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24)
지강백은 거처로 돌아가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수하들을 시켜 제갈권을 찾기 시작했다.
제갈권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도망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는 곧 제갈세가 무사들에 의해 끌려왔다.
대공자고 뭐고 무사들은 제갈권의 머리채를 잡은 채 바닥에 질질 끌고 지강백의 앞으로 대령했다.
가죽 의자에 앉아있던 지강백이 싸늘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비단 그뿐만 아니라 그의 곁에 선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제갈탄과 남궁미향은 마치 쓰레기 보는 것마냥 경멸어린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꼴사납네. 도망쳐봤자 얼마 가지 못할 거 알면서.”
“그 병신들을 조금이라도 믿은 내 잘못이지.”
지강백은 호위대를 보내 귀령문을 완전 토벌하라 명령했다. 지금쯤 호위대가 귀령문의 본진을 박살내고 있을 것이다.
그가 새로 창설한 호위대, 옥룡대(玉龍隊)는 제갈세가의 무사들 중에서도 풍백유영결을 가장 먼저 습득한 무사들. 직계 방계 구분없이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이들로 구성된 부대였다.
귀령문 따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빈아. 형이 사정할게. 제발 여기서 끝내자.”
“뭐?”
“반란을 일으킨 건 잘못했다. 너도 이해할 것 아니냐. 황실이나 역모죄를 묻지, 우리까지 그래야만 하겠니? 나랑 어머니, 변방으로 유배보내는 걸로 끝내자.”
“갑자기 생각을 바꿨어? 각오하고 선택해서 결과도 의연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의외네. 왜, 갑자기 목숨이 아까워지기라도 한 거야?”
“누구나 살고 싶은 법이야. 빈아, 제발 부탁할게.”
제갈권은 숫제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 모습에 제갈탄이 이를 악물었다.
“원한다면 단전을 폐해도 좋다. 땡전 한 푼 안 받고 외가의 도움도 필요없어. 제발 목숨만 살려줘. 그게 아니라면 내 어머니라도.”
결국 보다못한 제갈탄이 신음을 흘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한 피를 나눠받은 형제였기에 충격은 더할 것이다.
제갈민과 제갈소, 제갈지는 아예 얼굴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지강백은 탁자 손잡이 부분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형은 죽여도 큰어머니는 살려달라?”
“그래. 제발······.”
“효심 한 번 지극하네. 그런데 목숨이 아까웠으면 진즉에 멈췄어야지.”
“그, 그건!”
“형이 날 암살하려 했던 사실이 벌써 퍼져나가기 시작했어. 이제 곧 강호의 모두가 알게 되겠지. 과연 그들이 뭐라고 할까. 형을 살려주라고 할까, 아니면 죽이라고 할까? 난 후자에 걸게.”
“······.”
지강백은 무사들을 향해 말했다.
“바로 세가로 돌아간다. 제갈권은 포박한 채 본가로 압송하라. 먼저 본가에 서신을 보내 진휘란도 잡아들이라고 하고. 본가로 돌아간 다음, 명명백백하게 죄를 밝힌 다음 사형시킬 것이다.”
“네.”
“비, 빈아! 잠깐만!”
개처럼 기어온 제갈권이 지강백의 발치에 엎드린 채 물었다.
“내가 뭘 하면 되겠냐! 뭘 해야 살려줄래? 개처럼 발이라도 핥아야 하겠냐? 어?”
“딱히 없어. 그냥 있는 죄 알아서 자백하고 사형당해. 본가도 타격을 조금 입겠지만 장자의 정통성이니 뭐니 하는 개소리는 더는 나오지 않겠지. 아, 사형 전까지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말해. 그정도는 들어줄게.”
“야 이 개새끼야!”
“본가로 압송될 때 마차에 묶여 끌려오기 싫으면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떽떽거리는 소리 듣기 싫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황급히 달려온 수하가 지강백의 귓가에 대고 뭔가를 속삭였다.
직후, 지강백의 눈빛이 복잡하게 일렁였다.
제갈권의 말을 듣고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지강백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
가주 제갈현이 죽었다.
흉수는 정부인 진휘란으로, 공범인 진도목으로부터 입수한 독과 세침을 이용해 제갈현을 살해했다. 제갈현이 살해되고 난 직후, 의심을 품고 들어온 호위들에 의해 붙잡혔다고 한다.
갑자기 닥쳐온 가주의 죽음에 가문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심지어 흉수가 부인이니, 사태가 심각했다. 지강백은 당장 가문으로 돌아왔다.
대전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모두 상복을 입은 채 오열하고 있었고, 눈앞에 놓인 관에는 제갈현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 으흐흑!”
형제들이 우르르 관으로 달려가 쓰러져 오열했다.
지강백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총관에게 물었다.
“흉수는?”
