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28)
제갈세가가 광동성의 지배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강호무림에 퍼졌다.
처음에는 힘으로 장악한 것인가 싶었지만, 곧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남천연가를 비롯한 광동 명문 세력들이 스스로 휘하에 들어갔음을 밝혔고, 뒤이어 수많은 세력들이 제갈세가의 밑으로 들어갔다.
제갈세가는 곧바로 광동에 사람을 파견해 지부를 설치하고 관리에 나섰다. 이것으로 세력 크기만 따졌을 때, 제갈세가는 호남 일대를 비롯해 광동, 호북을 차지한 오대세가의 주축으로 단숨에 부상했다.
이때, 남궁세가가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전의 질풍대와 창궁대의 충돌을 밝히며 일방적으로 질풍대에 의해 피해를 입고 막내공자마저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걸 핑계삼아 제갈세가를 대대적으로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진실은 쏙 빼고 입맛에 맞게 꾸민 소문이며, 제갈세가를 치기 위한 명분 만들기에 불과했다.
제갈세가도 곧바로 헛소리하지 말라며 반박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그리고 곧 사방에서 남궁세가의 공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병력을 재편성하여 본격적으로 광동성을 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대를 동시에 들이쳤다.
미리 예상하고 있던 제갈세가 역시 질풍대를 비롯한 무력부대들을 보내 대응하기에 나섰다.
그 과정을 바라보던 강호인들은 한 가지, 공통적인 생각을 떠올렸다.
「제갈세가와 남궁세가가 드디어 강남 패권을 두고 싸움을 시작했다!」
양쪽이 하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강호인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드디어 강남의 패자가 결정되는 순간이 다가왔음을 짐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예상은 남궁세가 쪽으로 쏠렸다.
요 근래 제갈세가가 폭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 남궁세가는 여전히 건재했다.
그리고 제갈세가의 가주는 이제 막 약관을 넘긴 애송이에 불과했다.
한쪽은 노련한 강호의 명숙, 또 하나는 재능 넘치나 어린 청년.
과연 제갈세가는 기적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강호인들의 이목이 강남 무림, 광동성으로 집중되었다.
***
남궁세가의 광동 공격이 시작된 후, 남천연가를 비롯한 광동 세력들은 연합을 맺어 대항했다.
제갈세가 역시 병력을 파견해 적극적으로 대항했으며, 지강백 본인이 직접 움직이기도 했다.
“다녀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지강백이 광동성 소관(韶烪) 지역에서 남궁세가 측 부대 하나를 격파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는 시녀들이 씻을 물을 준비하는 동안, 남궁미향이 있는 가옥을 어슬렁거렸다.
지강백이 남궁세가와 적대하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남궁미향은 가주전에서 나와 빈 가옥에 들어갔다.
자신의 가족과 남편이 서로 적대하고 있는 상황. 그녀가 지금 무슨 심정일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지강백은 세가 사람들의 입단속을 철저히 하고, 초향 등의 시녀들을 시켜 그녀를 보살피도록 했다.
그러나 열흘이 되도록, 남궁미향은 지강백에게 얼굴을 비춰주지 않고 있었다.
덜컹.
마침 문을 열고 나온 초향이 지강백과 마주치고는 멈칫했다.
“가주님······.”
“향이를 보러 왔는데.”
초향은 축 늘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남궁미향이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지강백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까지 이런 사이로 지내야 할까.
그녀가 완강히 반대해도 당연히 멈추지 않았겠지만,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연모하는가?’
그렇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은 죄책감과 일말의 동정이었다. 동시에 우정 비스무리한 감정도 있었다.
그동안 정도 많이 쌓았고, 직접 가르치면서 재미도 느꼈다. 털털하고 밝은 그녀의 성격도 마음에 들었다.
‘그럼 대체 왜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이는 것인가.’
모르겠다.
정말······모르겠다.
***
그 대답은, 정말 예상치도 못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어머니?”
가주전에 들어온 지강백은 예상 외의 사람을 목격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갈빈의 친모인 미운영. 그녀가 이곳에 와 있던 것이다.
“현부인을 뵈러 왔다가 잠깐 들렀어. 바쁘니?”
“······괜찮습니다.”
미운영은 요새 현소향에게 내원 살림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진휘란이 사형당한 이후, 현소향은 완전히 마음을 바꿨다.
그녀는 지강백의 신뢰를 얻기 위해 미운영을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아마도 자신 또한 같은 일을 겪게 될까봐 두려워진 것이리라.
뭐, 딴 마음을 품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어······. 별 건 아니고. 미향이 때문에.”
미운영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미향이가 가끔 찾아와 인사도 하고, 말상대도 되어줬단다.”
“······정말입니까?”
지강백은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혀 몰랐다. 그녀가 그랬을줄은.
자신조차 본래 핏줄이 아니라 상관쓰지 않았던 사람을, 설마 아내가 챙겼을 줄이야.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미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소문은 들었다. 그래서 내가 뭔가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을까 해서 왔단다.”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지켜보는 것 말고는. 마음을 정할 때까지 기다려야겠지요.”
