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36)
남태주는 늦은 밤, 홀로 객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홀로 술병만 세 병을 마신 그는 아직도 따끔거리는 뺨을 메만졌다.
“시발. 더럽게 아프네.”
남궁세가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
남궁천이 공자 자리에 있을 적부터 그의 옆을 지켰고, 그를 위해 더럽고 어두운 면에 손을 담그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그가 빛나는 자리에서 명예를 누릴 때, 자신은 그림자 속에서 피를 묻혔다.
지금도 그랬다. 수없이 날아오는 황실의 압박을 둘러대고 막아내느라 며칠 간 제대로 잠도 자본 적 없었다.
그런데 수고했다는 칭찬은커녕, 정신이 번쩍 날아갈 손찌검이라니······.
남태주는 남궁천을 모신 이래, 처음으로 회의감을 느꼈다.
악당을 모시고 살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세가를 위해, 지금껏 모시던 주인을 위해 전심을 다했을 뿐이다.
그러나 자신을 사람취급도 안하는 인간의 밑에서 목숨을 다할 필요가 있을까?
그 일이 있고 나서도 남태주는 계속 세가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남궁천은 뺏겨버린 자금을 떠올리며 성질만 부릴 뿐, ‘미안하다’, ‘괜찮냐?’ 같은 말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늘 그랬듯 명령을 내리고 자신을 들들 볶았다.
결국 남궁천에게 자신은 말 잘 듣는 충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흘이 지난 지금, 남태주는 쏙이 쓰려서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개새끼. 내가 없으면 진즉에 가주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할 새끼가. 은혜도 모르는 새끼······.”
남태주는 연신 욕설을 지껄이며 술을 들이켰다.
술을 마실수록 속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햇다.
그래도 오늘은 마시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다.
남태주는 남은 술을 잔에 가득 채우고 들었다.
그때, 그가 든 술잔을 누가 뺏어서 탁자에 내려놓았다.
“시발, 뭐야!”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치던 남태주가 얼어붙었다.
회색빛 장포를 입은 젊은 청년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일공자님······.”
그는 바로 남궁세가의 1공자, 남궁운이었다.
남태주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
설마 자신이 했던 혼잣말을 전부 들은 것일까?
심장이 두근거리고 침이 바싹 말랐다.
“혼자 드시고 계시면 외롭지 않으십니까?”
“아아, 괜찮네. 내 나이쯤 되면 혼자 마시는 술이 고픈 법이지.”
말투를 보아하니 전부 들은 건 아닌 듯했다.
한시름 놓은 남태주가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여긴 외진 곳이라 아는 사람이 몇 없는데······혼자 왔나?”
“네. 괜찮으시면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자, 앉으시게.”
남궁운이 자리에 앉자 남태주가 점소이를 불렀다.
곧 점소이가 새 술병과 잔, 그리고 안줏거리를 내왔다.
“자, 한 잔 받으시게.”
쪼르륵.
남태주는 술병을 들어 남궁운의 술잔을 채워주었다.
남궁운도 술병을 들어 남태주의 잔을 채웠고, 둘은 가볍게 잔을 부딪힌 뒤 단숨에 들이켰다.
“밤이 깊었는데, 부인께서 걱정하지 않겠습니까?”
“자네도 혼인해보면 알 걸세. 처음이야 좋지. 나중에 가면 안 보고 사는게 낙이야. 허허.”
남궁운은 잠깐 뜸을 들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요즘 가문 사정······그렇게 안 좋습니까?”
“심각하지. 마약 제조 관련해서 뒤집어씌울 놈 몇 명 만들어 보낸다 쳐도 의심을 거두지 않고 압박할 테니까. 게다가 이번 일 덮느라 들인 돈만 어마어마해. 봉문은 필수고 몇 년은 숨죽이면서 태풍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아버지는 뭐라 하십니까?”
남태주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술잔을 채웠다.
“아직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셔. 하기야, 평생 정점의 자리에 계시다가 가문이 휘청거리니 받아들이지 못하실 만도 하지.”
“총관 어르신께서 고생이 많으시겠군요.”
“총관이 이런 일 책임지라고 있는 자리 아닌가.”
“전쟁도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주님을 설득해서 제갈세가와 화친을 맺는 것이 우선이다. 안 그래도 재정이 바닥인데 전쟁을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적당한 때 화친을 맺고 끝내야지.”
“남궁세가는 추락할 일만 남았군요.”
남궁운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가주님이 설득될까요?”
“나도 모르겠다······. 애초에 남에게 고개숙일 분 아니신거, 공자도 알지 않는가.”
“그것도 한때는 사위였던 사람인데······쉽지 않겠죠.”
남태주는 말없이 연거푸 한숨만 내쉬었다.
남궁운은 그의 잔에 술을 채워주며 넌지시 말했다.
“이대로 가면 남궁세가는 끝장날 텐데, 저도 총관 어르신도 그건 원하지 않죠. 그럼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순, 남태주의 눈빛이 싸늘히 빛났다.
“공자. 지금 하는 말,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남궁운은 침을 꿀꺽 삼키며 어색하게 웃었다.