“감옥에 구금시켜 두었습니다.”
“혹시 자식들도 함께 가뒀나요?”
“예. 관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은 모조리 가둬두었습니다.”
그럼 제갈경도 감옥에 있겠군.
아마도 충격이 클 것이다,
그녀는 빠르게 빼내주어야겠지만, 이번 기회에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들을 모조리 축출해낼 생각이었다.
“알았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죄를 밝혀야겠군요. 일단 장례를 성대히 치르고 난 후에.”
“네······.”
지강백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제갈현의 시신을 응시했다.
그의 자식인 제갈빈의 몸을 빌렸지만 그를 아버지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그간 그를 봐오며 약간의 정이라도 든 것일까.
지강백은 진심으로 그의 가는 길에 명복을 빌어주었다.
‘불쌍한 자여. 부디 편한 곳으로 가시게.’
가문에 집착하고 존경할 성품은 아니었지만, 악인은 아니었다.
지강백은 제갈세가를 천하제일가로 만들어 그의 영혼을 위로해주기로 했다.
***
장례는 성대히 치러졌다. 오대세가의 한 축인 제갈세가의 가주인 만큼, 무림 세력의 대부분이 제갈현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지강백은 소가주로서 장례를 주도했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다들 머지않아 지강백이 정식으로 가주 자리에 앉을 것이라 예상했다.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지강백은 가문의 무력부대를 소집했다.
진휘란과 제갈권의 죄를 묻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지강백의 명령이 떨어지자 곧 질풍대를 비롯한 주력부대가 전부 소집되었다.
대주들을 한데 모은 지강백이 말했다.
“다들 마음은 좀 추스렸습니까?”
“저희야 뭐······. 그런 소가주님이야말로 상심이 크시지 않습니까. 저희는 오히려 소가주님이 더 걱정입니다.”
“전 괜찮습니다. 그보다 그대들을 이리 불러모은 까닭은,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진휘란의 가문인 진가장. 그리고 진가장과 연결된 수족들을 전부 몰살시킵니다. 아예 뿌리를 끊어버릴 것이며, 관계된 자들은 소문파 하나라도 가만히 놔두면 안 됩니다.”
진휘란의 가문은 명문가이며, 연이 닿은 곳도 상당히 많다.
이들은 훗날 어떤 식으로든 제갈세가에 방해가 될 자들.
신속하게 정리해 후환을 줄여두는 편이 좋았다.
“알겠습니다.”
“장례가 끝나기 전 빠르게 해치우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이들에게 있어 진휘란과 그녀의 가문은 가주를 해친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었다.
대주들은 하나같이 눈빛을 이글거리며 대답했다.
***
우르르르!
다음 날, 진가장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단번에 들이친 질풍대주 연시환과 새롭게 자리에 올라선 청룡대주 섭유(燮柳)가 앞장서서 진가장 세력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무, 무슨 짓이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갑작스런 기습에 진도목은 부랴부랴 병력을 이끌고 대항했다. 그러나 이미 전세는 완벽하게 기울어 있었다.
채챙! 스걱!
연시환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진가장의 무사들을 베어내며 진도목에게 다가왔다.
그 뒤를 질풍대가 살기등등한 기세로 뒤따랐다. 제갈탄 구출 작전 이후, 연시환을 비롯한 질풍대원들은 지강백에 대한 존경심과 충성심이 대단했다. 때문에 지강백 암습을 지시했던 진도목에게 깊이 분노하고 있었다.
“뭣하고들 있느냐! 어서 막아라!”
진도목의 명령에 호위무사들이 검을 빼들고 달려나갔다.
진가장주의 최측근 무사들인 만큼, 이들의 실력도 나름 뛰어난 수준이었으나, 질풍대원들과는 비교초자 할 수 없었다.
이들은 본래 제갈세가의 주축 부대였으며, 풍백유영결을 빠르게 습득해 실력이 이전보다 몇 배는 향상되어 있었다.
“다 죽여버려라.”
“예.”
질풍대원들이 흡사 피에 젖은 이리처럼 진가장 무사들을 무참히 도륙하기 시작했다.
무사들이 처참히 당하자, 이제 더는 진도목을 지켜줄 사람따윈 없었다.
연시환은 검을 늘어뜨린 채 천천히 그에게 다가섰다.
“히익!”
“이미 끝났다. 죄를 달게 받아라.”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곧 진가장과 연결된 모든 호남의 세력들이 네놈들을 잡아 죽일 것이다!”
“그래?”
“그래! 그러니 지금이라도 물러선다면 목숨만은 살려······.”
“미친 새끼. 우리가 누군 줄 알고 그딴 소릴 지껄여?”
퍼퍽!
연시환은 인정사정 없이 진도목의 얼굴을 걷어찼다.
진도목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
연시환은 계단을 내려오며 그를 향해 말했다.