그때, 듣고 있던 미운영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그게 아니야. 그래선 절대 나아지지 않는단다.”
“네?”
“선택을 맡기고 지켜본다? 그게 그녀를 위한 일이니? 내가 보기에는 모든 선택을 전부 짊어지게 놔두고 너만 편하려고 하는 것 같구나.”
“!”
“그렇잖아도 가족과 남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아이다. 그런데 곁을 지켜줄 사람 하나 없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니?”
지강백은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아, 왜 진즉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미운영의 말이 맞았다.
자신은 지금, 모든 선택을 남궁미향에게 짊어지우고 그저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작 그 선택이 얼마나 지옥 같을지는 생각조차 못한 채.
참으로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표정을 보니 알아챈 것 같구나.”
“전혀 몰랐습니다.”
“연정을 느껴보지 못해서 그런다. 정말 사모하는 사람을 만나면 말하지 않아도 금방 알게 되는 법이란다.”
문득, 팽연화가 떠올랐다.
설마 그녀도 마찬가지였을까?
마교 교주와의 연정, 팽가 사람으로서의 입장. 둘을 놓고 고민했을까? 남궁미향처럼······힘들어했을까?
순간, 연회장에서 복잡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생각났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강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중한 사람을 두 번 씩이나 잃을 수는 없었다.
“먼저······가보겠습니다.”
“그러렴.”
지강백은 장포를 펄럭이며 방을 나섰다.
가만히 차를 홀짝이던 미운영이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지금은 진심으로 연모하는구나. 그 아이를.”
드르륵!
지강백은 가옥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어두컴컴한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
남궁미향은 말을 달려 곧장 남궁세가로 돌아갔다.
남궁세가 역시 한창 전쟁중이라 정신없이 분주했다.
남궁미향은 당당히 무사들을 지나쳐 내원으로 들어왔다.
총관 남태주는 홀로 도착한 그녀를 발견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암살에 실패했구나.’
남궁천이 서찰에 적어 보낸 밀명은 단 한 마디였다.
「제갈빈을 죽여라.」
그리고 그녀가 돌아왔다는 것은, 암살에 실패했다는 뜻.
남태주는 분노한 남궁천의 표정을 상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돌아오지 마셨어야 했습니다. 아가씨.’
남궁미향은 가주전에 도착했다.
수하를 통해 그녀가 왔음을 보고받은 남궁천이 눈살을 와락 찌푸리며 그녀를 안으로 들였다.
대전 안으로 들어온 그녀가 처음 한 말은 이것이었다.
“암살 못했습니다. 죄송해요.”
“못해? 안한 건 아니고?”
의자에 앉은 채 차를 한 모금 마신 남궁천이 비아냥거렸다.
“무슨 낮짝으로 가문에 돌아온 것이냐.”
“이게 제 선택이에요. 그 사람을 죽이지 않았지만, 가문과도 적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갈빈 그놈과 그동안 한 침대를 쓰고, 살을 섞으니 정말 연모라도 하게 된 거냐? 내가 널 보낸 것은 이런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도 있었다. 그런데 네년이 그걸 망쳐!”
제갈빈을 죽이면 수월하게 제갈세가와 그 세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남궁천이었다.
암살 대상이 아내라면 기회는 많았다. 당장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침상 위에서라면 얼마든지 죽일 기회가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그걸 스스로 포기하고 돌아오다니.
남궁천은 지님으로 분노하며 딸에게 삿대질까지 해가며 소리쳤다.
“너 하나 때문에 우리 가문은 얼마나 더 큰 손해를 볼지 알 수 없어졌다. 정녕 죄책감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냐!”
가주전에서 들려오는 노호성에 형제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들은 대노한 남궁천은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나 남궁미향은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였다.
1공녀 남궁설희가 남궁미향을 노려보며 외쳤다.
“넌 뭐하고 있어? 어서 잘못했다고 빌지 않고!”
그러나 남궁미향은 싸늘히 대꾸했다.
“잘못한 게 있어야 빌지.”
“너 진짜······!”
“저, 저것이 정녕 이 아비와 척을 질 작정이로구나! 제갈빈 그놈에게 단단히 홀린 것이야!”
“누님! 제발 그만하세요! 제갈세가는 적일 뿐인데 어째서 그자를 계속 싸고도시는 겁니까!”
남궁미향은 일그러진 얼굴의 남궁천을 노려보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잘못? 그럼 딸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모자라 남편을 죽이라고 지시하는 게 정상이냐? 정말 못 느끼겠어? 제정신이 아닌 게 누군지?”
“너, 네가 감히······!”
남궁천은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네가 지금껏 누려온 부귀와 영화. 그게 다 어디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명문가의 규수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린 녀석이 이제와서 참으로 뻔뻔하구나!”
남궁미향은 얼굴을 붉인 채 소리치는 아버지를 말없이 응시했다.