일평생 남궁천의 뒤를 닦으며 살아온 사람이다. 눈치 하나는 백단이었다.
남궁운은 술잔을 메만지며 말을 꺼냈다.
“바다를 건너는 중 선장이 죽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다른 선장을 세우면 되니까요. 허나 배가 뚫리면 다 죽는 최후를 맞이하겠지요. 총관 어르신도 물에 빠져 죽기를 원하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뒤집을 생각인가. 쉽지 않을텐데······.”
“그러니 총관 어르신께 부탁드리러 온 것 아니겠습니까.”
남궁운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 가주님······아니, 아버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판단력을 잃으셨습니다. 세가를 위해서는, 절대 이대로 놔두면 안 됩니다.”
“불가능해. 그래도 한때는 철혈의 가주로 불리신 분이시네. 아직 따르는 사람이 많아. 그분을 향한 두려움으로 뭉쳐있지. 그리고 그분의 무공실력은 아직 녹슬지 않았어. 1공자가 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야.”
“저 혼자라면 그렇겠지요.”
“뭐?”
“총관 어르신도 눈치채셨을 겁니다. 가문 내에 내부자가 있다는 사실을. 그렇지 않고서야 제갈세가 쪽에서 어떻게 마약 제조에 관한 정보를 알아냈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남태주의 눈이 부릅떠졌다.
“자네, 설마······!”
그때였다.
객잔 입구의 주렴을 넘기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훤칠한 키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미청년이었다.
“다, 당신은!”
상대를 알아본 남태주가 경악하며 외쳤다.
청년은 남태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소. 남 총관.”
***
남태주는 눈앞에 앉은 지강백을 응시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이것 참. 본가 내에 세작을 심었을 것이라 추측은 했지만 설마 1공자가 내부자였다니. 전혀 예상조차 못했습니다.”
“이해하오. 가문의 장남이 내부자라고 짐작하기 쉽지 않을 테니.”
“못본 새 말투가 바뀌셨군요.”
“내가 가주가 되었으니 당신은 내 아랫사람이지. 아니면, 이전처럼 존대해드릴까? 내 딴에는 최대한 예의를 차려가면서 말하고 있는 건데, 어린놈이라 불편하시오?”
“아, 아닙니다. 천만에요.”
남태주는 땀을 뻘뻘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지강백은 정중한 태도로 그에게 말했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나와 남궁운 공자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소.”
“······.”
“그래서 나는 남 총관을 만나고 싶었소. 우린 서로 뜻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크흠.”
남태주는 술잔을 입에 털어놓고 헛기침을 내뱉었다.
“대범하시군요. 허나 저는 어디까지나 남궁천 대협을 모시는 사람입니다. 저보고 주인을 무는 개가 되라니······.”
“주인? 대체 누가 남 총관의 주인이오? 남궁천이오, 아니면 남궁세가의 가주요?”
“말조심하시죠. 남궁세가의 가주시고 일단 당신 장인이기도 한데.”
남태주의 표정이 험악해지는 것을 본 지강백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미 그가 어느 정도 남궁천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남궁운에게 들었다. 그래서 그를 회유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그런데 직접 보니 아직 충성심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닌 듯했다.
어디 계속 찔러볼까?
“얘기 들었소. 남 총관은 가문을 위해 애쓰는데 수장이라는 사람은 허구한 날 폭언에 손찌검에······. 그런 자를 주인으로 모시고도 충성심이라는 것이 생기시오?”
“말해줘봤자 당신이 알겠습니까? 그리고 이 사태도 당신이 벌린 일 아니오! 내게 같잖은 이간질 따위, 할 생각 마십시오.”
지강백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간질? 그건 내 성격이 아니라······내 성격은 협박에 가깝거든. 여기 나온 것도 당신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요.”
“선택권?”
“난 무슨 수를 써서든 남궁세가를 짓밟을 거요. 당신이 남궁천의 옆에서 무슨 짓을 해도,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 편에 서서 이득을 챙기라는 말이오. 현명하게.”
“허, 참······어이가 없어서. 더 이상 들어줄 가치도 없군.”
남태주는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때, 지강백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앉아.”
“······.”
남태주는 움찔하며 슬쩍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지강백은 다리를 꼬며 날카로우 눈으로 말했다.
“내가 만약 힘으로 남궁세가를 차지하면 당신 가족, 친족들······가만히 놔둘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오. 난 남궁천과 그 수족들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거든. 최소한 지금처럼 멀쩡하게 사는 건 포기하는 게 좋을 거요.”
“지, 지금 날 협박하는 거요!”
“물론. 아직 안 끝났소.”
지강백은 일그러진 남태주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남 총관. 조사해보니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이 해먹으셨더군. 그걸 조정에 알리면 당신도 남궁설희처럼 더 이상 이 나라에 발붙일 곳은 없어질 거요. 그리고 밀항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시오. 내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당신은 평생 황궁 지하감옥에서 썩게 될 거요. 당신 뿐 아니라 가족들 모두! 알아듣겠소?”
