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44)
다음 날부터, 지강백은 홍련과의 수련을 시작했다. 천운자가 두 사람을 위해 특별히 수련장 채로 빌려주겠다 했으나, 지강백은 사양했다. 그 대신, 화산 전체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달라 간청했고, 천운자는 흔쾌히 수락했다.
“내 훈련은 절대 만만치 않을 것이니 각오해라.”
“넵!”
홍련은 자신있게 외쳤다. 나름 자신의 무위와 체력에 자부심이 있었던 그녀는 훈련 따위, 얼마든지 버틸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한 시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끄아아악! 스승! 사, 살려줘요!”
지강백은 늘 그렇듯 수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초체력을 단련시켰다. 훈련 방식은 산의 내리막길 위에서 떨어지는 바윗덩이를 피해 아래까지 달리는 것이었다. 물론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말이다.
첫 수련부터 죽음을 직면한 홍련은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조금만 삐끗했다가는 천화 진인을 만나러 갈 수도 있었다.
“소리칠 시간에 달리렴.”
“끄아악!”
지강백은 유유히 뒷짐을 진 채로 홍련을 지켜보았다. 홍련은 이 백발의 미남자가 마치 지옥에서 온 사신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전력을 다해 뛴 덕분에 겨우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한동안 엎어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아직 멀었군.”
지강백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홍련은 바닥에 엎드린 채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그럼 이제 검술 훈련으로 넘어가는 건가요······?”
지강백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이번에는 유연성 훈련이다.”
“······이런 미친.”
홍련의 매화설향검은 검로를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검을 휘두르는 궤도를 자유자재로 꺾을 수 있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유연한 신체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끄윽, 끄아악!“
지강백은 밧줄로 홍련의 몸을 묶고 당기거나, 괴상한 자세로 버티기 등의 훈련을 통해 유연성을 단련시켰다. 그 덕분에 홍련은 반쯤 정신이 나간 채 훈련에 임했다.
지옥같은 훈련이 끝난 뒤, 마침내 검술 훈련에 들어갔다.
검술 훈련 또한 마찬가지로 매화설향검의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구불구불하고 나무가 빽빽한 숲 속에서 이루어졌다.
채채챙! 채채채챙!
“속도를 더 높여! 팔에 힘이 들어갔다!”
“회피가 느리다. 그리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놓치지 마!”
“속도를 높이니까 타점이 빗겨나가잖나! 집중해!”
지강백은 검술 대련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가르침을 내렸다. 그리고 집중력이 흩어졌다 싶으면 사정없이 배나 옆구리에 발차기를 먹였다.
퍼억!
그러다 힘조절이 안 된 탓에 공격이 너무 강하게 들어가자 홍련이 거품을 물고 기절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땐 지강백이 잠깐 훈련을 멈추고 홍련에게 공력을 불어넣어준 다음, 팔이나 다리를 직접 주물러주었다.
“으윽······.”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뜬 홍련은 눈앞에 지강백의 얼굴이 보이자 기겁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지강백이 양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자신의 허벅지에 뉘였다.
“가만히 있어라. 지금은 뭉친 근육을 풀어야 하니.”
“네······.”
지강백은 홍련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너는 분명 재능이 있다. 익힌 검술도 상승의 검술이고 가르침을 빨아들이는 능력도 탁월하다. 이대로 수련을 잘 버티면 분명 화경의 검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조금만 참고 힘내라.”
“죽진 않겠죠?”
“너 하기 나름이지.”
지강백은 홍련의 손가락을 마디마디 풀어주며 생각했다.
‘홍련이에게도 상승의 심법을 전수해야겠군. 이참에 화산파의 심결이나 한 번 파헤쳐볼까······.’
홍련은 홍련대로 지강백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며 생각했다.
‘진짜 아름답게 생기셨다.’