“진가장과 연결된 세력? 그게 뭐. 유진검가? 벽리세가? 아니면 운현문? 네가 그렇게 믿던 세력들, 지금쯤 우리 부대원들에 의해 싸그리 무너졌을거다.”
“뭐, 뭐라고?”
“딴 곳도 아니고, 설마 호남에서 제갈세가에게 덤빌 놈들이 존재할까?”
“제갈세가!”
그제야 연시환의 정체를 알아챈 진도목이 부르르 떨었다.
“뭘 그렇게 놀라? 소가주님을 암살하려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던 거 아냐?”
그제야 모든 상황을 파악한 진도목이 벌벌 떨며 손을 빌었다.
“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시게······. 앞으로 성심의껏 제갈세가와 소가님을 돕도록 할 테니 한 번만 선처를 부탁한다고 전해주면 안되겠나?”
“그러고 보니, 소가주님이 한 말씀 전해달라더군.”
연시환은 살짝 밝아진 진도목을 바라보며 싸늘히 말했다.
“저승 가는 길, 가족과 같이 갈 테니 외롭지는 않을 거라고.”
“!!!”
“그러게 제대로 된 선택을 했어야지.”
스걱!
연시환은 가차없이 진도목의 목을 베었다.
얼굴에 튄 피를 닦는 그에게, 수하가 다가왔다.
“정리 끝났습니다.”
“돌아간다. 가옥에는 불을 지르고.”
“알겠습니다.”
화르륵!
진가장의 가옥이 불에 타며 무너져내렸다. 그 후, 며칠 사이 진가장과 관련된 모든 세력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제갈세가의 손에.
진가장의 멸망은 온 강호에 소문이 퍼졌다.
이로서 강호인들은 제갈세가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전의 유약했던 가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새로운 젊은 가주의 등장과 함께, 제갈세가는 다시 한 번 강호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
장례가 끝났다.
지강백은 곧바로 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가주 자리에 관한 내용이었다. 가주 자리를 공석으로 오래 놔둘 수는 없었다.
당연히 중인들은 소가주인 지강백을 가주로 추대했으며, 지강백은 소가주 때와 다르게 조용히 가주직에 올라섰다. 장례 이후라 성대한 식은 삼갈 때였다.
지강백은 상복을 벗고 본래의 옷을 입은 채 가주전 안으로 들어섰다. 가주가 되었으니 별채에서 지낼 수는 없다.
대신 별채는 건물을 허물고 지강백 개인의 수련실로 재건축하기로 했다.
제갈현의 집무실에 들어가자 아직 치워지지 않은 핏작국이 보였다. 오대세가의 한 축이었던 인물의 최후 치고는 매우 씁쓸한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빠르게 사람을 시켜 청소를 마치라 명하겠습니다.”
“그래요. 수고해줘요.”
“별말씀을요. 그리고 이제 말씀을 낮추십시오. 이제 한 가문의 수장이십니다.”
“알겠네.”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총관에게 말했다.
“내가 지시한 일은, 처리했나?”
“예. 진휘란의 수족들을 자세히 조사하여 죄가 없거나 연관이 없는 자들은 풀어주라 지시했습니다.”
“진휘란과 제갈권은 어떤가?”
“둘 다 별다른 반응은 없습니다.”
두 사람에 대한 처분도 슬슬 결정해야 될 때다. 지강백은 그 전에 두 사람을 한 번 만나보기로 했다.
아직도 분노와 억울함으로 몸을 떨고 있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있을까?
***
지강백은 제갈탄과 함께 감옥으로 향했다.
제갈탄은 죄를 묻기 전에 마지막으로 형을 보고 싶다고 말해왔고, 지강백은 수락했다.
“제갈경 누님은 좀 어떠시냐? 아마 충격이 크실 것 같은데······.”
“누님 무림학관으로 가셨어.”
“뭐? 갑자기 무림학관은 왜?”
제갈탄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지강백은 제갈경을 찾아갔던 때를 회상했다.
가족의 일 때문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 예상해 그녀를 다독여주기 위해서였다. 제갈경은 소중한 인재였고, 나름 정을 느끼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녀만큼은 잃고 싶지 않은 게 지강백의 심정이었다.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가자, 술병이 가장 먼저 보였다.
침상에 누워있던 제갈경은 지강백을 보더니 나직이 물었다.
“어머니랑 권이는?”
“아직 감옥에 있습니다.”
“사형······집행할 거지?”
“네. 굳이 제가 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그걸 원할 겁니다. 어찌 되었건 천륜을 저버린 폐륜이니까요. 그래도 누님께 폐가 갈 일은 없을 겁니다.”
지강백은 제갈경에게 물었다.
“제가 원망스러우십니까?”