“잔인한 인간 같으니······. 그러고도 당당히 정의로운 정파인이라 할 수 있소?”
저자의 입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남궁천의 뒤에서 온갖 더러운 짓거리를 도맡아 한 주제에.
지강백은 큭큭 웃음을 흘리며 술잔에 술을 채웠다.
“정의? 강호에 아직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있긴 한가?”
“······.”
“다들 각자만의 정의를 위해 사는 곳. 그곳이 지금의 강호 아니오? 아무튼 선택하시오. 가라앉는 배에 선장과 최후를 함께 할 것인지, 선장을 배신하고서라도 새 배로 올라탈 것인지.”
남태주도 이미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마지막까지 발버둥쳐도 결국 남궁세가는 제갈세가에 무릎을 꿇을 거라는 사실을.
그러나 한평생 남궁천을 위해 바쳐온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가족까지 협박했는데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건가······.’
협박으로만 통하지 않는 상대라면 희망을 심어줄 차례다.
지강백은 입꼬리를 올리며 한층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
“만약 당신이 날 도와 남궁세가를 차지하는데 협력한다면, 당신을 그 자리에 계속 유지하는 건 물론이고 당신의 가족들도 건드리지 않겠소. 돈? 원한다면 챙겨드리지.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두둑하게. 금원보 한 상자 가득 채워드리면 대충 성의 표시는 되겠소?”
“그, 그걸 어떻게 믿소?”
“여기 있는 남궁운 공자가 그 증인이오. 그리고 남궁세가도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남궁세가를 차지하고 나면 봉문에 들어간다 해도 물적, 인적 자원을 아낌없이 지원해 거뜬히 일어설 수 있게 해줄테니까. 대신, 남궁천을 비롯한 그 수족들은 남김없이 처단한 이후요. 아시겠소?”
남태주의 동공이 지진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암울한 세가의 미래에 한 줄기 빛이 내려온 듯했다.
제갈세가의 밑으로 들어간다면 오대세가의 위치와 천하제일가로서의 명성은 포기해야 되겠지만, 그 대신 이 사태를 타개하고 거뜬히 재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남궁천이 알게 된다면 끔찍한 최후를 맡게 될 것이다.
그의 생각을 짐작한 지강백이 곧장 입을 열어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시오. 거사를 성공시키면 남궁천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될 테니까.”
“설마······그분을 죽일 생각이오?”
물론 죽일 생각이다.
허나 남궁운이 보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궁천을 죽이는 건, 아주 은밀하게 행해질 것이다.
“타국으로 떠나게 해도 평생 안 보고 살 수 있소.”
“하지만······.”
그때, 남궁운이 고민에 빠진 남태주의 결정에 쐐기를 박았다.
“어르신. 그동안 아버지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평생을 바치시지 않으셨습니까. 일생의 마지막만큼은 어르신을 위해 누리십시오.”
“운아······.”
남태주는 버틸 힘도 없는 듯 탁자에 팔을 기대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표정은 한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하나만 물읍시다.”
“얼마든지.”
“본가를 집어삼키고 강남을 평정하면, 그걸로 만족할 셈이오?”
“설마. 난 무림 전체를 집어삼킬 생각이오. 남궁세가를 집어삼킨 이후에는 곧바로 강북 진출을 준비할 거고.”
“후우. 또 강호에 한바탕 태풍이 불겠구만.”
꿀꺽꿀꺽.
술을 병째로 집어들고 벌컥 들이킨 남태주가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두 가지만 약속해주시오. 일단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주시고, 둘째로 남궁세가의 자치권을 인정해주시오. 기존 세력은 전부 집어삼켜도.”
“물론. 남궁세가의 역사와 명성은 나로서도 놓치기 아쉬우니까. 약속하겠소.”
“빌어먹을. 평생을 바친 인생의 마지막을 배신으로 장식할 줄이야······.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만.”
“죽을 때까지 밑에서 충성거리며 함께 무너질 인생,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니 당신에게는 기회로군요. 축하드립니다.”
“시발······당신은 완전 미쳤어. 고작 약관을 갓 넘긴 주제에.”
지강백은 말없이 피식 웃었다.
이자는 자신이 마지막 천마라는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허나 그 사실은 무림을 완전히 장악할 때까지 꼭꼭 숨겨두어야 했다. 그리고 무림을 장악한 이후, 모두에게 진실을 알려줄 것이다.
제갈세가의 공자로 태어난 내가! 너희들을 다시 발아래 두었다고.
그때 강호인들이 보여줄 표정은 과연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흥분되었다.
“남궁천을 정신 못 차리게 내부를 혼란에 빠뜨리시오. 그 사이 나는 빠르게 절강과 강서, 복건을 집어삼킬 테니.”
“하긴, 황군이 들쑤시는 지금 아니면 기회는 없겠지. 아예 외부로 눈 돌릴 새 없이 크게 빠트릴테니 벼락처럼 해치우십시오.”
“앞으로 잘 부탁드리오. 남 총관.”
지강백은 술잔을 들어올리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남태주는 벌떡 일어나 깊이 고개를 숙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