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19)
눈을 뜬 제갈권은 차가운 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여긴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자 철창 감옥에 갇혀 있었다. 사방이 막혀 있어 어디로 끌려온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감옥 내에는 자신처럼 끌려온 것으로 보이는 남녀가 삼십여 명 정도 갇힌 채 있었다.
특이한 점은, 남자는 다들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으며 여자는 하나같이 젊은 미인이라는 점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검은 기모노의 사내 역시 자신을 향해 귀한 냄새가 난다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그렇군. 해적이니 인질을 잡고 재물을 뜯어내기 위해 사람들을 데려온 것이구나.’
제갈권은 몸 곳곳을 살피며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해보았다. 다행히 심한 상처는 없었지만, 타박상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몸이 쑤셔왔다.
‘어딘지는 몰라도 빨리 빠져나가서 모용부를 찾아야 한다.’
제갈권은 인질들 중 그나마 상태가 양호해 보이는 중년 사내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이보시오. 혹시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겠소?”
“저도 잘 모릅니다. 자고 있던 중에 납치된지라······. 하나 있다면 배를 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약간이지만 물내음도 맡았고요.”
“배를 탔다라.”
혹시 바다 위에 있는 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빠져나간다고 해도 배를 탈취하지 않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뜻.
제갈권의 표정이 퍼렇게 질려버렸다.
그때, 감옥 밖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오며 삐쩍 마른 체구의 왜구 두 명이 나타났다.
놈들은 감옥 안에 갇힌 사람들을 훑어보며 왜어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여자를 더 잡아와야겠어. 잡아오는 것에 비해 취하시는 속도가 너무 빠르시다······라고.”
통역을 한 이는 한쪽 구석에 등을 기대고 있는 젊은 사내였다.
뛰어난 미소년이었는데, 온통 피칠갑에 전신이 자잘한 검상으로 빼곡했다.
‘잠깐, 그런데 뭐라고? 여자를 취해?’
제갈권은 눈살을 찌푸리며 왜구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왜구들이 마주 일그러진 얼굴로 뭐라 중얼거렸다. 딱 봐도 욕설이 난무하는 듯했다.
이번에도 사내가 통역을 해 주었다.
“멍청하게 생긴 놈이 눈매가 마음에 안 든다. 그냥 확 죽여버리자······라는군요.”
“그러냐? 그거 참 설명해줘서 고맙다.”
그때, 왜구들이 철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제갈권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아직 몸이 성치 않은 제갈권은 팔로 얼굴을 가리며 얻어맞았다.
왜구들은 한참을 그렇게 제갈권을 때린 다음, 씩씩거리며 물러섰다.
그리고 놈들은 고개를 돌려 감옥 안 여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억지로 팔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여인들이 반항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왜구들은 연신 욕을 내뱉었다.
결국 여인은 왜구들의 손에 끌려나갔고, 철창 문은 다시 굳게 잠겼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제갈권이 입가에 고인 피를 뱉으며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도적놈들. 이제보니 여인들을 납치해온 이유가 저거였군. 개 같은 자식들.”
제갈권은 마음이 급해졌다.
이대로라면 구출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갇혀있을 뿐이다.
당연히 경합에서는 떨어질 것이고, 가주 자리에도 오를 수 없다.
제갈권은 비틀거리며 철창으로 다가섰다. 내공을 끌어올려 부숴보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내공을 쓸 수가 없었다. 마치 단전이 비어버린 것마냥 허탈했다.
“기를 사용하실 줄 아는 분이신가 봅니다.”
아까의 사내였다. 제갈권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물었다.
“그쪽도 무림인이오?”
“무림인······중원인들은 기를 사용하는 무사들을 그렇게 부르더군요.”
“혹시 동영에서 온 분이오?”
“예. 제 이름은······여기 발음으로 하면 동형(冬炯)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나는 제갈권이오. 그런데 내가 내공을 쓸 수 없는 이유가 뭐요?”
“당신이 이곳에 끌려왔을 때, 해적들이 산공독(散功毒)을 먹였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어쩐지. 하긴, 내공을 쓸 수 있는 자를 그렇게 쉽게 방치해뒀을 리 없지.”
산공독은 내공을 일시적으로 흩어버리게 하는 독이었다.
그나마 나갈 수 있는 희망이 사라지자 제갈권은 이를 악물었다.
“빠져나갈 방법이 없겠소?”
