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53)
십일 년 전.
지강백이 마교 교주로서 강호를 돌던 시절, 그는 전대 무당파 장문인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무당으로 향했다. 무당파 도사들은 마교의 교주가 무당산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가 못마땅한 듯 했지만 청파 진인이 그의 친우이며 태상 진인이 그를 깊이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말없이 들여보내주었다.
“먼 걸음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소. 교주.”
침상에 누운 채 갈 날을 기다리던 무당파 장문인 태상 진인은 지강백을 웃으며 맞이했다.
지강백은 노쇠한 그의 곁에 앉으며 툭 내뱉었다.
“마지막 가는 길, 인사나 드리려고 왔소. 인생 다 산 신선처럼 굴어서 우화등선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별 거 없군.”
“여전히 짖궂구려.”
껄껄 웃은 태상 진인이 지강백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맙소. 마교의 교주가 직접 행차할 만큼 빈도가 대단한가보오.”
“그대는 충분히 자격이 되오.”
지강백은 대수롭지 않은 듯 내뱉었다. 지강백은 정파, 사파, 마도를 벗어나 뛰어난 무인을 존경했고, 태상 진인은 그가 인정하는 대협 중 하나였다.
장난이나 칠 겸 농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태상 진인은 조금 감동을 받은 듯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늘 생각했는데, 그대는 사람의 가슴을 격동하게 하는 재주가 있소.”
“갈 길 머지않은 늙은이가 격동은 무슨.”
피식 웃던 지강백이 태상 진인에게 물었다.
“그럼 다음 대 장문인은 청파가 되는 것이오?”
“아마 그렇게 되겠지.”
“내 친우가 출세했군.”
지강백의 말에 태상 진인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교주. 교주는 청파를 어찌 생각하시오?”
지강백은 청파 진인의 온화하고 고고한 겉모습 속 색욕에 물든 모습을 알고 있었다. 그가 쉬이 대답하지 못하자, 태상 진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청파의 타고난 재능은 능히 하늘에 닿을 만하나, 천성만큼은 그릇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요. 교주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
“나는 그래서 걱정이 크오. 도사로 길러진 만큼 타고난 욕심을 억지로 눌러담으며 살아온 그 녀석이 수장의 자리에 앉으면 어떻게 변할지······. 그러니 교주, 내 가기 전에 부탁하나만 합시다.”
“무슨?”
태상 진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아이가 정도를 벗어난 길을 걷게 되면, 나 대신 단죄해주시오.”
***
‘이제 그 약속을 지킬 때가 된 것 같소. 장문인.’
잔잔한 바람이 부는 들판. 지강백과 청파 진인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지강백은 청파 진인의 추레한 몰골을 보며 웃었다.
“표정 한 번 볼만하군. 남궁천도 딱 그 표정이었지.”
청파 진인은 이를 부득 갈며 소리쳤다.
“지금 뭐하자는 겐가!”
“보면 모르나?”
“허! 그러니까 네놈도 그 현상금이나 타자고 나를 노리고 있다, 이 말인가? 아니면 천유성이 뒤에서 따로 제안이라도 했어? 날 죽이려고?”
청파 진인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터뜨리며 검을 뽑아들었다.
“이제보니 네놈이 천유성의 앞잡이였구나. 천유성, 그 극악무도한 배신자가 네놈을 조종해 남궁천을 죽이고, 이제는 날 죽이려 드는군. 허나 내가 순순히 당할 줄 아느냐? 어림도 없지. 너도, 천유성 그놈도 날 너무 얕잡아봤어.”
지강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저 늙은 도사놈은 자신이 천유성의 지시대로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제 진실을 알려줘야겠다.
“천유성의 지시? 미안한데 전혀 아니야. 전부 내가 꾸민 일인데 지시는 무슨.”
“뭐, 뭐라고?”
지강백은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큭큭 웃었다.
“병신 같은 새끼. 내가 자기 발목을 슬근슬근 베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얼씨구나 좋다 하는 꼴이라니. 솔직히 어울리는 재미는 있었다.”
“······!”
“설화정 습격? 내가 진광현 대주를 움직여 급습하게 했지. 네놈과 연회를 벌인 날, 내가 그곳을 몰래 알아냈거든. 그걸로 현소 진인을 보내고 그를 협박해 연공실과 마녀들의 비밀도 알아냈다. 모든 게 순조로웠고, 바보같은 네놈 새끼는 적이 누구인지 끝까지 알아채지 못했지. 뭐, 덕분에 여기까지 쉽게 올 수 있었지만 말이야.”