잘은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잘생겼다’, ‘멋있다’ 이런 얼굴이 아니라 매우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단지 외모뿐 아니라 눈빛과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전혀 비슷한 나이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진짜 아무렇지도 않으신가?’
아내가 있다고는 하지만 젊은 여자의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무르다니. 홍련은 어쩐지 부끄럽다기보단 분한 느낌이었다. 지강백은 정말 몸을 풀어줄 생각일 뿐, 다른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것까지 홍련이 알 턱은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지강백은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충분히 쉬었는데 체온이 왜 높아진다니. 그리고, 심장이 진정되는 게 아니고 되려 빨라졌다. 대체 이유가 뭐지?’
지강백은 홍련에 이마를 짚었다. 그러자 홍련이 당황하며 허둥거렸다.
“자, 잠깐만요!”
“이상하군. 왜 그러느냐?”
“배, 배고파서요!”
홍련은 아무 말이나 지껄이며 다급히 둘러댔다.
그러나 지강백은 의외로 순순히 수긍하는 눈치였다.
“하긴, 슬슬 배가 고플 시간이기는 하지.”
그때, 남궁미향이 간단히 먹을거리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지강백은 딱 맞춰서 음식을 가져온 남궁미향을 보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남궁미향의 표정은 어째서인지 좋지 않았다.
“······.”
그녀는 말없이 바구니를 바닥에 던지고 돌아서서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있던 자리에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지강백은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음을 눈치채고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매화검수들과의 대련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군. 나중에 꼭 물어봐야겠어.”
그때까지 지강백의 허벅지 위에 누워있던 홍련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스승님······. 이제보니 허당이었구만.’
***
며칠 뒤, 지강백은 계획했던 대로 무당을 찾아갔다. 미리 무당에 방문을 알리기도 했고, 이제는 엄연히 강남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지강백을 ‘감히’ 홀대하는 도사는 없었다. 하나같이 정중히 예를 갖추며 지강백을 안내했다. 물론 검을 풀어야 들어갈 수 있는 해검지에서도 여전히 검을 찬 채였다.
무당의 장문인 청파 진인과 현소 진인은 미리 지강백을 마중나와 있었다. 그들은 껄껄 웃음을 지으며 두 팔을 벌려 지강백을 환영했다.
“어서 오시게. 기다리고 있었네.”
“이리 맞아주시니 영광입니다.”
“제갈세가의 가주이자 강남의 패자를 맞이하는데 이 정도 성의도 없어서야 어디 쓰겠는가. 허허. 그런데······남궁 부인이 없어서 허전하구만.”
청파 진인은 아쉽다는 듯 신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지강백은 차가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놈의 눈에 번들거리는 색욕을 보자 절로 살심이 일어났다. 감히 누구한테.
지강백을 궁 안으로 안내한 청파 진인은 연신 미소를 지으며 그를 대했다. 지강백 역시 청파 진인의 호감을 사기로 작정한 덕분에 분위기는 금방 훈훈해졌다.
“화산파에서 묵고 있다고 했나?”
“예.”
“아쉽군. 우리 무당에서 묵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개인적으로 볼 일도 있고 해서 들렀습니다. 다음을 기약하지요. 아, 그리고 진인께서도 언제 한 번 강남으로 오시지요.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허허. 도가에 몸을 담은 노도사에게는 그저 따뜻한 차 한 잔이면 충분하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청파 진인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것을 지강백은 놓치지 않았다. 특히 절강성 항주나 소주는 하늘 아래 천당이라 할 만큼 환락과 아름다운 미녀들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놈은 벌써 그곳에서 즐기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지강백은 최대한 청파 진인의 비위를 맞추며 입에 발린 말로 그의 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알고 있는 지강백은 손쉽게 청파 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강남에도 무당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따로 도관을 차려 제자들을 사범으로 받는 것도 한 번 건의해볼까 싶더군요.”
“아주 좋은 생각이네. 허허.”
청파 진인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제갈 가주가 이렇게 무당을 생각해주는지 이제야 알게 된 것이 그저 한스러울 따름이네.”