“무리입니다. 지금은 내공도 쓸 수 없을뿐더러, 무기조차 없어요. 여기서 나갈 방법이라도 있다면 어찌 해볼 수 있겠지만······.”
바로 그때였다.
퍼퍼퍼퍽!
누군가 얻어맞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며 한바탕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감옥 밖으로 거대한 체구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벽안을 한, 이국적인 외모에 등에는 거대한 태도를 찬 젊은 사내였다.
“어어? 너는 빈이의 호위가 아니냐!”
“어? 너는 두목님의 형인 그 얼간이!”
제갈권을 발견한 호야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
그와중에 제갈권은 호야의 거친 말투에 표정을 찌푸렸다.
‘뭐야, 이 새끼가 여긴 왜? 혹시 빈이 그녀석이 내 뒤를 따라붙게 한 건가?’
뭐가 됐건, 지금 이 상황에서 믿을 만한 건 이놈밖에 없었다.
제갈권은 창살에 바짝 붙어 호야에게 말했다.
“마침 잘 왔다. 여기를 빠져나가야 하니 어서 이 철창을 자르거라. 그리고 주변에 굴러다니는 검이나 도가 있다면 이리 건네다오.”
“······.”
“뭐하고 있느냐! 어서 철창을 자르지 않고! 여기 가만히 있다가는 해적들이 몰려올지도 모른단 말이다! 이 짐승 놈아!”
호야가 대꾸없이 가만히 서 있자, 답답해진 제갈권이 버럭 소리쳤다.
그때, 호야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싫어.”
***
“지금쯤 호야가 제갈권을 구출했으려나.”
철퍽철퍽.
제갈권이 잡혀 있는 곳이자, 패령의 본거지인 섬에 도착한 지강백이 섬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제갈권이 예상했던 대로 패령의 아지트는 섬에 위치해 있었다. 두 개의 봉우리가 높게 솟아 있는 작은 섬이는데, 지강백은 그 중 왼편 봉우리로 향했다.
‘가장 위쪽에 위치한 가옥에서 강렬한, 그리고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아마도 패령이 있는 곳일 터.’
지강백은 계단을 따라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침입자를 알리는 종소리가 섬 전체에 퍼지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왜어였지만 전생에 동영 검객들과도 교류를 했던 지강백인지라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침입자다!”
“모두 무기를 챙겨 나와!”
콰직! 쾅!
왜도나 각종 병장기를 들고 뛰쳐나온 해적 무리들이 지강백을 막아섰다.
살기가 흐르는 눈빛의 악한 기운이 섬 전체를 타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살육을 행하며 약탈을 일삼는 도적들 답군. 오랜만에 베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강백은 천천히 홍매검을 뽑아들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의 몸에서 솟아오른 바람이 거센 동풍이 되어 휘몰아쳤다.
“와라. 살귀들아.”
지강백은 달려드는 해적들을 단칼에 베어넘기며 검기를 발출했다.
콰앙!
폭발과 함께 흙먼지가 치솟으며 해적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촤르르륵!
넓게 지강백을 포위한 해적들이 사방에서 사슬낫을 쏘아보냈다.
카캉! 카가가가강!
지강백은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둘러 공중에서 사슬낫을 모조리 쳐냈다.
“쳐라!”
해적들이 제법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내며 달려들었다.
지강백은 천기미리보를 펼쳐 놈들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채챙! 퍼퍼퍽!
지강백은 검을 들어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주먹으로 턱을 후려쳤으며.
카캉! 키기긱!
사각으로 날아드는 공격은 검을 세워 튕겨내거나 몸을 비틀며 피해냈다.
후우우웅!
지강백의 손에 옷깃이 잡힌 해적들은 순식간에 몸이 공중에 붕 떠오르거나 몸이 뒤집혀 바닥에 꼬꾸라졌다.
풍신환원공, 천리동풍 초식과 풍전등화 초식이었다.
해적들은 상대방의 놀라운 무위에도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확실히 기세 하나만큼은 귀찮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결국 조금 더 오래 걸리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지강백은 시퍼런 살기를 흘리며 검기를 내쏘았다.
콰쾅!
이번에도 어김없이 해적들이 피를 흩뿌리며 나가떨어졌다.
처억.
마침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화려한 문양의 천막 앞에 도착한 지강백이 중얼거렸다.
“여기가 패령의 거처인가?”