청파 진인의 입술과 눈동자가 부들부들 떨렸다. 저러다 뒷목 잡고 쓰러지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아직 그 정도로 쓰러지면 안 되지. 진짜 절정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아, 미안한데 네놈이 숨겨둔 자금도 내가 전부 빼돌렸다. 황금성주가 그걸로 연회나 열자고 하더군. 고맙다.”
“이, 이이익!”
청파 진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보자 발끝부터 통쾌함이 치솟았다.
아직 멀었다. 네놈은 그 정도로 화를 내면 안 돼.
“그러니까, 지금 네놈이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이 모든 일들을 꾸몄다, 이 말이더냐?”
“분노로 머리가 굳은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해했군.”
“이노-옴!”
결국 청파 진인의 입에서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린놈의 새끼가 감히 날, 이 청파를 가지고 놀아! 그러고도 정녕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느냐!”
지강백은 눈을 부릅뜨며 버럭 소리쳤다.
“입 닥쳐라 늙은 변태 새끼야! 애초에 도사의 신분으로 음색을 밝힌 걸로도 모자라 성매매를 일삼아 욕심을 채우다니, 이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강호의 협객들이 내리는 천벌이다!”
지강백의 일갈에 청파 진인의 관자놀이에 핏발이 섰다.
청파 진인은 분노로 부들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내가 네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잘못? 푸하하.”
지강백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어찌나 웃었는지 눈물까지 났다. 지강백은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잘못? 물론 있지. 네놈이 날 배신했거든.”
“내가 언제!”
청파 진인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지강백은 쯧쯧 혀를 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마대전 당시, 우릴 돕겠다고 해놓고 뒤에서 급습해 보급로를 끊은 걸로도 모자라, 나를 함정에 빠뜨렸지. 그 뒤에도 내 부하들을 가차없이 학살하고. 이래도 모르겠나?”
“······이 미친놈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이러면 나 서운하다. 청파. 나 지강백이야.”
“!!!”
지강백. 이 이름 석 자에 청파 진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단지 이름을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그의 눈빛에 ‘공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 지강백?”
“그래. 나야.”
지강백이 청파 진인을 응시하며 말했다.
“일 년 전, 아니, 이제 거의 이 년인가. 마지막 천산 흑룡성 전투에서 천유성에게 죽은 뒤, 제갈세가의 막내공자로 다시 태어났다. 환생했다고. 그 뒤로 네놈들에게 복수할 계획을 짜기 시작했지. 첫 번째로 남궁천, 그 뒤로 너······.”
너무 믿기 힘든 소리였나? 청파 진인의 표정이 멍해졌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정신을 차린 그가 실소를 내뱉었다.
“푸하하! 어디서 삼류 경극 대본 같은 말을 지껄이느냐? 이거야 원,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군.”
아, 못 믿는구나.
“같잖은 소리로 날 능멸하려 들지 말고 덤벼라. 어차피 날 죽이러 온 것일 터.”
“······그래. 일단 그것부터 시작하자.”
지강백은 월영검을 뽑아들고 자세를 취했다.
우우웅!
파지직-.
청파 진인의 검에서 푸른 강기가 솟는 것과 동시에, 지강백의 전신에서 푸른 전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지강백이 푸른 벼락처럼 허공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청파 진인은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콰드득!
청파 진인의 검끝에서 이화접목의 정수가 펼쳐지며 노도처럼 밀려들던 벼락의 줄기가 사방으로 비틀리기 시작했다.
후웅!
지강백은 벼락의 줄기를 뻗어내며 청파 진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청파 진인은 흠칫하며 거리를 벌리려 했으나, 속도는 지강백이 몇 배는 윗수였다.
쩌엉!
지강백의 월영검이 청파 진인의 검과 격돌했다. 단지 검을 부딪혔을 뿐인데 묵직한 기파가 터져 나오며 주변을 뒤흔들었다.
청파 진인은 손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정말 무시무시한 일격이었다.
채채챙!
한 차례 검을 섞으며 거리를 벌린 청파 진인이 거칠게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비웃음을 흘리며 소리쳤다.
