로 진짜 결과다. 네놈이 처참하게 쓰러지는 결과.”
화운사신의 주먹에 검은 아지랑이가 모여들었다.
“폭렬진권(爆裂震拳).”
화운사신의 주먹이 포탄처럼 쏘아지며 지강백의 명치를 노려왔다.
지강백은 바람을 일으켜 강기의 막을 생성했다.
콰아아앙!
강기의 막이 산산히 부서지며 충격이 파고들었다.
지강백의 무복이 갈가리 찢겨나가며 교룡갑이 드러났다.
교룡갑이 충격을 흡수한 덕분에 지강백은 멀쩡했다.
‘제법 좋은 호신갑을 입고 있군. 허나, 이번에는 고작 상처 따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화운사신은 바닥을 박차고 공중에 떠올랐다.
손바닥을 허공에 펴자, 거대한 강옥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점점 거대해진 강옥은 어느새 마당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커졌다.
전장에 있던 모두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경악에 빠졌다.
제갈세가의 세 고수들이나 연시환은 압도적인 광경에 들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을 정도였다.
‘저 정도의 강옥이 지상에 떨어진다면······.’
‘제갈세가는 분명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피하기에도 이미 늦었다.
모두의 눈빛에 절망의 감정이 일렁였다.
“보아라. 압도적인 절망감을. 제갈빈, 결국 넌 누구도 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강백은 태양처럼 빛나는 강옥을 응시하며,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그의 눈빛에서는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강옥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만이 가득했다.
그 눈빛과 자세에 동요한 것은 오히려 화운사신 쪽이었다.
‘뭐지? 대체 왜 의연할 수 있는거냐. 설마 네놈도 강옥을 생성해 받아칠 셈인가? 아니야. 그럼 결과는 동귀어진인데, 놈의 눈빛에서는 죽음을 앞둔 모습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화운사신은 이상하게 분노가 치솟았다.
감히 자신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저 눈빛. 태도. 목소리.
그 모두가 마치 환영처럼 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한평생 바라보기만 했던, 마치 태양과도 같던 그 사내.
‘천마, 지강백.’
그래서 화운사신은 더욱 제갈빈이라는 사내의 존재를 지우고 싶었다.
그래서 지강백에게 향한 복수심과 열망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는 강옥을 든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며 소리쳤다.
“내 눈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라,”
만천멸광(滿天滅光).
화운사신이 가진 최강의 기술이 발현되었다.
쿠구구구구구-.
집채만한 강옥이 마치 운석처럼 하늘을 가리며 떨어졌다.
모두가 죽음을 직감한 그 순간에도, 지강백은 여전히 덤덤한 눈빛으로 강옥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베고, 찌르고, 튕겨내고, 터뜨려도 전부 죽는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경우에 넣지 않고 받아쳐서 화운사신을 소멸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
말은 쉽지만 어떻게 해낼 것인가.
검신의 무공으로도 이것은 불가능했다.
청룡신공으로 터뜨려도 죽는다.
월인대신검으로 베어내도 죽는다.
‘허나 풍신환원공은 애초에 제압을 목적으로 한 무공. 이 무공이라면 가능하다.’
그렇다.
지강백은 바로 지금, 풍신환원공의 오의로 강옥을 받아칠 생각이었다.
후웅.
지강백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한 치의 흐트럼 없이 검을 휘둘렀다.
검끝에서 피어오른 바람은 눈을 깜빡이자 돌풍이 되었고, 또 한 번 눈을 깜빡이자 거대한 폭풍이 되어 아래에서 휘몰아쳤다.
휘이이이이잉!
거대한 소용돌이를 발견한 화운사신은 광소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푸하하하! 고작 생각해낸 것이 바람이냐? 그걸로 뭘 할 수 있을까. 결국 넌 거기까였던 것이다. 지강백은 무슨. 고작 그것뿐이었던 것이야.”
그러나 곧, 화운사신의 웃음은 잦아들었다.
아래로 떨어지던 강옥이 폭풍에 휩쓸려 화운사신이 있는 쪽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깜짝 놀란 화운사신이 버둥거리며 소리질렀다.
“뭐, 뭐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제갈빈!”
지강백은 긴 숨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풍신환원공의 오의는, 흐름을 뒤트는 것. 오의에 도달한다면 검기도, 검강도, 심지어 강옥조차도 되돌리지 못할 것은 없다.”
바람은 강하고 맹렬하기도 하지만, 유연하며 부드럽기도 하다.
화운사신이 날린 강옥은 무언가에 부딪혀 반사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되돌아간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센 격류에 휘몰아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강옥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애초에 조금의 충격이라도 받았다면 그대로 대폭발을 일으켰을 터였다.
풍신환원공 오의. 호마의북풍(胡馬依北風).
지금껏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절기가, 마침내 발현되었다.
“이, 이이익!”
화운사신은 발악을 하며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그러나 강옥을 내쏜 직후라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심지어 거센 격류에 휘말려 아래로 떨어질 수조차 없었다.
“그럴 리가 없다. 내가 죽을 리가 없어. 이 화운사신이! 흑무림맹의 지존인 내가! 이런 쓰레기같은 세가에서 죽을 수는 없단 말이다-!”
지강백은 그의 발악을 잠재우듯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잔상에 사로잡혀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구나. 그저 외면했을 뿐. 여전히 너는 그 자리 그대로였다. 실망이군.”
“!”
“나 지강백에게 너는 그저 쓰레기였을 뿐이다.”
“!!!”
그 순간, 화운사신은 제갈빈이 정말 지강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또 당신에게 당하고 마는 건가.’
화운사신은 자신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강옥을 마주하며, 비통어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다음 세상에서는 반드시 네놈을 쓰러뜨릴 것이다. 반드시-!!!”
쿠웅. 콰아아아아아앙!
일순, 거대한 섬광이 공중에서 터지며 붉은 하늘이 천지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다음 순간, 뇌성벽력이 진동하며 뜨거운 열기와 충격파가 제갈세가를 덮쳤다.
***
팔 년 전, 옥룡설산.
이제 막 불혹에 들어선 화운사신은 몸의 절반이 눈에 파묻힌 채 눈앞의 사내를 응시했다.
결투를 시작하고 나서 촌각도 흐르지 않은 뒤였다.
‘졌다. 그것도 절망적으로.’
화운사신은 자신에 대한 경멸과 수치심에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그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결투를 지켜보던 흑무림맹주, 마태룡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강백, 거 너무 심하게 한 거 아닌가. 그래봐도 제법 자존심이 있는 자인데 말이네.”
흑룡포를 펄럭인 검은 장발의 사내는 창을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넨 수하를 좀 따뜻하게 대할 줄 알아야 할 듯 싶군.”
남자다운 외모의 사내, 지강백은 화운사신에게 다가가 그의 옷깃을 잡고 눈에서 꺼내주었다.
제대로 설 힘조차 없는 그를 앉힌 지강백이 낮고 무게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름이 뭔가. 자네.”
화운사신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여호선(呂豪船).”
지강백은 조금 전의 도도한 모습과는 다르게, 마치 또래의 청년처럼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미있었다. 나중에 더 성장해서 덤비도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