익히 알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이렇게 마주하니 무덤덤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깟 권력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그럼 버릴게요.”
“뭐, 뭐?”
남궁천은 차분한 딸의 모습에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버리겠다고요. 남궁의 이름도, 가진 전부도.”
“네가 진정!”
“그만하세요! 부끄러워 죽겠다고요!”
남궁미향이 내력 실린 목소리로 일갈하자 대전이 조용해졌다.
그녀는 제 심장 부근을 움켜쥐었다. 진심으로 분노한 표정으로 이를 갈며 외쳤다.
“남궁? 그 이름이 뭔데요. 처음에는 남궁이라는 이름이 자랑스러웠을 때도 있었어요. 정파의 귀감이자 존경의 대상이었으니까. 그런데 이게 뭐야, 그저 세를 불리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남편을 죽이는, 천륜을 저버리는 일을 딸에게 저지르도록 시키는 게 진정 정의로운 모습입니까?”
“!”
“그깟 더러운 짓으로 쌓아올린 명성이라면, 버리겠어요. 당장 버리겠다고!”
콱!
남궁미향은 검을 뽑아 바닥에 꽃았다.
더 이상 남궁가의 사람으로 살지 않겠다는, 그녀의 결단이었다.
“결국 네가 이 아비를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만드는구나.”
이를 악다문 남궁천이 등 뒤로 신호를 보냈다.
직후, 대전 문이 벌컥 열리고 한 무리의 무사들이 우르르 밀려들었다.
그들은 남궁미향을 둘러싸고 그녀에게 검을 겨누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지켜보던 형제들이 경악했다.
“아버지!”
남궁천은 참담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궁미향에게 말했다.
“남궁미향. 너를 징벌방에 유폐시키겠다.”
“아버지! 안 됩니다!”
뒤늦게 대전으로 뛰어든 1공자 남궁운이 버럭 소리쳤다.
징벌방은 남궁세가에서 세작이나 암살자를 고문할 때 쓰는 방으로, 깊은 지하 속에 가두는 형벌이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퀴퀴한 곳에 쇠사슬로 온 몸이 묶인 채 버텨야 하며, 가주가 명령하기 전까지는 절대 나올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딸을 그 가혹한 방에 집어넣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징벌방이라니요! 절대 안 됩니다!”
“비켜라. 저것은 이제 남궁가의 사람이 아니다.”
남궁천은 아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차디찬 목소리로 명령했다.
“포박해라.”
무사들이 곧 남궁미향의 손을 결박하고 무릎꿇렸다.
눈이 돌아간 남궁운이 무사들을 밀쳐내며 버둥거렸다.
“이놈! 뭐하는 짓이냐!”
남궁천은 무사들로 하여금 남궁운을 억지로 끌고 가도록 지시했다. 명령을 받은 무사들이 사방에서 남궁운을 포박했다.
남궁운은 무사들에게 끌려가면서도 남궁미향에게 소리쳤다.
“향아! 향아!”
애처로운 목소리가 점차 멀어져갔다.
남궁미향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어디 가십니까?”
“남궁세가.”
“안 됩니다!”
제갈세가에서는 한창 정보당주 유희연을 비롯한 중인들이 필사적으로 지강백을 말리고 있었다.
지강백은 교룡갑만 달랑 걸친 채 홍매검을 들고 장원으로 나섯다.
“전쟁하러 가는 게 아니다. 아내만 구해서 데리고 올 거야. 호들갑떨지 말고 기다리고들 있어라.”
연시환이 버럭 소리쳤다.
“그게 말이 됩니까! 지금 남궁세가에는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전부 집결해 있을 겁니다!”
그때, 지강백이 연시환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아내다. 그러니 내가 데리고 올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이용하고, 형식적인 관계였다. 허나 어느새 그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린 여자였다.
그리고 지강백은 지키고자 하는 제 사람을 반드시 지켜내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안 됩니다. 아니, 가시려거든 총전력을 전부 이끌고 가십시오! 차라리 남궁세가와 전면전을 벌이든가 하지, 혼자서는 절대 못가십니다!”
“착각하지 마라.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녀를 데리고 나온다고 말했으니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나를 믿어.”
지강백은 말끝으로 바닥을 박차고 허공을 날았다.
연시환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 이내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당장 총병력을 집결시켜라! 당장 남궁세가를 치러 간다.”
그때였다.
누군가 연시환의 팔을 잡고 힘을 주었다.
연시환이 고개를 돌리자, 히죽 웃는 호야가 보였다.
“호야······.”
“미안. 두목님 명령은 절대적이라.”
호야는 그의 목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힘을 주었다.
졸지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잡힌 연시환이 얼굴을 붉혔다.
“이, 인마! 당장 풀지 못하겠냐!”
“명령 취소해. 그리고 가만히 있어.”
호야가 말했다.
“두목님이 돌아오실 때, 가만히 박수 칠 준비나 하고 있으라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