“하하하! 보아라, 만약 네가 정말 그자라면, 방금 일격에 난 산산조각이 났어야 했는데, 난 멀쩡하지 않으냐?”
지강백은 가볍게 손목을 풀며 대꾸했다.
“환생한지 이 년에 불과한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강해졌다. 이 정도로 만족해.”
지강백은 또 다시 뇌기를 일으키며 말했다.
“확실히 이화접목의 수는 상대하기 까다롭군. 기(氣)의 흐름을 뒤틀어버리니 어지간한 강기나 검강으로는 너를 상처입히기 힘들겠지. 허나, 직접적인 타격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파지직-!
벼락같은 속도로 날아든 지강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검강을 두르지 않은 월영검이 새하얀 빛을 흩뿌리며 허공을 갈랐다.
월인대신검, 오우천월 초식이었다.
“우읏!”
파파파파팟!
청파 진인이 깜짝 놀라며 맞서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그의 검에 닿은 지강백의 검격이 비틀리며 좌우 사방으로 빗겨나갔다.
아주 작은 힘으로 강한 힘을 흘려내는 태극혜검의 정수.
사량발천근.
청파 진인은 월인대신검의 초식 중에서도 공격적인 위력을 자랑하는 오우천월 초식을 사량발천근으로 막아낸 것이다.
푹! 푸슛!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았는지 청파 진인의 어깨와 허벅지 등에서 피가 튀었다. 청파 진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큭!”
쇄애애액!
지강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위에서 수직으로 검을 강하게 내리그었다. 청파 진인은 한순간이지만 하늘 위에 뜬 달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월인대신검, 참월 초식이었다.
“어림없다!”
직후, 청파 진인의 검이 원을 그렸다. 그러자 둥근 태극 문양의 형상이 허공에 그려지더니, 지강백의 검로가 강한 저항을 받기 시작했다. 마치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검을 반대로 밀어내는 느낌이었다.
대기중의 기의 흐름을 조절하며, 때로는 밀어내기도 하는 태극혜검의 정수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콰앙!
한 차례 격돌이 끝나고 허공을 훌훌 날던 지강백이 가벼운 몸짓으로 바닥에 착지했다.
“여전히 대단한 검술이군.”
태극혜검은 지강백이 생각한, 무의 극의에 가장 근접한 검술이었다. 검신 서태조가 순수하게 검의 극의에 도달한 검사(劍士)라면, 태극혜검은 검 뿐만 아니라 모든 무를 포함한 극의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대단한 기술도 펼쳐내는 이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법.
전대 장문인 태상 진인이었다면 이 공격으로 큰 상처를 입지 않았겠지만, 청파 진인은 이미 전신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뒤였다.
‘빌어먹을. 이 정도였을 줄이야!’
청파 진인은 숨을 헐떡이며 지강백을 노려보았다.
남궁천이 당했다는 것을 알고 그와 같은 수준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그보다 한 수 위였다. 심지어 저 젊은 나이에 이 정도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 경악스러웠다.
“서로 간보는 건 이쯤 하지.”
지강백이 말했다.
“이제 제대로 하자고.”
“원한다면 그리 해주마.”
청파 진인은 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마개를 연 다음 안에 든 보랏빛 액체를 검날에 붓기 시작했다.
“이게 뭔지 아느냐?”
굳이 들을 필요가 없을 듯했다.
치지직-.
검날을 타고 바닥에 떨어진 액체가 지면을 녹였다.
독(毒). 독이었다.
“사천의 당가에서 직접 제조한 맹독이다. 닿기라도 하면 그 즉시 즉사지.”
타다다닷!
청파 진인은 독을 묻힌 검을 늘어뜨리며 지강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고작 제갈가 따위에서 난 애송이 새끼가, 감히 누굴 넘보는 것이냐!”
후웅!
청파 진인이 날린 일격을 가볍게 피한 지강백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
“그 멍청한 대가리에 똑똑히 박아넣어라.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두 번으로도 안 되면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똑똑히 새겨들어라!”
지강백은 뇌기가 흐르는 주먹을 청파 진인의 얼굴에 박아넣었다.
콰르르릉!
벼락이 천지에 진동하며 청파 진인을 뒤덮었다.
청파 진인을 날려보낸 지강백이 눈을 빛내며 버럭 내질렀다.
“내가 지강백이다!”
끝