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49)
지강백의 말에 현소 진인의 눈이 번뜩였다. 강남의 패자로 군림하는 제갈세가의 가주가 지닌 권력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저, 정말입니까?”
“물론이지요.”
그러나 환한 웃음도 잠시, 현소 진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제갈 가주, 혹시 내게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지강백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이 자, 눈치가 좋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왜 내가 진인께 원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빈도가 아는 제갈 가주는 똑똑하고 영리합니다. 이런 말씀은 무례한 줄 알지만 교활한 면도 분명 있지요. 그런 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것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일부러 이렇게 찾아오기까지 하면서 도와준다고 나선다? 솔직히 의심되는군요.”
지강백이 웃었다. 현소 진인은 생각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었다. 이런 자를 쉽게 버린 청파 진인이 얼마나 멍청한지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현소 진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무 불편하게 듣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지금은 제갈 가주의 도움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원하는 걸 말씀하십시오. 들어보고 거래를 할지 안할지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예상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것도 나쁘지는 않군요.”
지강백은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현소 진인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진인의 말씀대로 저 역시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청파 진인의 약점. 그리고 그가 가진 비밀 전부.”
“!”
현소 진인의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이봐요! 그게 대체 무슨······!”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왜 사형의 약점을······.”
“몰라서 묻습니까?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서죠.”
그 순간, 현소 진인은 뒤통수를 한 대 제대로 맞은 표정이 되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지강백이 접근한 이유와 설화정 사태가 벌어지기까지의 사건들이 연결되고 있을 것이다.
결국 현소 진인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설마, 일부러 사형께 접근한 거요? 사형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네. 바로 맞췄습니다. 생각보다 결론이 느리군요.”
“허어! 이제야 앞뒤가 들어맞는구만. 어쩐지, 설화정이 갑자기 털린 게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어. 이게 다 당신이 꾸민 짓이었군!”
현소 진인은 씩씩거리며 일어섰다. 그동안 청파 진인이나 자신이나 이런 어린놈에게 놀아났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왜 내게 그 사실을 알려주는 거지?”
“진인의 말씀대로 거래를 위해서지요.”
지강백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똑똑한 사람이니 이성적으로 판단하실 거라 믿습니다. 청파 진인은 당신을 버렸고, 이제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대로면 당신의 남은 생은 아주 비참하고 지옥과도 같겠지요. 그리고 난, 그런 당신을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
현소 진인의 입이 씰룩거렸다. 분노가 치밀어오르지만 현실적으로 지강백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신을 이 꼴로 몰아넣은 작자를 도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
“빌어먹을······.”
지강백은 그런 현소 진인을 싸늘하게 응시했다.
설명은 이 정도면 됐다. 지금 처지를 깨닫게 해줬으니 남은 협박과 회유뿐이다.
지강백이 한층 가라앉은, 완연한 협박조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만약 이 거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안 그래도 비참한 당신 마지막, 내가 지하 깊숙이 밀어넣어 줄 수도 있으니 그렇게 아쇼.”
“뭐, 뭐라고?”
현소 진인이 움찔거리고, 지강백은 사정없이 쏘아붙였다.
“지금 조정 관리들 중 본가의 입김이 얼마나 닿아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 말 한 마디면 단순한 중죄도 반역죄 비슷한 수준까지 올릴 수 있어. 이대로 가면 당신, 내가 책임지고 사지를 찢어버리는 형벌로 바꿔준다. 물론 시체는 개밥으로 던져줄 거고. 그것도 모자라 역사에 둘도없는 악인으로 기억되게 해주지. 어때, 실감이 가나?”
“이······이런 미친놈······.”
현소 진인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렸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요? 청파 진인이 당신 철천지원수라도 되오?”
“그건 당신이 알 필요 없고.”
지강백이 섬뜩한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결정이나 해. 죽을지, 살지.”
지강백의 살기에 눌린 현소 진인이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진이 다 풀렸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원하는 게 그거요? 다른 게 아니고?”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오.”
“젠장할······.”
현소 진인이 머리를 쥐어쌌다. 비록 마지막에 배신당했다 하나 반평생을 모신 사형을 저버리는 짓이다. 고민되지 않을 리 없었다.
현소 진인의 시선이 지강백의 옆에 놓인 술병으로 향했다.
“그거, 안 먹을 거면 내가 먹어도 되겠소?”
“당신 줄려고 가져온 거요. 얼마든지.”
“하. 내 속이 터질 것도 미리 알고 있었구만. 당신은 정말······무서운 자요.”
현소 진인은 술병을 잡고 그대로 입에 들이부었다.
꿀꺽꿀꺽.
그는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병을 비웠다. 지강백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한 병을 쉬지않고 비운 현소 진인은 병을 바닥에 내던지며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크으······.”
불콰하게 취한 그는 반쯤 풀린 눈으로 물었다.
“내가 당신이 원하는 걸 알려준다면, 나를 도와줄 수 있소? 어떻게?”
“조정에 가서 조사를 받을 때, 죄를 모조리 청파 진인에게 뒤집어씌우시오, 그럼 화살이 조금은 당신을 피해 갈 것이고, 나머지는 관리들을 움직여 형량을 줄이도록 힘을 쓰겠소. 길어야 3년. 약속하오.”
“3년······.”
“그리고 옥살이 청산하면 평생 먹고 살 만큼의 돈도 챙겨줄 테니 안심하고.”