“내가 무슨 염치로 너를 원망해? 오히려 네게 한없이 미안하지. 내가 원망하는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야. 그 두 사람의 욕망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관하기만 했으니까.”
“누님 잘못이 아닙니다.”
“이욕상생(以慾傷生)······.”
욕심 때문에 생을 해치다. 제갈권과 진휘란의 신세를 한탄하는 뜻이었다.
“빈아.”
“네.”
“나 잠깐 무림학관에 가 있을게. 거기 황실에서 일하셨던 진법가가 한 분 계셔. 당분간 공부도 할 겸, 그곳에 가 있을게.”
지강백은 제갈경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긴, 가족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도 안정을 취할 시간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말씀해주십시오.”
“고마워.”
제갈경의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문을 잘 부탁해요. 가주님.”
***
그 대화를 전부 들은 제갈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긴, 누님께는 잔인한 일이겠군.”
두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자 제갈권이 고개를 들었다.
제갈현의 죽음을 접한 뒤, 그는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형님 외가 친척들에 대한 처분은 전부 끝났어. 남은 건 형님이랑 큰어머니. 둘 뿐이야.”
“어차피 사형 아니냐? 빨리 끝내자.”
제갈권은 완전히 자포자기한 듯했다. 눈빛에서 보이던 삶을 향한 집착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콰앙!
제갈탄은 이를 악물고 철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제갈권의 시선이 제갈탄을 향했다.
“형님. 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고작 권력 때문에 아버지를, 형제들을 해하려 한 겁니까? 천륜을 저버릴 정도로 그 자리가 탐났던 겁니까!”
“그래. 알며서 뭘 물어?”
“형님!”
그 외침에는 엇나가버린 혈육을 향한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제갈권은 오히려 피식 웃음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동생아. 너라고 다를 것 같으냐? 너도 어차피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나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제발! 제발 그만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마당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겠어? 아버지에게 죄송하지도 않아? 패륜을 저지르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가 없냐고!”
“그걸 들으려 왔다면 헛걸음했구나. 하하하. 미안한데 어쩌지? 난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데.”
“이 미친 새끼가······!”
제갈탄은 이를 부득 갈며 검을 쥐었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지강백이 말렸다.
“그만해.”
“내가 죽여버리겠다! 너같은 놈을 형이라고 인정한 사실이 부끄러워 내가 죽여버리겠어!”
지강백은 분노한 제갈탄을 데리고 감옥을 나갔다. 호위들에게 시켜, 그를 방으로 데려가라 지시했다. 그 뒤로, 제갈권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잘 살아보거라. 네 끝이 어떨지도 궁금하니까.”
“······.”
지강백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휘란이 있는 감옥으로 걸음을 돌렸다.
***
진휘란은 의연한 모습이었다. 의복을 단정히 갖춰 입고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지강백은 그녀의 앞에 앉아 말했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없으십니까?”
“가주 자리에 올랐다지? 축하한다.”
“마지막까지 참 한결같으십니다.”
진휘란이 입술을 씹으며 원독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세상이 다 네 것 같을 것이다. 허나 기억해라.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너를 저주할 것이니. 나와 내 아들을 파멸로 몰고 간 네놈을 말이다.”
“당신들을 파멸로 몰고 간 원인은 당신 자신입니다. 에먼 사람 끌어들이지 마세요.”
지강백은 마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가문은 멸문당했습니다.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쓸어버렸지요. 당신 저승 가는 길, 외롭지는 않게 해드렸습니다.”
“네, 네놈이······!”
“그리고 시녀들에게 듣자하니 남몰래 숨겨둔 재산이 꽤 되더군요. 전부 몰수했고, 쓸 곳에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진가장이 숨겨둔 재산들도 전부요. 모아보니 나름 쓸만하더군요. 약소하지만 당신들이 가문에 입힌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잘 쓰겠습니다.”
“그걸 왜 네놈이 가져가! 경이에게 줘야지!”
“싫은데요?”
지강백은 여전히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 그리고 당신이 묵던 저택과 패물은 제 어머니와 작은 어머니께 나눠드리려고요. 괜찮겠지요? 그럼 더는 볼 일 없겠군요. 잘 가십시오.”
“닥쳐! 당장 그 돈 내 딸에게 돌려줘!”
“그러게 적당히 하지 그랬습니까. 그랬다면 적어도 작은 어머니처럼 호화롭게 남은 생을 사셨을 텐데 말입니다.”
지강백이 나가자, 진휘란이 절규하며 부르짖었다.
“내가 뭐가 나빠! 너희들이 나쁜 거지! 난 내 걸 가지려 노력했을 뿐이야! 그런데 뭐가 나쁘냐고! 이 천한 것들이 감히!”
“끝까지 멍청하군.”
다음 날, 예정대로 제갈권과 진휘란의 처형식이 진행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