지강백은 검을 휘둘러 천막의 입구를 찢어버리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내부를 촛불이 은은히 밝히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핀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시체의 썩는 냄새였다.
부패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듯, 역한 냄새가 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부패한 시체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런데 시체의 상태가 이상했다.
아들 여자로 추정되는 가운데, 하나같이 미라처럼 삐쩍 말라 뼈만 남은 채였다.
꼭 굶어서 아사(餓死)한 이들의 시신과도 닮아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천막 가장 안쪽에 위치한 호랑이 가죽 의자에 앉아있던 검은 기모노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강한 냄새가 나는군.”
벌떡 일어난 사내가 흰 백발을 흩날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섬찟할 정도로 흉포한 기운. 지강백은 이자가 패령임을 단번에 깨달았다.
“네가 패령이냐?”
“그게 누군데?”
“아······그래. 넌 이 이름을 모를 수 있겠군. 다시 묻겠다. 네가 절강 일대에서 군선과 무림인들을 죽여 머리를 창에 메달아 놓은 해적인가?”
“그래. 내 작품이지.”
사내, 패령은 싱긋 웃음지으며 말했다.
“그동안 덤벼온 자들은 하나같이 허접한 자들 뿐이었는데, 이제야 좀 제대로 된 검객을 보내왔구나. 흐음······여자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예쁜 청년이구나.”
“기분나쁜 놈이로군.”
지강백은 심해지는 썩은내에 콧잔등을 찌푸리며 패령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패령의 손에 끌려온 젊은 여인을 발견했다.
“여기 있던 여인들, 모두 네 짓이냐.”
“그래. 아름다운 여인들은 모두 내 힘의 원동력이거든. 순수한 정기를 한몸에 가득 품고 있는 여인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지. 이렇게.”
패령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인의 손에 힘을 주었다.
직후, 그의 몸에서 피어오른 붉은 아지랑이가 여인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악! 제발 살려······살려주세요!”
비명을 지르는 여인의 몸이 점점 썩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지강백이 몸을 날리며 길게 검을 휘둘렀다.
촤악!
날카로운 검격에 패령은 여인의 팔목을 잡은 손을 빼고 옆으로 물러났다.
여인의 앞을 막고 선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너, 흡성대법(吸星大法)을 쓸 줄 아는군.”
흡성대법.
타인의 내공을 몸을 접촉하는 것으로 힘을 탈취하는 기술.
강호에서도 마도의 기술로 금기시되는 악독한 술수였다.
보아하니, 이자는 여자의 정기를 빼앗아 힘을 채우는 소수마공의 일종을 익힌 듯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말라 비틀어진 채 죽어있는 여인들의 시체도 이해가 갔다.
전부 저 자식에게 정기를 몽땅 흡수당했을 것이다.
‘벌써 엄청난 숫자를 먹어치웠군. 남자인데 저렇게 강력한 음기를 뿜어내다니. 단순히 내공의 양만을 따지고 보면 절정에서도 최상위급에 속해.’
손을 탈탈 털어낸 패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가만 보니 정말 예쁜 얼굴이구나. 먹을 수는 없고······그래. 얼굴 가죽을 뜯어내 인피면구로 사용해야겠다. 그럼 여자들도 알아서 달라붙을 테니 좋겠네.”
비릿한 미소를 지은 패령이 허리춤에서 왜도를 뽑아 자세를 취했다.
지강백 또한 홍매검을 뽑아 한 손으로 겨누며 자세를 취했다.
칼끝이 시퍼렇게 빛나며 서로의 목과 심장을 견누었다.
후웅.
한 줄기 바람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두 검객이 바닥을 박차고 벼락처럼 쇄도했다.
콰과광!
천막 지붕이 터지며 지강백과 패령이 공중에 치솟았다.
채채챙! 채채채챙!
두 사람은 공중에 뜬 상태로 도검을 휘두르며 격돌했다.
달빛 아래 두 그림자가 춤을 추며 검광을 번뜩였다.
처억.
바닥에 착지한 패령이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우르르르!
패령의 수하들이 곧 지강백을 둘러싸고 무기를 겨누었다.
패령은 손가락으로 지강백의 얼굴을 가리키며 웃었다.
“걱정하지 마. 얼굴은 내가 아주 잘 사용해줄게.”
“킬킬킬.”
사방에서 들려오는 기분나쁜 웃음소리들.