“그건 청파 진인도 약속한 내용이오.”
지강백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고작 도가 문파 하나를 책임지는 도사와 강남 전체를 지배하는 내가 주는 돈의 액수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시오? 금괴든 보석이든 집채만한 궤짝에 가득 채워줄 테니 그딴 생각은 버리시오.”
현소 진인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마음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술을 너무 들이부슨 탓일까? 속이 후끈거리며 아파왔다.
그동안 쌓아온 무당파 도사로서의 명성.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제자들의 존경과 신뢰. 그게 전부 무너져내리자 깊은 분노와 공허함이 엄습했다.
현소 진인은 이를 악물고 지강백에게 말했다.
“다음 생에는 결코 그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도가의 도사가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건가? 할 수 있으면 해보시던가.”
지강백은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대꾸했다.
만약 현소 진인이 정말 선하고 의로운 인물이었다면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허나 놈은 더러운 주인의 밑에서 지금껏 일해온 놈이다. 더럽기로 따지면 주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놈에게 죄책감이나 동정은 사치였다.
현소 진인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청파 진인이 거하는 무당산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궁전. 옥허궁(玉虛宮). 그곳 지하실에는 역대 무당파 장문인들의 연공실이 있소.”
“그런데?”
“그곳에 청파 진인의 약점이 있소.”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고?”
“나 역시 제대로 알지는 못해서······. 내가 맡은 건 그 안에다 ‘여자’를 주기적으로 넣어주는 역할뿐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안에 든 것이 밝혀지면 청파 진인은 끝장난다는 건 확신할 수 있소. 나머지는 당신이 직접 가서 보시오.”
“연공실의 위치와 들어가는 방법도 말해야지.”
“옥허궁 대전에 들어가면 벽에 거대한 용의 석상이 있을 것이오. 그 용은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데, 그 여의주에 손을 대고 내력을 집중하시오. 그럼 열릴 것이니.”
현소 진인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이제 다음 계획이 정해진 것 같다.
“수고했소. 3년 뒤에 봅시다.”
지강백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현소 진인은 조정에 끌려가 조사를 받던 중, 청파 진인의 사주로 움직인 것이라며 실토했다. 물론 청파 진인이 미리 연결을 끊어 증거는 없었지만, 그를 가장 가까이서 모신 현소 진인의 말은 결코 무시하지 못했다.
결국 청파 진인도 이 일에 연루되었다는 소문이 강호에 나돌기 시작했고, 강호인들은 소문을 믿지 않았지만 의심을 피우기 시작했다.
정말? 그 살아있는 신선이라고 불리는 청파 진인이 성매매를 주도했단 말인가?
만약 진실이라면 이것은 단순한 충격으로 끝나지 않을 터였다. 정파의 뿌리를 뒤흔드는 중대사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청파 진인은 한동안 조정을 수시로 드나들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느라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그렇게 강호의 이목이 조금씩 청파 진인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지강백은 남궁미향과 함께 화산파의 돌계단을 산책하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무수히 흩어져 반짝이고 있고, 이따금씩 매화잎이 공중에 흩날렸다.
지강백은 말없이 밤하늘을 응시하다가 남궁미향에게 말했다.
“매화검수들과의 대련은 좀 어때?”
“좋아. 확실히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
“다행이군. 아 참, 홍련의 실력이 당신과 비슷하니 그 아이와도 한 번 비무를 해보는 걸 추천할게.”
“······내 앞에서 그 애 얘기는 웬만하면 꺼내지 말지?”
한 번 지강백을 쏘아본 남궁미향이 걸음을 멈췄다.
“나한테 무슨 할 말 있지?”
“······눈치가 빠르구나.”
지강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금 강호에 나도는 소문, 알지?”
“응. 청파 진인이 성매매를 주도했다는 소문?”
“그래. 사실 그 소문이 난 이유가 나 때문이야. 내가 무림맹을 움직여 설화정을 급습하게 했거든.”
남궁미향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다 뭔가 눈치챘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당신이 요새 잘 보이지 않던 이유가······.”
“그래. 청파 진인과 가까워지기 위해 움직였다.”
“그를 무너뜨릴 생각이야?”
“그래.”
남궁미향이 물었다.
“이유, 물어봐도 돼? 청파 진인을 무너뜨리려는 이유.”
“놈은 정파인들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군림하고 있으면서도 뒤로는 색을 참지 못하고 성매매를 주도해 수많은 여성들을 희생시켰다. 이것만 봐도 무너뜨릴 이유는 충분하지.”
물론 개인적인 이유가 가장 크고 이건 변명에 불과하지만, 그걸 남궁미향에게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강백의 말을 들은 남궁미향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남편의 강함을 믿지만 그를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계획은 있어?”
“놈의 추악한 면모를 강호에 드러나게 하는 것으로 일단 첫 번째 계획은 완수했어. 이제 두 번째, 세 번째 계획을 실행해야겠지.”
“내가 도와줄 일은, 없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할게.”
지강백은 남궁미향의 어깨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남궁미향은 그의 허리를 감싸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 색귀에게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
“그럴게.”
“조심하고.”
“당신 허락 없이는 절대 위험해지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당연히 그래야지. 당신은 내 건데. 흠집하나 내지 말고 돌아와.”
지강백은 남궁미향을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다음 날, 지강백은 계획대로 무당산을 찾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