“아닙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저도 진인과 더 가까워지는 게 소원이니 말입니다. 하하.”
“그런가?”
청파 진인은 눈을 빛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실 말이야, 내 요즘 아주 곤란한 문제를 하나 겪고 있다네.”
“말씀하시지요.”
“한 달 전에 무당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 문파 하나가 나타났네. 천살문(千殺門)이라는 살수 집단인데, 이놈들이 민가나 부유한 가옥을 가리지 않고 습격해 멋대로 재산을 빼앗기 시작했다네. 우리 무당도 이놈들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야. 자네가 비밀리에 조용히 처리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어떤가?”
청파 진인의 속내를 뻔히 꿰뚫고 있는 지강백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그런 살수 집단이라면 무당파 제자들을 시켜 몰아내면 되지, 뭐하러 자신에게, 그것도 비밀리에 일을 시키는가?
답은 간단하다. 천살문이 갈취한 재물.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자신이 손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무당파 제자들을 이끌고 그들을 격퇴하면 재물은 당연히 빼앗긴 자들에게 돌아갈 터. 청파 진인은 그걸 원하지 않았다.
지강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 자의 신임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재물? 그까짓 거,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어차피 죽으면 아무런 쓸모도 없을 테니까.
“쉽군요. 부디 제게 맡겨주십시오. 진인.”
지강백이 수락하자 청파 진인은 지강백의 손을 덥썩 잡았다.
“고맙네! 자네라면 내 믿고 맡길 수 있지.”
지강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청파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뭘 그리 서두르는가. 천천히 하시게. 천천히.”
“아닙니다. 굳이 미룰 일도 아니고, 금방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청파 진인의 입가에 걸린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
조사해본 천살문은 일반적인 살수 문파들과 달랐다. 특이하게도 암살을 주로 하는 살수들의 집단이 아니라, 산채. 즉, 내로라하는 산적들이 모여서 만든 집단이었다. 그 때문인지 본거지 역시 일반 살수 문파들처럼 찾기 힘든 곳이 아니라, 대놓고 거대한 가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지강백은 검은 무복에 갓을 써 정체를 숨기고 그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담을 훌쩍 넘어 단숨에 마당으로 들어갔다.
“누구냐!”
지강백을 발견한 천살문의 문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하나같이 건장한 신체에 칼자국 하나씩은 새긴 거한들이었다. 지강백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그동안 빼앗은 재물들, 어디 숨겼나?”
문도들은 지강백이 재물을 빼앗으러 온 다른 살수문파의 하수인 쯤으로 여겼다. 그때, 문을 벌컥 열고 나타난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콧김을 씩씩 내뿜으며 걸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디서 보낸 놈이냐? 겁을 상실한 모양이구나.”
“알 거 없고. 숨긴 곳이나 말하거라.”
“그걸 순순히 가르쳐줄 정도로 우리가 병신으로 보였더냐?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몸 성히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거한들이 저마다 내력을 일으키며 지강백의 주변을 둘러쌌다. 확실히 한 가닥 하는 놈들이 모여서인지 빠짐없이 기를 다룰 줄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기분 나쁘군. 근육 덩어리들 사이에 끼여있다니.’
눈살을 찌푸린 지강백은 천천히 월영검을 뽑아들었다.
마침 잘 됐다.
보는 눈도 없고, 어차피 다 죽일 놈들이겠다, 이참에 새로 얻은 제석천의 혼을 시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제대로 힘을 끌어내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대충 목각 인형 정도로 생각하면 가볍게 몸을 풀 정도는 될 듯했다.
파직. 파지직-.
지강백의 전신에서 일어나는 전류를 본 거한들이 흠칫하며 물러섰다. 그러나 곧 기세를 내뿜으며 사방에서 맹렬히 달려들었다.
파직-.
직후, 지강백의 신형이 푸른 번개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