지강백은 눈을 감았다 천천히 뜨며 말했다.
“생명의 가치를 조금도 모르고 굶주린 살육만을 반복하는 살귀들.”
우우웅!
지강백의 전신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네놈들에게는 무인의 예의조차도 필요없다. 모조리 도륙내주마.”
***
“풀어줘.”
“싫어.”
“풀어달란 말이다, 이 망할 벽안 새끼야!”
“싫어.”
“으아악! 제발 말 좀 들어라, 짐승놈아!”
“싫어.”
그 무렵, 감옥에서는 호야와 제갈권의 엄청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럼 여긴 대체 왜 온 거냐! 날 구하러 온 게 아니면 네 주인놈이랑 같이 어디론가 꺼져버리라고!”
“사실 너 구하러 온 거 맞아.”
“그럼 대체 왜 안 구하고 얼쩡대는 거냐, 인마!”
호야는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너 두목님이랑 경쟁중이잖아. 그래서 그냥 안 구해주려고.”
“이게 진짜······!”
뭔가 소리치려던 제갈권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짜증나지만 반박할 말이 없다. 놈의 말이 맞았다.
엄연히 소가주 자리를 놓고 경합중인데 경쟁자를 구한다는 게 정상인가?
만약 자신이 반대쪽 입장이었다면 분명 구하지 않을 것이다.
‘빌어먹을. 제갈빈 녀석도 아니고 고작 그 호위 따위에게 목숨을 구걸할 줄이야. 나도 참 형편없어졌군.’
제갈권은 자리에 털썩 앉으며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네 말이 맞다. 그냥 가거라.”
“응?”
“경쟁자를 구해준다는 말은 네 말대로 어불성설. 내가 어리석었다. 그러니 너는 이만 네 두목인지 뭔지를 구하러 가란 말이다. 패령이라는 놈은 보통 실력자가 아니었으니.”
늦게라도 남은 자존심만큼은 지키고자 마음먹은 제갈권이었다.
그러나 그 다짐은 호야의 대답에 조금도 이어지지 못했다.
“그건 곤란해. 두목이 널 꼭 데려오라고 했거든. 인질들이랑 같이.”
“그냥 가라고 했다!”
“그래도 나가서 뒤통수를 칠지도 모르는 놈을 꺼내주기는 좀 애매한데······.”
“나보고 어쩌라고!”
이상하게 호야와 대화를 할수록 제갈권은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호야가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래. 그럼 ‘호야님,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으엥!’이라고 해봐. 그럼 당장 여기서 꺼내주지.”
“이 미친 새끼! 당장 들어와라, 쳐죽여버릴 테니까!”
“그럼 선심 썼다. ‘살려주세요!’라고 한 마디만 해봐.”
“하겠냐!”
콰앙!
직후, 주먹으로 철창을 후려친 호야가 찌그러진 문을 열었다.
깜짝 놀란 인질들이 벌떡 일어나 우르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통역에 능숙한 청년도 조금 놀란 표정으로 슬쩍 밖으로 나왔고, 이제 감옥 안에 남은 사람은 제갈권, 한 명 뿐이었다.
“······진짜 안 한다고 했다.”
제갈권이 짜증을 내며 중얼거리자, 호야가 히죽 웃었다.
“나중에 가서 들을게.”
***
감옥을 빠져나오자 밤하늘과 보름달이 보였다. 호야는 인질들을 데리고 오른쪽 해변가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배 한 척이 세워져 있었고, 푸른 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주변에 모여 있었다.
무사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남궁미향이 마침 다가오는 호야를 불렀다.
“호야!”
“어어!”
“다들 구출했어?”
“어! 제갈권 그놈도 같이!”
“수고했어! 어서 배에 올라타!”
그녀는 지강백의 부탁대로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데려온 참이었다.
-난 일단 홀로 본거지에 쳐들어갈 거야. 넌 내가 패령과 싸우는 틈을 타 호야와 함께 인질들을 구출해 배에 태워.
-알았어.
팔짱을 낀 채 패령의 천막을 올려다보는 남궁미향에게, 남궁세가의 무사가 물었다.
“저희가 가서 가세할까요?”
그 순간.
콰아아앙!
폭발음 터지는 소리와 함께 푸른 기운이 불꽃의 기둥이 되어 솟아올랐다.
남궁미향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남편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인데, 끼어들지 말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